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구 녹지화 사업
22. 지구 녹지화 사업
바닷물 담수화 실험과 준비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규모는 작은 마을 단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일 일만 리터 용량의 소형부터 일일 백만 리터 용량의 초대형까지 있다.
물론 더 큰 것이나 더 작은 것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에 들어가는 마나 발전기까지 설치해야 하니, 효용성에서 떨어지기에 그 정도로 규격화한 것뿐이다.
이제 이 시설들을 지구 상에 있는 모든 물 부족 지역에 설치하는 일만 남았다.
마누스는 학파장 마법사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과 그에 들어간 마법진, 마나 수요량 등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마법사는 기억 저장 마법으로 마누스가 보여주는 모든 그림, 마법진, 마나량, 말까지 빼먹지 않고 기억에 남겼다.
모든 사전 설명을 마치고.
“이제 이 설비를 효율적으로 지구 곳곳에 배치하는 일이 남았소. 한꺼번에 달려들어 금방 끝내는 것도 좋을 것이오. 다만 그러기에는 마나 발전기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오. 생산되는 마나 발전기가 많긴 하지만, 한꺼번에 이 일에만 집중할 수도 없소. 해서 어느 학파에서 이 물통 설치 작업을 담당해 주었으면 좋겠소. 누가 맡아 주시겠소?”
마누스가 그동안 모든 설명과 마지막 제안을 마칠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연 사람이 없었다.
물론 서로 귓속말 마법을 사용한 사람도 없었고.
마누스의 마지막 제안이 끝나자, 모든 마법사가 일제히 한 가지 마법을 취소했다.
바로 기억 저장 마법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새로운 시도에 너도나도 덤벼들 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모두 침묵하며 고심에 빠지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쪽 세계에 와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주어진 일에 매달렸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이쪽 세계의 각종 과학과 자신들이 가진 기존 마법 이론을 접목하기 위한 공부에 빠져들고 있었다.
거기다 저쪽 세상에 있을 때는 그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동경하거나 신성시해 접근할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쪽 세상에서는 기계를 통해 직접 그 별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법사들에게 이보다 더 기적적인 연구과제는 없는 셈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침묵으로 저울질하고 있을 때.
단 한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저희 자연학파에서 맡아 보고 싶습니다.”
그녀는 엘프 출신의 지킴이었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급하게 고개를 움직였다.
그녀의 제안에 마누스가 따뜻한 눈빛으로 마주했다.
“고맙소, 제이나힐스. 혹시 우리가 도울 일이 있겠소?”
마누스의 인사에 변함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 그녀가 말을 받았다.
“제가 보기에 그저 물만 나눠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될 것 같지는 않군요.”
“그건 그렇습니다.”
“차라리 인간들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물통을 나눠서 설치하는 작업과 사막같이 인간이 살지 못하는 지역을 녹지로 만드는 것. 그렇게 두 가지 사업으로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오오! 역시! 그럼 담당 학파를 두 곳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겠군요?”
마누스의 환한 대답에 제이나힐스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이 사는 곳에도 물을 나눠주면서 녹지화를 병행하는 것이 근본적인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듯해요. 그러니 시간은 걸리더라도 우리 학파에서 도맡아 처리하는 게 좋을 듯하군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 단순히 물통을 설치하거나 하는 일은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는 것으로 하고요.”
“물론이오.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겠다니, 진심으로 고맙소.”
마누스의 격한 고마움에 다시 살짝 고개를 숙여보인 그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세계지도를 띄웠다.
그녀의 세계지도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모습과 많이 달라 보였다.
지구의 모든 대륙이 초록색과 갈색으로 덮여있다.
어느 지역은 연한 갈색, 어느 지역은 연한 초록색.
그 지도를 유심히 살펴본 마법사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이건 자연지도 아닙니까? 이야! 대단하십니다. 이걸 언제 이렇게 만드셨는지...”
그런 몇에 다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그녀가.
“이 세상은 그동안 어떻게 숨을 쉬어왔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녀의 한탄 섞인 말에 마누스가 물었다.
“그 정도로 심각하오?”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굳이 테러범들이 생화학 테러를 저지르지 않아도, 인간들이 자연적으로 시들어버릴 지경이에요, 이대로 계속 개발이 진행된다면.”
“하아. 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에게는 천만 다행한 일이오. 그래도 제이나힐스님 덕분에 이들이 다시 제대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소.”
“제게 세계수의 씨앗이 하나 있어요.”
“헉! 지, 진심이오!”
“헛! 그, 그걸 가진 존재가 있었다니.”
“그동안 어떻게 그걸 빼앗기지 않았소?”
학파장 대부분이 그녀에게 떠들어댔다.
이런 일을 예상했던지,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하게 일렁이고 있다.
잠시의 소란이 지나고, 마법사들이 흥분을 가라앉히자.
“어차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이유도 없으니, 이걸 이 세계에 심어봐야겠어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심혈을 기울여 보죠. 아마도 성공적으로 키워낼 수 있다면, 백 년 후에는 첫 열매가 열릴 테고, 그걸 다른 대륙에도 심어보도록 하죠. 그럼 천 년이 지나기 전에 전 대륙이 숨 쉴 만 해 질 거라고 봐요.”
그녀의 말에 마누스와 모든 마법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마누스가 다시 말을 받았다.
“참으로 고맙소. 이 지구의 인간들에게 진정 가장 큰 은인은 바로 제이나힐스 그대일 것이오.”
“별말씀을.”
“그럼 어디에 첫 열매를 심어 보고 싶으시오?”
“기후와 지형, 토양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 생각하면 몽골의 사막, 바로 여기에 첫 열매를 심어보고 싶군요.”
그녀가 몽골과 내몽골 자치구 사이의 사막 한 곳에 점을 찍자 그 모습을 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마누스로서는 더욱 눈빛을 밝혔다.
“그 지역이 녹지가 되면, 대한민국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오. 좋소. 우리 힘을 합쳐 봅시다. 다른 학파에서도 제이나힐스님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고맙겠소.”
“물론입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마누스는 먼저 생활학파장에게 말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세계수의 열매를 키우려면 엄청난 마나가 필요할 거요. 생활학파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마나 발전기를 만들어 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 일을 가장 먼저 시행하겠습니다. 이거 오래간만에 우리 학파 마법사들 모두를 동원해야겠습니다. 헐헐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마누스가 이번에는 다른 학파장들에게 각각의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학파에는 서해안 최고 깊은 바다에 이백만 리터짜리 바닷물 채집통 제작을 지시했다.
어느 학파에는 그 바닷물 채집통을 도울 마나 발전기를.
또 어느 학파에는 바닷물을 옮겨 담고, 염소를 추출해 내는 물통 제작을.
그 물통에 필요한 마나를 공급할 마나 발전기 제작을 또 다른 학파에 맡겼다.
그 정도의 일은 각 학파에 속한 마법사 한두 명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모든 학파장들이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거기에 필요한 철재들은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면 된다.
이들이 할 일은 그 제작된 물건에 마법진을 그려 활성화하고, 연결만 잘하면 된다.
그렇게 또 하나의 거대한 사업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제이나힐스는 모든 엘프 출신, 거기에 자연학파에 속한 인간 마법사 출신까지 모았다.
현재 지구의 심각한 자연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론 오랜 시간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비슷한 걱정은 하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앞으로 지구 전체를 녹지화할 계획을 설명했다.
그 첫 단추로 지구 전체에서 물 부족 지역에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서 제공하는 물 보급 사업을 설명했다.
그런 작업의 첫 시작으로 몽골과 내몽골 지역 중심 사막 지역을 가장 먼저 녹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곳에 세계수의 열매를 심어 세계수를 이 땅에 이식할 계획도 밝혔다.
모든 마법사, 그중에서도 엘프 출신 마법사들은 눈물을 흘리듯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손을 모은 채 잘게 떨었다.
그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빼앗아 몽골에 편입해서 대한민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지역이다.
중국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정책들을 견제하기 위해 특히나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제이나힐스는 자연학파에 속한 모든 마법사를 데리고 그곳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넓게 퍼져나가면서 물통을 설치하고, 초대형 마나 발전기를 설치할 장소를 물색했다.
지하까지 탐색해서 물의 흐름도 찾았고, 비록 사막이지만 토양과 식생도 살피기 시작했다.
낮뿐만 아니라, 밤과 새벽까지 기온 변화, 습도 변화, 풍력 변화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확인했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을 찾아가서 이 지역의 연중 날씨 변화까지 청취했다.
다른 사막도 신경 써서 녹지화할 것이지만, 이곳은 더욱 중요한 곳이다.
이 세계에 최초로 세계수를 이식할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적당하지 않으면, 다른 곳을 다시 찾아봐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꼼꼼하게 이 지역을 확인했다.
결론은 비록 평균 기온이 낮긴 하지만, 마나와 물만 충분히 제공된다면, 세계수를 안착시키기에 좋은 곳이라고 내려졌다.
그 시간 최초의 담수 물통 조합이 완성되었다.
담수 물통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마나 발전기는 별도로 만들어서 붙였다.
다른 곳과 달리 또 하나의 초대형 마나 발전기도 설치했다.
이 초대형 마나 발전기는 세계수 씨앗과 그 주변 땅에 마나를 집중적으로 공급할 것이다.
그렇게 물과 마나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담수 물통에는 사방으로 여러 개의 굵은 관을 연결했다.
그것을 땅 깊이 묻어서 사방으로 뽑았다.
담수 물통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약 2km씩 뽑은 관 끝에는 우물처럼 물을 모으고 퍼낼 수 있는 통과 수도를 시설했다.
그 시설을 2km씩 다섯 곳으로 넓혀 나갔다.
아울러 주변에 넓게 뿌릴 수 있는 스프링클러도 특제로 제작해서 설치하기 시작했다.
스프링클러는 각각이 반경 2km씩 물을 뿌려댈 것이다.
새벽과 저녁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략 전체 지름이 24km 정도 되었다.
공사가 모두 끝나는 데 다시 2주가 들었다.
그렇게 그 지역에 계속 물을 공급하게 되자, 몽골 정부와 주변 마을에 물이 공급되는 지점을 알려주었다.
다만 담수 물통과 마나 발전기, 세계수를 심은 곳 주변 반경 1km 안에는 출입 절대 금지 지역으로 선포했다.
그 소식에 몽골 정부에서는 재빨리 군부대를 파견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었다.
헬기를 타고 오다가 지킴이를 실제로는 처음 본 대통령과 측근들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 헬기를 착륙시키게 했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한 지킴이 마법사를 향해 바닥에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드디어 지킴이님께서 우리 몽골에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군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주변을 살피던 한 마법사는 그런 대통령과 측근들, 즉 인간들을 보고는 멀뚱한 눈빛이 되었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저 무심한 듯 고개만 몇 번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그 자세로 그대로 멈춰 있는 인간들을 보게 되었다.
고개도 들지 않고, 자신을 보지도 않고 있으니, 자신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도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귀찮지만, 목소리를 내 주었다, 큰마음 먹고.
“그래.”
“...!”
- 작가의말
함께 해 주셔서 너무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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