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세계 패권
1. 홍익인간
대한민국과 지킴이는 전 세계를 대하는 자세로 한 가지 이념을 채택했다.
이 이념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를 단속하고 막아내겠다.
지킴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힘의 봉인을 풀어버릴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2. 전 세계의 모든 분쟁과 타인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한다.
종교든 민족이든 그 어떤 원인도 분쟁과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겠다.
이것은 지킴이가 얼마 전에 공고한 내용이었다.
이제부터 벌어지는 모든 분쟁에는 지킴이와 대한민국이 직접 관여할 것이다.
3. 대한민국 지킴이가 세계 분쟁 조정 역할을 감당하겠다.
이제까지의 유명무실했던 UN군은 몇몇 강대국들의 놀음판이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UN군의 활동조차 단속할 것이다.
힘이 있다고 함부로 나대지 마라.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앞으로 대한민국 국군이 담당하겠다.
대한민국 국군은 그 어떤 정치 이념에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만 활동할 것이다.
4. 자원이나 식량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그런 기업이나 국가가 발견될 때는 대한민국 지킴이가 직접 철퇴를 내려주겠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나열되었다.
뭉뚱그려서 결론을 말하자면, ‘꿈틀거리지도 마라. 대한민국이 세계를 다스리겠다.’ 였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어질 모든 일에는 ‘대한민국 지킴이 어르신’들이 자문과 감사, 지도와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고.
세계 수많은 기자를 불러모은 청와대의 기자회견장.
그동안 실내에서 치렀던 기자회견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건물 앞마당에서 실시했다.
참여한 기자들뿐만 아니라, 직접 생중계로 지켜보던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각 화면을 통해 지켜보던 전 세계의 수십억 사람들이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세계가 바라보던 대한민국의 ‘그’ 대통령이 가지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단호하고 강렬한 느낌으로 자구 하나하나를 강하게 씹듯이 발표하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에 연고를 가진 모든 사람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많은 시달림에 피폐해졌던 사람들도 주위를 살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대로 그동안 선진국이니 강대국이니, 세계를 경영하니 떠들었던 많은 나라 국민들은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세계의 영향력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심지어 작은 섬 지역에서도.
위성 TV를 통해 강제로 보게 된 대한민국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면서 똥줄이 타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어느 곳에 그들의 귀가 있고, 어떤 장치를 통해 자신들의 말을 건네 들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오죽하면 자다가 강제로 TV가 켜지면서, 잠도 깨고 전혀 알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언어가 자동으로 자기네 말로 통역되는 것을 보면서.
거의 모든 지배자, 군림자들이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고 벌떼같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동안.
전 세계에서는 긴급안보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심지어 유엔에서는 파견 나와 있던 모든 대사가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담화와 질의응답이 끝나고 10분도 지나기 전에 대통령 담화가 발표된 곳이 있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각료 회의다 안보회의다 측근 회의로 바쁠 때.
오직 한 곳만은 무조건적인 환영의 인사를 발표했다.
아울러 자기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공식, 비공식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도.
더 나아가 지금부터 당장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그곳은 그동안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전략, 전술 무기를 잃지 않았던 러시아였다.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도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러시아의 발표를 급하게 시청하게 된 서방의 각국에서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회의는 모조리 집어치우고, 당장 러시아에 필적하는 성의를 보일 수 있도록 담화문 준비부터 시켰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것이다.
앞장서지 않으면, 심하게 두드려 맞게 된다는 것을.
많은 이들, 특히 정보 관련된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정부의 주요 인물들은 한국의 정서도 잘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괘씸죄’라는 것마저도.
서방 세계의 정치무대와는 달리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남아메리카 등의 많은 군벌과 마피아 등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들은 크게 두 가지로 행동이 나뉘었다.
TV와 라디오가 주변에 있어서, 대한민국 대통령 담화를 보거나 들었던 사람과 그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한 사람들.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관리하겠다는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또 크게 두 가지 행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측근과 가족, 현금과 귀금속만 챙기고 야반도주하는 것.
또 하나는 자기 휘하에 있는 모든 병사를 박박 긁어모은 것.
부하들을 긁어모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적이 아니면 그 누구도 괴롭히지 마라. 다른 이를 괴롭히면 우리 모두를 죽이려는 놈으로 간주하겠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 특히 우리의 보호 아래 있는 주민들을 괴롭히는 놈이 있다면, 즉시 체포해 오라.’
비록 극소수의 군벌 지도자였지만, 주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그 지도자들은 휘하의 부하들에게 긴 시간을 들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아는 한도 내에서 대한민국 지킴이에 대한 정보를 모두 풀었다.
대한민국 지킴이가 방송을 통해 발표한 내용과 무투브를 통해 공지한 내용을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특히 얼마 전에 있었던 ‘사라예보 테러 예방 사건’에 대해서는 사족까지 붙여가며 설명했다.
폭탄을 몸에 두르고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올리며, ‘알라후 악바르’라고 외치려던 순간.
그대로 몸을 멈추게 되었고, 곧이어 바로 사라지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 모든 자초지종을 밝혔다는 사실까지.
그런 사실을 발표하는 지도자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고.
그 내용을 처음 듣거나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온몸을 떨어댔다.
그런 자세한 설명이 끝나고, 이어서 지도자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존재들이 우리에게까지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이는 우리같은 무력 조직에게 크나큰 위기이자, 기회가 되었다!”
그들은 왜 이번 일이 기회가 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 세계 어디에도 비밀은 없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분들은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더라.
오직 이 땅에 사는 인간의 행복에만 관심을 두고 있더라.
그건 곧 그분들 마음에 들면, 우리도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들의 변화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그분들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우리가 변해야 한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들끼리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인 것 같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가 관리하는 주민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우리가 관리하는 마을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반해 측근과 가족만 챙기고 도망치는 지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거래해 왔던 밀수 길을 통해 자신들이 빠져나가려 했다.
위성 인터넷으로 흩어져 있던 돈을 몇 곳의 계좌로 옮기는 일도 서둘렀다.
이미 전 세계를 밤낮없이 지켜보는 하늘의 눈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특히 인터넷이야말로 대한민국 지킴이의 손바닥 안이라는 것은 더더욱 모른 채.
그렇게 갑작스러운 발표로 전 세계가 분주한 가운데.
테라니우스 조도 폭탄이 터진 것처럼 바쁘게 돌아갔다.
비록 육성으로 들리는 대화는 없지만, 서로 수많은 마나가 엉킬 정도로 음성과 정보 전달 마법이 폭발했다.
마누스의 지시로 그동안 준비하던 세계의 주요 기업에 대한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는 전 세계의 크고 작은 곡물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크고 작은 농지들에 대한 공격이다.
비록 지금 돈이라면 현 시가대로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테라니우스 조의 마법사들은 아끼고 줄이는 일에 만여 년을 혹독하게 훈련해 온 존재들이었다.
최소한 반값, 못해도 1/3 ~ 1/5 값까지 가치를 떨어뜨린 후에 매집하려는 것이다.
테라니우스의 협조 요청을 받은 마법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곡물 회사의 창고, 농장들에 닥치는 대로 불을 내기로 했다.
물론, 그냥 불이 아니라 환영에 의한 불꽃쇼와 폭발쇼 마법이지만.
워낙에 큰 규모로 전 세계를 뒤집어엎어야 할 일이었기에.
많은 마법사가 동원되었다.
지질학파 마법사 한 명은 전 세계 사막을 조사 중이다.
자연학파 마법사 한 명은 전 세계의 동물과 식물을 조사 중이다.
생활학파 마법사 한 명은 무한, 무동력 마나 및 전기 발전기를 쉬지 않고 생산하는 중이다.
이것은 인구 30만이 거주하는 도시 하나를 책임질 수 있는 규모다.
공간학파에서는 학파장을 포함한 세 명의 마법사가 매달리고 있다, 한 가지 사업에.
그것은 바로 달과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대규모 도시를 연구하는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이 너무 많다.
이런 상태로는 지구가 자체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성 형질의 유전자를 판별하고 그렇지 않은 인간들은 자연적으로 죽게 하는 바이러스를 살포하자는 의견까지 있었다.
그걸 또 많은 마법사는 좋은 의견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시운이 기겁해서 영화에서 봤던 달 기지와 화성 도시 건설을 제안했다.
그때부터 달과 화성의 도시 건설을 연구 중이었다.
특히 화성에서 작은 땅을 만들어 감자를 수확했던 영화를 보여주었다.
비록 영화였지만, 자연학파에서는 크나큰 감동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시운으로서는 상상도 못 해 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생활학파의 마법사 한 명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공사’를 맡았다.
기존의 시설은 역삼투압 방식을 쓰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물’만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많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설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해수면 200여 미터 아래의 물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좋은 물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마법사는 시험적으로 300㎥의 소형(?) 정육면체를 만들게 했다.
재질은 바닷물에서도 녹슬지 않는다는 최상급 티타늄이다.
바닷속 300m 이상의 깊이에서도 찌그러지지 않아야 하기에 튼튼하게 주문했다.
특이하게도 바닥만 전체가 철판이고 바닥, 그 아래에는 대형 마나 발전기가 들어갈 공간도 만들었다.
그 공간의 크기는 20㎥다.
그 공간은 완전 밀봉 마법과 형상 유지 마법까지 사용되었다.
바닥면을 제외한 모든 면은 굵은 철망 형식으로 만들었다.
웬만한 물고기도 드나들 수 있는 모양이다.
바닥에는 연결된 좌표로 날려보내는 일방통행 공간이동 마법진을 그렸다.
반대쪽에서 마법으로 신호를 마나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그 안에 채워진 물과 물고기를 정해진 곳으로 날려보낸다.
반대쪽에는 전체를 철판으로 만든 통이 있다.
그것도 소형(?) 통이다.
크기는 마찬가지로 겨우(?) 300㎥밖에 안 된다.
이 통이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다.
통 안에 들어온 물속의 염소를 또 다른 통으로 보내는 것이다.
염소가 제거된 물로 마시거나 식물에 사용한다.
염소는 원소이기에 따로 분리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미리 시중에 나와 있는 염소를 구해 와서 마법진에 그 염소 원소를 각인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다행히 성공했고, 염소만 구분하는 마법진과 공간이동 마법진을 연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렇게 염소가 제거된 물은 잠시 후 바닥 사면에 빼곡이 연결된 관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모든 물이 흘러나가서 통이 비게 되면, 자동으로 바닷속에 들어있는 통에 마법 신호가 가게 된다.
그때 다시 바닥에 연결된 관은 자동으로 막히게 된다.
그 신호를 받기 전 바닷속에 있는 통에는 다시 바닷물이 채워져 있다.
그 신호를 받은 통이 바로 바닷물을 공간이동 시킨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모든 사막과 물 부족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물은 가장 건강한 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최고로 빨리 물을 빼내면, 30분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염소를 제거한 물을 빼내는 시간을 조절하면, 물의 공급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게 된다.
- 작가의말
늦어서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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