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리도 같은 민족인데
반면 남측 병사들은 전부 다 나온 것처럼 보였다.
간혹 막대기 네 개가 달린 병사도 나와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굼벵이가 된다는 그 병장들이었다.
심지어 철책에 붙어서 기사들을 바라보고 서 있다.
기사들은 창을 집어넣고 검을 꺼내 들었다.
검을 뽑은 채 말을 몰아 지나가면서 기감으로 지뢰를 찾았다.
지뢰가 느껴지면 그 부분을 검에 오러를 길게 뽑아내어 그 오러로 지뢰 주변의 땅을 도려냈다.
“오메. 저, 저거 검강 아니여?”
“검강은 말임다. 무협에서나 나오는 거지 말임다. 저분은 기사 복장을 했으니까, 오러라고 불러야 하지 말임다.”
“그거나 그거나, 새꺄. 따지냐? 판타지 박사라고 티내는 겨?”
“그건 아니지 말임다.”
“오오! 검강을 쭈욱 뽑았어! 몇 미터나 되는 겨?”
“허얼. 저 정도면 화경을 넘어 현경의 고수 정도 되지 말임다.”
“좀 전에는 검강이 아니라 오러라며? 오러를 저 정도로 뽑으면 그랜드 마스터지 임마.”
“그, 그렇슴다.”
굼벵이 병장과 한 일병의 만담처럼 기사들은 지뢰가 감지되면 검에서 뽑아낸 오러로 땅을 도려내고 거기에 드러난 지뢰를 검에서 뽑은 오러로 잡아당겼다.
“오오오! 허공섭물!”
“오러로 물건을 잡아 당기는 그랜드 마스터의 고유 술기지 말임다.”
“으하하하. 오늘 제대로 판타지 본다.”
그렇게 기사들이 지나가며 지뢰를 뽑아냈다.
뽑아낸 지뢰는 모두 아공간에 차곡차곡 담았다.
GP 가까이 지나는 한 기사를 본 병사가 감격한 나머지 받들어 총 자세로 외쳤다.
“추웅스엉! 지킴이 어르신 고맙습니다아아!”
“추웅스엉!”
한 병사의 외침이 전염되어, 주변에서 보고 있던 모든 병사가 충성을 외쳐댔다.
그 근처를 지나던 기사가 고개를 돌려 그런 병사들을 바라봐 주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 병사들이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병사의 환호성을 들은 기사가 천천히 말을 몰아 병사들에게 다가왔다.
병사들은 저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며 침을 꿀꺽 삼켰다.
기사가 대략 5미터 정도로 가까이 다가섰다.
그 정도 거리에 선 채 한 병사에게 눈을 맞췄다.
“허리가 많이 아픈가, 병사?”
“...? 느에. 그, 그렇습니다!”
“어쩌다 그랬는가?”
“며칠 전 야간 훈련할 때, 박격포를 옮기다가 바닥을 잘 못 짚는 바람에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저런. 많이 힘들었겠구먼. 그런데도 쉬지 못하고 근무에 나선 겐가?”
“이 정도 아픈 건 어쩔 수 없슴다!”
“그럴 수도 있겠구먼. 이리 가까이 오게.”
“...?”
그 병사가 머뭇거리고 섰자, 그 옆에 있던 고참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야, 뭐해? 어르신이 부르시잖아. 얼른 가 봐.”
“...네.”
그리고 주춤거리며 기사에게 다가갔다.
말 머리와 일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병사가 서자, 기사가 말했다.
“뒤로 돌아서 보게.”
“넵.”
병사가 뒤로 돌아서자 기사가 검을 내밀어 그 병사의 등과 허리를 몇 번 찔러주었다.
그 검 끝에는 검붉은 오러가 엷게 맺혀 있었다.
“이제부터는 다치기 전보다 훨씬 허리가 튼튼해질 걸세. 어떤가?”
“...? 오오! 허리가 뜨끔하고 쑤시며 아프던 것이 전혀 없어졌슴다! 허리를 아무리 움직여도 아프지 않슴다! 너무너무 고맙슴다!”
“헐헐헐. 앞으로는 다치지 말고 잘 지내게.”
“넵. 고맙슴다! 지킴이 어르신!”
“헐헐헐. 우리도 자네들이 늘 고맙네. 자네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이. 헐헐헐.”
“...!”
그 기사가 다시 기수를 돌려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지킴이 어르신 만세! 만세! 만세!”
“헐헐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기사였다.
그렇게 기사가 지나가자 한참을 기사를 바라보던 병사들이 두런두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한 일병이 옆에 선 병장에게 물었다.
“김병장님. 그럼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는 검까?”
“뭐가?”
“지킴이 어르신들이 우리보고 20km 뒤로 물리라고 하시지 않았슴까? 그래서 우리 부대도 이사 준비하라고 했지 말임다.”
“그랬지. 그나저나 이사 갈 곳은 있나 몰라?”
“이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앞으로 우린 경계근무 안 서도 되지 않겠슴까?”
“에라이. 윗대가리들이 어떤 인간들인데, 우리같은 병사들이 놀게 두겠냐? 근데 사실 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굴리려면 머리깨나 깨지겠다. 킬킬킬. 어차피 나는 제대하지롱. 크크크”
“으윽. 미리 축하드림다.”
“오냐오냐. 남은 시간 뺑이쳐라. 킬킬킬.”
그리고 그 병장은 다시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에는 철새들도 있었고, 고라니, 삵, 멧돼지 등 많은 야생동물이 뛰어다녔다.
한동안은 기사들에 의해 앞으로 몰려가던 동물들도 어느새 기사들 사이로 빠져서 뒤로 도망가기도 했다.
어느 부대에서는 방송국 카메라가 들어와서 기사들의 활동 모습을 찍기도 했다.
기사들은 사전에 부탁받은 대로 아무리 힘들어도 지뢰를 단 한 개도 터트리지 않았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단 하나도 터트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듣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힘든 경우에는 동행하는 마법사에게 부탁했다.
마법사는 탐색 마법으로 지뢰를 찾았다.
땅속 깊숙이 묻혀서 주변 땅을 오러로 오려내더라도 다시 주변 흙에 묻힐 상황이었다.
그런 지뢰는 마법사가 지뢰 바로 윗부분까지 땅파기 마법으로 흙을 걷어내 주었다.
그럼 기사가 오러로 지뢰를 떠올려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런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되고 있다.
그 방송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중이었다.
지뢰를 찾고 캐내거나 폭파해서 제거해 오던 기존의 방식과는 너무도 다른 방식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이 나와서 지뢰를 찾고 캐내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지금 저런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다면, 인명 피해나 주변의 피해가 전혀 없어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침을 튀기며 열변해댔다.
그 시간 마누스 조는 얼마 전부터 확인해 오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의 정보국에서도 대부분 확인했지만, 놓친 부분도 많았던 그 작업이었다.
바로 북한 고위직들의 해외 계좌 추적이다.
김씨 일가의 계좌뿐만이 아니었다.
고위직의 비밀 계좌를 합하면, 김씨 일가가 대를 이어 모아왔던 금액을 훨씬 넘었다.
마누스 조에서는 미국 정보국도 찾지 못했던 계좌까지 깡그리 찾아냈다.
그리고 그 모든 계좌를 동결시켰다.
일단 동결시켰다가, 추 후에 따로 통합할 것이다.
그 자금은 온전히 북한 개발과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마누스는 북한의 정보를 전문으로 챙겨왔던 마법사를 불렀다.
“자네가 그동안 북한의 정보도 챙겨왔었던가?”
“네, 제가 흔히 제3 세계라는 나라들과 북한까지 챙겨왔습니다.”
“잘 됐군. 김정은이에게 날아가서 최대한 빨리 정치장교 전부, 공산당 상무지도위원 전부를 그 가족까지 모조리 평양으로 모이도록 만들게. 며칠 시간을 줘야 할 거야.”
“네. 이틀 정도면 아무리 외진 곳에 있는 인간들도 다 모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너무 늘어져도 좋을 게 없으니까, 그렇게 하게.”
“그렇게 다 모아서 뭘 할까요?”
그때부터 마누스가 그들의 처우를 결정했다.
어차피 마누스 외에는 관심 있는 존재들도 없었다.
마누스는 그에게 한참 동안 지시를 내렸다.
마누스의 지시를 받은 마법사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곧 김정은 코 앞에 나타났다.
김정은은 그동안 술도 마시지 못했다.
먹는 것도 엄청나게 줄었다.
도무지 입으로 들어가질 않았기에.
그래서 몸도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그는 마법사가 나타나자, 그동안 봤던 동영상의 모습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체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마법사가 ‘흘흘흘’ 웃음을 흘렸다.
“지금부터 네놈이 살 길을 알려주겠다.”
마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에 김정은은 두말하지 않고 따랐다.
사실 지시라고 긴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내일모레 오후 4시까지 모든 정치장교와 그 모든 가족, 모든 노동당 상무지도위원 이상과 그 모든 가족을 평양 광장에 집합시켜라.’였다.
다만 덧붙인 말은 있었다.
“한 놈이라도 빠진 놈이 생기면, 네놈의 그 두툼한 살을 잘게 저며줄 것이다. 켈켈켈.”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던 것과 같이 다시 사라져버렸다.
김정은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그가 다시 사라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늘어져 버렸다.
그러다 얼른 밖에 있는 비서를 불렀다.
비서가 셋이나 달려왔다.
워낙 다급하게 불러댔기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그들에게 마법사의 지시를 읊었다.
거기에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놈이라도 빠지면, 그 일가족 모두를 인민재판으로 박살내 주겠다.’고.
그렇게 사라진 마법사는 그동안 위성으로만 보던 정치범 수용소들을 살폈다.
북한 전역에 퍼져있는 정치범 수용소는 그 수도 많았다.
그래서 북한 전역을 둘러봐야 했다.
아울러 위치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상태도 확인했다.
한마디로 처참했다.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그 마법사는 속으로 말했다.
‘조금만 견뎌내거라.’
정치범 수용소마다 그곳을 지키는 군대도 확인했다.
아울러 그 주변을 빙 둘러 결계도 치기 시작했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그 작업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혼자서는 무리가 될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마법사까지 불러서 일을 하기에는 낭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 정도도 혼자서 못하나?’하는 소리를 들어서 자존심을 상하고 싶지 않았다.
가지고 온 마나석과 마나발전기까지 설치하면서 결계마법을 펼치니 뼈가 삭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를 혼자 해내면, 나중에라도 다른 마법사들이 존중해 줄 것이다.
그 생각으로 뻐근한 몸을 쉬지 않고 놀려댔다.
지금 만든 결계마법은 입구만 열어 뒀다.
나중에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과 내일모레 교대할 사람들이 바뀌게 되면, 그때는 입구마저 막아버릴 것이다.
마법사가 마누스에게 받은 지시는 우선 정치 장교들과 그 가족들 전원, 노동당 정치 상무 지도위원들과 그 가족 전원, 노동당 중앙 정치 위원들과 그 가족 전원.
거기에 군 장교 중에서 노동당에 가입해서 열성적으로 활동해 온 군인들과 그 가족 전원.
이들을 모두 모이게 하라.
그들이 모두 모이면, 김정은 일가를 비롯해 모인 모두를 가족별로 정치범 수용소에 분산 배치하라.
기존에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모두를 분별해서 다시 수용소로 보낼 놈은 돌려보내라.
정치범 수용소 주위를 결계마법으로 막아라.
기존에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던 사람 중에서 대한민국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이번에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 사람들의 집을 나눠주라.
내일모레 시간 되는 마법사들을 보내주겠다.
그전까지는 혼자서 처리해 봐라.
내일모레 정치범 수용소로 보낼 놈들을 분산해서 날려버린 다음에 김정은의 거처들에 있는 모든 인간을 내쫓아라.
건물들에서 인간들이 다 나오면, 그 건물들을 일단 모두 봉하라,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다음으로 모든 당정 사무실 건물들, 보위부 등 주요 건물에 환영 마법으로 불을 질러라.
그 안에 있는 모든 인간을 다 내쫓고, 그 건물들도 모두 봉하라.
우리가 샅샅이 조사할 수 있게, 그 어떤 자료도 없어지지 않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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