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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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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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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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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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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담 (5)

DUMMY

그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진 강렬한 인기척에 선비는 몸을 옆으로 구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선비심공의 기운은 의식하기도 전에 수족처럼 선비보법의 구결을 따라 움직였고, 갑작스러운 중단에 예민한 양상군자는 여지없이 과도한 인기척을 발산했다. 그제야 선비는 인기척의 정체가 인수였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인수에게 시선을 돌리기도 전에 선비는 자신이 누워 있던 자리에 서 있는 의문의 남자를 발견했다. 단단해 보이는 무광택의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묘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의 가면이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그리고 일말의 여분도 없이 품이 딱 맞는 검은색 도복 차림. 눈에 익은 옷차림이었다. 마담을 납치했던 자가 입었던 옷과 같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었다. 체형이 확연히 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선비는 다른 지붕 위에 사뿐히 내려앉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제야 선비를 발견한 노인의 표정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침입자에 대한 노인의 반응은 놀람보다 분노였다.


“······흑풍회―!”


“하!”


나이를 잊은 우렁찬 외침에 사방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선비를 습격했던 자가 노인의 앞에 나타났고, 같은 옷차림을 한 자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곁에 섰다.


흑풍회라 불린 자들은 총 네 명이었다. 체격을 제외하고는 쌍둥이처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노인의 친위대였다.


“뭘 멀뚱멀뚱 보고 있어?!”


“존명!”


노인의 호통에 한데모여 있던 흑풍회는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어느새 바닥으로 내려온 선비는 긴장하며 흑접선을 꺼내들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흑풍회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기척이 너무도 희미했다. 하나를 쫓으면 나머지의 위치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선비의 주위가 칠흑의 안개로 뒤덮였다. 상대는 넷. 수적 열세를 감당하기 위해 선비는 안개에 주변을 안개로 뒤덮으며 방벽 너머의 철문으로 향했다.


한 명씩 상대하기 위해 좁은 입구에서 싸울 요량이었다. 그러나 안개 속으로 사방에서 날아오는 암기에 선비는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좁은 공간에서 날아오는 암기는 피할 수 없어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경공의 경지는 흑풍회에 비해 몇 수나 앞서 있었다. 그럼에도 네 명의 적이 던지는 암기는 까다로워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선비는 이들이 암기를 모두 소모하기까지 피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암기는 끊임없이 날아왔다. 이미 흑풍회가 던진 암기의 수는 100자루를 상회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따리라도 들고 다니면서 던지지 않는 이상 그토록 많은 양을 소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비밀은 곧 밝혀졌다. 선비는 그들이 암기를 던지는 와중에도 바닥에 떨어지거나 벽에 꽂힌 암기들을 회수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임기응변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체계적이었다.


적에게 여유를 주지 않으면서도 수급이 끊이지 않는 빠르기로 암기를 날려대고 있었다. 그들의 위치도 제압을 까다롭게 했다. 누군가를 제압하려면 최소한 두 명의 흑풍회를 시야의 사각에 둬야 했다.


합격진을 몸으로 겪은 것은 선비도 처음이었다. 다수의 인원이 필요했기에 전대 장문인조차 시범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오로지 기록으로만 보았을 뿐이다.




몇 수 앞선 적이라도 제대로 된 합격진을 완벽히 익힌다면 능히 제압할 수 있다. 세상에 널린 지식을 습득하느라 수련을 게을리 했다면 동료를 만들자.




선조가 남긴 <선비로 무림에서 살아남기>라는 기록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선비는 선조의 기록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무림에서 늘 약자였던 탓이리라. 반대로 합격진에 당했을 때의 대처방법은 기록에 없는 것이 이토록 아쉬울 수 없었다.


선비의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합격진을 파훼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선비의 시선은 자연스레 노인에게로 향했다. 어림잡아 환갑에 가까운 나이였다. 간부의 위치에 있다고는 하나 하오문의 특성상 고강한 무공을 지녔을 가능성은 적었다. 태양혈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그 근거였다.


선비는 갈등했다. 인질을 붙잡는 행위는 선비로서 옳은 행동인가. 답은 간단했다. 결코 아니었다. 무림인으로서는 옳은가. 그것 또한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과거의 기록들이 말해주지 않던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어긴 규율이 더 이상 그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은 너무도 흔했다.


그때 선비와 노인의 시선이 부딪쳤다. 선비의 생각을 읽었는지 노인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그리고는 마담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인의 시선이 마담에게 닿자마자 선비는 노인을 인질로 삼는 계획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노인의 손짓 한 번에 흑풍회의 암기가 마담에게로 향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언제까지나 도망만 칠 수는 없었다. 선비는 자신의 힘을 믿기로 했다. 흑풍회가 강한 힘을 가졌다면 이처럼 귀찮은 소모전을 벌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침착하게 기회를 엿봤다. 흑풍회의 위치와 간격을 확인했고, 짧은 시간 동안 지겹도록 피해온 암기의 궤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느 순간 선비의 눈이 빛났다. 흑접선에 막대한 내공이 밀려들었다. 그러자 칠흑의 안개가 주변 수 미터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집을 삼킬 듯이 커진 칠흑의 안개를 향해 흑풍회의 암기가 날아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비할 바 없이 많은 수였다. 흑풍회가 느끼고 있을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다.


거대한 안개는 선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흑풍회를 향해 움직였다. 표적이 된 자는 다급히 안개로부터 달아났고, 진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자들도 함께 움직였다. 안개를 날아가는 암기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공중을 날아가는 안개의 중심에서 선비는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빼곡하게 날아오는 암기를 피했다. 간간이 흑접선으로 휘둘러 암기를 쳐내기도 했다.


허무하게 안개를 지나치거나 튕겨져 나오는 암기들을 보며 흑풍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중 안개를 피해 달아나는 자의 가면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에는 숨기지 못한 두려움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칠흑의 안개는 무서운 빠르기로 달아나는 자를 집어삼켰다. 한순간에 검게 물든 시야에 그는 극에 달한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무기를 빼들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길이의 철봉을 양손에 각각 쥐고서 안개를 헤집기 시작했다.


선비는 무작위로 휘둘러대는 철봉을 피해 손쉽게 혈을 짚어 흑풍회 중 한 명을 제압했다. 암기의 비는 어느새 그친 상태였다. 범죄를 업으로 삼은 자들에게도 같은 조직원에 대한 의리는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선비의 발이 바닥을 스치듯 움직였다. 한량보였다. 내공이 주입된 갓신과 한량보의 조화는 선비를 유령으로 만들었다.


안개가 사라졌을 때, 그곳에는 흑풍회의 일원만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흑풍회가 선비를 찾아 나섰지만 그녀는 이미 흑풍회의 시야가 닿지 않는 벽 뒤로 몸을 숨긴 뒤였다.


그 이후로는 선비의 시간이었다. 흑풍회가 방벽을 타고, 지붕을 뛰어넘으며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선비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술래잡기였다. 인수와 함께했던 수련보다 술래가 둘이나 더 많았지만 훨씬 여유로웠다. 어두컴컴한 조명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섯 채의 대나무 집도 몸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흑풍회가 수색을 하는 와중에도 진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선비는 한 명의 흑풍회를 시야에 두고 움직이면서도 나머지 두 명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미 선비의 능력을 눈앞에서 목격했기에 이들은 진을 결코 포기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도 흑풍회의 수색은 진전이 없었다. 벽 뒤에서는 양상군자를 운용하고,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갓신과 한량보를 이용해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선비를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흑풍회의 눈을 속이며 기회를 엿보던 선비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흑풍회 중 가장 체격이 좋은 자였다. 그는 장검과 단검을 각각 손에 쥔 채 지붕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집의 벽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비는 그 건너편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반대편을 살피기 위해 다가오는 순간 다시 한 번 흑접선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거대한 칠흑의 안개가 대나무 집을 집어삼켰다. 안개가 사그라지기 전에 서둘러 제압을 하려던 선비는 얼굴을 찔러오는 칼끝에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흑풍회는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 침착했다. 선비의 표적이 된 자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안개를 빠져나가려 했고, 바깥에 있는 자들도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대치 중이던 흑풍회의 발이 안개를 벗어났다. 안개를 벗어나기 직전이었다. 이에 다급해진 것은 선비였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친위대와 싸움이나 하고자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조직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선비가 안개를 헤치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바짝 날이 선 칼끝이 날아들었다. 그 순간 안개 속에서 빛이 폭발했다.


빽빽한 안개 입자 사이로 빛줄기가 새어 나왔다. 호롱불에 의지했던 어두컴컴한 근거지가 환하게 밝아졌다. 한순간에 어둠을 몰아내는 빛줄기는 노인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빛의 정체를 아는 인수는 침을 삼키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조금 전까지 일부러 기척을 드러내 선비를 도왔다는 뿌듯함에 빠져 있던 것도 잊고 촬영에 열중했다.


선비가 흑비녀의 힘으로 흑립과 두루마기 차림이 되는 순간. 인수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순간이자 선비를 가장 선망하고 우러러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옅어지는 빛줄기와 함께 칠흑의 안개도 사그라졌다. 안개가 흩어지는 순간 옅은 매화향과 함께 꽃잎들이 흩날렸지만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호롱불로 밝힌 어둑함만이 남은 그곳에는 흑풍회 한 명이 무기를 떨어뜨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맡에는 하얀색 두루마기와 검은색 쾌자를 걸치고 흑립을 비스듬히 눌러쓴 선비가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둘만이 남은 흑풍회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그들이 느끼고 있을 당혹감이 전해졌다.


세 명이었을 때는 불완전하나마 구색을 갖춘 합격진이라도 펼친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용지물이었다. 선비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숨지 않았다.


극적인 연출 때문이었을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선비를 향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선비를 쳐다보던 두 명의 흑풍회는 이내 노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합격진으로도 제압하지 못한 상대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묻는 시선이었다.


노인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선비를 쳐다보는 시선에 짜증이 가득했다. 선비는 그런 노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언뜻 선비가 상황을 제압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마담의 목숨은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마담의 미간에 꽂힐 암기가 선비의 발보다 빠를 것은 자명했다.


행여나 운 좋게 모두를 제압한 뒤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그뿐이다. 사방에 눈과 귀가 있는 하오문은 금세 마담을 찾아내 죗값을 물으리라.


“뭘 멀뚱멀뚱 서 있어? 저렇게 쓰러져 있는데 내버려둘 셈이냐? 얼른 데려와!”


흑풍회를 향해 노인이 호통을 내질렀다. 시선은 여전히 선비를 향해 있었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냐! 저 여자가 있는 이상 섣불리 엄한 짓은 하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게냐? 어서 썩 움직여! 형제자매가 저렇게 쓰러져 있는데 뭘 망설여!”


“······존명.”


흑풍회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첫 등장에 보여주었던 무게감은 온데간데없었다.


흑풍회는 선비에게 처음으로 제압되었던 자를 노인의 석재의자 뒤쪽으로 옮겼다. 문제는 그 다음. 마지막에 제압된 자의 코앞에는 선비가 서 있었다. 그들은 긴장한 움직임을 보였다.


선비는 굳이 물러나지 않았다. 구태여 무른 태도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으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흑풍회는 동료들을 모두 곁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몸을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 모습에 당황한 눈치였다. 이에 노인은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짜증스럽게 얼굴을 구겼다.


“점혈이라······. 종류에 따라서는 시전자만이 해혈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네만. 인질인가?”


“간단한 수법이니 시간이 흐르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오.”


“흐음.”


노인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선비를 쳐다보았다. 팔걸이에 기대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미간에 잡힌 주름이 그가 보낸 세월을 증명하듯 깊었다.


“······옷차림과 말투를 보니 하나 생각나는군. 무(武)의 시대가 저물고 수많은 문파들이 폐문을 했지. 당시 우리 선조들은 폐문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지. 귀중한 정보거든. 그렇게 기록해놓고 보니 끝까지 소식을 듣지 못한 문파들이 몇 있더랬지. 그중 선비문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말이야.”


노인은 말을 멈추고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선비문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선비를 흔들 수 없었다. 비스듬한 흑립으로 가려진 선비의 표정은 차분했다.


아무 반응이 없자 노인은 입가를 실룩이더니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다소 가볍게 보였던 노인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감투에 걸맞은 중후함을 발산했다.


선비는 단전에서 가볍게 기운을 끌어올렸다. 청량한 기운이 감돌자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이 한결 가벼워졌다.


의도치 않게 그녀가 내뿜는 기운도 노인에 못지않았다. 이미 압도당해 두려움에 떠는 흑풍회는 물론이고 노인 또한 더 이상 선비를 얕잡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태도를 버리고 진중한 모습으로 마주한 것이 그 증거였다.


“당시 선비문은 그리 크지 않은 약소문파였다고 하지.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흐음. 최근 범상치 않은 자가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 설마 했는데. 선비문의 제자가 왜 이곳까지 행차했는지 아주 궁금하군. 오랜 칩거생활을 청산하기로 한 건가?”


“세상이 어지러운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소. 그대는 하오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소?”


“지부장을 맡고 있다네. 장로라고 할 수 있겠지. 선비문의 특징인가? 자네의 고루한 말투가 신경 쓰이는군.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것 같아서.”


“난 선비문의 장문인이오. 나이와 무관하게 서로 격식을 갖춰야 할 것 같소만.”


“호오······.”


노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약관의 나이를 갓 넘긴 청년이 장문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일 줄이야. 몰라봤습니다. 이른 나이에 장문인의 자리에 오르다니 능력이 대단한가봅니다. 아니면 세가 많이 기울었거나?”


“시대의 흐름이 그렇지 않소. 하오문은 익히 들었던 대로요.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고개를 들면 하오문이 있다더니. 거처마저 지하에 있을 줄은 몰랐소.”


“뭐,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니. 그런데 장문인이 무슨 일로 이곳까지 직접 발걸음을 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저 여주인 때문에 온 것 같은데, 맞지요?”


“그렇소. 내게 도움을 청했소. 탈문을 하고 싶다고 말이오.”


“흐음. 장문인이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문파의 규율에 간섭하는 건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 말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이미 들었소. 그런 건 일방적인 횡포라 부르지 어느 누구도 규율이라 부르지 않소.”


“피가 끓는 청춘이라 그런지 앞뒤 가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람의 입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선비문이라는 이름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비문은 악행을 눈감지 않소.”


“악행이라. 위약금을 청구하는 건 악행이 아닙니다. 선비문의 시간은 조선시대에 멈춰 있나 봅니다.”


선비와 노인의 대화가 끊겼다. 무거운 정적에 흑풍회는 꺼림칙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무기에 손을 얹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 같았던 마담도 중압감에 어깨를 떨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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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3. 마담 (6) 19.03.22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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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 마담 (2) 19.03.13 44 0 18쪽
22 3. 마담 (1) 19.03.11 64 0 13쪽
21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10) 19.03.08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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