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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니크인데 무한 스킬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빈
작품등록일 :
2019.02.14 09:36
최근연재일 :
2019.03.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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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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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DUMMY

설거지를 하던 멜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상황을 보러왔다.


“무, 무슨 일?”


더듬거리며 묻는 멜의 몸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파트너가 화내는 것에 공포를 느낀 걸까.

새파래진 안색으로 상황을 살피다 제로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제로!”

“괜찮아, 괜찮아, 별거 아냐. 요즘은 안 그래도 옛날에는 일과처럼 저랬으니까. 닥터를 비롯한 다섯이서 늘 시시한 이유로 소란을 피우곤 했지.”


제로가 미적지근한 눈으로 우릴 보며 멜을 달랬다.

역시 같이 지낸 세월이 오래된 만큼 얘가 가장 우리를 잘 아네.


“어흠, 미안. 괜히 놀라게 했구나. 파트너도 그만하고 일어나. 본래 목적을 잊었어?”

“···아뇨, 아닙니다.”


간신히 냉정을 되찾은 파트너가 평소대로의 쿨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호흡을 고르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러분, 다 같이 밖에 나가보지 않겠습니까?”

‘제로의 행동패턴을 관찰하려면 집안보다 바깥에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겁니다.’


파트너는 말하는 동시에 은밀 통신으로 내게만 진짜 목적을 알렸다. 내가 생각해도 그게 좋을 것 같다.


“정말 밖에 나가도 돼?”


제로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떡이자 나가는 게 기쁜지 히죽 웃더니만,


“그럼 나 잡아봐라~!”


다짜고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야!”

“쫓아갑시다.”

“잠깐, 제네엘 님! 나도···.”


놀란 나와 파트너는 당장 제로를 뒤쫓았다. 똑같이 창문 밖으로 뛰쳐나가자 제로가 저 멀리 달려가는 게 보였다.


“얼른 와~.”


잠깐 멈춰선 제로가 우리를 기다리듯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듯 속도를 내며 달려간 순간.


시간이 멈췄다.


······아니,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내가 그렇게 느낀 것뿐. 지난번 랜슬롯 씨 때와 같은 현상이다. 내 지각능력이 갑자기 초가속한 상대에 맞추느라 똑같이 가속한 거였다.


그 증거로 우리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속도가 되는 멜은 멈추지는 않았다. 다만 우릴 따라 나오려던 자세 그대로 느릿하게 움직일 뿐이지.


“나 참, 못 말리는 녀석.”


모든 것이 슬로우 된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뜀박질을 하며 도망치는 제로를 보며 혀를 찼다.


“밖에 나온 게 저리도 좋은가?”

“밖에 나온 게 좋다기보다는 마음껏 뛸 수 있는 게 좋은 거겠죠. 그녀는 속도가 장점이니.”


하긴 그렇지. 제로는 오망성 중에서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 속도를 뽐낼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속도를 낸 게 기쁠 만도 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테 속도전을 걸면 안 되는 거 몰라?”

“그러게 말입니다.”


다음 순간 나타난 나와 파트너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제로는 흠칫했다.


“으악, 벌써 쫓아온 거야?!”

“그래.”

“···둘 다 여전히 빠르네.”


우리가 빠르다기보다는 천사 종족 자체의 특징이지. 천사는 유저가 부르면 당장 가야 하는 운영자 종족이라 그런가? 나를 비롯한 전원이 종특으로 초가속 스킬이 달려있다.


“너라도 천사인 우리한테는 안 돼.”

“그럴까? 나 아직 진심 내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겨뤄보자는 듯 또 달릴 폼을 잡은 제로를 말렸다.


“그만. 미안하지만 달리는 건 나중에 하자. 오늘은 천천히 놀았으면 좋겠어.”

“어디서 놀 건데?”

“아직 안 정했어. 지금부터 놀만 한 데를 둘러보자.”


하지만 그전에 먼저 네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나는 지난번 멜 때처럼 소동이 되지 않게 제로의 정체를 숨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인파가 많은 거리로 이동했다.


“헉, 헉···. 드, 드디어 따라잡았어!”


천천히 상가를 둘러보고 있자 뒤늦게 멜이 쫓아왔다. 우릴 따라잡는 게 힘들었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너, 너무 빨라! 제네엘 님···.”

“미안.”


울상을 짓는 멜에게 짤막하게 사과했다.

그녀를 옆에 대동한 채 제로의 동향을 살폈다.


“하하하!”


내가 준 귀여운 옷으로 갈아입은 제로는 현실풍경이 신기한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명랑하게 웃으면서.


‘왜 하필 그녀는 선택한 겁니까?’


그런 제로의 모습은 평범한 여자아이로만 보였다. 도무지 그 행동패턴에서 창조주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던 파트너가 은밀히 말을 걸어왔다.


‘저래서야 다른 두 사람을 부르는 게 더 나겠군요.’

‘내 생각은 달라. 양각과 프레일은 안 돼.’


나는 파트너에게 굳이 셋 중에서 제로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양각은 창조주인 버큐처럼 무협을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솔직히 무협지 좋아하는 사람이야 흔해빠졌다. 너무 많아서 알아도 누가 버큐인지 특정이 안 될 정도로.


프레일의 경우에는 실은 얘는 창조주의 영향을 받지 않은 희유한 사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창조주인 트롤리와 안 닮았다.


‘트롤리는 우리 중에서도 특히 장난기가 많은 녀석이었지. 근데 프레일은 정반대인 정숙한 숙녀 같아.’

‘그래서 소거법으로 제로를 택한 것입니까?’

‘맞아. 하지만 그것 말고도···.’


파트너에게 설명을 하려던 나는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입을 닫았다. 근처의 영화관에서 어떤 영화를 상영 중인데 그것이 내 눈길을 끌었다.


“파트너, 저거 보러 가지 않을래?”

“저건 ‘닥터 사이코’라는 19금 호러 영화입니다만. 전원이 미성년자로 보이는 우리가 어떻게 볼 겁니까?”

“스킬로 속이면 되지. 보러 가자.”


나는 파트너의 만류도 뿌리치고 막무가내로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관 직원을 속여 표를 4장 끊은 뒤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내용은 뭐 딱 제목 그대로였다. 제목처럼 미친 과학자가 나와 등장인물들을 고문하고 인체 실험하는 고어가 주 내용이었다. 솔직히 진부하다.


“히익!”


하지만 공포 영화에 내성이 없는 사람은 죽을 만치 무서우리라. 뭐가 나올 때마다 멜이 비명을 지르며 날 껴안아 댔다.


“괜찮아, 멜.”


나는 그런 멜의 품속에서 그녀를 건성으로 달래며 영화가 아니라 제로의 반응에 집중했다.


“뭐야, 저거? 순 거짓말투성이잖아.”


그러자 기대했던 반응이 나왔다. 제로는 영화를 보면서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고증이 틀리다며 투덜거렸다.


“저거 다 틀린 거야?”

“응. 조금 전만 해도 뇌에 전극을 꽂는 장면이 나왔지만 오류투성이였어. 그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아. 애초에 뇌도 진짜랑 모양이 달라. 그리고 또 지금 두 명의 사람을 샴쌍둥이로 개조하는 게 나오잖아? 이것도···.”


내가 묻자 제로는 기다렸다는 듯 영화의 문제점을 해설하기 시작했다. 예전 그녀의 창조주인 닥터 오렌지가 그랬던 거처럼.


우리 길드는 서로의 리얼 사정을 묻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이건 길드장인 내가 정한 규칙이 아니다. 나야 그냥 일반 회사원에 불과한데 뭐 숨길 게 있겠는가? 순전히 나머지 세 명 때문에 생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아마 셋은 엔젤버스 하는 걸 현실의 지인에게 들키면 안 되는 위치였을 것이다.


트롤리는 내게 가족은 자기가 이런다는 걸 모른다고 말해준 적이 있고, 버큐는 현실 지인이 자기가 이 게임하는 걸 알면 큰일 난다며 얼굴까지 가리고 다릴 정도였다.


그래서 전원이 사소한 개인정보라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입이 싼 인물이 오렌지였다.


오렌지는 현실에서 과학 쪽 일에 종사한 건지, 지금 제로처럼 과학적으로 틀린 게 나오면 바로 고증이 틀리다며 반박하거나 관련 스킬에 호기심을 드러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까 본래 직업이 과학자가 아니냐고 추측했는데 지금 제로를 보니 확실하네.’

‘오렌지의 과학 지식이 피조물인 제로에게도 유전된 거겠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파트너.


하지만 정확히 어떤 과학자인지는 모르겠다.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기에 나는 영화가 끝난 뒤 제로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더 들러보았다. 주로 약국이나 병원, 기계기술이 관련된 장소를.


“오렌지는 아마 생물학자이거나 의사였겠네.”


무수한 곳에 들러 제로의 반응을 살펴본 결론은 그랬다. 제로는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과학에 해박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생체와 인체 관련을 잘 알았다.


“조금 전의 영화 볼 때도, 마치 실제로 인체 실험을 해보기라도 한 거처럼 잘 알았지.”

“그렇죠. 이건 그 정보의 출처인 오렌지가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과학자라는 증거입니다.”


파트너는 내 말에 수긍했지만 곧 표정을 흐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찾기 어렵군요.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그럼 제로를 어디 연구소로 데려가 볼까?”

“아뇨. 그보다는 실전이 나을 겁니다.”

“실전?”

“보통 사람은 폭력의 현장에서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 제로도 싸울 때 그녀의 본성이자 오렌지의 본성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그럴듯한 소리지만 아쉽게도 실전을 할 만한 적이 없으면 시도도 못 하는 실험이었다.


“나중에 적이 나타나면 모를까 당장 실전은 무리지. 아니면 대신 대련으로 때울래?”

“후후,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적이라면 곧 나타날 테니. 잊으셨습니까? 우리가 밖에 나올 때마다 적이 지겹도록 나타난걸.”

“···이번에도 그럴 거란 보장이 어디 있어?”

“여기 있습니다. 보나 마나 이번에도 나오겠죠. 저는 적이 나온다는 것에 베일라의 이름을 걸 수도 있습니다.”


파트너는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지 하필 걸어도 남의 이름을 걸면서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베일라, 개명해야겠네.”


결국 파트너의 예상은 빚나갔다. 이번은 아무리 밖을 쏘다녀도 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귀환했다.


“앞으로는 대신 파트너의 이름을 걸어. 내가 정식으로 이름을 파트너로 만들 수 있게.”

“제기랄!”


내가 놀리자 파트너가 욕을 내뱉는다. 그녀는 필요할 때는 없는 놈들이라고 그레일과 기계인, 무계를 싸잡아서 비난했다.


“또 왜 그래?”


우리가 그러고 있으니 사정을 모르는 제로가 의아해했다.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사준 간식과 먹을 걸 잔뜩 품에 안으면서.


“난 이만 거점에 돌아가 이거 먹을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여기서 먹어도 돼. 내가 네 먹을 요리도 해줄 테니까.”

“정말? 그럼 이거 해줘!”


제로가 재빨리 품에 든 것들 중, 햄 같은 애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내밀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요리를 만들러 부엌에 가려던 찰나.


위잉! 위잉!


-긴급 상황! 긴급 상황입니다! 무수한 침략자들이 한국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은 속히 피난하십시오!


절묘한 타이밍에 경보가 울렸다. 막 부엌에 들어가던 나도, 내가 만들 요리를 기대하던 제로도 그걸 들은 순간 표정이 확 구겨졌다.


“아, 뭐야?”

“김 새게시리.”

“······오려면 좀 빨리 올 것이지!”


우리 모두 짜증을 냈지만 적들을 기다리던 파트너의 경우에는 애꿎은 땅까지 걷어차며 분노를 드러냈다.


작가의말

비축분이 다 떨어졌으니 이제부터 부정기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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