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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회귀자가 다 뺏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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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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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졸개
작품등록일 :
2019.02.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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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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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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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도와줄게(4)

DUMMY

27화



“너...”


달을 등지고 있는 강유식의 모습을 본 순간. 황휘찬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을 불러낸 상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쉴 새 없이 정신을 갉아먹던 모든 불안감이 지워졌다.

그리고 그 텅 빈 곳을 가득 채운 것은.


“이 쓰레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멸감과 분노였다.


콰아앙!!


바닥을 박찬 황휘찬의 몸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고, 양손에서 불꽃과 번개가 솟구쳐 올랐다.

황휘찬의 특기는 여러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 캐스팅. 스킬북으로 습득한 수십 종류의 스킬을 구사하는 그 실력은 인성과 별개로 꽤 뛰어난 편이었다.


“등신.”


회귀 전 세계에서는.


따악!


강유식의 손가락이 튕겨졌고, 황휘찬과 한참 떨어진 장소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처음부터 조준이 빗나갔다는 것을 마력의 움직임으로 알아본 황휘찬은 강유식을 비웃으며 속도를 더욱 높였고.


콰득!!


지면에서 솟구친 무언가가 황휘찬의 오른쪽 다리를 집어삼켰다.


“아아악!!!”


머릿속이 새하얗게 불타는 고통에 황휘찬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고, 자신의 무릎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무광 처리된 덫. 몬스터를 사냥할 때나 쓰이는 특제품이 무릎 아래까지 물어뜯은 것이다.


“감히...네 까짓 게 감히!!!”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통증 때문에 해제되는 스킬의 캐스팅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황휘찬.

자신이 처한 상황도 떠올리지 못하는 그 무식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강유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놈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만.’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을 왜 매번 번거롭게 만드는 걸까. 한숨을 푹 내쉰 강유식은 만약을 대비해 설치해둔 다른 함정들을 피하며 아래로 내려왔다.


“시끄러워.”


그리고 황휘찬을 씹고 있는 덫을 발로 꽉 눌렀다.


“크아아악!”


반밖에 안 박혀있던 덫이 모두 깊숙이 파고들어 갔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처참하기 그지없는 꼴이지만 강유식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상황 파악 안 됐지?”

“너...너어...”

“기다려봐. 알기 쉽게 가르쳐줄게.”


안주머니를 뒤진 강유식은 사진이 담긴 봉투를 주문서 위에 올린 다음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주문서가 발동됨과 동시에 봉투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모습을 본 황휘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건...설마...”


빠악!


“커헉!”


“좀 기다려. 몇 분이면 되니까.”


강유식은 황휘찬이 캐스팅을 못 하도록 계속해서 걷어차며 휴대폰의 새로고침을 반복했고, 잠시 후 기다리던 헤드라인이 뜨자 씩 웃으며 쭈그려 앉았다.


“봐봐.”

“으윽...”


계속해서 두들겨 맞은 황휘찬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강유식의 휴대폰에 떠오른 글귀가 보였다.


[최초보도. 황영 그룹의 막내 손자. 불법마약 복용 확인.]

[최초보도. 황영 그룹, 불법마약 유통 증거 확보.]


몇 분 사이에 황휘찬의 마약복용과 관련된 속보가 뉴스라인을 도배했고, 그것을 본 황휘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아, 안 돼...”


끓어올랐던 머리가 싸늘하게 식었고, 온몸에 한기가 치밀어 오르며 덜덜 떨렸다. 이제야 자신의 입지가 어떤 것인지 이해한 것이다.


“이야...엄청 난리네. 이게 증거품 중에서는 제일 약한 건데 말이야. 안 그래?”

“뭘...도대체 뭘 원하는 거냐...”


마약 복용 사실이 알려진 것도 치명적인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수습할 수 있다.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황휘찬의 태도에 강유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았다.


“글쎄...그렇게 거창한 걸 바라는 건 아닌데.”

“얼마를 원하는 거냐! 말만 하면 최대한 맞춰서...”

“인생.”

“...뭐?”


당황한 황휘찬의 물음에 강유식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말 그대로, 네 인생이라고.”

“그게...무슨 개 같은...”

“하아. 거참...”


상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황휘찬의 모습에 강유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그의 품을 뒤적거렸다.

앞서 두들겨 맞은 탓에 황휘찬은 제대로 반항도 못 했고, 잠시 후 개인금고의 물건이 담긴 공간확장 주머니를 꺼냈다.


“이 안에 든 물건. 얼마나 될 거 같냐?”

“그건 왜...”

“그냥 대답이나 해. 다른 거 또 보내기 전에.”


강유식의 경고에 황휘찬이 몸을 움찔 떨면서 대답했다.


“5, 500억 정도...”


아이템과 현금만 따지면 그만한 값어치가 없지만 서약서를 통해 묶인 노예, 특히 차시현 같은 경우는 그만한 값어치를 가지고도 남는다.

황휘찬의 대답에 강유식은 주머니를 흔들면서 물었다.


“그럼 이 500억이 사라진다면, 네 인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까?”

“...”


강유식의 물음에 황휘찬의 눈이 커졌고, 식은땀을 흘리며 온몸을 떨었다. 이제야 강유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한 것이다.


“아니겠지. 네가 말하는 쓰레기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황영 그룹의 막내 손자인 너라면 화가 많이 나는 정도일 거야.”


황휘찬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본 강유식이 피식 웃으며 품 안에 있는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

“네가 황영의 방패막이로서 쓰일 수 있는 이 증거들이 모두 공개된다면, 과연 네 인생이 남아있을까?”


황용석 회장 아래 자식은 여섯. 그리고 손주는 열세 명이나 더 있었다. 서로를 뜯어먹지 못해 안달이 난 그들이 과연 아무런 가치도 없는 황휘찬을 이전처럼 용인해둘 것인가.


“아, 안 돼..”


그럴 리가 없었다.

온갖 이유를 붙여 정신병동에 가두든, 이번에 공개한 스캔들에 속죄의 의미로 감방에 처넣든, 어떤 형태로든 황휘찬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방탕한 인생에서 자신이 쓰레기로 경멸하던 이들보다 못한 삶으로 떨어지게 되리라.


“알았어...알겠으니까...제발, 제발 더 보내지 말아줘... 뭐든지 할 테니까...”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황휘찬의 모습에 강유식이 턱을 괴며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회귀 전의 황휘찬은 지금보다도 더 추하게 울부짖으며 매달렸었다. 아마 더 많은 쾌락에 찌들어 그것이 사라진 삶을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이리라.


‘왜 적당히를 모를까...’


쾌락을 누리는 걸로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태어나면서 물린 수저를 빼앗길 정도로 집착해봐야 본말전도 아닌가.

저렇게 태어나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강유식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이해할 수 없었고, 딱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애처롭기보단 쓰레기처럼 보이는 그 모습을 내려다본 강유식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따악!


봉투의 아래쪽에 불꽃이 일렁였고, 그 모습을 본 황휘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뭐든지 하겠다고 맹세한다면, 이건 여기서 깔끔하게 태워주지.”

“할게! 뭐든지 할게!”


다급하게 외치는 황휘찬의 모습에 강유식이 씩 웃었다.


“너. 나한테 빚진 거야.”


화르르륵!


강유식의 불꽃에 서류봉투가 남김없이 불타올랐고, 그 광경을 본 황휘찬은 앞의 분노도 잊은 채 압도적인 안도와 감사함을 느꼈다.


[채무관계 조건을 만족합니다.]

[채무자 ‘황휘찬’의 등록을 확인, 채무등급을 A급으로 판정합니다.]


조건을 만족하며 채무관계가 성립되었고, 황휘찬의 두 눈에 남아있던 저항이 사라지며 공포와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그 모습을 본 강유식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시원스레 일어났고.


‘징수.’


황휘찬의 모든 빚을 징수했다.


[채무자 ‘황휘찬’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스킬 ‘멀티 캐스팅(A)'를 징수합니다.]

[채무자 ‘황휘찬’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스탯 ‘민첩’을 28 징수합니다. 육체에 적용되어 총 45이 증가합니다.]

[채무자 ‘황휘찬’의 채무가 모두 납부되었습니다.]


“아...어...?”


중요한 무언가가 도려내어 지듯 사라졌고, 주변의 속도가 이전보다 둔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전신을 옥죄어왔던 공포와 두려움까지 거품처럼 빠져나가자 황휘찬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자. 그럼 다음.”


강유식이 품 안에서 새로운 증거품을 꺼내 들었다.


“뭐...방금 분명 맹세하면 태우겠다고...”

“그랬었지. 그건 여기서 태워주겠다고.”

“너...너!!! 강유식 이 개새...”


빠악!


황휘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을 정통으로 후려갈겼고, 부서진 이빨을 짓밟은 강유식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누구랑 다르게 약속은 꼭 지키는 주의거든. 그러니까 이번에도 앞이랑 똑같아.”


입꼬리를 씩 올린 강유식이 황휘찬을 바라보았다.


“맹세해. 뭐든지 하겠다고 말이야.”

“어윽...흐어...”


그제야 황휘찬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깨달았다.

이곳에 온 순간, 아니 강유식을 건드린 순간 이미 자신은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는 늪에.



*



[채무자 ‘황휘찬’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상태이상 ‘24시간 기억소거’.]

[채무자 ‘황휘찬’의 채무가 모두 납부되었습니다.]


마지막 증거품까지 불태우며 모든 정산이 끝났고, 강유식은 기억소거의 후유증으로 기절한 황휘찬을 내려다보았다.

묘하게 공기가 빠져나간 풍선처럼 쪼그라든 육체. 아마 스탯 총합을 절반 이상 빼앗긴 탓이리라.


‘가능하면 좀 더 뺏고 싶었는데...뭐, 이 정도로 만족할까.’


민첩이나 마력도 상당히 뽑아왔고 멀티 캐스팅을 비롯해서 쓸 만한 스킬도 몇 개 가져왔기에 이만하면 충분하다.

황휘찬의 몸에서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모조리 처리한 강유식은 텔레포트 주문서를 머리 위에 올린 다음 손가락을 튕겼다.


후웅!


기절한 황휘찬의 몸이 도시 어딘가로 깔끔하게 날아갔고, 주변에 설치해둔 함정과 방음 아이템을 수거한 강유식도 주문서를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바뀌었고, 한숨을 내쉰 강유식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방문 앞에 서 있던 여인, 차시현이 동요를 감춘 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련님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입니다.”

“15분 정도인가. 설마 대놓고 들어온 건 아니죠?”

“...그런 실수는 하지 않습니다.”

“뭐, 그렇긴 하겠죠.”


등을 돌린 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강유식의 모습에 차시현이 입술을 달싹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딘가 다친 곳은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를 도와주신 건가요?’


오늘의 이 모든 일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

하지만 차시현은 이번에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이렇게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 이미 결과는 알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자신이 먼저 이야기한다면, 기대해버린다면 여태까지처럼 배신해올 것 같아 두려웠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차시현이 두 손을 떨고 있을 때.


“이거.”


강유식이 서약서 뭉치를 꺼내 들었다.


“뭔지 알죠?”

“아...”


서약서를 본 순간. 차시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횡휘찬을 보필해온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의 앞을 오갔던, 그럼에도 서약에 의해 빼앗을 수 없었던 족쇄.

그것이 강유식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저...그걸...”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며 차시현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바라보는 강유식의 무심한 시선에 그녀의 손이 멈췄다.

차시현이 작성한 서약서는 복종의 대상을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즉 강유식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서약서를 새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설마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랬을 리가...’


자신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역시 그럴 리가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차시현이 뻗은 손을 내리려던 순간.


“거참. 답답하게 구는구만...”


쫘악!


강유식의 손이 서약서 뭉치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두 조각으로 나뉜 서약서는 다시 몇 번이고 강유식의 손에서 갈기갈기 찢어졌고, 이내 손에서 솟구친 불꽃에 모조리 타올랐다.


찰캉─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희미한 이명. 차시현의 영혼을 옭아매고 있던 서약의 족쇄가 풀려난 것이다.


“...”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서약이 사라졌음을 깨달았을 때. 차시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지도 그동안 꾹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지도 않았다.


“왜...”


그저 알고 싶었다.


“왜 저를 도와주신 거죠?”


어째서 타인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돕는지. 위험을 무릎 쓰고 움직였는데도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선의에 차시현은 감사함보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기쁨 뒤에 찾아올 절망은 얼마나 끔찍할까. 서약이 아닌 스스로가 만든 족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


그 물음에 강유식은 차시현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움켜쥐지 않았던, 그리고 숨이 끊어진 다음에야 자신의 손을 움켜쥐었던 두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대하던 두 손을 피가 새어 나오도록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려운가...’


주어진 자유조차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다니.

차시현이 그동안 겪어온 삶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보다도 피폐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유식은 빚이 좀 더 효율적으로 쌓일 수 있도록, 그런 이유라고 중얼거리며 차시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알고 싶어요?”

“...네.”

“에휴.”


주먹을 꽉 쥔 채 올려다보는 차시현의 모습에 강유식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피가 흐르는 두 손을 잡았다.


“아...”


갑자기 손을 잡힌 것에 차시현이 흠칫 떨었고, 그 모습을 본 강유식은 부드럽게 두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회귀 전의 감각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꽉 움켜쥔 그녀의 주먹을 풀고 장갑을 벗겨주었다.


“...”


날카로운 통증을 파고드는 부드러운 손길.

마치 자신의 감각을 알고 있는 듯한 그 손길에 차시현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사실 황휘찬 조지는 겸에 겸사겸사한 겁니다.”

“...네?”

“그냥 덤이었다고요. 뭐 특별히 노린 게 아니라.”


실제로는 노렸지만, 그렇게 말해봐야 좋을 것 같지도 않아 계속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제가 뭐 누구 돕고 그럴 성격은 아니지만, 힘든 일도 아니면 그럴 때도 있어요. 일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는 겸이잖아요?”


“그런...”

“안 믿기지만 어쩌겠어요? 실제로 그런걸.”


공간확장 주머니를 뒤져 포션을 꺼낸 강유식은 그것을 상처에 조심스럽게 흘려보냈다.

따끔거리면서도 은은한 감촉에 차시현이 당황하는 사이. 강유식이 이야기를 이었다.


“그러니까 왜 도와줬느냐, 원하는 게 무엇이냐 그런 거 묻지 말아요. 딱히 원하는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걸...”

“풀려 난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보답이나 그런 거에 또 묶이고 싶습니까? 취향도 독특하셔라.”

“윽...”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에 차시현이 움찔 떨자 강유식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려다보았다.

재생력이 뛰어났기에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강유식은 그대로 손을 내려주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아요. 어찌 됐든 오랜만에 자유의 몸이 된 거니까.”

“자유...”

“그리고 나중에 그게 질렸을 때쯤에 뭐, 돈이든 뭐든 갚아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뭐...”


어두컴컴한 방안에서도 빛이 돌아오는 것이 보이는 차시현의 눈동자. 그 알기 쉬운 변화에 강유식이 슬쩍 웃으며 바라보았다.


“마음에만 달아둡시다.”


[채무관계 조건을 만족합니다.]

[채무자 ‘차시현’의 등록을 확인, 채무등급을 A급으로 판정합니다.]


‘됐다!’


이야기하기 무섭게 떠오르는 알림창. 그것을 확인한 강유식은 앞에 서 있는 차시현을 바라보았다.


툭툭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제야 마음 놓고 울고 있는 것이리라.

그 모습을 바라본 강유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갚으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황휘찬을 조지고 나서 괜히 얽히면 귀찮아지니까.’


대가가 필요 없다고 해놓고 바로 가져가는 게 양심이 조금 찔리지만 아무렴 어떤가. 각오를 다진 강유식은 곧장 채권자를 발동시켰다.


‘징수!’


[채무자 ‘차시현’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스킬 ‘인지 극대화(S)'를 징수합니다.]

[채무자 ‘차시현’의 채무가 모두 납부...]


괜히 S급 스킬이 아닌지 A급 중에서도 역대급이던 채무가 한 방에 납부되는구나. 강유식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채무자 ‘차시현’의 빚이 증가합니다.]

[채무자 ‘차시현’의 채무등급이 A급으로 상승합니다. 징수목록이 추가됩니다.]


“...?”


눈앞에 또다시 떠오른 알림창.

분명 방금 채무를 모두 납부했다고 떴을 텐데 왜 또 이런 알림창이 떠오르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강유식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알겠습니다.”


울음을 그친 차시현이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들었고, 멍하니 보고 있는 강유식을 올려다보았다.


“말씀하신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마음이 가는 대로 갚아가겠습니다.”


그런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작가의말

dbwls12님 후원 감사합니다!

어제 기입하는 걸 깜빡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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