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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객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종현
작품등록일 :
2019.02.17 16:02
최근연재일 :
2019.04.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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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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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DUMMY

‘황씨 집안의 망아지가 누군가 했더니만···.’


앞서 말했듯 나는 녀석을 알고 있다.

추명적군 황서하.

피리 한 자루로 수많은 마도의 고수들을 주검으로 만들었으며, 그 덕에 무림팔절의 일인으로 추앙되던 초고수.

내가 마교의 교주가 되기 전. 임무 수행을 위해 중원으로 나왔을 때 놈을 만났었다.

황서하는 강했다. 하지만 끝내 내 손에 쓰러졌다.

그랬던 놈이 설마 삼동무관주의 소생이었을 줄이야. 그것도 황당하게 망아지라고 불리고 있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새삼 느끼지만 세상 참 좁다.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 어떻게 이곳을 특정했는지 일일이 떠들어야 할 줄 알았어.”

“그건 나중에 듣도록 하지.”

“이미 들을 기회는 지났다.”

“아니, 다시 오게 될걸. 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코웃음을 친 황서하가 물었다.


“종하에겐 왜 그랬지?”

“종하? 그게 니 동생인가?”

“그렇다.”

“걔는 그럴 만했어.”

“손속이 너무 잔혹했다고는 생각 안 하나? 의원 말로는 다시는 무공을 못 익히게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거기서 끝난 걸 다행으로 알아. 죽일 수도 있었으니까.”


뜻밖에도 황서하는 너무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군. 종하는 죽기 직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엉망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목숨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언뜻 보면 막무가내로 팬 것 같았는데 실상은 급소만을 피하는 상당히 정교한 솜씨였다.”


녀석의 어감이 어딘가 미묘했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온 것 같았는데, 그 용건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랄까.

하여, 바로 물었다.


“동생 때문에 온 거 아니었나?”


황서하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런 이유도 있기야 하지. 아무리 한심하다고는 해도 나와 피의 반은 섞여 있는 놈이니까. 그런데 그것뿐만은 아니다.”

“그럼?”

“남경의 고수를 전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잔혹하면서도 정교한 손속을 보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궁금했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엇을 확인해보고 싶었는지, 황서하는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축약된 말 속에 함축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녀석의 호승심은 회귀 전에 무진장 유명했거든.

즉, 황서하는 동생의 복수, 호기심 충족, 본인의 실력 확인.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고 싶었던 거였다.


“나가서 기다려.”

“······?”


녀석의 얼굴에 의문이 맺혔다.


“한 판 붙어보자는 거 아냐? 아직 업무가 안 끝났으니까 밖에서 대기하라고.”

“아, 어디로?”


황서하는 얼떨떨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비파호의 작은 암자.”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창을 통해 몸을 날리는 황서하.

쳐들어와 놓고 말은 참 잘 듣는다.


‘마침 잘 됐다.’


사실 나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청마기였다.

청진자와 나의 격차가 너무 컸기에 청마기의 실질적인 위력을 온전히 체감하지 못했었다.

마침 황서하가 나타났으니 녀석에게 제대로 활용해봐야겠다.


“무슨 일 있었니?”


주방으로 돌아갔다. 누나가 물었다.

아니라고 답하고 주방 정리를 끝마쳤다.


‘청진자는 역시 안 보이는구만.’


객잔을 나와 한적한 거리를 따라 걸었다.

황서하는 비파호의 암자 지붕에 앉아 있었다. 옆으로 길게 물린 피리에서 나오는 구슬픈 곡조가 밤공기를 촉촉이 적시는 듯했다.

연주가 끝났다. 내 기척을 느낀 것이다.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고 있네.”

“달빛이 아름다우니까.”

“뭔 소린지.”


탓.

황서하는 지면으로 내려섰다.

교교한 달빛 아래, 녀석과 나는 마주 섰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음공을 익혔다.”


녀석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걸 떠들었다.


“긴말은 필요 없고.”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녀석은 다시 피리를 입가로 가져갔다.

바로 마황진군보를 밟았다.

내 신형이 쾌속히 전방으로 쏘아졌다. 순식간에 놈의 근방까지 접근했다.

그런데.

퍼엉!

내 바로 앞의 허공에서 폭발이 일었다. 음을 타고 쏘아진 내공이 터진 것이다.

발끝으로 지면을 찍었다. 몸이 좌측으로 날 듯이 옮겨졌다.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건 또 다른 폭발이었다.

펑- 펑-

허공이 연달아 터져 나갔다.

내 오른쪽 팔뚝에 은은한 충격이 전해졌다. 상처는 얕았다. 그저 살갗만 조금 까진 정도였다.

현재 녀석의 화후와 경지가 낮기 때문이리라. 직격타만 아니라면 크게 다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황서하의 연주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폭발이 마치 추격하듯 나를 따라왔다.

거리를 좁히기는커녕 점점 더 벌려졌다.


‘흠.’


대개의 무림인은 음공 고수와의 싸움을 꺼렸다. 상대가 무척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음공은 다양한 효과를 지녔다.

상대의 청각에 음파를 전달해 정신에 영향을 미치거나 내상을 유발하기도 하고, 아예 지금처럼 직접적인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게다가 더욱 까다로운 것은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이 원거리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

회귀 전의 황서하는 무려 사방 십여 장을 상회하는 상당히 넓은 범위를 음공의 영향권으로 삼았었다.


‘그때는 꽤 당황했었지.’


황서하의 음공은 음공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탓에 처음 상대할 때 꽤 고전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황서하가 연주하는 패도적인 분위기의 곡조가 점차 익숙해져 갔다.

들으면 들을수록 잠들어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곧 폭풍이 오고.’


공격이 사정없이 휘몰아쳤다. 스승 잘 만나서 내공이 썩어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미풍이 되고.’


폭풍이 잔잔히 가라앉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황서하는 십이율十二律에 따라 피리를 연주했다.

이는 곧 열두 개의 음계를 가리켰는데, 곡조별로 유독 반음씩 처지는 구간이 있었다.

이때가 변화의 기점이다. 그리고 그 직전이 거리를 좁힐 기회였다.

이 곡조의 경우에는 바로···.


‘지금!’


힘차게 도약했다. 마황진군보를 전력으로 시전했다.

약 사오 장까지 벌어졌던 거리가 순식간에 일 장 이하로 줄어들었다.

황서하의 눈에 당황의 빛이 역력했다.

설마 내가 곡조의 흐름을 예측하고 달려들 줄은 몰랐겠지.

녀석은 다소 무리하는 기색으로 피리를 크게 불었다.

마치 장력이 쏘아지듯 전방에서 발생한 거센 폭발이 나를 덮쳐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장력을 연거푸 쏟아냈다. 일전에 사용했던 파천수라장이 아닌 무척 단순한 묘리를 사용한 이름 없는 장법이었다.

얼마 전 같았다면 부담스러웠을 거다. 무명의 장법이라 하더라도 장력의 방출에는 많은 내공이 필요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청진자와의 대련을 겪으며 부풀어 오른 기옥들이 단전에 녹아내렸다.

각기 오 년씩, 총 십 년의 내공으로 화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으나 만족 못 할 것도 없었다.


‘통한다!’


꽈릉!

청마기가 어려 있는 내 장력은 거침없이 폭발을 휩쓸었다.

황서하는 재빨리 곡조를 변환하며 몸을 뒤로 날렸다. 변환된 곡조 때문인지 내부가 살짝 진탕되는 듯했지만.


“느려.”


이미 녀석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이런!”


피리가 황서하의 입에서 떼어졌다.

녀석은 피리를 단봉으로 삼아 휘둘렀다.

마구잡이식이 아니었다. 오묘한 이치가 담겨 있었다.

나는 천마진세로 응수했다.

파밧- 파바밧.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초가 교환됐다.

내가 우위였다. 청마기 탓인지 단봉이 자아내는 기세는 권기에 크게 억눌렸다.


“휘익!”


그때 황서하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으로 음공을 시전해 열세를 뒤집어 보려는 거였다.


“그만하자.”


나는 더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이미 청마기의 위력을 충분히 다시 확인했다.

빠악!

황서하의 허리가 새우처럼 굽었다. 명치에 일격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끄윽···.”


황서하의 신형이 허물어졌다. 녀석은 피리를 놓친 채 지면에 엎드렸다.

혼절한 것이었다.

이 승부는 거리를 좁힌 시점에서 이미 끝난 거였다. 녀석이 근접전에서 나와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흐음.”


이 녀석을 어찌할지 고민했다.

죽이는 건 선택지에 없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황서하가 훗날 발생할 남경의 위험을 막아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영래객잔도 지켜질 수 있겠지.

둘째는.


“나오시죠.”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허허- 하는 뻘쭘한 웃음소리와 함께 백발에 봉두난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청진자였다.


“알고 있었는가?”

“객잔에서 술 드시던 분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모를 수가 없죠.”


청진자가 안 보였을 때부터 눈치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뿌리며 나타난 황서하 때문에 잠시 숨은 거라는 걸.

나야 싸우든 말든 그저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무척 기뻐했겠지. 얄밉게도 말이다.


“그, 그것은 오해일세. 잠시 산책하러 나간다는 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서 보게 된 걸세.”

“왜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자네는 고새 더 강해졌구먼. 나 몰래 좋은 거라도 복용한 겐가? 나랑도 좀 나눠 먹세 그려.”


청진자는 천연덕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런 게 있었으면 전부 어르신 드렸겠죠.”

“전부? 어허허! 말만이라도 고맙구먼.”

“물론 어르신은 안 그러시겠지만요.”

“끄응.”


청진자가 너털웃음이 어색하게 멎었다. 그러더니 문득 엎드려 있는 황서하를 보며 손뼉을 짝 쳤다.


“이 아이는 놓고 가게. 내가 책임지고 자네와 영래객잔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일러두겠네.”

“정말입니까?”

“내가 언제 두말하는 것 보았나.”


하긴 뭐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긴 하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이왕이면 저를 어떻게 찾아냈는지도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어려울 것 없지.”

“고맙습니다.”


황서하를 청진자에게 맡겼다. 아무래도 같은 정파의 웃어른이 얘기하면 말을 잘 알아듣겠지.

인사를 하고 비파호를 떠났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뒤쪽에서 계속 찰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뺨이라도 때리는 모양이었다.


“이놈아 일어나거라. 뭘 잘났다고 혼절한 게냐. 왜 평화로운 우리 객잔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렸느냐. 왜 하필 내가 나가 있을 때 와서 괜한 오해를 만들었느냐. 그리고 또 왜 우리 ‘착한’ 소년 숙수를 괴롭혔느냐. 예끼놈, 예끼!”

“나 참.”


누가 봐도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어이없었지만 그냥 웃어넘겼다.

다음날 오전.

식재료를 전달하러 온 선선당원이 내게 서신을 건넸다.

서신엔 장원이 준비됐다는 것과 위치가 쓰여있었다.


‘벌써?’


고작 며칠 전에 말했는데 벌써 마련해놓을 줄은 몰랐다.

하여간 행동력은 확실하다.


‘좋아 그럼 슬슬···.’


사람을 모아봐야겠다.

객잔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때가 되었다.


작가의말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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