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천지개벽
세계의 모든 눈이 나로도로 모여들었다.
문제가 컸다.
나로도 근처에 숙박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우주여행을 가려면 최소한 하루는 나로도 근처에서 잠을 자야 했다.
나로도 주변 민박들은 대박을 맞았지만, 그마저도 방이 부족했다.
교통편도 문제가 많았다.
나로도가, 특히 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는 전남의 끝부분이다.
내국인도 거기까지 가려면 교통편에 많은 불편을 겪게 되었다.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다.
무안에 국제공항이 있지만, 운항 편수나 운항하는 외국 공항이 무척 제한적이다.
각 여행사에서는 내국인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교통편 마련에도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주여행을 준비하면서 시범 운항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중에 시운의 가족과 직원들, ‘밝은 세상’ 직원 중에서 모범 직원으로 뽑힌 가족들도 시범 운항 중에 우주를 여행할 수 있었다.
처음 시범 운항은 마법사 몇만 타고 날았다.
다음으로 시범 운항 중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여행사 직원들도 타 보았다.
문제가 참 많았다.
어떤 이는 공황장애로, 또 어떤 이는 투명화된 상태에서 아래를 보고는 고소공포증으로 기절하기도 했다.
마법사들이 개조하다 보니, 고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마음 안정 마법진을 그려넣었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마음이 차분하고 평안해지는 효과를 주었다.
다음으로 각 의자에는 접착 마법진을 그렸다.
이 우주선의 의자에는 안전띠가 없다.
기장이 접착 마법진을 가동하는 단추를 누르면, 안전띠 대신 승객의 몸이 의자에 착 달라붙는다.
그럼 어떤 흔들림이 와도 꼼짝 못 하고 의자에 붙어 있게 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개조를 해 나가느라 한 달을 잡아먹었다.
시운의 가족은 마루타처럼 몇 번이나 시범 운행에 동원되었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잔뜩 기대했다.
그런데 출발하기 직전 우주선이 투명해지고, 바닥이 바로 보이면서, 자기 몸이 높은 곳에 붕 떠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자,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
한참이나 진정시키고, 그래도 잘 안되어서 시운이 몰래 마음 안정 마법을 뿌려주고서야 진정되었다.
그래서 마음 안정 마법진을 그려넣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하늘로 솟아오를 때, 바람이나 비 등에 기체가 흔들릴 때도 모두가 너무 무서워했다.
그래서 안전띠를 달자고 했지만, 마법사들답게 마법진으로 해결해 버렸다.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정식 우주여행객을 맞았다.
기장이 환영사를 읊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우주선의 선장 하록, 아! 죄송합니다. 이 우주선의 선장 김기영입니다. 승객 여러분을 모시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처음으로 제게도 큰 영광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약 서른여섯 시간 동안 저와 함께 우주를 여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출발하기에 앞서 여러분에게 놀라운 기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크게 초읽기를 외쳐주시겠습니까? 5부터 0까지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5. 4. 3. 2. 1. 시작!”
“꺄아악!”
“우와악!”
“오우! 쉣!”
“언빌리버블!”
“오! 마이갓!”
다들 별의별 비명과 감탄사가 조종실에까지 울려왔다.
사실 이 우주선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조종실에서 승객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면과 소리까지도.
그렇게 소동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조금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기장이 한껏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저도 처음 시범 운행을 위해 이 우주선을 탔을 때,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부끄럽지만 살짝 실례하기도 했고요. 이 우주선은 이 상태로 출발해서 우주까지 날아가게 됩니다. 성층권에 도착해서 구름을 마음껏 바라보시고, 그때는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식사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우주를 향해 날아가 볼까요?”
“네에에!”
“하하하. 씩씩한 음성에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다시 초읽기를 부탁드릴까요?”
그동안 부기장은 순서지에 나온 대로 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출입문을 닫는다.
둘째는 승객 모두가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 짐칸을 잠근다.
셋째는 승객과 승무원 모두의 의자에 붙은 접착 마법진을 켠다.
넷째는 중력역전 마법진을 켠다.
다섯째는 투명화 마법진을 켠다.
여섯째는 초읽기에 맞춰 발진 마법진을 켠다.
일곱째는 나로도 우주센터의 지시에 따라 우주선의 좌표를 조종해 나간다.
성층권까지는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에 대략 2시간 동안 날아갔다.
성층권에 도착해서 도착 알림을 전하고, 의자에 켜진 접착 마법진을 끈다.
구름을 밟으며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한다.
다시 출발해서 이번에는 빠르게 중간권으로 날아간다.
중간권에서도 약 한 시간가량 정지한 채 지구와 주변 하늘을 관람한다.
가끔 운이 좋으면 유성을 볼 수도 있다.
다시 위로 빠르게 올라가서 대기권을 벗어난다.
흔히 열권이라고 말하고 우주정거장이 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지구와 주변 하늘을 관람한다.
이때는 무척 조심스럽다.
주변을 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 우주 쓰레기도 많고, 인공위성이나 운이 좋으면 우주정거장도 볼 수 있지만, 여차해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승객들이 엄청나게 놀랄 것이다.
시범 운행 중에도 몇 번 위험한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도 마법사는 느긋했다.
심지어 ‘직접 한 번 부딪혀 봐.’라며 부추기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물체와 부딪혔다.
자세히 보니 수명이 다 된 인공위성 잔재였다.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래서 눈을 떠보니 투명화된 우주선의 본체가 있을 법한 부위에 엷은 우윳빛 막이 생겼다가 사라져갔다.
그걸 보고 모두가 물었다.
“저, 저게 뭡니까?”
“헐헐헐. 자동 보호막이라는 걸세. 앞으로 이 우주선을 향해 날아오는 어떤 공격도 다 막아줄 걸세. 그러니 걱정 말고 마음껏 날게나. 하지만 일부러 부딪혀서 공격하지는 말고. 컬컬컬.”
선장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승객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이 우주선에는 지킴이 어르신이 만들어주신 자동 보호막 기능이 있습니다. 우주를 날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주 쓰레기와 부딪힐 수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을 향해 바로 날아오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절.대.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경험해 봤는데, 어떤 것이 이 우주선에 부딪혀와도 이 우주선은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킴이 어르신을 믿고 그저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이 우주선은 이제 우주정거장이 머무는 높이에서 지구 주위를 돌겠습니다. 마음껏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장면은 전 세계 TV에서 중계방송 중이기도 했다.
대통령은 아예 대한민국제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누스는 ‘컬컬컬’ 웃었다.
지금 저 우주선을 만든 재료는 이 세계에 없다.
다만 크라시리우스의 둥지에 있던 재료들을 잔뜩 가져오긴 했다.
그 재료에 크라시리우스가 만든 대형 우주선들을 엮어서 만들면 가능하긴 할 것이다.
일단 준비해 보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그동안 만리장성 이북지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공개 모집했었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참여를 요청했다.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군산업체마저도 자신의 무기를 사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번 일은 테라니우스 조에서 맡았다.
조원인 마법사들이 신청서를 살피면서 ‘켈켈켈’ 웃었다.
지역이 너무도 방대했다.
우선 철도와 고속도로부터 깔아야 했다.
거기에 북한처럼 신도시군 건설도 시작해야 했다.
문제가 있었다.
사람이 부족했다, 너무도.
중국 땅 안에 사는 몽골, 티베트 자치구 주민들에게 이주 신청을 받기로 했다.
중국 정부에 협조 요청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협조 요청이라고 쓰인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문서를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도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협조 요청이라고 쓰고 협박문을 보내다니.
시주석은 다시 한 번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라고 외쳐댔다.
이주 신청은 지금부터 받고 이주는 신도시군이 완성되는 대로 시행하기로 통보했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협조 요청에 중국은 즉각 답장했다.
그것도 주한 중국 대사가 직접 외교부 장관을 예방해서 정중하게.
외국계 건설회사에서는 돈을 적게 줘도 좋으니 무조건 공사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그 이유를 확인해 본 마누스는 테라니우스에게 간단하게 전했다.
“이 녀석들이 우리의 공간도약 마법진을 훔쳐가고 싶어하는데, 홀라당 벗겨 먹어 보세나. 켈켈켈.”
“오오! 그렇습니까? 그럼 오히려 돈을 받고 공사를 맡겨도 좋아하겠습니다. 켈켈켈.”
그렇게 동북삼성, 만리장성 이북지역, 신장 위구르, 몽골 국내, 카자흐스탄 내부 고속도로 공사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고속도로 건설의 경우에는 오히려 공사권을 팔겠다고 공고했다.
높은 가격과 건설 시방서를 확인하고 가장 튼튼하고 넓게 짓는 곳을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거기에 첨언으로 ‘공간도약 마법진 공사 포함’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전 세계 건설업계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그중에는 중국 업체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 업체는 무조건 제외.
워낙 부실이 심해야지.
테라니우스는 신청서에 나온 기업에 대한 조사를 마누스에 부탁했다.
기술력, 하자율, 보수능력, 자금력까지도.
생활 마법학파에서는 많은 생필품을 마법화하고 있었다.
신제품은 거의 없지만, 기존 제품 중에서 마법화로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제품을 생산해서 팔게 되면, 많은 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었다.
그런 고민을 시운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기존 제품 생산업체에 변경된 설계도를 넘기고, 그 설계도 대로 만들어오면, 마법진만 부착해서 돌려보내자.
우리는 마법진 부착에 대한 공임만 받자.
마법진에 대한 사후수리만 우리가 맡고, 나머지는 그쪽 회사에서 책임지게 하자.
생활마법 학파와 테라니우스, 마누스까지도 흔쾌히 찬성했다.
생활마법 학파에서는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여전히 돌아가며 고속도로 공간 도약 마법진을 설치하러 다니지만, 항상 바쁜 것은 아니었다.
그 공사도 이제는 거의 마무리 단계고.
그래서 마누스는 우주정거장 개조를 부탁했다.
러시아, 미국, 중국, 인디아의 우주정거장 설계도를 모두 챙겨서 건네주었다.
아울러 크라시리우스가 만들었던 초대형 우주 전함과 부속 재료들까지 일부를 넘겨주었다.
거기에 초대형 마나 발전기도 다섯 대를 만들어 넘겼다.
마음껏 쓰고 남으면 다른 곳에 사용하라고.
이제 전국의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게 되었다.
공간도약 차선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부모님 댁을 제일 먼저 찾아 나섰다.
이제 전국 어느 고속도로나 고속도로만 통과할 때는 10분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호들갑스러운 언론에서는 ‘전국이 10분 생활권’이라고 외쳐댔다.
요금은 일반 고속도로보다 세 배 비쌌다.
더 싸게 해도 상관없었지만, 일반 고속도로도 많이 이용하라고 일부러 금액을 높였다.
그래야 고속도로 휴게소도 먹고 살 테니까.
이제 부산에서 북한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온성군까지도 고속도로에서는 10분이 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다.
온통 ‘대한민국 고속도로의 기적’이라고 떠들어댔다.
외교부에는 자기네 나라 고속도로에도 공간 도약 차선을 공사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외교부에서는 정중하게 답변했다.
‘지킴이 어르신들에게 부탁드려 보겠다.’
문제가 또 생겼다.
이번에는 수감자들이었다.
고속도로 공사가 다 끝나고, 신도시군 건설마저 끝나자 다시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공사를 마치고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마법사들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꼭 구경하게 했다.
그걸 본 수감자들이 눈물마저 흘렸다.
이제 형을 마치고 나가도 죄를 짓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매일 출퇴근으로 공사 하다가 이제 공사가 끝나서 더는 출근을 하지 못하니 좀이 쑤셔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공사 하게 해 줘!’ 라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소장들은 법무부와 행안부에 그런 사정을 보고 했다.
위에서는 ‘청와대로 보고 하겠다.’라는 답변만 보냈다.
대통령은 ‘다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런 사실을 지킴이에게 알렸다.
- 작가의말
매일 늦게 퇴근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런데 맛을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워낙에 궁금해서 말이지요.
오늘은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나...
바쁜 중에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분들,
무어라 고마움을 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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