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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끈을 풀어 헤친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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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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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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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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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리에이터 (3)

DUMMY

두 사람보다 먼저 박물관을 구경하고 있던 관람객은 없었다. 좋은 소식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마음껏 하오문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전시물들은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는 밀폐된 유리벽 너머에 전시되어 있었다. 유물들을 바라보는 인수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소중하게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선비님, 저만 지루해요?”


“흥미가 동하지 않는 물건들임은 확실하오.”


“관람객이 괜히 없는 게 아니었네요. 이 물건들을 보고 뭔가 유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밥그릇, 수저, 옷가지,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 역사학적으로는 중요하겠지만 하오문과는 상관없는 것들이에요.”


“아직 전시실을 절반도 돌지 않았다오. 실망은 조금 뒤에 하도록 합시다.”


“알았어요. 일곱 살짜리 어린애도 아닌데 조급했네요.”


“이해하오. 나도 눈꺼풀이 무겁다오. 전시물들 사이의 상관관계라도 설명해줬으면 좋으련만.”


“그러게요. 발굴현장에서 나왔다는 건 알겠지만 관람객들은 그런 건 전혀 궁금하지 않을 텐데요. 중요한 건 이야기잖아요? 이 유물들이 말해주는 과거의 이야기요.”


“음. 그대의 표현이 더 정확하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소. 유물들이 말해주는 과거의 이야기. 좋구려.”


선비가 동조하자 인수는 조금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생각에 잠겼다. 칭찬을 들은 적이 언제였는지 말이다. 아마 백학주를 빚었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정신이 없었기에 대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칭찬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았다.


스승의 칭찬은 별 것 아니었음에도 달콤했다. 칭찬이 고픈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었다. 칭찬 뒤에 응당 따라오곤 하는 보상을 떠올렸지만 그는 서둘러 생각을 흩어버렸다.


두 개의 작은 발소리만 들려오는 전시실에는 정적에 가까운 고요가 감돌았다. 그러나 새롭게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요는 금세 깨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박물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선비와 인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로운 관람객의 수는 셋이었다.


세 명의 새로운 관람객은 규칙적인 발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들의 목적이 전시된 유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채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전시를 구경하기에 너무 빨랐다.


새로운 손님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그들은 어느새 선비와 인수가 있는 전시실에 발을 디뎠다.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남자들이었다.


선비와 인수는 전시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갑자기 들이닥친 관람객들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온 신경은 주변시야에 걸쳐 있는 그들을 향했다.


유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던 새로운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선비와 인수가 있는 전시실에 들어서자 보통의 관람객들과 같은 빠르기와 보폭의 발걸음으로 변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수상한 자들이었다.


유물을 바라보고 있는 선비의 주변시야가 한순간에 넓어졌다. 고반이었다. 선비심공의 비기 중 하나인 고반(顧盼)을 펼친 것이다.


세 명의 남자는 더 이상 관람객이 아닌 괴한이었다. 눈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깊이 눌러쓴 모자에 정체를 감추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오문에서 보낸 자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내 의심을 거뒀다. 그들의 태양혈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선비는 내공을 거뒀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자들임을 확인한 이상 괴한들은 그저 수상할 뿐 위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비는 곧장 생각을 고쳐야 했다.


강렬한 금속음에 전시실의 유리벽들이 잘게 떨렸다. 선비는 어느새 빼든 흑접선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손가락 크기의 암기가 나뒹굴었다.


괴한의 짓이었다. 선비는 빠르게 인수의 몸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소리도 없는 치명적인 암기는 인수를 향하지 않았다.


인수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선비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암기는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날아왔다. 요란한 경고도, 팔의 움직임도, 소리도 없었다. 죽이겠다는 단순한 의도뿐이었다. 예사롭지 않았다.


흑접선이 뿜어내는 칠흑의 안개가 순식간에 전시실을 덮기 시작했다. 이어서 선비가 흑비녀에 내공을 불어넣기 직전이었다. 안개를 뚫고 인수가 선비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안개 속에서 다급하게 고개를 젓는 인수의 얼굴이 있었다.


인수는 선비의 팔을 붙잡고 출구로 이끌었다. 전시실 하나를 더 지나쳐서야 두 사람은 입구 반대쪽에 마련된 출구로 나올 수 있었다. 선비보법을 운용한 그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왜 말렸소? 아는 자들이오?”


“그럴 리가요. 저 안에서 싸웠으면 난리가 났을 거예요. 유리벽도 깨지고, 유물도 망가지고. 뒷수습은 어떻게 하려고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소. 고맙소.”


선비는 감사의 말을 전하자마자 인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기척도 없이 날아온 암기는 아슬아슬하게 인수가 서 있던 자리를 지나쳤다.


박물관 출구에는 뒤따라온 괴한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선비는 생전 처음으로 털이 곤두서는 위기를 느꼈다. 그들이 출구까지 뒤따라와 암기를 던지기 전까지도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었다.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관람객 흉내를 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자들이었다.


선비가 내공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 순간 괴한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선비는 흑접선을 휘두르는 대신 흑비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사라진 괴한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선비가 내뿜는 빛은 이른 초저녁의 겨울 하늘보다 강렬했다. 그 빛이 괴한들의 눈을 가린 사이 선비는 인수의 팔을 붙잡고 땅을 박찼다. 사그라지는 빛 덩어리에서 나온 두루마기를 입은 한 쌍의 남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박물관에서 멀어졌다.


“선비님! 이게 무슨······!”


“지금은 일단 달리시오!”


선비는 설명 대신 인수를 재촉했다. 시력을 회복한 인수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선비의 말을 이해했다. 놀랍게도 괴한들은 경공을 사용하는 두 사람의 뒤를 기척도 없이 바짝 쫓고 있었다.


괴한들의 추격을 떨쳐내려 선비는 속력을 높였다. 인수가 무리 없이 따라오면 더욱 빠르게 움직였고, 인수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몸을 날렸다.


문제는 괴한들도 뒤처지지 않고 추격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선비는 점차 토끼몰이를 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괴한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충분히 지치거나 막다른 길에 다다라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길 기다리는 듯했다.


산책을 하듯 여유로운 몸놀림과 달리 선비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였다. 도망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남은 선택지는 아무리 날뛰어도 괜찮을 만큼 한적한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인적이 드문 유적공원보다 더욱 조용한 곳을 원했다.


그런 선비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산이었다. 선비가 사는 동네에서도 보이는 산은 늘 그랬듯이 배경처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것은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고민은 찰나였다. 서울의 도심은 어딜 쳐다봐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나마 주택가 옥상을 뛰어다니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추운 겨울 초저녁부터 옥상에 올라가 도시의 회색빛 운치를 즐기려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라며 주택가를 향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눈짓조차 없는 갑작스러운 행보에도 인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은 일상이었다.


괴한들을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할 작정이었으나 상황은 선비의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괴한들도 건물과 건물 사이를 능숙하게 달렸다. 도시 생활에 이골이 난 것은 선비와 인수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늘 밤을 주 무대로 삼았던 선비는 발밑을 현혹시키는 어둠이 오히려 반가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괴한들은 발밑을 조심하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산이 가까워질수록 선비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곁눈질로 인수의 안색을 살폈다. 한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어떻게든 산에 도착할 수는 있을 테지만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만큼 지칠 것이 분명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높고 낮은 건물의 연속도 그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비는 자신의 단전에 남아 있는 내공으로 인수의 여력을 가늠했다. 가뭄에 마른 호수처럼 바닥을 보이고 있을 텐데도 그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산의 초입에는 이른 초저녁부터 식전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인수에게 눈짓을 보내고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사람도, 짐승도 다니지 않을 험한 산을 찾아 달렸다. 여유를 잃은 선비의 몸놀림은 다급한 마음을 대변했다. 인수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숨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내 팔을 붙잡으시오.”


선비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일그러진 표정의 인수가 그녀의 팔을 붙잡자마자 칠흑의 안개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칠흑의 안개가 괴한들의 시야를 가렸다. 선비는 고민 없이 주택가의 끝자락에 위치한 건물의 난간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폭발적인 빠르기로 허공을 갈랐다.


안개가 가셨을 때는 이미 선비와 인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거대한 풍성을 터뜨린 것 같은 굉음의 잔향만이 맴돌았다.


선비는 어느새 낙엽으로 뒤덮인 비탈길을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곁에는 힘겹게 내공을 쥐어짜내어 한량보를 운용하는 인수가 함께였다.


괴한을 따돌리고 산속에 몸을 숨기는 데에 성공한 그들은 한동안 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등산로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깊은 산속에서까지 들어가서야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도, 도대체······. 하아······.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죠? 하아······. 어떻게 우릴······ 쫓아왔을까요? 이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려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인수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거리며 잎을 모두 떨어뜨린 이름 모를 나무에 기댄 채 말했다. 그는 물밀 듯 밀려오는 피로감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단전은 완전히 바닥을 보여 한 방울의 내공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르겠소. 그보다 어서 운기부터 하는 게 좋겠소. 어서 서두르시오.”


선비의 재촉에 인수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모아 가부좌를 틀고 곧장 운기에 들어갔다.


인수가 기력을 회복하는 사이 선비는 나무 뒤에 숨어 지나온 길을 살폈다.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산속은 초저녁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그러나 괴한들을 완전히 따돌렸다고 믿지 않았다.


괴한들의 경공은 수준급이었다. 아니, 그것을 경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공도 없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빠르기로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고도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자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최면이혼술(催眠移魂術)이라는 사이한 술법을 쓰던 최면술사였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쌍둥이의 몸을 넘나들던 기리철을 떠올렸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알려지지 않은 술법을 사용하는 자들이리라.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던 신묘한 움직임. 소리도 없이 날아들던 암기. 가장 유력한 정체는 일본에서 넘어와 검계와 손을 잡은 닌자였다. 무공이 아닌 인술을 쓰는 자들이라 했다. 태양혈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선비의 얼굴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괴한들이 보여준 능력은 결코 자신에 뒤지지 않았다. 한 명이었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들의 수는 셋.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을 만큼 수적 열세였다.


선비는 운기를 하고 있는 인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인수의 표정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단전이 완전히 비었을 때 몰려오는 피로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잠깐의 운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흔한 박격술조차 가르친 적이 없지 않던가. 전투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싸우지 않는 것이었다. 그저 괴한이 이대로 돌아가길 바랐다. 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 언젠가 마주쳐야 할 상대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산속은 짐승의 울음소리조차 없이 고요했다. 그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폭풍전야의 불안감과 같았다.


선비는 운기 중인 인수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암기를 던지기 전까지 괴한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 번 암기가 날아온다면 제때 반응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 마른 낙엽들이 서로 부딪치며 바스락거렸다. 선비는 흔들리는 흑립을 붙잡고 단전에 남은 내공을 가늠했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길게 끌어서는 승산이 없었다.


바람이 멈추고 깊은 산속에는 다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선비와 인수의 숨소리만 들렸다. 인수가 운기 중이었기에 양상군자로 기척을 감추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도리어 인수에게 화살이 쏠리는 위험을 초래할 뿐이었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바닥을 뒤적였고, 낙엽은 서로 몸을 비볐다. 선비는 인수와 자신의 두루마기 자락을 부여잡았다. 산바람은 그들을 불청객이라 여기는 듯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선비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산바람이 싣고 갈 냄새 때문이었다. 나무숲의 짙은 냄새. 이맘때쯤이면 차가운 공기에 감돌곤 하는 겨울 냄새. 형언하기 힘든 냄새들이 그녀의 폐부로 스며들었다.


희미하게 향긋한 냄새도 섞여 있었다. 인수가 사용하는 세면제의 향이었다. 냄새를 쥘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선비문의 제자임을 숨기고 자주 의병으로 활동했던 선조가 남긴 기록인 <왜구조사>의 구절들이 뇌리를 스쳤다.




의병들이 어촌을 습격한 왜구들을 소탕한 뒤 일어났던 사건이다. 해안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어떤 전조도 없는 죽음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마을에 숨어 있던 왜구의 짓이었다. 언젠가 측은지심이 일어 죽이지 않고 돌려보냈던 왜구 중 한 명이었다.


······닌자라 밝혀졌다.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로 위치를 파악해 들키지 않고 한 달 가까이 마을에 숨어 있었다. 그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열 명의 주민이 살해됐다.


······왜구는 포도청으로 호송 중 밧줄을 풀고 달아나려다 살수를 맞고 생을 마감했다. 스스로 어깨와 팔을 탈골해 달아난 것이다.


······왜인을 믿지 말지어다. 왜인은 성품이 간사하고 잔혹하며 미련하다. 적어도 조선 땅에서 만나는 모든 왜인은 그러할 것이다. 명령이라면 믿음을 저버린 채 타국의 주민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먼 옛날의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에는 대대로 가업을 잇는 일을 자랑스럽고 중대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지 않던가. 당시의 인술들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전해져오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다음 바람이 불어왔을 때, 선비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맞춰 발밑의 낙엽들을 한 아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수의 몸을 덮었다. 다른 냄새를 덮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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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 크리에이터 (4) 19.04.12 3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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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마담 (8) 19.03.27 41 0 14쪽
28 3. 마담 (7) 19.03.25 49 0 14쪽
27 3. 마담 (6) 19.03.22 44 0 12쪽
26 3. 마담 (5) 19.03.20 43 0 17쪽
25 3. 마담 (4) 19.03.18 46 0 19쪽
24 3. 마담 (3) 19.03.15 48 0 13쪽
23 3. 마담 (2) 19.03.13 45 0 18쪽
22 3. 마담 (1) 19.03.11 65 0 13쪽
21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10) 19.03.08 54 0 12쪽
20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9) 19.03.06 35 0 10쪽
19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8) 19.03.04 51 0 16쪽
18 2.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7) 19.03.01 5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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