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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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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작품등록일 :
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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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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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담 (10)

DUMMY

부지런히 시간은 흘러 약속의 날이 찾아왔다.


자정이 넘은 깊은 밤. 선비와 인수는 붉은 조명이 비추는 백학당 안에 서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여섯 개의 유리병을 긴장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인수가 첫 번째 병을 집어 들고 선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선비가 고개를 끄덕였고, 인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준비된 두 개의 나무잔에 병에 담긴 액체를 따랐다.


완성된 백학주였다. 등불의 빛을 그대로 담아낼 만큼 투명했고, 숲을 통째로 품은 양 뿜어내던 숲내음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췄다.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는 동시에 술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미식가들이 으레 그러하듯 지그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인수가 선비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선비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술잔에 남은 백학주를 마저 입에 넣었고 또다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병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쉬지 않고 시음했고, 마지막 여섯 번째 병의 시음을 마친 뒤 만족스러운 얼굴로 잔을 내려놓았다.


백학주의 도수가 꽤나 높은지 시음만으로도 선비의 볼에 홍조가 피었다. 만족스러운 표정도 잠시. 나란히 늘어선 여섯 개의 병을 바라보는 선비는 곤혹스러운 듯 미간을 좁혔다.


“······어떻소?”


“음, 은은하게 풍기던 나무랑 꽃 냄새들이 전부 맛으로 변한 것 같아요. 꽃의 꿀을 짜낸 것 같기도 하고, 솔잎을 우린 거 같기도 하고, 과일을 섞은 것 같기도 하고. 혀에 닿을 때부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 점점 맛이 풍부해지는데 정말 좋았어요. 후우― 마실 땐 몰랐는데 도수가 꽤 센 거 같네요.”


“비슷한 소감이오. 선비문의 술답다는 생각이 들었소. 군자검법의 초식들을 술로 형상화한다면 아마도······. 숲이 우거진 강가 옆 정자에 앉아 술을 마셨을 선조들의 모습이 그려졌다오.”


“정말 그래요.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어울려요.”


“그건 그렇고······ 정하였소? 어떤 술을 장로에게 보낼지.”


“글······쎄요?”


인수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여섯 개의 항아리에 담긴 백학주 모두 제대로 된 술을 빚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맛은 조금씩 달랐다. 무엇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그대가 술을 마셔본 경험이 많을 터이니 판단은 그대에게 맡기겠소.”


“에?”


“게다가 백학주의 주인이지 않소? 그대가 고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


“주인······?”


“세상천지에 백학주를 빚을 수 있는 사람이 그대뿐이니 주인이라 칭할 만하지 않소?”


주인이라는 말에 인수는 심각한 얼굴로 여섯 개의 병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음을 시작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처음보다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맛을 음미하기로 했다. 소믈리에처럼 혀로 술을 굴리기도 했고, 쩝쩝 소리를 내며 과장스럽게 맛을 보기도 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내공을 끌어올려 보기도 했다.


하나하나 맛을 볼수록 미간의 주름이 점점 깊어졌다. 맛을 모두 본 뒤에도 인수는 인상을 잔뜩 쓰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표정만 봐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번만 다시 마셔 볼게요.”


인수는 처음부터 다시 시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미간의 주름만 하염없이 깊어지는 결과만 낳았다.


“······선비님은 어떤 게 제일 나은 거 같아요?”


“술을 마신 경험이 적어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소. 그저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이 강한 것이 있고, 약한 것이 있소.”


“강한 게 나아요, 약한 게 나아요?”


“술을 즐겨하지 않으니 약한 것이 입에 더 맞소. 너무 강한 것은 거부감이 드니 말이오. 허나 술을 즐겨하는 장로의 취향은 어떨지······.”


“그냥······ 다 들고 갈까요?”


“너무 어설퍼 보이지 않겠소?”


“맛은 어설프지 않잖아요. 이렇게 맛있는데요. 그럼 두 병만 골라서 가볼까요? 제일 강한 거랑 약한 거. 아니면 세 병? 중간 거도 포함해서?”


“두 병이 좋겠소. 아니, 세 병도 나쁘지 않을 듯싶소.”


선비도, 인수도 끝내 의견을 내지 못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였기에 판단을 미루기만 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의견을 되물으며 고민을 하던 그들은 결국 세 병을 가방에 담고 선비문을 나섰다.


열흘 만에 다시 찾아온 거리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한산했다. 조금 더 추워진 바람만이 시간의 흐름을 증명했다.


늘 그랬듯이 선비와 인수는 마담의 방석집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가게 안에는 마담과 다른 여인들을 제외하고도 서너 명의 인기척이 더 느껴졌다.


얼마 뒤 서너 명의 손님들이 가게를 떠났다. 곧 동이 틀 시간이었다. 가게를 정리하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한 뒤 버려진 공사장으로 몸을 날렸다.


이내 마담이 공사장에 나타났다. 마담은 맨홀 앞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폐건물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비와 인수가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선비는 어느새 흑립과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당신들은 언제나 위에서 내려오네요.”


“사람들은 위를 보지 않으니. 준비는 되었소?”


“준비랄 게 있나요. 제 손을 떠난 일인 걸요.”


마담은 처연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이 수척했다. 팔다리도 이제는 날씬하다는 말보다 수축하다는 말이 어울렸다.


인수는 마담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마담은 소매를 내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


자신의 무례를 깨달은 인수가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했지만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갑시다. 곧 동이 트겠소.”


“잠깐만요.”


인수였다. 그는 가방을 열더니 선비와 마담에게 손전등을 건넸다.


“이번엔 몰래 침입하는 게 아니니까 편하게 가요.”


“아, 고맙소. 미처 생각하지 못했건만.”


손전등을 받아 든 선비가 앞장서서 맨홀 아래로 몸을 던졌다. 마담도 인수에게 감사의 목례를 건네고 뒤를 이어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 작은 몸짓에 인수는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조금 전의 무례를 어느 정도 상쇄한 것 같았다. 그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맨홀을 닫았다. 카메라가 있는 그에게 손전등은 필요 없었다.


열흘 만에 돌아온 하수도는 여전히 역한 냄새로 가득했다. 아니, 전보다 더 역했다. 손전등 때문일 것이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지저분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장로는 왜 여기서 사는 걸까요?”


인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작게 속삭였다. 아무리 밑바닥 세계를 관장한다지만 지부장에 해당하는 직책을 가진 노인이 이토록 지저분한 장소에 숨어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것 같소.”


선비는 고개를 돌리며 인수의 질문을 마담에게 넘겼다. 시선을 받은 마담은 고개를 저었다.


“제 주변에 장로급까지 연줄이 닿는 사람은 없어요. 애초에 장로와 말단 사이에 얼마나 많은 다리가 있는지도 몰라요.”


“그때 그 남자는 뭔가 알고 있지 않겠소? 기리철. 평범한 자는 아닌 것 같았소만.”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못 봤어요. 정기적으로 돈만 보내와요.”


“독특한 관계라 생각하오.”


“두 분이랑 다를 거 없어요.”


마담의 말에 선비와 인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떤 사이로 보이시오?”


“보이는 그대로에요. 서로 돕는 사이겠죠. 태도가 조심스럽고 존대까지 하는 거 보면 동기거나 어쩌면 사제지간이거나.”


“그 자와 얼마나 알고 지냈소?”


“2년 좀 안 됐을 거예요.”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해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소.”


“관계의 깊이가 꼭 시간에 비례하진 않더군요. 필요에 의한 도움이기도 해요. 이쪽 세계는 세력이 워낙 중요하니까요. 외톨이는 못 살아남아요.”


“그쪽 세계를 벗어나면 뭘 할 생각이오?”


“글쎄요. 남들처럼 회사 다니면서 월급을 받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이죠. 배운 게 장사니까 장사를 할 것 같아요. 술장사는 빼고요.”


앞날을 바라보는 마담의 시선이 아련했다. 그대로 생각에 잠긴 채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선비는 그런 마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 알 듯 말 듯 모호했다. 누구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기에 진심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그저 억압된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었다.


세 사람은 곧 장로의 거처로 이어지는 틈새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선비가 앞장섰고, 마담이 두 번째, 끝으로 인수가 뒤따랐다.


그들은 한동안 각자 생각에 잠긴 채 걸었다. 일렬로 걸어야 하는 좁은 틈새. 뒤통수를 보며 대화를 하는 것은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틈새 끝에 다다르자 철문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선비와 인수가 있는 힘껏 구부렸던 철문이었다. 불을 비추자 수리한 흔적이 드러났다. 군데군데가 울퉁불퉁했다.


선비는 한 차례 뒤를 돌아본 뒤 철문을 두드렸다. 오늘은 침입자가 아닌 손님이었다.


묵직한 울림이 좁은 틈새에 울려 퍼졌다. 마담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인수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에 덩달아 인수도 긴장을 하며 괜히 어깨를 풀었다.


선비는 한 번 철문을 두드린 뒤 침착하게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가벼운 두드림이었지만 듣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선비의 생각대로 굳게 닫혔던 무거운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철문 너머에서 선비를 기다리는 사람은 흑풍회였다. 묘한 미소를 머금은 검은색 가면과 품이 딱 맞는 검은색 도복. 전에 보았던 모습과 같았다.


“장로께서 기다리십니다.”


체격에 어울리는 굵직한 목소리였다. 선비는 그를 기억해냈다. 장검과 단검을 무기로 사용하던 자였다. 흑풍회 중 가장 체격이 좋아 가장 강한 자라고 생각해 내심 염두에 두었기에 기억에 남았다.


선비는 대답 대신 비스듬히 쓴 흑립의 챙을 붙잡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로의 은거지로 발을 디뎠다.


마담도 함께였다. 긴장한 마담은 흑풍회의 시선을 피하며 선비의 등에 붙어 철문을 통과했다.


“······잠깐.”


흑풍회가 언짢은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굵직한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흑풍회의 제지에 마담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흑풍회의 시선은 마담이 아닌 인수를 향해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당황한 인수는 자신을 가로막은 흑풍회와 선비를 번갈아보았다.


“에? 왜요?”


“처음 보는 놈인데.”


“놈······? 아니, 어쨌든. 저 저번에도 왔었는데요.”


흑풍회가 선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면을 쓰고 있어도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해명을 바라는 모습이었다.


“사실이오.”


“······도대체 어디에?”


흑풍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였다.


“저 앞에서요.”


인수가 손가락질을 하며 대답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은거지로 가는 두 번째 입구인 방벽의 구멍이었다.


“언제부터?”


“처음부터요.”


“언제까지?”


“끝까지요.”


“저렇게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걸 우리가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모르던데요?”


“어떻게 그런······.”


“아, 그건 양상군자라는 무공······. 아.”


으쓱해진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던 인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흑립을 뚫고 날아오는 선비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다.


“새삼스럽게 굴지 마시오. 당신들도 기척을 숨기는 것에 능하지 않소. 어서 갑시다. 오늘 우리는 잡담을 나누러 온 것이 아니니.”


“지난번 일은 눈치 채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이 넘어간다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그 카메라.”


“아, 알았어요. 끌게요.”


“녹화분도.”


“아이고.”


인수는 앓는 소리를 하며 울상을 지었다. 흑풍회 중 한 명의 목소리를 깨끗하게 담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려던 참이었다.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들은 현대의 문명을 등지고 산 사람들이 아니었다. 선비와 같은 부류의 사람은 역시 흔하지 않았다.


흑풍회는 꼼꼼하게도 영상이 지워진 것까지 확인을 마친 뒤에야 인수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지워진 영상이 아쉬운지 그는 흑풍회의 안내를 따라서 방벽 안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쉬움도 잠시. 대나무 정원과 대나무 저택을 지나 커다란 석재의자에 앉은 장로를 발견한 순간 얼굴을 굳혔다. 이곳은 이제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재판장이었다.


흑풍회는 공터로 세 사람을 인도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소리도 없이 뛰어올라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다.


열흘 만에 마주한 장로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진중해보였다. 팔걸이에 기대어 턱을 괸 심드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장문인.”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소.”


“그렇습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장문인의 제안이 여간 기대되는 것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노인의 시선은 노골적이었다. 정확히 인수가 메고 있는 가방을 향해 있었다. 이미 주객이 전도되어 마담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인수는 괜히 가방을 힐끔 쳐다보며 침을 삼켰다.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노골적인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술에 대한 관심만큼 입맛 또한 평범하지 않으리라는 걱정이 앞섰다.


“다시 한 번 약속을 확인하고 싶소.”


“장문인. 나 사마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 아닙니다. 오늘 이후로 하오문이 여주인을 쫓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장문인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을 때의 얘기지만 말입니다.”


노인이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냈다. 자꾸만 시선이 인수의 가방으로 향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했다.


선비는 노인의 의중을 살피려 지그시 그를 쳐다보았다. 흑립 너머의 시선을 느낀 듯 노인도 고개를 돌렸다.


“더 기다려야 합니까, 장문인?”


“아니오. 지금 내주겠소.”


선비의 대답에 인수는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유리병 세 개를 꺼내 선비에게 건넸다. 노인의 눈빛이 변한 것은 그때였다.


“호오······. 기대했던 것과 조금 다릅니다?”


“모두 같은 술이오. 단지 맛에 강약의 차이가 있어 모두 챙겨왔소. 사람마다 추구하는 맛은 다르니 말이오.”


“그렇지, 그렇지. 맞는 말입니다, 장문인.”


노인은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설프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도리어 여섯 병을 전부 가져왔다면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선비가 세 병의 술병을 들고 석재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카로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흑풍회였다. 오로지 백학주에 관심이 쏠린 노인과 달리 역할에 충실했다. 이미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건만 두려움도 없이 선비의 행동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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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 마담 (7) 19.03.25 5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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