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미세먼지 때려잡기
“비록 작은 땅덩어리이긴 하지만, 한 나라 규모의 거대한 마법진을 연구해야 할 일입니다. 시간이야 많지만 다른 부분까지 연구하면서 진행하기에는 너무 큰 과제가 아닐까 우려가 되는군요.”
마누스의 염려 섞인 말에 거대 마법진 학파의 수장인 파이톤이 웃으며 대답했다.
“헐헐헐.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이 나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계속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확한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도 기쁜 일입니다. 거기에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기후조건이 따뜻한 해양성 기후 지역이던데.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만, 그동안 우리가 이 나라에 흐르는 지기를 확인했습니다.”
“오호. 그래요? 어떻던가요?”
마누스가 지기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그에 기운을 얻은 파이톤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처음에 왔을 때, 마나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워낙 미약했고, 또 이 땅 전체적으로 볼 때, 중간중간 인위적으로 끊어지거나 미약하게 만들어 둔 곳들이 많았습니다. 지기의 흐름을 끊거나 흐트러뜨리도록 교묘한 곳에 건물을 짓거나 땅굴을 파 놓았더군요. 그걸 다시 회복시키면 지금보다 최소 세 배 이상 지기를 올릴 수 있겠습니다.”
“오호. 그렇게 나요? 대단하십니다, 그려. 그럼 그 일과 함께 이 나라의 기후를 바꿔갈 수 있는 마법진도 연구하시면 되겠군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있는데요. 헐헐헐.”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미세 마법진 연구 학파의 수장인 레녹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늘 조용했다.
이번에도 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북서풍으로 밀려오던 바람과 우리가 밀어 올리는 바람이 중간에서 충돌하게 되겠군요? 그 충돌지점으로 어디를 생각하십니까?”
“역시. 좋은 지적이십니다.”
그의 물음에 마누스가 바로 지도까지 화면으로 띄우며 대답했다.
일단 기본 남동풍의 중심축으로 일본 나가사키에서 중국의 장춘까지 직선을 그어 보였다.
거의 남풍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약간 비스듬히 남동풍의 방향성을 갖기도 했다.
일본 지역에서 그나마 환경과 공해, 기온 등에서 가장 좋은 곳이 나가사키와 그 이남 지역이었다.
마누스는 그 직선 위에 파란색으로 직선을 하나 더 그었다.
이번에는 북경에서 광주광역시 방향으로 내려오는 직선이었다.
“기존에 겨울이면 불어오는 북서풍 방향선입니다. 우리가 겨울이건 여름이건 계속해서 바람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 중국의 연태, 다련 지역이 회오리 모양으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마법진이 성공하게 되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나 황사의 대부분을 다시 중국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환경오염물질을 함께 실어서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받아먹었으니, 이제는 돌려줘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 말에 파이톤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아울러 레녹스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녹스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받아먹었으면 돌려주는 게 진리죠.”
“헐헐헐. 역시 우리는 마음이 통합니다, 그려.”
파이톤도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두 마법사는 마누스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둘만의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마누스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몇 걸음 걷던 마누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파이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대화에 빠져있던 파이톤과 레녹스가 대화를 멈추고 그런 마누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친 마누스가 파이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파이톤님. 아까 하던 얘기 중에 지기의 흐름에 대한 얘기 말입니다.”
“아, 네. 마누스님.”
“그에 대한 대책은 생각해 보셨겠지요?”
“물론이지요. 그에 대해 원로 회의 때 의견을 제시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개략적인 내용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정보도 확인해 보고, 앞으로 필요할지 모를 몇 가지도 준비해 보겠습니다.”
“어휴. 그럼 좋지요. 다른 게 아니라...”
그때부터 파이톤이 대한민국의 전체 지도를 화면에 띄우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 지도는 중국, 만주, 대한민국까지 보이는 대형지도였다.
언제 이 넓은 지역을 조사했는지, 높은 산을 중심으로 점으로 이어지는 표시들이 가득했다.
파이톤이 그 표시들을 가리키며 설명해 나갔다.
“이 점들이 지기를 막거나 흩트리는 무언가가 있는 곳입니다. 확인해 본 결과 대형 쇠막대부터 아예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을 세워둔 곳도 있었습니다. 더 문제는 흔히 터널이라고 부르는 동굴 도로입니다. 긴 산맥의 중간중간을 터널로 뚫어 놓다 보니, 지기가 막히거나 소멸해 버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그런 곳은 지진 마법으로 아예 지형 자체를 바꾸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요즘 이 대한민국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더군요. 그래서 강도 9 정도의 강진을 짧게 펼치면서 그 점과 그 주위의 지형을 바꿔버리면, 지기의 흐름이 훨씬 원활하고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듯합니다. 동굴 도로는 아예 무너뜨리고 지기의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우회해서 뚫어줄까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그게 좋겠군요. 시운도 이 사실을 알게 될 테니, 시운까지 불러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거기에 한가지 꼭 생각해야 할 점은 시운의 성격을 생각해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계산해 주십시오.”
“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준비되시면 원로들을 소집해 주십시오.”
“네.”
그렇게 마누스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받은 두 마법사는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아예 전체 학파 회원들을 다 모아서 회의하기로 합의했다.
원로회의장
시운까지 낀 13 존재의 회의장이 열렸다.
이미 여러 차례 정기, 부정기 회의가 열렸었기에, 모인 이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처음 말문을 연 것은 케로마였다.
“이제 33차 원로 회의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기본 안건은...”
기본 안건은 학파별로 서로의 양해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안건이었다.
오늘의 기본 안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변 국가에서 챙겨온 핵무기 등의 첨단 대량 살상 무기의 보관 및 처분에 관한 내용.
둘째는 대한민국 환경과 기후, 미세먼지 해결 문제.
케로마의 첫 말에 이어 마누스가 말을 이었다.
“우선 세계, 특히 한국 주변국 정보부 모습을 보고하겠습니다. 중국 정보부에서는...”
중국은 고위 공산당 지도부의 내분으로 정보부와 군부조차 서로 눈치 보기 바빠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보고였다.
반면에 일본은 여론이 들끓어 올라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무신경한 자세를 지켜왔었다.
막후시대부터 국민은 정치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교육받아 왔기에 정치계에서 어떤 물의를 일으켜도 일본 국민들은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해 왔었다.
막부시대 때부터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일본 국민은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게 해 주는 존재였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늘 자신의 영지민들을 챙겨왔었다.
다만 그 성격이 같은 인간으로서의 평등한 배려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힘과 세력을 유지하도록 키우는 가축 정도라고 할까.
국민들도 그런 상황에서 수백 년을 지나오다 보니, 그저 순응하고 주는 것만 받아먹는 생활에 젖어있었다.
평상시에는 이런 일본 국민들의 생활이 참 좋아 보인다.
왜냐하면, 영주나 정치인들이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국민들을 살찌우기에 최선을 다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나 극한 상황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영주들이나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동안 내가 너희를 잘 먹여 살렸으니, 이제는 너희가 나를 위해 죽어줘야겠다.’라고.
그랬던 일본의 국민 정서가 이번 일로 인해 완전히 깨져버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정치인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총리는 여러 곳에서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비록 인형이 대신 당하는 것이었지만.
러시아는 극동 아시아에 배치했던 모든 전술, 전략 무기를 유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미군과 중국, 일본의 전략, 전술무기들이 탈취당한 것을 알아챘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누구보다 호전적인 대통령은 호전적인 만큼 눈치도 빨랐고, 결정은 더 빨랐다.
미국의 백악관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상황을 보면서 한마디로 결정을 내렸다.
‘언터쳐블’
그때부터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에서는 ‘낚시왕’ 찾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낚시왕’의 비위를 상하게 할 만한 모든 정보와 지시도 ‘완전 중지’를 명했다.
처음에는 꼴통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핵미사일이라도 쏟아붓겠다는 협박을 보내라고 난리를 쳐댔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TV에 전원이 들어왔다.
갑자기 켜진 TV에 눈길이 돌아간 순간 모두의 입이 더는 벌어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바로 백악관 하늘 위에 북한 국기와 중국 국기, 심지어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미사일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화면이 끝나면서 바로 ‘낚시왕’이 등장했다.
그리고 딱 한문장만 뱉어내고 큰 소리로 웃어댔다.
“누가 빠를까? 크하하하하.”
그 이후로 대통령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낚시왕’에 대한 정보 차단을 명령했다.
자기 몸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다운 모습이었다.
사실 이 화면은 마누스가 미리 준비해 둔 환영마법 화면이었다.
미국 백악관뿐만 아니었다.
거의 모든 나라의 대통령궁과 의회 건물 머리 위에 수많은 핵미사일이 떠 있는 환상마법 화면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마법사들이 오래전에 준비해 둔 환상마법 화면이었다.
가장 이기적인 존재가 정치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그 일이 끝나고 대통령 회의실에서는 경호실장이 재빨리 튀어나갔다.
정말 하늘에 미사일이 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백악관 지붕 위에는 깨끗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확인했지만, 계속 깨끗했다고 보고 했다.
백악관 TV에는 항상 자동 녹화 기능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 화면을 다시 찾아서 조작된 것인지 확인했다.
하지만 어떤 전문가도 그 화면을 보고 조작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그 화면을 보기 전에 비밀서약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경호실에서는 그들의 스마트폰에 도청장치와 각종 문서검색 장치를 설치했다.
혹시 비밀을 누설하려는 시도가 보일 경우 즉각 사살하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그들 주위에는 항상 감시인원을 붙이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기도 했고.
백악관에서는 그 일이 있었던 후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언터쳐블 코리아’
대한민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건들지 말라.
무역 관세 보복조치도 곧바로 해제했다.
의회와 관련 단체에서 극렬하게 항의해 왔다.
백악관에서는 처음으로 그 단체의 장들만 조용히 불러들였다.
그리고 녹화해 두었던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화면을 본 모두가 마찬가지 절차를 거치고 조용히 물러갔다.
이후로는 어떠한 잡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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