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천지개벽
마누스 조에서는 여전히 전 세계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내에서 흐르는 정보 중에 모르는 것을 뽑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국내 정보는 확실하게 챙겼다.
그래서 테라니우스에게 말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국내 문제가 있어서 돈을 더 썼으면 하는데 괜찮겠는가?”
“물론이지요.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밝은 세상 재단’에서는 의사 한 명, 간호사 두 명, 간호조무사 두 명을 한 조로 32개 조를 모았다.
그저 관련 자격증만 있으면 무조건 받아들였다.
연봉은 의사가 6천만 원, 간호사가 4천만 원, 간호조무사가 삼천만 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의사가 적은 듯 보이지만, 요즘 병원이나 의원들 사정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개업의 중에서도 손들고 달려올 정도였다.
크게 내과, 외과, 치과, 이비인후과로 나눠서 32개 조를 다시 네 개씩 나눴다.
내과, 외과, 치과, 이비인후과를 한 단위로 묶어서 전국을 나누었다.
우선 시범적으로 남한을 나눠서 8개 조가 각 지역의 시골을 맡았다.
돌아가며 시골 마을을 순회하는 순회진료소 사업을 시작했다.
큰 버스 한 대에 회계 총무 역으로 한 명, 의료인 20명으로 구성되었다.
버스는 우등 버스용 좌석으로 채웠다.
뒤쪽에는 회의석도 만들었다.
버스 뒤에는 4.5톤짜리 탑차를 배치했다.
탑차에는 리프트가 달려있어서 바닥에서 차 위로 오르기 쉽게 만들었다.
탑차 안에는 마나 발전기, 무동력 발전기, 순간 전신 치료기, X선기, 치과 의자, 안과 검사기 등을 설치했다.
칸막이까지 설치하자, 나름 쓸만해 보였다.
남한의 전 지역으로 시골 진료 차량이 출발하자 그 뒤를 언론사의 취재차량이 따라다녔다.
특히 ‘밝은 세상’이 인수한 삼대 언론사에서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방송과 신문에 알렸다.
문제는 섬이었다.
전국에 섬이 많은 나라다 보니, 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할 수 없이 중형 우주선 두 대를 공개했다.
200여 명이 탈 수 있는 중형 우주선이 공개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생긴 것부터가 별들의 전쟁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던 것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런 것이 하늘을 날고, 물 위를 달리는 모습에 전 세계가 진짜 우주 시대가 대한민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런 호들갑을 보며 마누스 조에서는 당분간 전함 크기의 우주선은 보이지 말자고 웃었다.
지킴이들은 우주선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감추지 않았다.
기자 중에서 탑승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순번을 정해서 탑승을 허락하라고 지시했다.
우주선 조종은 별도로 뽑아서 교육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을 채용해서 채웠다.
우주선 조종사는 기자들과의 면담에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영화에서 보던 것하고 똑같은 우주선입니다. 훈련 중에 우주까지도 날아가 봤는데, 이렇게 편한 우주선이라면 매일 정기 운항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차로 남한에 순회 진료차량이 출발하자, 다시 의료인을 모집했다.
이제는 북한으로 보낼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의료인 모집 광고를 냈다.
단, 북한 지역에서 근무할 의료인을 모집한다고.
이번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특히 치과 지원자가 몇 명 모자랐다.
생각과 달리 여성들이 더 용감한 모습을 보였다.
남한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뽑을 때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25:1 정도였다.
그런데 북에서 일할 의료인을 뽑으니, 12:1이었다.
마누스 조에서는 ‘이 나라는 여성들이 더 용감하구나.’하고 웃었다.
아직 모집이 끝나지 않은 부분은 제외하고 조를 짜서 북한으로 보냈다.
북한에 있는 의사도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 일터가 정해져 있었다.
남한과 달리 북한에는 문제가 있었다.
남한은 지역별로 사람을 뽑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중심에서 모이면 되었다.
그래서 이동 시간이 짧아 진료를 오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북으로 갈 사람들은 모두 남한에서 출발해야 했기에, 진료시간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고속도로에 공간 도약 차선이 있어서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북한 전역의 구석구석을 도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북한으로 가는 사람들은 한 지역당 두 개조로 뽑아야 했다.
삼박사일 일정으로 돌아가며 일하도록 조정했다.
물론, 급여도 더 높였다.
그동안 의사협회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지킴이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과 여론 때문에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일로 의료계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사전에 교육을 받았다.
특히 순간 전신 치료기 작동 방법에 대한 교육이 중요했다.
순간 전신 치료기로 치료할 수 있는 병에 대한 교육도 있었다.
순간 전신 치료기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이나, 치료기로 응급처치만 한 경우에는 ‘밝은 세상 재단’ 본부로 연락해야 했다.
그러면 본부에서 소형 우주선을 보내, 큰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소형 우주선 조종사를 10명 추가로 모집했다.
주로 군에서 헬기를 조종했던 경력자를 채용했다.
소형 우주선은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것이어서, 대형 버스 정도의 크기였다.
헬기를 조종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이틀 만에 조종술을 배웠다.
숙련되려면 며칠이 더 필요할 듯했지만.
중형과 소형 우주선이 대한민국과 북한을 날아다니자, 미군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는 비행체가 버젓이 날아다니니 그들로서는 비상이 걸릴만했다.
그런 정보를 확인한 마누스 조에서 원로회의를 소집했다.
‘미군을 대한민국에 그냥 둬야 할까요?’
‘미군이 왜 여기에 있는 건가?’
‘대한민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눌러앉아 있는 겁니다, 그것도 주둔비까지 받아 챙겨가면서.’
‘허! 누가 누굴 보호한다는 겐가? 당장 쫓아내세.’
단숨에 결정이 내려졌다.
다음날 바로 마누스 조에서 미국의 대통령에게 영상을 보냈다.
백악관에서 편안하게 차를 마시던 도람프는 갑자기 나타난 지킴이 마법사의 환영을 보고 기겁했다.
마시던 커피잔을 훌쩍 집어 던지고 바로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그런 그에게 환영이 호통쳤다.
“감히 아직도 우리가 지키는 땅에서 군대를 빼지 않았어! 간이 얼마나 큰지 한 번 확인해 봐 줘! 아니면 아예 그놈들을 모조리 개구리로 만들어야 뺄 거야! 아! 인간들만 빼! 장비나 무기는 그 지역 오염세로 남겨놓고! 알겠어!”
“예! 예! 당장 빼겠습니다!”
환영이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엎어져 있던 도람프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밖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놀라서 뛰어들어온 비서를 향해 서둘러 안보회의를 소집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안보회의를 기다리는 동안 방안을 서성이던 도람프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결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님 잘 지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방금 지킴이님이 주한미군을 서둘러 빼라고 호통치셨습니다. 대신 장비는 그 지역 오염세라는 명목으로 그대로 두고, 사람만 빼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킴이님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점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 물론이지요.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의 안보 회의에서는 두말하지 않고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했다.
그 길로 국방부에서는 바로 주한미군 사령부와 대사관에 통보했다.
‘장비는 그대로 두고 개인 짐과 사람만 최대한 빨리 대한민국을 벗어나라.’
그로부터 다섯 시간 후부터 오산공군기지에서는 오키나와 공군기지로 왕복하는 비행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성남 공군기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국의 공군기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일주일 만에 대한민국 땅에서는 미 대사관을 제외한 그 어느 곳에서도 미군을 볼 수 없었다.
미 대사관의 정보부서도 특별한 지시를 받고 모두 철수했다.
도람프가 CIA를 비롯한 모든 정부기관을 들볶았다.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정보활동을 금지하라고.
사실 그동안 미국 국방부와 정보부서에서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수시로 백악관 상공을 레이더로 확인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무슨 수를 써도 작은 쇳조각 하나 인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몇은 백악관 위의 핵미사일이 허상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특이한 기술로 자신들을 속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얼마 전에 들어온 보고 때문에 그런 의심을 싹 지워버리게 되었다.
대한민국 상공을 날아다니는 우주선에 대한 정보 때문에.
어떤 수를 써도 레이더로 잡을 수 없는 우주선.
스텔스 전투기조차 작은 새 정도로 인식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에도 점 하나 표시되지 않는 우주선이었다.
어떤 것은 대형 전함 크기인데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미국은 대한민국에 대해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
며칠 후 몽골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겉으로 드러난 방문 사유는 경제 협력 강화였다.
하지만 두 대통령만 만난 자리에서 그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몽골을 대한민국에서 흡수해 주십시오. 더는 중국과 러시아의 횡포를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킴이님들께 보호 요청을 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바로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흔쾌히 대답했다.
사실 이전 정권에서부터 경제와 문화, 정치까지 통합하자는 말이 나오기는 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전 정권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바람에 흐지부지 되었다.
이렇게 직접 대통령이 날아와서 부탁할 정도니, 몽골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비록 겉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이나 티벳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카자흐스탄마저도 중국의 영향권에 잠식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
이제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의 대한민국 대통령 위치를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 대한민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은가?
국제 외교력은 결국 힘에서 나오는 것임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시기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자세로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대답하자 마자 바로 비서가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몽골 대통령은 움찔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절로 나오는 쓴웃음을 말리지 못했다.
그래서 몽골 대통령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지킴이 어르신께서 벌써 답을 주실 모양입니다.”
“...? 에에? 벌써요?”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몽골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를 진정시킨 문 대통령이 비서가 건네주는 전화기를 받았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날쎄, 대통령군.”
“네, 어르신. 어떻게 할까요?”
“일단 국무회의는 거쳐야 할 테니 국무회의에서 찬성하면, 우리도 찬성하는 것으로 하세.”
“네, 고맙습니다.”
“그럼 또 연락함세.”
“네. 들어가십시오.”
문 대통령은 전화기를 비서에게 건넸다.
비서가 나갈 때까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대통령이 몽골 대통령에게 말했다.
“일단 지킴이 어르신께서는 허락하셨습니다.”
“오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몽골 대통령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말리며 문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지킴이 어르신께서 우리 정부를 이해해 주셔서 국무회의를 거치라고 하셨습니다. 국무회의와 국회까지 비준이 나는 대로 정식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몽골을 도울 길이 보여서 다행입니다.”
국무회의에서는 별말이 없었다.
그저.
‘돈 걱정 없는 것하고 강대국의 장관이 된 기분이 이리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이름을 국무부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호호호.’
‘교육부에서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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