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천지 개벽
그런 모습은 바로 개인 통신망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요즘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한국인들이 워낙 많다 보니, 몇 사람만 거치면 외국인들도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은 자기 모습의 제목에 이렇게 올렸다.
‘하늘을 날아서 다리를 만들다!’
제목 아래 설명에는 이렇게 달았다.
‘지킴이 어르신이 하늘을 날게 해 주셨다. 그래서 내 생애 처음으로 하늘을 날면서 공사도 해 보았다.’
그 사진의 댓글이 불타올랐다.
단 한 명도 ‘어그로 끌지 마라.’라는 댓글을 다는 사람이 없었다.
역시 ‘지킴이 어르신’이라는 말은 모든 기적의 무사통과 단어였다.
지킴이 중에서 마법사들은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매일 밤이면 공장으로 돌아와 마나를 채워야 했다.
마나를 다 채우면, 그 시간이 언제이건 움직여야 했다.
식재료와 생필품을 챙겨서 정기적으로 북한 전역을 다니며 나눠줘야 했다.
물론 각자 구역을 정해서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담당 구역이 좁지 않았다.
아울러 낮에는 공사 구간 중에서 일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법의 힘이 필요한 곳을 쫓아다녔다.
물론 그것도 각자의 구역이 있었다.
공사가 워낙 많아야지.
공사 현장에서는 아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만 전담으로 동영상을 찍는 담당자를 선정했다.
지금 북한 내부로 그 어떤 언론인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의 습성과 기레기들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당분간 기자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포기할 존재들이겠는가.
기술자들의 사진이나 개인적인 동영상이 널리 퍼지게 되자, 그걸 언론사에서 거액을 주고 사기 시작했다.
처음 한두 공사장에서 몰래 시작한 동영상 촬영이 나중에는 모든 현장으로 확대되었다.
지킴이들조차 그런 것에 대해 아무런 반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킴이가 모습을 보이거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에도 동영상을 촬영했다.
거기다 특별한 모습이나 공사 등의 상황에 대해서도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 동영상은 현장마다 언론사에 개별적으로 팔아넘겼다.
그 비용을 처음에는 자기네 회사에 넘기려고 했다.
어차피 지킴이들 덕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킴이들은 현장별로 직원들 복지를 위해 쓰라고 돌려주었다.
다만, 직원에는 북한 주민도 포함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장에서는 누구도 뒷돈을 받거나 게으름을 부리려 들지 않았다.
현장마다 여기저기 간판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지킴이 어르신들이 지켜보고 계신다.’
물론, 그렇다고 안 하면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몇 사람 꼭 ‘찍어 먹어봐야 맛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바로 다음날 받은 액수만큼 그의 재산에서 추출 당했다.
아울러 퇴직금 등을 몰수당하고 쫓겨났다.
거기다 그렇게 쫓겨난 사람에 대해서는 ‘징계 결과서’라는 벽보까지 붙었다.
몇 사람 쫓겨나 주니 다음부터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시간만 보내고 일에는 게으른 사람도 바로 퇴출당했다.
마찬가지로 퇴직금까지 환수되었다.
시간 외 수당도 환수되었다.
물론, 그 사람도 ‘징계 결과서’라는 벽보에 이름을 올렸다.
누구도 고용노동부에 제소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북한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전국이 조용해졌다.
청와대와 국회도 조용해졌다.
언론은 언론대로, 딴나라당은 딴나라당대로.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여당이라고 사라진 국회의원이 적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었다.
그나마 국민들은 여전히 열광 중이다.
수시로 등장하는 특별한 동영상 덕분이었다.
또한, 공사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분석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 남한에서도 모두가 북한 개발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북한군의 몸에 무기라고 할만한 것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사실도 증명되었다.
그렇다고 북한을 공격하자느니, 북한으로 진격하자는 말은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지킴이가 북한을 지킨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밝은 세상’ 소속 기업만 북한 개발에 참여한다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업 중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기업 중에 쉬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에서 공사하는 업체가 빠져나간 남한의 건설 현장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의 통일을 반대했던 많은 인사의 우려 중에 ‘예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밝은 세상’에서 모두 책임지겠다고 ‘뒤르칸트’가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투자 가능성 질문에 대해 테라니우스는 그동안 투자 성과를 요약해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평균 월 35% 이상의 투자 성과표였다.
일 년에 400%가 넘는 투자 성과였다.
대통령은 그 자료를 가지고 경제 관료와 회의했다.
그 결과 ‘대통령 긴급 명령’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연기금 운용을 ‘밝은 세상’에 의뢰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밝은 세상’이 가진 해외 증권을 그 연기금 투자 금액의 두 배만큼 담보로 제공했다.
그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해서 나눠 가졌다.
대통령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동안 ‘지킴이 어르신’과의 연락 과정을 세밀하게 발표했다.
특히 그동안 ‘밝은 세상’이 투자했던 성과표를 통계 부분만 따로 빼서 발표했다.
‘지킴이 어르신들’을 믿고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공적 자금 연기금 운용을 ‘밝은 세상’에 맡기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약속 수익률로 매년 100% 이상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예산에서도 3개월 이후로 잡힌 예산에 대해서는 ‘밝은 세상’에 자금을 맡기기로 했다고.
그에 대한 담보로 ‘밝은 세상’이 보유한 해외주식과 자산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앞으로 국민연금을 지금보다 100% 인상해서 지급하겠다고 공포했다.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50%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외의 공적 보험료를 인하하고 지급할 기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직 벌어들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막 퍼줘도 되는지.
그런 우려에 대해 대통령은 또 한가지 사실을 발표했다.
각종 연기금에 대한 운용 방식에서 특별한 점을.
기본 수익률 100%에 해당하는 금액은 매해 셋째 날 미리 입금해 주기로 계약했다고.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기금이나 투자금을 운영하는 데, 수익 약정액을 100%로 한 경우도 없었다.
더 나아가서 수익 약정액을 선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리 줄 수 있는 돈이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투자할 경우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이 나을 테니까.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 결정타였다.
“지킴이 어르신들이 가진 재산이 얼마일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아마 최소한으로 잡아도 1경 원은 훨씬 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허얼...”
“허어...”
기자들은 모두가 넋을 놓았다.
그 내용이 TV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전국을 강타했다.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환호했다.
국회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제출했던 복지 예산 증액에 대한 청구를 승인했다.
돈이 없거나 다른 데 쓸 곳이 많다는 이유로 억지를 쓰며 막아대던 반대파들이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밝은 세상’ 한대 제철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기에 많은 기자가 모여들었다.
사실 특별히 기사화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녹슬지 않는 자동차용 후판 발매’
그동안 한대 제철에서는 전기고로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저온의 고로를 사용했다.
거기다 재활용 철을 사용했기에 불순물이 많았다.
그 불순물도 제대로 녹거나 섞이지 않아 불량철판이 많았다.
그런 것을 마법사가 방문해서 고로 안에 지옥불 마법진을 그려주었다.
그 때문에 어떤 철이라도 집어넣으면 다 녹아버렸다.
거기다 쇳물을 부으면 성분에 따라 자동적으로 분리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더 나아가 쇳물에 마나까지 주입되게 해 주었다.
보기에는 일반 철이었지만, 웬만해서는 녹이 슬지 않게 되었다.
발표자는 자세한 과정 설명을 하지 못했다.
다만, ‘지킴이 어르신께서 개선해 주셨습니다.’라는 말로 넘어갔다.
생산된 철 제품의 성분을 순수한 강철이나 특수강철과 비교해서 보여주었다.
일반 강철과는 비교도 할 수 없고, 비싼 특수강철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판매 가격은 예전과 같게 적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 한대자동차와 기호자동차에 사용하던 후판을 이 철 제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이 자동차는 녹이 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기사에 많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대 제철에서 만들어 납품했던 자동차 후판 때문에 녹슨 자동차가 무척 많았다.
애국심 때문에 국산 차를 이용했던 국민들도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다음 날에는 한대 자동차와 기호 자동차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도 많은 기자가 모였다.
특히 외신 기자들도 많았다.
어제 기사에서 보았던 특별한 발표 때문이었다.
두 자동차 회사에서는 두가지를 발표했다.
‘첫째, 자동차 안전기준을 미국보다 우수하게 생산하겠다.’
‘둘째, 무동력, 무충전 전기자동차 엔진을 선물 받았다, 지킴이 어르신들에게. 그래서 지금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량에는 이 엔진을 얹어서 출시하겠다. 소형차에서 대형 건설기계까지. 이제 도로에서 공해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셋째, 특수한 차량을 제외한 많은 차량의 판매 가격을 30% 인하하겠다.’
‘넷째, 협력업체 납품가를 현실화하겠다.’
모든 기자가 입을 딱 벌렸다.
그중에 일찍 정신을 차린 일부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의 석유재벌들도 지킴이 어르신들을 막지는 못하겠네. 이런 차를 세계에 수출하면, 석유 기업들 주식이 마구 떨어지겠구나.”
“이거 한기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다 먹어버리는 거 아닌가?”
“이야! 진짜 대박이겠는데?”
“확실히 지킴이 어르신들이 회사를 소유하게 되니까, 천지개벽할 일이 마구 쏟아지는구나.”
“협력업체라면 부품 납품하는 하청 업체잖아. 그 부품값을 현실화한다는 건 값을 올려주겠다는 거야, 내리겠다는 거야?”
“당연히 올리는 거지. 그동안 얼마나 쥐어짰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나?”
기자 중에서 그 점, 부품값 현실화에 대해 물었다.
“아마 10 ~ 20% 정도 인상해서 결정될 듯합니다.”
“역시!”
“이야!”
“이런 건 첫머리 기사로 올려야지.”
한 기자는 찻값을 내리려면 어떤 부분에서 절감할 계획인지 물었다.
“아마도 직원들의 급여가 일정 부분 삭감될 겁니다. 업계의 비슷한 업무량에 비해 직원들의 급여가 높게 책정된 것을 어르신들이 바로 잡겠다고 통보하셨습니다.”
“허얼...”
어느 기자가 바로 물었다.
“그럼 노조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가장 강성 노조로 알려졌는데요.”
그 질문에 발표자는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지킴이 어르신들이 그냥 두시겠습니까? 전에 발표하실 때 귀족노조에 대해 경고하셨었는데.”
“하긴.”
“그렇지. 귀족노조가 철퇴를 맞을 때가 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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