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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천상천하 유아독존(1)

DUMMY

1.

2020년 8월 10일 오후 4시, 민준은 잠실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준 팀장님. 아프로만시스템의 창립자 김광진 회장의 혼외자라는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김광진씨가 생물학적 부친이라는 것만 사실입니다.”


- 웅성! 웅성!


기자회견 시작부터 홍민희 측 기자가 돌직구를 날렸다.


그리고 그 돌직구를 강하게 맞받아치는 민준.


순간 기자회견장에 모인 대다수 기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민준의 대답에서 심각한 모순을 느꼈기에.


“혼외자와 생물학적 부친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민준 팀장님의 말은 현실부정 아닐까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5년 전까지 김광진씨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민준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존재를 그리워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아버지와 놀이동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모친에게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조른 적도 여러 번.


하지만 모친 정소희는 김광진이라는 이름을 말해준 적이 없다.


그리고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모친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민준은. 부친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분노를 가지게 됐다.


5년 전 김광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민준은 그 이름의 정체를 굳이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민준에게 김광진의 혼외자라는 지칭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5년 전에 어떤 계기로 김광진 회장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건가요?”


“어머니께서 앓던 병세가 악화하면서, 저와 김광진씨를 혼동하셔서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입니다. 김광진씨가 제 인생에 관여하거나 어떤 영향을 준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민준은 매우 민감한 내용을 담담한 어투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민준의 말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기자도 움찔할 만큼 처연하게 들렸던 것.


“하지만 정민준 팀장님은 김광진 회장이 남긴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 아닌가요?”


“그 부분은 아프로만시스템 측과 이미 상의를 마쳤습니다. 제가 김광진씨가 남긴 유산으로 득볼 일 없다는 점 분명히 밝힙니다.”


“그 말씀은 최소 1조 원 가치의 유산을 포기한다는 말인가요?”


“포기가 아니라 거부입니다. 또한, 세간에 제가 김광진씨가 남긴 세이버메트릭스 기법을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불완전한 기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을 세상에 낱낱이 밝힐 계획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에 결함이 있다고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에 인생을 건 수많은 재능의 노력을 한낱 기계부품으로 여기는 사악한 사고방식입니다. 저는 사이버네트릭스식 경기운영을 일삼는 팀에 철퇴를 가해,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겁니다.”


- 헉!


- 흡!


민준은 작심하고 속에 있던 감정을 토해냈고, 하이에나처럼 민준을 물어뜯으려고 준비하던 홍민희 측 기자들은 졸지에 민준의 사자후에 놀라 벌벌 떠는 양이 돼야 했다.


재벌이 될 길을 걷어차고 현대 야구계의 주류로 떠오른 세이버케트릭스와 전면전을 선포한 민준이, 상식의 틀을 아득히 넘는 위험인물로 인식된 것이다.


<정민준 저거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김광진이 밉다고 해도 1조 원을 그냥 날려버리네!>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김광진이 아버지인데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지.>


<세이버메트릭스의 뚝배기를 깬다고!? 미친 거 아니야!?>


<얼마나 한이 맺히면 저러겠냐? 친가 외가 모두 인연이 끊어져 어렵게 살아온 것 같더라고.>


<정민준의 인생 역정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조금 오버해도 우리 팬들이 이해해야 해!>


민준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야구팬과 네티즌의 반응은 심한 혼란의 모습 그대로였다.


민준을 성토하는 말부터 이해하는 의견까지, 그리고 민준의 자세를 객기로 여기는 의견부터 진취적 자세로 높이 평가하는 여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돼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공통으로 하나의 생각을 가지게 됐다.


민준이 한국 야구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것.


세이버메트릭스에 철퇴를 가하려면, 민준이 본고장인 미국으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정민준 팀장. 정말 배포 하나는 역대급입니다. 나의 조부님도 대단한 분이었는데, 정 팀장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어요.”


핵폭탄급 기자회견이 끝난 뒤, 빅스타즈 대표이사 안재석은 그의 솔직한 심정을 민준에게 말했다.


현재 안재석이 보유한 재산의 평가액은 5,000억 원 수준으로, 한국 부자 순위 82위에 랭크돼 있다.


민준이 포기한 재산 1조 원은 부자 순위 5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액.


안재석은 AT그룹 창업자인 조부 안태환도 민준과 같은 일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저는 오히려 대표님 배포가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1조 원을 거부할 줄 미리 아신 건가요?”


민준도 인간이기에 단숨에 재벌 반열에 오를 수 있는 1조 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야구선수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간단히 1조 원을 포기하지 못했을 터.


그리고 문득 든 의문.


안재석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1조 원 가치의 정보를 알려 준 것일까?


민준이 돈을 선택했다면, 빅스타즈의 스카우트 총괄팀장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빅스타즈는 재개된 페넌트레이스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75승 18패, 승률 0.806을 기록하고 있다.


민준이 빠져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이상이 없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안재석에게 민준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배포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알아차렸는지 모르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나는 빅스타즈를 떠납니다. 그전에 정 팀장이 자립할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죠.”


“소문처럼 크라운즈 대표이사로 가시는 겁니까?”


민준에 관한 소문이 현재 한국 야구계의 핫 이슈지만, 올림픽 이전에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안재석의 거취 문제였다.


20여 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했던 빅스타즈가 역대급 성적을 올리고 있으나, 모기업 AT그룹에서 안재석의 입지가 약해져, 2020시즌을 마치고 크라운즈로 이동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일반 야구팬들은 이것을 근거 없는 루머로 여겼지만, AT그룹 속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빅스타즈의 골수팬들은, 소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정민준 팀장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크라운즈 대표이사가 됐을 거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AT그룹과 야구계를 떠나 실리콘밸리로 갈 예정입니다.”


“저 때문에 모기업과 결별하고 야구계를 떠나신다는 건가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초록은 동색.


안재석 역시, 민준 못지않게 황당한 면이 많은 인물이다.


제대로 검증 안 된 민준에게 과도한 권한을 준 것부터 범상치 않은 판단력을 보였다.


이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이유로 민준을 드는 것은 납득하기 곤란한 이야기.


“사람들이 나를 단종에 비유하는 것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 광대놀음을 그만두려고 하는 겁니다.”


AT그룹을 창업한 안태환은 슬하에 안동성과 안동관 아들 2명을 두었다.


안재석의 아버지 안동성은 뛰어난 인품과 명석한 사업적 판단력으로 AT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재계에서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안태환 역시, 빼어난 능력을 가진 맏아들 안동성을 차기 회장으로 일찌감치 지목하고, 그룹 운영 상당 부분을 일임했다.


불행한 일은, 중동 출장 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안동성이 사망한 것.


당시 17세에 불과한 안재석이 AT그룹 일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삼촌 안동관이 중책을 맡게 됐고, 창업자 안태환이 노환으로 사망한 이후 AT그룹의 회장직에 올랐다.


안태환이 죽은 뒤, 안동관은 AT그룹 내부에서 부친과 형의 추종 세력을 정리하고, 친정 체재를 굳히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안동관이 행동을 왕권을 찬탈한 수양대군에 비유하고, 정통성을 가진 안재석을 단종이라 부르고 있다.


안재석은 이제 이런 구도를 깨버리겠다고 말한 것이다.


“대표님에게 AT그룹의 정통성이 있는 건 사실 아닌가요?”


“정통성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단종의 경우 스스로 정통성이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역시 고려왕조를 무너트린 역적의 자손입니다.”


“흠······. 말씀을 들으니 그런 면이 있군요.”


“재현이가 충동적이기는 하지만, 심성이 곱기에 그룹을 잘 운영하리라 봅니다. 나는 맨손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키운 조부님의 길을 따라, 벤처기업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능력 하나로 야구계를 평정하고 있는 정민준 팀장을 보고 그 결심을 굳힌 거죠.”


안동관은 죽은 형을 대신해 AT그룹의 후계자에 오른 뒤, 조카 안재석이 성장하면 자기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화장실 들어갈 때 생각과 나올 때 생각이 다른 법.


안동관은 AT그룹 내부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커지자, 노골적으로 친 아들 안재현을 밀어주기 시작했고, 부친 안태환이 사망한지 3년이 지난 지금, 빅스타즈 대표 자리에서 안재석을 밀어낼 준비를 마쳤다.


안동관의 변심에 분노한 안재석은 한산그룹 일가인 홍민희와 손잡고 정면 대결을 벌일 요량이었다.


안재석이 돌연 계획을 바꾼 이유는, 홍민희와 손잡고 안동관을 쓰러트릴 경우, AT그룹이 한산그룹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산규모와 매출면에서 한산그룹보다 2배 이상 큰 AT그룹이 자신 때문에 위신에 손상을 당한다면, 그를 아껴준 조부의 영전에 면목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안재석은 사촌 동생에게 AT그룹의 장래를 맡기고, 자신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심경 변화의 시작은 홍민희의 미모와 부에 굴하지 않는 민준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홍민희의 선우에 대한 음해공작이 결정적인 분기점이 된 것이다.


안재석의 말대로 그의 인생 행보를 바꾼 인물이 민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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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8장. 아버지의 이름(3) +30 19.05.04 14,056 274 9쪽
56 18장. 아버지의 이름(2) +17 19.05.03 14,235 260 9쪽
55 18장. 아버지의 이름(1) +11 19.05.02 14,759 280 10쪽
54 17장. 100년간 잊지 못할 경기(4) +15 19.05.01 14,705 260 10쪽
53 17장. 100년간 잊지 못할 경기(3) +15 19.04.30 14,544 271 9쪽
52 17장. 100년간 잊지 못할 경기(2) +14 19.04.28 14,733 27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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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6장. 노히트노런의 수혜자(1) +11 19.04.25 15,180 281 11쪽
48 15장. 시련은 능력자를 강하게 만든다(3) +14 19.04.24 15,324 25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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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4장.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1) +17 19.04.18 16,354 251 9쪽
42 13장. 도쿄올림픽의 흑막(3) +19 19.04.17 16,074 256 9쪽
41 13장. 도쿄올림픽의 흑막(2) +25 19.04.16 16,255 27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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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2장. 일본 최강 투수와 대결(3) +14 19.04.13 16,782 297 11쪽
37 12장. 일본 최강 투수와 대결(2) +20 19.04.12 16,828 309 10쪽
36 12장. 일본 최강 투수와 대결(1) +13 19.04.11 17,415 2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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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1장. 올림픽대표 선발(1) +12 19.04.08 18,131 29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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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장. 부활하고 성장하고(1) +12 19.04.05 19,065 30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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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장. 연승의 이유(3) +13 19.04.03 18,907 273 10쪽
27 9장. 연승의 이유(2) +11 19.04.02 19,021 292 9쪽
26 9장. 연승의 이유(1) +15 19.04.01 19,448 27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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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8장. 음모(2) +16 19.03.30 19,249 269 8쪽
23 8장. 음모(1) +6 19.03.29 19,305 26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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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장. 신데렐라 등장(2) +13 19.03.27 19,319 300 8쪽
20 7장. 신데렐라 등장(1) +13 19.03.26 19,506 293 8쪽
19 6장. 기회를 잡아라(4) +4 19.03.26 19,337 313 8쪽
18 6장. 기회를 잡아라(3) +5 19.03.25 19,467 289 8쪽
17 6장. 기회를 잡아라(2) +4 19.03.25 19,788 268 8쪽
16 6장. 기회를 잡아라(1) +4 19.03.24 20,112 27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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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장. 보인다! 보여!(1) +13 19.03.18 35,151 437 8쪽
2 1장.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3 +26 19.03.18 43,898 462 24쪽
1 프롤로그 -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개척하는 것일까? +22 19.03.18 49,435 35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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