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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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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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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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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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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7)

DUMMY

“들어올 거야, 말 거야?”


“들어가요.”


완전히 얼어붙은 인수를 대신해서 선비가 대답했다. 영락없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인피면구의 모습과 어울리게 내공으로 성대를 눌러 목소리를 변조했다.


“들어와. 우비는 문 앞에서 벗고.”


여자는 선비와 인수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어색하게 우비를 벗으며 두 사람은 조심스레 내부를 살폈다. 마주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하나 그리고 안쪽에 방 하나가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다. 투박한 외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풍경이었다.


조금 전 마중을 나왔던 여자를 제외하고도 방 안에서는 두 명의 기척이 더 느껴졌다. 때마침 문이 살짝 열리며 좀 더 젊어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비치고는 금세 사라졌다.


잔잔하게 빗소리만 들려오던 고요한 주점 안에 작은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곡명을 알 수 없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그것 하나로 어둡고 퇴폐적이었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선비와 인수는 멀뚱히 서서 눈치를 살폈다. 이렇다 할 안내도 없었다. 여자가 들어간 주방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일단 앉죠.”


인수가 들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였다. 사실 고민은 필요 없었다. 바닥에 앉을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손님이 앉을 만한 자리는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빗소리가 섞인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있으니 인수는 유흥업소가 아니라 한적한 바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바에 가본 적은 없었다.


인수가 분위기에 취해 있는 사이 선비는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고 주변을 살피기에 바빴다. 고개를 한두 번 돌리는 것만으로도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을 만큼 좁은 곳이다. 눈길을 끄는 수상한 물건이나 느껴지는 특별한 기운은 없었다.


주점 안에 있는 세 명 중 방 안에 있는 두 명이 뿜어내는 기운은 그리 맑지 않았고, 또 약했다. 문 틈 사이로 보였던 얼굴 또한 어려 보였다. 정황상 주방에 들어간 여자가 이곳의 주인이리라.


여자는 주방에서 땅콩을 담은 접시 하나와 맥주병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오진 않았을 거고. 여자가 필요했으면 다른 데를 갔겠지. 뭐야? 왜 왔어? 이 친구는 서른도 안 됐을 것 같은데, 취향이야?”


인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빨랐고, 너무 직설적이었다.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 네. 취향이에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입이 먼저 움직였다. 목에 진동이라도 온 것처럼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인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자신이 이토록 숙맥일 줄이야.


“뭐, 세상에 변태는 많으니까. 아줌마를 좋아하는 건 양호한 편이지. 몸도 좋아 보이네. ······나야 고맙지.”


인수는 자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수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여자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에 안도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뒷말에 다른 종류의 불안감을 느꼈다.


“옆에는 친구는 아닌 것 같고, 형인가?”


“네, 얘보단 형이죠.”


선비의 목소리는 인수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여유와 긴장이 적절히 섞인 모습에서는 있을 리 없는 경험마저 느껴졌다.


“이 친구도 여기 오기엔 좀 젊어 보이는데, 같은 취향?”


“그래서 친해졌죠.”


“뭐, 요즘 세상에 이 정도 성적 취향이야 놀랍지도 않지. 둘 다 이런 데 처음인 것 같네. 그런데 어쩌나. 오늘은 안 되고, 다른 아가씨들은 감기라 쉬는 중인데.”


“······그래요?”


선비는 속으로 안도했고, 인수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곳에서 성매매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늘은 술이나 한 잔씩 하고 가. 안주 좀 만들어줄까?”


“서비스에요?”


선비가 묻자 여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어머, 서비스는 무슨. 맥주 5천원이고, 안주는 메뉴에 따라서 다르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만들어준다고 해서 혹시 서비스인가 했어요. 메뉴는 뭐 있어요?”


“과일도 있고, 마른 오징어도 있고. 다른 메뉴는 얘기하면 적당히 해주고. 되게 특이한 것만 아니면 해줄 수 있어.”


“그럼 비도 오니까 김치부침개가 괜찮을 것 같은데, 돼요?”


“김치부침개는 기본 소양이지. 땅콩 좀 주워 먹고 있어. 아참, 난 마담이라고 부르면 돼.”


자신을 마담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 칼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규모가 작은 만큼 손님 접대부터 요리까지 모두 혼자서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담이 주방에 들어간 사이 선비는 땅콩을 집어먹으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눈동자를 굴리던 인수가 속삭였다.


“뭐 이상한 거 있어요?”


“전혀 없소. 마담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태양혈이 튀어나오지 않은 걸 보면 평범한 사람이고, 방 안에서 가끔씩 기침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감기에 걸렸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니오.”


“그래요? 저는 못 들었는데. 그럼 유흥업소라는 것만 빼면 딱히 수상한 부분은 없는 거네요. 아니면 저 방 안에 뭔가 있다거나?”


“조금 전 문이 조금 열렸을 때 보인 풍경은 아주 평범했소. 오래된 TV와 낡은 수납장, 누른 장판. 요즘엔 보기 드문 풍경이지만 수상한 모습은 아니오.”


“보기 드문 풍경도 아니에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제가 살았던 원룸이 그랬거든요.”


“마담과 좀 더 대화를 해야겠소. 화장차가 오는 날 문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오.”


“오늘도 그랬나요?”


“빗소리에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소. 가끔 문 주변을 서성거리는 기척을 느끼긴 했으나······.”


마담이 다가오는 기척에 선비는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마담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접시에는 커다란 김치부침개가 세 장이나 올라가 있었다.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그냥요. 요즘 뭐하고 사는지. 그런데 양이 많네요. 하나만 시킨 줄 알았는데요.”


“나도 먹으려고. 만들다 보니 갑자기 먹고 싶어졌거든. 비도 오고. 나머지 한 장은 오늘 회포를 풀지 못하게 된 사과의 표시야. 다음에 또 오라는 마음의 짐이기도 하고. 아쉬우면 만지는 건 허락해줄게. 아래 말고 위만.”


“······괜찮아요. 감질나잖아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마담의 말에 선비는 가까스로 능글맞은 척 대꾸했다.


“그래? 옆에 어린 친구는?”


“저도, 저도 괜찮아요. 감질나니까요, 하하.”


누가 들어도 어색한 대답에 선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마담은 미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어 김치부침개를 찢었다.


“혈기왕성해서 그런가?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나 봐?”


“그럴 나이잖아요. 부침개 되게 잘 됐네요. 맛있어요.”


“참, 아까 부침개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잘됐네요.”


인수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마담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선비와 인수를 번갈아보았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은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 나이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나 봐? 존댓말을 쓰네? 여기 같이 올 정도면 꽤 친할 텐데.”


“꽤 나죠. 여섯 살······이던가.”


“여섯 살 맞아요, 형.”


인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자신의 행동이 어설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끝까지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편이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갑자기 찾아온 작은 위기를 넘긴 뒤에는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높은 물가에 대한 한탄, 연예인들의 연애사와 사건들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피상적인 이야기. 평범한 술자리에서 나눌 법한 대화들이었다.


대화는 주로 마담이 이끌었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선비는 조용히 들었고, 그나마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인수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가끔 대화가 끊기고 정적이 흐를 때면 여전히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공백을 메웠고, 잊고 있었던 피아노 연주곡이 귓가에 맴돌았다. 유흥업소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편안한 분위기였다.


“참 이상하네.”


턱을 괴며 마담이 중얼거렸다. 갑작스러운 중얼거림에 선비와 인수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미 몇 번이나 술잔을 비웠음에도 마담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술주정은 아니었다.


선비는 계속 그랬던 것처럼 침묵했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던 인수가 이유를 물었다.


“뭐가 이상해요?”


“여기가 평범한 술집은 아니니까. 이렇게 앉아서 술만 마시다 가는 사람은 없어. 가끔 서지 않아서 만지기만 하는 손님은 있어도.”


“어······ 다른 데 가기에는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고. 번거롭잖아요.”


“흐음, 바로 옆에 가게 몇 군데 더 있는데?”


말문이 막힌 인수가 입을 다물자마자 조용히 있던 선비가 입을 열었다.


“귀찮아서요. 이미 들어왔는데 그냥 나가기도 좀 그렇고.”


“거절 못하는 성격이야?”


“그런 편이죠. 왠지 미안해서.”


“그럼 보증 좀 서줄래? 대출 받아서 근사한 칵테일 바 하나 차리게.”


너무도 뜬금없는 말에 선비도 당황했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두 사람을 쳐다보던 마담은 웃음을 터트렸다.


“쿡쿡. 미안, 미안. 어린 친구 상대하는 건 오랜만이라 놀리고 싶었어. 물론 그땐 나도 어렸지만. 그래도 이상한 건 사실이야. 그래서 든 생각인데, 형사야?”


“형사요? 경찰서도 가 본 적 없는데요.”


“하긴. 몸은 좋은데 형사치곤 좀 어려 보이네. 형 쪽은 범인한테 잡히게 생겼고. 정말 그냥 변태?”


“너무 변태라고 하지 말고요. 범죄도 아니고 취향이 다를 뿐이잖아요. 소아성애자도 아닌데.”


“범죄는 아니지. 그래도 기분은 이상해. 수상하단 말이야. 이쪽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데, 감을 믿어야 하거든. 감이 중요해. 여자의 직감이라는 말도 있잖아?”


“형사였으면 이렇게 속 편하게 술이나 마시진 않았겠죠. 수사할 일이 있으면 그냥 묻지 않았을까요. 공권력이 그 정도 힘은 있겠죠.”


“신분을 숨기고 수사하는 걸지도 모르지.”


“형사가 은밀히 수사할 만한 일이 있어요?”


“일단 성매매는 합법이 아니니까. 하긴 함정수사까지 할 일은 아니지. 단속하려면 진작 하고도 남았을 거야. 한두 군데도 아니고 일일이 수사해서 단속할 인력은 없지. 무엇보다 영양가도 없고.”


인수와 마담의 대화를 들으며 선비는 눈을 빛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불법이라 말하면서도 마담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녀의 담담함보다 선비의 관심을 끈 것은 대화의 주제였다.


이 주제를 이어가야 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였다. 선비는 내공을 끌어올려 몸 안에 돌고 있던 알코올을 서서히 날렸다. 그리고 한결 맑아진 정신으로 적당한 질문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렸다.


“형사가 왔으면 여기가 아니라 뒤쪽 공사장으로 갔겠지. 아는 형님이 한밤중에 거기에 화물차 하나가 드나드는 걸 봤다던데. 자기가 거기서 일하다 나와서 아는데 몇 달째 방치된 상태라 화물차가 드나들 이유가 없다고 했거든.”


선비가 대담하게 공사장을 언급하며 인수의 허벅지 위로 슬쩍 손을 얹었다. 놀란 인수가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내 선비의 내공이 흘러들어와 술기운을 몰아내자 그것이 일종의 신호임을 깨달았다.


“정말요? 뉴스 보니까 중국에서 넘어온 불법체류자 중에 범죄자들도 끼어 있다고 하던데 저지르는 범죄 수준이 살벌하더라고요. 그 막 사람 잡아서 장기밀매도 하고, 인육도 거래하고.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한산하긴 해도 도시 한복판인데.”


“모르는 거지. 말 그대로 도시 한복판이지만 인적 없이 한산하니까.”


“하긴 길거리, 가게, 차까지 카메라가 설치된 세상인데도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있을 법한 일이에요. 와, 오늘도 둘이 아니라 혼자였으면 오늘 본 비가 마지막이었겠는데요?”


“마지막은 아니었을걸. 다른 몸에서 봤겠지.”


“음? 아······! 형, 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하하.”


정말 인피면구의 주인이 된 것 같은 선비의 살벌한 농담에 인수는 혀를 내두르며 두 눈을 깜빡였다. 기분 탓인지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눈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손이라도 대면 쏙 하고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반쯤 고개를 숙인 채 무심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던 선비의 신경은 온통 마담을 향해 있었다. 예고도 없이 말을 꺼냈으니 기계가 아니라면 크든 작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공사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담의 반응은 미세하기 그지없었다. 눈동자가 잠시 다른 곳을 향했을 뿐이었다. 그조차 평범한 사람이라면 착각이었다고 여길 만큼 찰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공사장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뒤로 더욱 강렬한 대화들이 오갔음에도 마담의 반응은 시종일관 담담했다. 도리어 수상했다.


선비가 다시 입을 다물자 인수는 이제 자신의 차례임을 알았다. 술기운에 몽롱했던 의식은 더없이 맑았다.


“마담······ 누님?”


“그냥 마담이라고 불러.”


“알았어요. 마담도 공사장에 수상한 차 드나드는 거 알고 있었어요? 바로 옆이잖아요.”


“몰랐어. 보다시피 창문도 없잖아. 무슨 차가 지나가는지 알 턱이 없지.”


“정말 창문이 하나도 없네요? 왜 없어요?”


“몰라서 물어? 왜겠어?”


“아하.”


인수는 납득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 석연찮은 대답이었다. 화장차가 오기 전 문 주변을 서성거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마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런 건 왜 물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아?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범죄자들하고 연이 닿을 것 같아서?”


“그건 아니에요. 얘기하는데 갑자기 아무 말도 없길래 뭐 아는 게 있나 싶었죠.”


“둘이 얘기하니까 듣고 있던 거지. 뭐야―? 정말 형사 아니야? 뭐 이리 궁금한 게 많을까?”


“시켜주면 저야 고맙죠. 지금 수능 봐서 경찰대학 가긴 늦었고, 공무원 시험도 어렵고. 그냥 이런 일에 흥미가 있어서 물어봤어요. 보통 사람들은 영화나 뉴스에서나 보고 들을 일이니까 신기하잖아요.”


“난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하는구나?”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아니까 변명할 필요 없어. 어릴 때 길을 잘못 들었지. 지금은 먹고 살려니까 이 일이 제일 익숙해서. 그런데 참 그래. 범죄자라고 하기엔 경찰들도 알면서 눈 감아 줘.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지도 않아.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것 같아. 그렇다고 범죄자 취급을 받고 싶은 건 아니야.”


예민한 주제였기 때문일까. 술기운 때문일까. 마담의 말에서 처음으로 진심이 묻어나왔다. 진심일 것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가장 좋은 상대는 처음 만난 사람이라 하지 않던가.


자신이 수다스럽다고 느꼈는지 마담은 다시 표정관리를 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리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이만 가는 게 어때? 다음에 서비스 많이 해줄게.”


오전 4시. 분명 늦은 시각이지만 주점이 문을 닫기에는 일렀다. 인수는 선비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의사를 물었고 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다음에 올게요.”


“그래, 다음엔 잘해줄게. 과묵한 형도 같이 오고.”


“네, 같이 올게요.”


우비를 쓰며 두 사람은 마담과 짧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바깥으로 나오자 비는 여전히 그 기세를 잃지 않고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등 뒤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선비와 인수는 주변을 살피고는 영업이 끝난 방석집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땅을 박차고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자리를 잡은 곳은 방석집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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