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악랄한 채권 추심 - 전범 기업 털어먹기
그렇게 대통령 담화가 끝나자 대부분의 방송에서 대통령 담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규방송은 사정상 쉰다는 자막도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누스 조는 ‘클클클’ 웃었다.
“확실히 심지가 단단한 인간이긴 합니다, 그려.”
“헐헐헐. 흔히 속으로 강하고 겉으로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말이 아주 적절한 듯 보이는군. 헐헐헐.”
“그나저나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 것 아닐까요?”
“뭐 어떤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기로 했는데. 클클클.”
“아! 하긴 그렇습니다. 이제 성역이라는 게 차츰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온통 방송이 우리 얘기뿐입니다. 사실 중요한 건 내일 전국의 지진인데요.”
“사실 지진이 별로 강하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을 걸세.”
“그건 그렇습니다. 어째 날마다 흥미진진한 일만 있어서 몸이 들썩거릴 정도입니다. 헐헐헐.”
“다들 신이 나서 활동하니, 이거 뼈다귀도 더 젊어지는 것 같네. 헐헐헐.”
“헐헐헐.”
그때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또 한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저희가 방송국에 지진 시간표를 전해 주는 건 어떨까요? 그럼 엉뚱한 소리보다 지진에 대한 방송을 더 하지 않을까요?”
“오호! 좋은 생각이로세. 그러도록 하세.”
잠시 후, 각 방송국에서는 ‘긴급 입수’라는 글자로 지진 시간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모든 방송국이 한꺼번에 ‘긴급 입수’라는 방송을 토해내자, 그걸 지켜본 마누스 조는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마누스 조가 웃는 소리에 몇 조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하나둘씩 모여들어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TV를 보며 함께 웃었다.
그때 거대 마법진 학파의 파이톤이 입을 열어 주의를 주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습니다만, 지기를 왜곡하고 틀어막았다가 한꺼번에 흔들게 되면 우리조차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렇지. 이 나라에 흐르던 지기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니,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계산할 수가 없겠군.”
“그럼 이거 큰일 아닙니까?”
그렇게 모두가 수군거릴 때 파이톤이 다시 말을 받았다.
“아마도 작지 않은 규모로 기의 폭풍이 일어나긴 할 겁니다만, 땅이 뒤집어지거나 산이 무너지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다행이구려. 그래도 일단 비상 상황으로 생각하고 긴장하긴 해야겠구려.”
“네. 그렇습니다. 내일은 그 뭔가 우주에 떠 있다는 걸 전부 이쪽에 맞춰서 감시하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아! 그러겠습니다. 내일 하루는 주변에 있는 모든 인공위성을 우리가 장악해서 북쪽 끝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집중적으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려면 미리 마나를 가득 채워둬야 했다.
시운은 그날 저녁 부인에게 전화했다.
“나. 오늘 못 들어가.”
“알았어요. 잘 챙겨 먹고 일해요.”
“응. 내일은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 애들도 학교 갔다가 일찍 집으로 오라고 하고.”
“네. 안 그래도 지금 TV 보면서 애들도 지진 시간표 잘 확인하고 있어요.”
“잘했네. 근데 그 시간표보다 더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모양이야. 나도 듣기만 한 일인데, 혹시 모르니까 머리 위에 떨어질 만한 것 있나 잘 확인하고.”
“네. 알았어요. 당신도 조심해요.”
“응. 알았어.”
이어서 부모님에게도 전화하고 여동생들에게도 전화했다.
연락을 마친 시운은 자신의 마나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더 마나를 채우기 위해 마나 호흡에 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5시.
마법사 중에서 시운만 잠을 잤었다.
시운이 일어나 준비해 둔 도시락을 먹고 양치와 고양이 세수를 했다.
남은 도시락 5개를 챙겨 들고 우주선에 올랐다.
창고 문이 절로 열리고 잠깐씩 바람이 일렁이기를 서른두 번.
다시 창고 문이 절로 닫혔다.
아마도 투명화 마법을 풀고 날았으면, 그 모습도 장관이었을 것이다.
우주선의 크기도 다양, 모양도 다양.
가장 작은 우주선은 11인승 승합차 크기고, 가장 큰 우주선은 구축함 만한 우주선이다.
더 큰 것도 있지만, 그건 굳이 쓸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도착한 아무르 강변.
시운은 밖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광활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넓은 땅.
굽이치는 강까지.
파이톤의 지시에 따라 10km씩 간격을 벌렸다.
파이톤이 탄 우주선이 날아다니며 간격을 조정했다.
끝으로 파이톤이 ‘마법 발사’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부터 우주선에서 보이지 않는 마법이 땅으로 내려꽂혔다.
시운은 그 마나의 파동을 느끼며 전율했다.
좌우 10km씩 떨어진 우주선에서 쏘아진 마나의 파동이 시운의 마나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시운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그저 황홀한 기분에 푹 빠져버렸다.
한 시간이 지나고 다음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게 다섯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시운의 차례가 되었다.
황홀한 기분에 빠진 채 시운은 6써클에 해당하는 약한 지진 마법을 쏘아냈다.
비록 약한 지진 마법이었지만 그 범위가 워낙 넓어서 마나가 보통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마법을 쓸 때 느꼈던 황홀한 느낌보다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 황홀한 느낌 속에서 자신의 마나를 관조하게 되었다.
마법에 집중하느라 마나에는 집중하지 못했지만, 왠지 마나 통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중에 형님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운도 1시간을 꼬박 채웠다.
시운이 마법을 마치자 바로 다음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했다.
시운은 마법을 취소하고 뒤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마나를 다 채우고 다음을 기다리는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마법이 대규모로 활성화되니까 기분이 너무 황홀합니다.”
“오호. 그래도 마나 친화력이 많이 늘었나 보구먼. 좋은 일일세.”
“아, 그런 거군요? 그런데요, 형님. 제가 마법을 쓰는 동안 제 마나 통이 조금씩 더 커지는 것 같았는데,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흐음. 대규모 마법을 쓰면서 서로 마나를 잘 공명시키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네. 그러려면 마나에 깊이 공명해야 하는데, 웬만한 재능을 가져서는 쉽지 않은 일일세. 자네 세상에 와서 이쪽 마나에 자네 몸이 잘 맞는 모양이군. 좋은 일일세.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겠어.”
“오오. 정말입니까? 저는 여기서 끝이려니 했는데. 우와!”
“헐헐헐. 역시 발전이 눈에 보이면 행복해지는 게 이치인 듯하구먼. 헐헐헐.”
그 말에 힘을 얻은 시운이 더욱 집중하며 마나 호흡에 빠져들었다.
그저 마나를 모은다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마나와 하나가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마나와 자신이 하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잊어갔다.
여전히 우주선 뒤쪽에 마나 발전기에서는 충분한 마나가 공급되고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마나를 흡수해도 여유가 충분했다.
그렇게 시운은 다섯 시간을 꼬박 채우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마나와 합일되어 갔다.
주위에서 순서대로 마법을 쓰고, 다시 채우는 마법사들은 그런 시운을 살폈다.
시운의 차례가 되었지만, 누구도 깨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운을 빼고 다음 마법사가 바로 이어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운이나 다른 우주선에 타고 있는 여섯 번째 마법사는 예비전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우주선에서는 여섯 명이 돌아가며 마법을 사용했다.
시운이 탄 우주선에서는 다섯 명이 돌아가며 마법을 사용한다.
그래도 충분히 여유 있게 돌아갔다.
그렇게 시운은 형님들의 배려로 열다섯 시간이나 마나와의 합일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시운의 마나 고리는 희미한 아홉 번째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깐씩 시운의 몸이 흐릿해지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다섯 마법사는 흐뭇한 미소로 지켜봐 주었다.
그렇게 지진 마법으로 땅을 흔들면서 지기를 바로잡아오는 동안 특별한 일 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첫 번째 위기가 발생했다.
바로 백두산에 잠자고 있던 용암이 터져 오른 것이었다.
지진으로 땅을 흔들면서 지기를 훑어오는 동안 지진 뒤를 조용히 따라 흐르던 지기가 백두산에서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었다.
대략 30분가량 화산이 폭발하더니, 금방 다시 잠잠해져 버렸다.
백두산 천지 덕분에 물속에서만 용암이 터졌다.
화산도 물 덕분에 바로 잠잠해졌다.
천지에서 갑작스럽게 솟구친 물기둥 때문에 관광객들이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마누스 조는 위성을 통해 그 장면을 보다가 자신들이라도 튀어 나가야 하나 고민했다.
다행스럽게도 30분 만에 다시 잠잠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부터 다른 곳도 신경 쓰지만, 화산이 터졌던 곳을 집중적으로 신경 쓰기로 했다.
한국에는 휴화산이 별로 없어서 큰 걱정은 덜었다.
시운의 조에서 다시 시운이 눈을 뜨고 마법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시운은 느낄 수 있었다.
마법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럽다고.
덕분에 마법을 사용하는 중에도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제는 머릿속에 있는 마법을 실제로도 숙련되도록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법 쓰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시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진짜 마법사가 된 것 같네.’
한 시간이 지나고 다음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자, 시운이 마법을 취소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마나를 느껴보자 아직 반 이상 마나가 남아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형님들에게 물었다.
“형님. 혹시 다음에는 제가 두 시간 동안 마법을 사용해 봐도 될까요? 지금 느껴보니 아직 반 이상 마나가 남은 것 같은데요.”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 우리도 마나가 떨어져서 교대하는 건 아니니까. 자네 좋을 대로 해 보시게.”
“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나 6써클 광역 마법을 썼는데도 마나가 반 이상 남았단 말인가?”
“네. 그래서 두 시간을 써 보려는 거예요.”
“오호! 자네가 드디어 9써클에 입문한 모양이군.”
“네. 제 마나 여덟 번째 마나 고리 밖으로 희미한 고리가 하나 더 생기려고 하네요.”
“헐헐헐. 좋은 일일세. 역시 마법을 자꾸 써야 마나도 더 잘 모이는 걸세. 거기에 좀 전에 자네가 마나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는 모양이던데, 아주 좋은 현상일세. 헐헐헐.”
“하하하. 고맙습니다. 저도 사실 여기서 끝일 줄 알아서 발전은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모두가 웃었다.
시운의 성장은 그들의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에 모두가 기꺼워할 일이었다.
그렇게 지진을 일으키며 내려가서 제주도를 지났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도 화산의 분화구가 잠시 흔들렸다.
다행히 화산 폭발이나 용암이 튀어 오르는 일은 없었다.
제주도에서 50km 정도를 더 내려와서 지진 마법을 중단했다.
그런데 지진 마법을 중단했음에도 물속의 땅은 계속해서 흔들리던 흐름을 이어나갔다.
마법사들은 더는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서둘러 창고로 우주선을 돌렸다.
물속까지 살피지 않았기에 누구도 지진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지진이 다음날 새벽에 후쿠오카 서쪽 부분 반을 덮쳐버렸다.
일본은 여전히 지진과 화산, 용암과 온천이 들끓는 지역이었던 점을 간과해 버렸다.
특히 후쿠오카 섬 서남쪽 아랫부분으로 화산들이 몰려 있었다.
후쿠오카 섬 중심부의 아소산부터 화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화산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해 나갔다.
그 화산 폭발의 여파로 해양판 자체가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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