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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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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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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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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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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8)

DUMMY

“좀 더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요?”


“이미 노골적으로 묻지 않았소? 마담 본인이 말했다시피 직감을 믿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보기 십상인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오. 더 이상 물어봐야 괜한 경계심만 부추겼을 것이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을까요? 이미 화장차를 덮쳤으니 만약 마담이 한패라면 다음 기회는 없을 거예요.”


“나도 그리 생각하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 않소. 마담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연이 닿아 있다면 연락을 취할 것이라 생각하오. 만약 마담이 무관하더라도 기리철 그 자에게서 시신을 처리했다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으니 누군가 현장을 확인하러 오지 않겠소?”


“우린 이곳에서 기다리면 되겠네요.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합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미리 걱정하는 것은 무의미하오.”


“그러네요. 무의미한 걱정이네요.”


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언제든 촬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전원에 손가락을 올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무의미했다.


비는 지치지도 않고 쏟아졌다. 한동안 이어진 정적 아닌 정적에 선비도, 인수도 감상에 젖었다. 빗줄기가 우비를 때리고, 바닥을 때리고, 웅덩이를 때렸다. 그 각기 다른 소리들이 연이어 귓가에 맴돌아 음악처럼 느껴졌다.


언제 동이 틀지 궁금해질 무렵, 검은 트럭 한 대가 도로 위에 나타났다. 선비의 눈이 빛났고, 인수는 카메라의 전원을 눌렀다.


검은 트럭은 화장차가 그랬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공사장으로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선비가 따라붙었고, 인수가 촬영을 하며 뒤따랐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공사장을 돌며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화장차 옆에 차를 댔다. 차에서 내린 트럭 운전사는 리철이 그랬던 것처럼 유심히 주변을 살폈다. 손은 당장이라도 운전석에 오를 수 있도록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선비는 이상한 낌새에 아까와는 다른 곳에 몸을 숨겼다. 카메라를 내밀어 촬영을 하려는 인수의 행동도 제지했다.


선비의 단전이 요동치며 기운이 눈으로 향했다. 세상의 풍경이 변했다. 선비심공의 비기라 할 수 있는 고반이 펼쳐진 것이다. 전과 달리 먼 거리를 봐야 했기에 내공은 폭포수처럼 빨려 들어갔다.


트럭 운전사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가장 먼저 시선이 닿은 곳은 리철을 미행할 때 숨었던 곳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동안의 상황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선비는 그제야 트럭 운전사가 쓰고 있는 우비가 리철의 것과 같음을 눈치 챘다. 그리고 그가 선비와 인수가 숨어 있는 폐건물 위층의 기둥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안력에 더욱 내공을 쏟아 부었다.


뒤집어쓴 우비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리철이었다. 선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트럭 운전사의 홍채 무늬까지 보일 정도였다. 검은 트럭을 타고 나타난 자는 의심할 나위 없이 리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비는 내공을 거둬들였다. 꾸준한 영약 섭취로 많은 진전을 이뤘음에도 극성 가까이 끌어올린 고반의 내력 소모는 상당했다. 내공을 아껴야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리철과 같은 얼굴을 한 남자는 리철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여 주변을 살피고 또 살폈다. 번개가 치는 순간에는 더욱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남자는 움직였다. 기척을 느낀 인수가 카메라를 들어 올리며 선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선비는 고개를 저으며 남자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가 향한 곳은 폐건물 안쪽. 리철이 기절해 있는 그곳이었다. 그 순간 선비가 우비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인수는 서둘러 검은 원피스를 휘날리며 유려한 몸놀림으로 날아가는 선비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앞서 촬영했던 영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용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그럼에도 화면에 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선비의 모습을 담는 일이 사명처럼 느껴졌다.


선비는 우비도 벗어던지고 펼친 한량보에 소리도 없이 폐건물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영물이 된 고양이의 가죽으로 만든 갓신은 내려앉는 순간의 소음도 허락하지 않았고, 젖은 몸에 매달린 물방울도 한순간 끌어올린 내공에 기화되어 완벽한 잠입을 방해하지 못했다.


선비의 눈앞에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폐건물 안에 도착한 뒤에도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천천히 발소리를 죽인 채 눈앞에 쓰러진 리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선비는 어느새 꺼내든 흑접선을 펼치며 눈 아래의 얼굴을 가렸다. 그 시원스러운 소리에 남자는 귀신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고개를 돌렸다.


“아악, 아아악······!”


“너무 요란한 것 아니오?”


“아,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었다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눈앞의 남자와는 무슨 관계요?”


“보면 모릅니까? 쌍둥이 형제입니다!”


“쌍둥이 형제가 왜 이곳에 나타났소?”


“형이 동생을 데리러 왔는데 뭐 잘못됐습니까? 돌아올 시간이 지나도 안 와서 걱정돼서 온 겁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을 터. 동생을 데려가고 싶다면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것이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다짜고짜 협박이라니. 당신 누군데! 경찰이야? 검사야? 뭐야? 연좌제야? 동생이 잘못한 걸 나한테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난 선비요.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선비 말이오.”


“완전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마주한 사람처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선비는 그의 발걸음이 리철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내공을 끌어 모았다. 선비심공의 내공이 선비의 머리 위로 향했다. 목적지는 머리카락에 걸린 흑비녀였다.


흑비녀는 끊임없이 선비심공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30년의 내공을 빨아들였을 즈음이었다. 흑비녀가 뿜어낸 강렬한 빛이 폐건물 주위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빛의 향연이었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다가 질끈 눈을 감았고, 건너편 기둥 뒤에 숨어 촬영을 하던 인수도 등을 돌렸다.


빛이 잦아들고 선비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인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빛이 가신 자리에는 진짜 선비가 서 있었다.


흑립이라 부르는 흑색의 갓을 쓴 선비였다. 비스듬히 내려쓴 흑립의 챙이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양 자연스러웠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고 하얀 두루마기와 그 위를 덮은 민소매 형태의 검은색 쾌자는 영락없는 선비의 자태를 뽐냈다. 하얀 두루마기 밑으로 비치는 검은 원피스도 마치 한 벌의 옷인 것처럼 어울렸다.


그야말로 선비였다. 갑작스러운 진짜 선비의 등장에 남자는 목석처럼 서서 눈동자만 굴려댔다. 그리고 겁을 먹은 듯 다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방금 여기 있던 여자 어디 갔지?”


“날 찾으시는가?”


“이 목소리는······.”


“진짜 선비가 되어 나타났으니 말을 조심하시오. 선공후사(先公後私)라 하였소. 그대 눈앞의 선비는 사사로운 감정보다 대의를 위해 행동할 것이오. 다시 한 번 물으리다. 숨기는 게 있지 않소?”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뒷걸음질 치던 남자가 한순간 등을 돌리더니 자신의 쌍둥이 리철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영문을 알 수 없는 돌발적인 행동에 선비는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선비의 모습은 선비보법의 정점을 보는 듯했다. 산책을 하듯 여유 있는 발놀림과 바람에 흩날리는 두루마기. 옛 선조의 모습이 이러했으리라.


선비는 리철을 향해 뛰는 남자를 지나쳐 고이 접은 흑접선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쌍둥이 사이에 순백의 대나무가 장벽처럼 솟아났다.


군자검법 기개. 그동안의 진전을 말해주듯 대나무는 빽빽하게 자랐고, 하나하나가 두껍고 드높았다. 백년설삼의 영향으로 한기마저 흩날리니 한겨울의 대나무 숲과 같았다.


남자는 망연하게 걸음을 멈춰야 했다. 형제를 갈라놓은 장벽을 바라보는 눈빛에 절망이 스쳤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워 선비는 죄책감마저 느꼈다.


“난 단지 이 자에게 사주를 한 자들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오.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소?”


“정말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상하구려. 그대는 공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수 시간 전에 내가 숨어 있었던 건물 위쪽을 정확히 쳐다보았소. 가장 먼저 말이오. 어떻게 알았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다 보고 있었다 이 말이오. 공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건만 계속 발뺌할 셈이오?”


남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선비를 올려다보았다.


선비는 당황했다. 차라리 저항했다면 힘으로 굴복시켜서라도 입을 열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투쟁에 대한 대처는 장문인에게도, 선조들의 기록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무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으리라.


“이보시오. 이럴 필요 없지 않소? 내가 그 자들을 소탕하리다. 그러면······.”


선비가 남자를 달래려 손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가 선비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언제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


선비는 다급히 흑접선을 휘둘렀다. 반응은 늦었지만 무리 없이 막아낼 것이 틀림없었다. 범인과 무림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선비의 흑접선은 허공을 갈랐다. 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발사된 것이다. 그것은 총알처럼 빠르게 선비의 목을 노리고 쇄도했다.


막을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며 몸과 고개를 옆으로 꺾을 뿐이었다.


“으윽······.”


선비는 신음을 삼켰다. 칼날은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길게 갈라진 피부 사이로 선홍빛 피가 맺혔다. 생채기 수준의 상처였다. 단지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이질적이고 낯설었다.


선비의 몸이 휘청거렸다. 기습적인 공격을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할 새도 없었다. 견딜 수 없는 어지럼증이 선비를 괴롭혔다. 독이었다.


선비심공의 기운이 선비보다 먼저 반응했다. 정순한 기운은 사납게 독 기운을 바깥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이내 검은 핏방울 하나가 목의 상처에서 흘러내렸다.


그 사이 선비심공의 정순한 기운이 독과 상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남자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리철의 몸을 어깨에 둘러메고 자신의 트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리철은 기절한 지 수 시간이 흘렀음에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선비는 남자의 등 뒤로 접근해 점혈을 짚었다. 그러자 그는 온몸의 힘이 풀린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으며 어깨에 둘러멘 리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상당한 충격이 있었을 텐데도 깨어나지 않았다.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으리다. 칼날에 독을 묻히고, 개조한 무기를 사용할 정도라면 결코 평범한 자는 아닐 터.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배후를 밝혀낼 것이니 그리 아시오.”


비스듬히 쓴 흑립에 가려진 선비의 얼굴은 전에 없이 차가웠다. 어설픈 자비가 불러오는 망설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겪지 않았던가. 악인을 향한 자비에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무고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와 같았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인수도 촬영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선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선망 가득한 눈빛이었다.


“선비님! 전에 말했던 거 이거죠? 어떻게 한 거예요?”


“다음에 말해드리겠소. 지금은 듣는 귀가 있지 않소.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시오. 이 자를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니.”


“네? 데리고 돌아가요?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이 자도 검계가 분명하오. 지금은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그것 또한 알아낼 것이오. 이 자에게서.”


“어떻게요?”


“비고로 가는 길목에 세워둘 것이오.”


“아······?”


“귀기가 가득한 곳이니 도가나 불가의 기운을 품은 자가 아니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터. 모든 것을 자백하게 될 것이오.”


“잘못하면······ 아니, 아니에요.”


인수는 말을 거뒀다. 귀문팔괘진이라 했었다. 하나의 생문과 일곱 개의 귀문으로 이루어진 미로. 귀기에 대항할 수 있는 기운을 품지 않은 자가 발을 들이면 십중팔구 혼이 나가거나 귀신들의 놀잇감이 된다고 경고했었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선비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인수는 고장 난 관절인형처럼 바닥에 앉아 있는 남자를 들어올렸다. 섬뜩한 기분에 그는 어깨를 들썩였다. 잠들거나 기절한 사람을 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선비님.”


“왜 그러시오?”


“점혈이라는 게 원래 이런 느낌인가요? 이 사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요?”


선비가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 선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인수의 말처럼 시체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점혈은 인체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기교에 가까운 정확한 내공의 수발을 필요로 하는 수법이다. 전대 장문인은 점혈을 두고 무림인이 내공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작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실수였을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평정심을 잃고 손속에 화를 담았을지도 몰랐다. 손가락을 비비는 선비의 손끝에 불안함이 묻어났다.


이명처럼 희미한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작디작은 소리는 고막을 찌를 듯 날카로웠다. 선비와 인수는 동시에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명이 아니었다.


소리의 진원지는 리철이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기묘한 입 모양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다. 하울링을 하는 늑대와 같은 모습에 선비는 다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선비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목적이 분명한 소리였다. 동료를 부른 것이 틀림없었다. 동시에 의문이 피었다. 그것은 평범한 휘파람이 아니었다. 음공에 가까웠다. 단지 내공이 실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주변은 여전히 빗소리만 가득했다.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비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나막신을 신고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조선팔도 연쇄살인기록>의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내공과는 다른 독특한 술법을 사용해 기척을 죽이는 암살자. 닌자가 주변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선비님.”


“쉿. 뒤로 물러나 있으시오.”


인수는 그제야 상황이 또 한 번 급변했음을 깨달고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이토록 긴장한 선비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손에는 어느새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어설픈 도움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했다.


선비는 리철을 제압하고 있는 손을 떼지도 못한 채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여태껏 몸을 숨기고 기척을 숨기는 데에 도움을 줬던 장대비는 이제 골치 아픈 방해꾼이었다.


먼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기척을 숨길 생각도 없는 듯 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요란했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투박했다. 보법과는 전혀 연이 없는 걸음이었다.


빗줄기를 뚫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우산도 없이 걸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깨 위로 걸친 얇은 외투와 가슴골이 드러난 옷차림. 방석집의 여인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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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마담 (8) 19.03.27 4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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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 마담 (5) 19.03.20 43 0 17쪽
25 3. 마담 (4) 19.03.18 46 0 19쪽
24 3. 마담 (3) 19.03.15 48 0 13쪽
23 3. 마담 (2) 19.03.13 45 0 18쪽
22 3. 마담 (1) 19.03.11 65 0 13쪽
21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10) 19.03.08 54 0 12쪽
20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9) 19.03.06 35 0 10쪽
»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8) 19.03.04 52 0 16쪽
18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7) 19.03.01 5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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