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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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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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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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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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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담 (3)

DUMMY

방석집이 늘어선 한밤중의 도로가. 그 건너편 건물의 옥상 위에 짧은 그림자 두 개가 드리웠다. 뒤꿈치를 들고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난간으로 이동하는 선비와 인수였다.


곁에 있음에도 고개를 돌려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양상군자의 위력은 대단했다. 늘 고요했던 묘자진 너머의 선비문과 달리 도시는 온갖 소음으로 뒤덮여 있었으니 미숙한 경지라 할지라도 효과는 확실했다.


시계가 밤 10시 정각을 가리키자 방석집 문이 열리며 마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담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을 유지하며 방석집에서 멀어졌다.


마담이 향한 곳은 공사장이었다. 여전히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버려진 공사장은 어둡고 고요했다. 공사장 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까지 마담은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거나 걸음을 망설이지 않았다.


언뜻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였지만 사정을 아는 선비에게는 꾸며진 태연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곁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인수도 화면 속에 담긴 고요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촬영 중 늘 바쁘게 말들을 뱉어내던 인수도 오늘만은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선비와 인수는 마담의 뒤를 쫓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공사장으로 사라졌던 마담이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로부터 30분가량이 흘렀을 때였다.


탈문의 표식을 남기고 돌아오는 마담의 얼굴은 여전히 태연하기만 했다. 그러나 간간이 떨리는 눈가와 다소 경직된 입가는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긴장을 짐작케 했다.


본격적인 잠복의 시작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자정을 넘겼다. 완전히 밤이 깊어지자 바람은 더욱 차가워졌다.


움직임 없이 가만히 현장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몸은 쉽게 차가워졌다. 몸을 데우기 위해 생각지 못한 내공의 소모가 생겼기에 인수는 매 시간마다 운기를 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선비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자정을 지나 얼마 뒤지 않아 마담의 방석집을 찾아온 두 명의 손님이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은 너저분한 모습의 중년의 남자들이었다.


가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언제, 어떤 식으로 하오문의 간부가 답장을 보내올지 몰랐다. 쥐도 새도 모르게 마담을 어딘가로 데려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선비의 의심을 샀던 손님들도 볼일을 마치고 떠나갔다. 새벽이 깊었건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씩 주변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방석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지나갔다.


선비도 지쳤는지 운기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인수는 침침한 눈을 비비며 카메라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이라고는 황량하고 어두운 거리뿐이었다.


어두웠던 하늘에 빛이 스며들었다. 새벽녘이 밝아오자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하나둘 늘어갔고, 방석집들도 영업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선비는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였다. 마담은 탈문의 표식에 대한 답장을 들고 사람이 찾아온다고 했었다. 그 답장이 호의적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늘이 완전히 밝아지자 도시는 금세 소음으로 뒤덮였다. 선비는 인수를 쳐다보더니 양상군자를 운용하는 것을 멈췄다. 이에 인수도 한숨을 돌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날이 밝았는데 올까요? 눈에 띌 텐데. 얌전히 답장만 주고 갈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잖아요.”


“잠들었을 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오. 생활패턴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테니 말이오.”


“요컨대 체력싸움이네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걸 들킨 건 아니겠죠?”


“미래라도 예측하지 않는 한 그럴 리 없을 것이오. 마담이 탈문의 표식을 남기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지 않았소?”


“그렇죠. 휴, 벌써 여덟 시간이 넘었어요. 어차피 올 거라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체력이라도 팔팔할 때요.”


“내 바람도 그렇다오.”


그러나 두 사람의 바람과 달리 한낮이 되도록 방석집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덧 다시 해가 저물었다. 건물 바닥에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진 통로가 있어 이미 그들의 손에 마담이 잡혀간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 무렵, 굳게 닫혀 있던 방석집의 문이 열렸다.


마담이었다. 잠을 설쳤는지 눈 아래에는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가게를 나온 그녀는 초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쳐들고 위를 쳐다보았다. 선비를 찾는 것이리라.


선비는 다시 찾아온 밤하늘을 쳐다보더니 긴 한숨을 내뱉었다. 잠을 자지 않은 지 벌써 24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주기적인 운기로 피로를 덜어냈다고는 하지만 잠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긴 기다림이 될 것 같소. 교대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겠소.”


“여기서요? 노숙할 날씨는 지나간 것 같아요. 자면서 체온을 보호하는 무공은 없죠?”


“없소.”


“그럼 얼른 가서 이불이라도 가져올까요?”


“그렇게 하시오. 골병이라도 들면 큰일이니.”


“그럼 금방 다녀올게요.”


인수는 카메라를 난간에 걸쳐두고 화면을 확인한 뒤 옆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선비는 방석집을 감시하는 것도 잊고 멀어지는 인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긴 잠복에 지친 몸으로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이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얼마 뒤 인수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돌아왔다. 가방에는 바닥에 깔 이불과 덮을 이불 그리고 베개까지 들어 있었다.


“기왕 자는 거 편하게 자야죠.”


“잘하였소.”


인수는 반대쪽 난간 아래에 자리를 펴고 몸을 뉘였다. 그리고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잠들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 끊임없이 양상군자를 운용했던 첫날과는 다른 행보였다.


선비는 잠든 인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방석집으로 고개를 돌렸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저 탈문에 대한 대답을 가져온 자들이 이곳까지 신경을 쓰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마담의 방석집이 위치한 거리에서 선비와 인수가 잠복 중인 옥상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했다. 2차선 도로 너머의 7층 높이 건물의 옥상. 제아무리 감각이 예민한 자들이라 할지라도 확신을 갖고 살피지 않는 이상 결코 알아챌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들이 가진 주술에 가까운 기묘한 능력들이 불안할 뿐이었다.


홀로 시작한 잠복 둘째 날. 어제보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일까. 자정이 지나자 어제보다 많은 수의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왔다. 만약 대답을 들고 온 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손님이 뒤섞인 지금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리라.


선비는 마담의 가게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합법적인 영업은 아니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가게는 버젓이 거리에 문을 열었고, 아무 거리낌 없이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저 술을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방석집을 처음 알았던 그때와 달리 선비는 무심하게 이들의 영업을 바라볼 수 있었다. 요컨대 그 옛날의 기생집과 다르지 않았다. 판단을 보류했다. 시대가 바뀌어 불법적인 행위가 되었으나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었으니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경찰조차 방관하고 있다면야.


몇 시간 뒤 거나하게 취한 한 무리의 손님들이 가게를 나섰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온 그들은 쌀쌀한 공기를 맞이한 순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고 공허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낯이 익었다. 잠복 첫날 보았던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을 짓곤 했다. 술이 가져다준 고양감은 가면이었다는 듯 언제나 텅 빈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런 눈빛을 볼 때마다 선비는 가슴 한구석에 돌멩이를 얹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어두운 거리에 감도는 고요함과 어울리는 짙은 상실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선비가 가치판단을 보류한 결정적 이유였다. 이 거리는 상실감이 고이는 곳이었다. 상실감의 원류는 이곳과는 무관했다. 그저 아래로, 밑으로 흐르고 흘러 이곳에 고였을 뿐이리라.


상실의 거리에 다시 해가 드리웠다. 상실감의 배출구가 문을 닫을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도 탈문의 표식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한 마담은 어제보다 초조한 얼굴로 청색으로 물든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선비를 찾으려 고개를 들고 주변 건물들의 옥상을 살폈다.


심리적 안정을 바라는 마담의 시선에도 선비는 기척을 죽인 채 난간에 몸을 숨겼다. 위치를 알리는 것은 불필요했다. 괜한 짓이었다.


마담은 이내 선비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그렇게 거리의 하루는 막을 내렸다.


인수가 잠에서 깬 것은 하늘이 완전히 밝아졌을 때였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선비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짓에 운기에 들어갔다.


충분한 잠을 자고 운기까지 마친 인수의 얼굴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피곤에 찌들어 있는 선비와는 정반대였다. 교대할 시간이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더욱 피곤해 보였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깨워주시오. 그럼······.”


인수가 난간에 자리를 잡자마자 선비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이불이 깔려 있는 반대편 난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난밤 인수가 그랬던 것처럼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스르륵 눈을 감으며 잠에 빠졌다.


마담의 방석집을 내려다보는 인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실수를 하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


촬영도 잊었다. 촬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경지로는 온전히 집중해야 희미하게나마 간신히 가게 내부의 인기척을 느끼는 것이 고작이었다.


양상군자의 운용에도 융통성이 필요했다. 선비가 얼마나 잠을 잘지 몰라도 적어도 6시간 이상은 운기를 하지 않고 양상군자를 운용해야 했다.


본래 사람이 내는 모든 기척을 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양상군자이나 숨소리를 죽이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내공의 소모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공을 입맛대로 바꾸는 일은 높은 이해도를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의 경지가 아니던가.


인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공을 실처럼 얇게 뽑아내어 아껴 쓰는 것뿐이었다. 짧지만 혹독했던 훈련의 성과였다. 내공의 사용이 줄어든 만큼 양상군자의 은신 효과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분의 기척은 도시의 소음에 묻히길 바랐다.


선비는 해가 뜨기 전에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인수를 확인했고, 아무 일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며 운기에 들어갔다.


인수는 모든 신경이 방석집에 쏠려 선비가 깨어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운기를 마친 선비가 곁에 앉아서야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미 그의 단전은 바닥을 보인지 오래였다.


“수고하였소. 좀 쉬도록 하시오.”


인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난간에서 떨어졌다. 괜찮다는 입에 발린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지쳐 있었다. 고갈된 내공, 곤두선 신경,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 그에게는 손에 꼽을 만큼 힘겨운 밤이었다.


잠복은 그날도 허탕으로 돌아갔다. 기약 없는 잠복이 이어졌다. 잠복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인수는 식사를 챙기기 시작했고 매 끼니마다 식사를 가져오게 되었다.


급기야 잠복 4일째에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선비를 위해 물통과 세면도구를 가져오기도 했다. 긴 잠복에도 옥상을 찾아오는 주민이 없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어느덧 옥상에서의 생활은 일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잠복 일주일째. 이제는 인수에게서조차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완벽하게 기척을 지웠던 첫날과 달리 희미한 기척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비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나 사람이 존재하는 도심이었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긴 잠복 동안 아무 소득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성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내공을 다루는 능력이 상승했다.


무게를 재지 않아도 늘 같은 양의 재료를 집는 숙련된 요리사처럼 선비와 인수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양의 기운을 단전에서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가볍게 양상군자를 운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서로에게 느껴지는 희미한 존재감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것대로 잠복에 도움이 되었다. 희미한 존재감에 익숙해진 만큼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고 했던가. 기연에 가까운 성과에 두 사람은 은연중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서 마담에게 대답을 가진 자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더 이상의 노숙은 원치 않았다.


거리에 어스름이 깔렸다. 그날의 영업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가게를 정리하며 여느 때처럼 밖으로 나온 마담은 예전의 태연함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미지의 두려움은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그렇게 또 고요한 거리의 하루가 지나가는 듯했다. 일이 벌어진 것은 마담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손을 뻗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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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 크리에이터 (4) 19.04.12 2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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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마담 (8) 19.03.27 4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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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3. 마담 (6) 19.03.22 44 0 12쪽
26 3. 마담 (5) 19.03.20 42 0 17쪽
25 3. 마담 (4) 19.03.18 46 0 19쪽
» 3. 마담 (3) 19.03.15 48 0 13쪽
23 3. 마담 (2) 19.03.13 44 0 18쪽
22 3. 마담 (1) 19.03.11 64 0 13쪽
21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10) 19.03.08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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