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홍익인간
어느 선술집.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야! 이번에 나온 무동력 자동차로 바꿔라. 자동차는 남자의 자존심 아니냐.”
“흐음. 일단 지금 타는 차도 괜찮아. 앞으로 십 년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아. 거기다 무동력 엔진을 바꿔준다니까 더 좋지. 엔진 교체 비용도 싸더라. 그리고 남자의 자존심 얘기하니까, 생각났다. 자동차는 남자의 자존심이 아니라, 그저 남자의 허영심일 뿐이고, 오히려 남자의 자존심은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 해.”
“허억! 이, 이놈이 갑자기 철학을...”
“큭. 철학은 무슨?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멋진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내 가족이 행복한 모습이 아니면, 그게 얼마나 쪽팔릴 일이냐? 안 그래?”
“큭. 반박할 수가 없네. 알았다. 그럼 나도 차 엔진만 바꿔서 타야겠네. 허얼. 이놈이 이런 말을...”
“씨바. 사실 이런 생각도 우리나라가 어디 가서든 큰소리칠 수 있게 되니까 들게 되더라.”
“하긴. 헬조선이라는 말이 이제는 쏙 들어갔지?”
“그런 말만 들어간 게 아니라, 그동안 미국 군대에 입대했다가 미국 시민권 얻었던 젊은 애들이나, 프랑스 외인부대에 들어갔다가 프랑스 시민권 얻었던 애들도 모조리 돌아오고 있다더라.”
“오오! 그래? 그런 놈들을 받아줘야 하나?”
“그놈들도 살려고 그랬던 건데, 받아줘야지. 오히려 그렇게 튀어 나가게 한 우리가 잘못한 거지.”
“쩝. 그렇긴 하네. 그런 것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가 천지개벽하긴 한거야?”
“키키킥. 야, 회사 분위기 보면 답 나오잖아.”
“킥. 그렇지. 언제 우리가 상전 노릇할 줄 상상이나 했나? 키키킥.”
중국은 국경선이 요상하게 변해버렸다.
중국 지도부는 지도 보는 것을 꺼렸다.
울화가 치밀어 밥도 먹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찍’ 소리도 할 수 없는 형편이기에 더욱 속을 앓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외교부에서 슬쩍 소문을 흘렸다.
러시아가 알아서 시베리아 지역을 대한민국에 할양하려 한다고.
비록 전문적인 정보원들은 대한민국에서 철수시켰지만, 대한민국의 움직임을 전혀 모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친분관계를 이용해서 수시로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외교부와 정보부에서도 필요에 따라 정보를 흘리는 중이었고.
그 덕분에 이런 고급(?) 정보를 알게 된 중국 정부의 수뇌부는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은 속 시원함을 느꼈다.
덕분에 다시 식욕이 살아났다.
그 소문에 티벳 지역으로 옮겼던 군부의 위치를 다시 조정하게 지시했다.
대한민국의 지킴이에 의해 새로 정비된 국경으로부터 최소 4km 이상 후퇴하라고.
러시아마저 스스로 영토를 내놓을 정도라면, 중국만 당하는 것도 아니었고.
일부러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또 어떤 트집을 잡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만 티벳에 대한 지원과 정책을 180도 변경했다.
제발 독립만 제외하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땅 욕심이 어느 민족보다 많은 중국인으로서 티벳의 독립만 제외하면 그 어떤 요구도 다 수용할 생각이다.
동북 삼성, 몽골, 카자흐스탄까지 고속도로와 철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외국 건설회사에 대규모 공사를 맡겼다.
많은 돈을 받고.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시작했다.
계약할 때 내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간 도약 고속도로 공사 기술만 빼 올 수 있다면 몇 배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대규모 공사는 외국 건설 업체가, 작은 규모의 공사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건설업체가 맡았다.
그들은 외국 건설업체와 달리 공사비를 제대로 받으며 공사에 들어갔다.
심지어 몽골, 동북 삼성에 남은 기업, 카자흐스탄의 건설 업체까지 참여시켰다.
공사 지역과 그 주변이 사람으로 득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임금은 차별을 받았다.
북한, 동북 삼성, 몽골 지역의 일꾼들은 대한민국 일꾼의 2/3만큼 급여를 받았다.
이들은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 건설 업체의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4대 보험과 월급까지 정확하게 계산되었다.
몽골, 동북 삼성, 북한 지역의 모든 병원이 대한민국 병원의 지원을 받았다.
동북 삼성, 몽골 지역은 응급 구조 차량이 없다.
워낙 넓은 땅에 인구는 적어서 차량으로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새로 만든 응급 우주선을 파견했다.
북한, 동북 삼성, 몽골의 은퇴 조종사를 대거 영입했다.
헬기 조종사 출신도 받아들였다.
사실 우주선의 조종은 자동차보다 쉬웠다.
하지만 바람, 양력 등에 대한 상식은 필요했기에 조종사 출신을 받아 훈련한 것이다.
그것도 2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집중 훈련으로 끝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응급 구조 우주선이 불도 끈다는 점이었다.
작은 우주선이어서 조종사, 부조종사, 응급 구조요원 2명, 응급 침상 2개, 화재 진압 요원 2명이 탑승한다.
다른 우주선과 다른 점은 ‘소화’ 마법진이 새겨진 이상한 대포를 화재 진압 요원 2명이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화재를 보고, 그 화재에 초점을 맞추어 ‘소화’ 마법진을 발동하는 스위치를 누르면 화재 진압 마법이 발사된다.
작은 불의 경우 한 번, 큰불의 경우 열 번까지 발사하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한 대가 안 되면, 주변 우주선에 통신 마법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몽골, 동북 삼성에서 날아다니는 응급 구조 우주선을 본 대한민국의 소방청에서 긴급으로 청와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한민국을 차별하십니까?’
대통령의 요청을 확인한 마누스가 ‘클클클’ 웃었다.
그리고 마법진 그림까지 있는 설계도를 대통령에게 전송했다.
이대로 생산할 공장은 대통령이 알아서 선정해서 생산하게 하라고.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산되어 출하하기 전에 마법사를 파견해서 확인하고, 마법진을 활성화해 주겠다고.
물론 조종사 훈련은 ‘밝은 세상 재단’에서 해 주기로 했다.
기존 소방청 소속 헬기 조종사들은 기존 헬기를 조종해야 했기에 은퇴한 조종사들과 군에서 예편한 조종사들, 또는 항공학교 조종사 교육을 이수한 사람을 모집했다.
이들은 ‘밝은 세상’의 소속은 아니게 되었다.
준공무원으로 소방청 소속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소방청 직원도 대우가 달라졌기에 불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우주선들은 투명, 스텔스 기능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크기는 45인승 대형 버스 크기다.
이 우주선은 공중에 떠 있고, 중력 이동 마법진에 의해 응급구조사와 침상이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게 될 것이다.
러시아로 돌아간 외무 장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국무 회의를 열었고, 할 수 없이 결단을 내렸다.
‘무조건 할양.’
중국의 경우처럼 은행과 국가의 금을 모조리 잃고 나서 내놓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다시 대한민국으로 외교장관을 파견하고, 즉시 대통령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문에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넣지 못하게 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과의 선린 우호를 위해 바이칼과 안가라 강 동쪽의 영토를 대한민국에 할양하겠습니다. 그 지역의 주민 중에서 원하는 사람은 러시아 본토로 이주 신청을 해 주십시오. 이주에 대한 보상은 러시아에서 지급하겠습니다. 만약 그 지역에 남아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민하고 싶은 경우에는 그냥 그 지역에 남아 있으면 됩니다.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을 약속합니다.’
이 담화문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중국의 경우도 주석이 직접 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미리 대한민국의 지킴이에 의해 강제로 수용하게 된 중국이었다.
이 사실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여행객이나, 심지어 불법 체류자조차 대한민국 국적자임이 확인되면, 대우가 달라졌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도람프가 불법체류자를 적극적으로 색출해서 추방하고 있었다.
지킴이의 활동 이후, 특히 영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실종 사건 이후 미국의 정책이 달라졌다.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 출신 불법 체류자에게는 즉각 영주권이 부여되었다.
어떤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저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것만 증명되면, 바로 영주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에 한해서는 미국 여행에 전면 자유를 허용했다.
입국 심사에서도 대한민국 여권만 보면, 바로 ‘웰컴’이라고 말하고 통과시키게 했다.
그런데 한 나라, 그것도 가장 호전적이라던 러시아의 대통령이 직접 영토 할양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의 담화에 가장 기뻐한 곳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었다.
그들도 인터넷을 통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죽을 병이 사라진 나라,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대우.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국민.
어디를 가도 대우받는 국민.
가장 좋은 치안 등.
그 발표에 가장 전전긍긍한 것은 미국 백악관이었다.
러시아가 통 크게 대한민국에 선물하는 모양을 보이는데, 미국은 뭘 줘야 선물이 될까.
오키나와를 주긴 했지만, 그건 빼앗긴 거지, 선물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유엔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을 유엔 상임 이사국으로 인정하자는 움직임이었다.
그 안건은 미국이 소집한 긴급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유엔에 파견되어 있던 대한민국 대사조차도 ‘어어?’ 하다가 그저 통보만 받게 되었다.
아울러 미국이 유엔에서 가지던 주요 결정 구조도 대한민국에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유엔군에 대한 관리권까지도.
외국 주둔지 미군에 대한 관리 권한마저 대한민국에 의뢰하게 되었다.
지금 외국 주둔지 미군이 계속 공격받는 상황이었기에, 국내 여론을 위해서나 미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세계 경찰에 대한 위상도 대한민국으로 넘기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운영 비용은 전적으로 미국에서 부담하겠다고.
대한민국에서는 난감했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응원하던 일이었다.
겉으로는 ‘안타깝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는 자세로 일관해 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가 자기네 땅을 넘긴다고 덤비고, 미국은 비록 외국 주둔군이지만, 자기네 군대를 넘긴다고 하니.
하지만 국방부에서나 청와대에서 회의해 보니, 이건 오히려 침략은 자기네가 하고, 우리 등 뒤에 숨어서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심보로 여겨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통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킴이 어르신, 특히 마누스라는 마법사의 선언으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지킴이 어르신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어느 나라의 대통령보다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심정을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에게 솔직히 밝혔다.
그러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자신들도 이제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늘 이용당하던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그런 구태를 벗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영토의 무조건 할양을 환영합니다.’라고 담화를 발표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해서는 세계 평화를 해치는 모든 침략 행위를 중지하라는 경고를 담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의 모든 테러 행위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모습의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힘없는 나라를 침략했던 모든 행위를 이 시간부터 금지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침략과 뒷공작으로 평화를 어지럽히는 행위도 지금부터 모두 철수할 것을 권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힘없는 나라와 그 국민들 편에서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표정과 표현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많은 사람이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젊거나 능동적인 성향을 가진 많은 사람은 그런 모습을 환영했다.
특히 전 세계 유일하게 ‘지킴이’를 모시는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한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언론들이 대부분 지킴이 어르신을 부각하면서 이제 이 나라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발표에 국민들도 평안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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