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리도 같은 민족인데
지금처럼 식사 재료와 생필품도 계속 내려 줄 것이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잘 생각하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결정되면, 부대장에게 보고하라.
부대장들은 어느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저 받아 적어 놓기만 하라.
곧 직업 훈련 시설을 만들어서 모집할 것이다.
장교들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군대는 앞으로 남한 군대와 통합할 것이다.
지금보다 모든 생활과 무기들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쏜 살처럼 지나갔다.
그동안 마누스 조에서는 다른 나라의 정보 수집은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돌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부로 신경 쓸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대신 온 정신을 북한에 쏟았다.
다른 마법사들의 협조도 구했다.
북한 전역에 나를 생필품과 식 재료를 수집하고, 북으로 나르느라 무척 바빴다.
쌀과 채소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까지 직접 날아가서 사 오기도 했다.
마누스 조와 테라니우스 조에서 싸게 매입하면, 마법사 중에서 한 사람이 날아가서 아공간에 가득 담아 왔다.
그것들을 북한 전역을 날아다니며 쏟아 부었다.
대한민국에 남아 있던 오래된 정부미도 이번에 전부 사들였다.
채소는 가격 조절에 신경 쓰며 사들였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미국에서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식량이 남아도는 곳에서는 대량으로 싸게 매입했다.
특히 가격을 싸게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수송비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쌀만으로는 부족해서 할 수 없이 밀도 잔뜩 사들였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과 북한의 사정과 달리 남한의 정부와 국회, 언론에서는 연일 딴나라당의 장외투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때 숨을 죽이고 있던 딴나라당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의원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덤비고 있었다.
이제 정말 여기서 밀리면 정치계에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실종된 많은 의원에서 제외된 데 대한 자신감도 한몫했고.
여전히 권모술수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정치하려는 대통령도 답답한 모습이었다.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층 밖에는 알지 못했다.
대통령조차도 간간이 보내주는 마누스의 메일을 통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많은 언론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많은 교사와 ‘밝은 세상’ 직원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지고 있었다.
특히 북한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많은 사람에게 북한의 변화를 전해 듣기도 했다.
그래서 언론에서나 일반 시민들은 지킴이 어르신들만 열심히 일하게 두는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공작’보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야당과 협의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야당은 그것을 노리고 계속 ‘장외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물고 늘어졌고.
거기에 북한이라면 무조건 이를 갈아대는 노인들까지 이용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문제까지 지킴이 어르신들의 도움을 바라야 한다면, ‘민주화’는 필요도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익과 정권을 차지할 욕심만 내세우는 딴나라당의 남은 의원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딱히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서 ‘지킴이 어르신’들에게 실종되지 않을 수 있었다.
거기에 친일 매국노의 후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인간들이었다.
작은 욕심으로 큰 것을 잃는 것을 모르는 그런.
그들의 주장에 대처할 만한 말이 없는 그런 주장이어서 더 곤란을 겪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이었다.
‘지킴이 어르신들이 나라를 다 경영하는데, 대통령과 여당은 뭘 하고 있나? 차라리 하야하고 모두 퇴진하라.’
지금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강짜를 부리고 있으니.
심지어 정부와 국회의 허가도 없이 ‘밝은 세상’ 소속 기업이나 단체에서 북한 주민에게 많은 것을 보내주는 사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것에 대해서 마누스 조에서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물론, 당장에라도 북한의 지도부와 공산주의자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어 격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다.
아울러 북한을 개발하고 남한과의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격차를 줄인 후 상호 통합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지켜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왜 그럴까?’
이런 생각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지킴이’로서 나라와 민족에 해를 끼친 적이 없다는, 오히려 그동안의 숙원과 평화를 선물해 준 든든한 존재라고 믿어주길 바랐다.
그런 존재가 이런 일을 이렇게 처리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봐 주길 바랐다.
이런 생각의 훈련이 바로 진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국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만큼 국민들의 민주 의식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살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나라들을 잘 알게 되면서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민주 의식이 발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다른 사람이나 특히 ‘지킴이’에 대해 ‘왜 그럴까?’를 한 번씩 생각해 보는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누스 조의 생각에 다른 마법사들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동안의 생활에서 마누스를 비롯한 룬학파 마법사들의 깊은 생각을 접해왔던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언론도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새로운 기득권층을 찾아서 이리저리 박쥐처럼 움직이는 언론과 소신 있게 진짜 사실만 전달하는 언론으로.
국민들도 크게 두 부류로 서서히 나뉘기 시작했다.
한 부류는 여전히 구나라당의 주장에 ‘진짜 그런 것 아냐?’라며 부화뇌동하는 부류.
또 한 부류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기에 그저 ‘그게 아닐 텐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류.
마누스 조에서는 처음의 소신대로 모든 정보를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개발에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했다.
세밀한 조율도 수시로 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일일이 밝힐 수 있는 방송국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한 번 대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누스 조에서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지금 언론이나 국회의원들이 큰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후원했던 기업이 거의 모두 ‘밝은 세상’으로 넘어가 버려서, 정치 자금 얻을 곳이 사라져버렸다.
언론사도 광고료를 얻지 못해 몸집을 줄여야 할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 사냥할 생각보다 남이 던져주는 고기를 기다리는 동물원의 짐승들처럼.
또한, 남의 피를 빨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머리처럼.
이 나라는 지도자라는 사람이든, 백성이든 민주적으로 개화가 덜 되었음이 분명하다.
조선 시대와 다름이 없다.
백성들은 정치를 감히 알려 해서도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두려워만 하고.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백성들이 정치에 관심 두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란 말인가.
조선 시대의 정치가들을 당파싸움만 한 파렴치한 인간들로 욕하면서 지금의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별의별 협잡질을 다 해도 그저 모른 척만 한다.
결국, 참다못한 마누스가 뒤르칸트에게 지시했다.
한 번 더 방송하자고.
“나 뒤르칸트다. 그동안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지켜보기만 해 왔다. 정치인들, 특히 정당의 존립 목적이 정권 창출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라가 없어지면, 정권이 의미 있나? 가난하고 뒤떨어진 나라가 되어도 무조건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인가? 노동법에 ‘무노동 무임금’ 법 규정이 있더구나. 이제부터 지킴이로서 명한다.”
첫째, 국회의원의 연금을 폐지한다.
선출직 공무원이 무슨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는가.
20년, 30년을 근무한 일반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는가.
선출직이면 선출직답게 선출된 동안 최선을 다하고, 떨어지면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가라.
둘째,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2인으로 제한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등한시하는 이유가 보좌관이 너무 많아서인 듯하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좌관을 최소로 운영하라.
셋째, 국회의원의 급여를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분해서 지급하라.
최소한의 활동비로 현 급여의 1/5만 기본급으로 지급하라.
그 외에는 입법활동의 결과에 따라 성과급으로 차등지급하라.
일 안 하는 노동자는 급여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네놈들이 만든 법이 아니냐.
다만, 최소한의 활동비는 필요할 것으로 인정해서 기본급은 지급하라.
넷째, 앞으로 기업이 몰래 넘겨주던 모든 뇌물은 금지한다.
특히 백성들의 안전을 저당잡아 오던 자동차의 안전등급을 최고등급으로 올려라.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백성을 호구로 여겨오던 안전등급을 수출용과 같게 하라.
‘밝은 세상’ 소속 기업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에게만 공개적으로, 또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후원할 것이다.
다섯째, 노조와 언론이 이 시대의 귀족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민주, 즉 백성이 주인인 곳에서 새로운 모습의 귀족이 웬 말이냐.
우리가 직접 고쳐주기 전에 스스로 정화하라.
여섯째, 지금까지 지킴이들이 북한을 청소했다.
이제 북한에는 골수 공산주의자들이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처박혀 있다.
남한의 방종주의자도 청소할까 고민이다.
지금 북한은 지킴이들이 완전히 변화시키는 중이다.
북한 땅 어디에도 무기를 들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군인이 없다.
지킴이들이 북한을 철저하게 지키는 중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남한 백성 중에서 북한의 가족을 방문하고 싶은 경우, ‘밝은 세상’ 소속 기업이든 단체든 어느 곳이든 신청하라.
앞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 전까지는 ‘밝은 세상’ 소속 기업을 통해 왕래할 수 있도록 돕겠다.
뒤르칸트의 방송으로 대한민국이 숙연해졌다.
사실 국민으로서 정치에 무관심했었다.
귀찮았다.
피곤했다.
너무 바빴다.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여유가 없었다.
이리저리 부화뇌동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자유는, 권리는, 주인 됨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숙연해진 가운데, 사람들이 조용하게 몰려드는 곳이 있었다.
‘밝은 세상’ 소속 기업이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들어서던 사람들이었다.
넓은 입구에 ‘방북 신청소’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에 벌써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쭈뼛거리며 들어서던 사람들도 서둘러 그 뒤에 줄을 이었다.
대부분 젊은 사람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달려왔다.
개중에는 힘겹게 서 있는 어르신들도 보였다.
역시 한국의 정일까.
앞에 섰던 젊은 사람이 하나둘 양보하기 시작했다.
결국, 어르신들이 맨 앞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어르신들도 연신 ‘고마워요. 고마우이.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넸다.
마누스의 지시를 받은 ‘밝은 세상’ 소속 기업의 방북 조사단이 조사를 끝내고 돌아왔다.
그들의 보고서 제목은 ‘신북한 개발 계획서’였다.
철로는 서울에서 신의주, 개성에서 원산, 원산에서 경원까지 세 개의 원류로.
동서로도 사리원에서 원산, 평양에서 원산, 안주에서 함흥, 안주에서 증강, 혜산에서 청진.
철로는 모두 KTX로 설치하자는 계획이었다.
고속도로도 철로와 비슷한 노선으로 설치하는 계획이었다.
그 외에 비포장도로와 비만 오면 유실되는 도로가 너무 많아 공사를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공사가 될 것이었다.
공사비는 전액 ‘밝은 세상’에서 내기로 했다.
공사업체는 대한민국과 일본에 있는 ‘밝은 세상’ 소속의 기업들이 주로 맡고, 가능한 많은 구간을 대한민국에 남은 기업들에 배분하기로 계획했다.
북한에 있는 건설업체에도 공사를 나눠주겠지만, 그 감리는 꼭 ‘밝은 세상’ 소속 기업에서 맡기로 계획했다.
기술자는 대한민국과 일본의 ‘밝은 세상’ 소속 기업에서, 일반 노무자는 북한 주민을 채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 작가의말
다시 한 번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제가 공부할 시간을 내지 못해 글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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