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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슈퍼 담배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최근연재일 :
2019.03.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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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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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 2. 대면 (1)

DUMMY

혼자 살기에 조금 넓은 감이 있는 거실로 정적이 번졌다.

기계음 섞인 음악과 괘종시계의 초침 소리가 공존하는 기묘한 정적.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마주 보고 있던 둘의 입이 동시에 열리고 닫혔다. 그 빈자리로 예의 정적이 다시금 쌓였다.


-“먼저 말···.”


둘은 사전에 모의한 것처럼 입을 열고 닫았다. 쌓아 올린 정적이 허물어지고, 또다시 차곡차곡 쌓였다.

이로써 벌써 세 번째. 마치 억지로 짜 맞춘 삼류 성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었다. 존재감 빼고 모든 재능을 가진 초능력자와 쓰레기통에서 돋아난 머리가 주연이라는 설정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김연은 상황이 만들어 내는 어색함에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 그러면서도 말이 겹쳐 세 번씩이나 끊어지는, 평소 동경하던 시트콤 같은 상황에 아주 조금 설레고 있었다.

김연이 슬쩍 머리를 살폈다.

머리는 여전히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머리는 정말로 그를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딱히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인 만큼 맹신할 수는 없지만 거리도 어느 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김연에겐 염력이라는 초현실적인 무기가 있었다. 여차하면 쓰레기통채로 던져 버리고 눈썹 휘날리게 도망갈 생각이었다.

새로운 뮤직 비디오가 끝날 동안 머리를 식힌 김연이 살그머니 손을 들었다. 먼저 말하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는데, 다행히 머리도 알아들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쓰레기통한테 허락을 맡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정말 내가 보인다고?”


그럼에도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역시 이 질문이었다.

사실 질문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김연은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보여.


김연의 물음에 머리는 작게 수긍하고 역으로 물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야말로 진짜 내가 보여?

“그야···.”


대화가 오가는 마당이었으니 사실 무의미한 질문이다.

여기까지 오면 못 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김연은 강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머리는 어쩐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김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너 흡연자였어?

‘기운?’


김연은 의문이 드는 와중에도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그는 이 집의 구성원 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흐음···.


머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치 벌 서는 어린아이가 된 양 가만히 서 있던 김연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 쓰레기통에 다 피지도 않은 담배 일곱 갑을 버린 미친놈이 너니?


어조는 부드러운데 말미쯤 무척 거슬리는 단어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김연은 머리가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


-잘도 이런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아아,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그걸 해내는 놈이 있을 줄이야···.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머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반인륜적, 혹은 그에 버금가는 패륜적 행위로 생각될 만큼 무거운 한숨이었다.

김연이 머리의 폐는 대체 어디쯤 달려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느낄 때였다.


-그런데 넌 궁금하지도 않나 봐? 정체 모를 무언가가 너희 집 쓰레기통에서 나왔잖아. 조금은 놀라야 하는 거 아니야? 보통은 무서워한다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머리가 김연의 무신경함을 탓했다. 따로 말할 여유도 주지 않고 혼자 투덜거리기 바빴던 주제에 아주 청산유수였다.

김연은 나름대로 하고 있던 경계를 풀어 버렸다. 계속 듣고 있자니 혼자 경계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머리는 누가 봐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다. 얼핏 모자라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은 일말의 의심조차 날려 버렸다.

어쨌든 거저 생긴 발언권이라 김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지금까지의 대화가 무섭다고 생각해?”

-음···.


김연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머리가 입을 열었다.


-‘당신, 내가 보여?’ 여기까지는 무섭지 않았어?

“동시에 말했잖아. 넌 내가 무섭냐?”

-무섭지는 않지만··· 가만, 내가 네 친구야? 초면인 주제에 말투가 좀 건방진데? 여기 한국이잖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그 동방예의지국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지. 미친놈 소리까지 들은 마당에 존대해 줄 정도로 예의 밝은 사람은 이 나라에도 드물어.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인데, 말투가 건방진 건 그쪽 아니야?”

-흐응···.


머리가 흥미롭다는 양 고양이처럼 콧소리를 냈다.


-넌 상당히 재미없는 녀석 같아.

“시끄러. 너 진짜 무례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연은 이 대화가 제법 즐거워질 것 같다고 느꼈다. 서로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니 쥐도 새도 모르게 잊힐 일은 없는 것이다.

반면 이렇게 평생 사람 아닌 것과 교류해야 할지도 모를 팔자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쓰라렸다.


‘그러고 보니···.’


김연은 문득 지금까지 정작 머리의 정체에 대해선 뒷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궁금해야 할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을 먼저 알아봤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컸다.

김연은 여전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머리에게 물었다.


“저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응? 궁금하지 않은 거 아니었어?

“무섭지 않다는 거지. 쓰레기통에 사람 머리만 나와 있으면 보통은 놀라. 나도 처음에는 놀랐고.”

-흐음··· 그래?


머리만 있어서 그런지 반응을 관찰하기가 쉬웠다. 머리는 아무래도 조금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연이 머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래서 묻고 싶은 거야. 넌 대체 누군지, 어째서 쓰레기통에 머리만 남겨져 있는지, 왜 하필 우리 집 쓰레기통이었는지도 전부.”


처음 투덜거린 내용으로 봤을 때, 잠들기 전 버렸던 담뱃갑과 쓰레기통이 저 머리가 나타나는 것에 조금이라도 일조했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김연은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어디서 나타났는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 그렇지. 네 반응이 하도 시원찮아서 깜빡 잊고 있었어.


머리는 몸이 있었다면 박수를 쳤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이어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그 조그마한 쓰레기통에서 어깨와 몸과 팔과 다리를 차례대로 꺼냈다.


“···헝?”


김연은 사람이 진짜 황당하면 해석 불능의 헛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넋이 나가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내 이름은 시가렛.


순식간에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온 머리··· 아니,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담배의 요정이야.


***


요정(妖精).

보통 이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무엇일까.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

어쩌면 판타지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원소의 정령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요새 한창 인기몰이 중인 유명 걸그룹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뭐라고?”


못 들어서 되물은 것은 아니다. 확실히 들었지만, 김연은 지금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담배의 요정이라고.


그녀, 시가렛은 김연의 귀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김연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새삼스레 그녀가 요정이라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첫 대면부터 정상은 아니었으니 이런 전개는 오히려 당연했다. 저 작은 쓰레기통에서 나온 주제에 사람이라고 우긴다면 그거야말로 경악할 일이다.

게다가 김연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불가사의 같은 것에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었다. 그 자신도 상리를 벗어난 인간이었으니 혼령이나 사후 세계 역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쯤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어? 너 놀랐구나? 그렇지? 지금 놀란 거 맞지?


김연의 침묵에 시가렛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내가 원했던 반응이 바로 그거야! 그나저나 직접 요정이라고 말해 줘야 놀라다니, 넌 재미도 없는데 둔감하기까지 하구나?


김연은 시가렛의 말에 일부분 수긍했다.

놀라기는 놀랐다. 하지만 놀란 이유는 조금 달랐다.


‘담배의 요정이라니···.’


파란색 떡볶이를 보는 느낌이다. 담배와 요정만큼 안 어울리는 단어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가렛은 계속 떠들어 댔다.


-알고 있어? 여자들은 그런 남자 싫어해. 너 여자 친구 없지?


여자 친구는 고사하고 친구도 없다.

정곡을 찔려 눈에 띄게 침울해진 김연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신경 꺼. 그보다 담배의 요정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너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난 담배를 피우지 않아. 담배의 요정이면 당연히 흡연자한테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게 말이지···.


시가렛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나온 쓰레기통을 뒤졌다.

김연은 그제야 저 자칭 담배의 요정이 쓰레기통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격적인 등장과 대조적으로 그녀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달랑 머리만 있었을 때는 그 기괴함 때문에 잘 몰랐었는데 커다란 암갈색 눈동자라던가 미려한 콧날, 도톰한 연분홍빛 입술은, 만약 길에서 마주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만치 예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연갈색 머리카락은 여성치고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귀를 덮고 내려와 목선을 따라 흘러내릴 정도라 중성적인 느낌이 강했다. 몸에 딱 맞아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는 새하얀 와이셔츠가 아니었다면 미소년처럼도 느껴질 법했다.

하의 역시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으로, 상의가 그랬듯 별다른 장식 없이 깔끔한 흰색이었다. 상하의가 모두 흰색이라 단조로울 수도 있었지만 비율이 워낙 좋아서 단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부츠였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굽 놓은 가죽 부츠는 그녀가 걸친 것 중 유일하게 갈색이었고, 동일한 색의 얇은 벨트 장식이 부츠 발목부터 무릎 부분까지 불규칙적으로 붙어 있었다.

김연이 세어 보니 장식은 양쪽 각기 열 개씩 달려 있었다. 그중 오른쪽 부츠 목 끝에 달린 장식만 다른 것들과는 달리 그을린 듯한 검정색을 띠고 있었다.

김연은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시가렛의 몸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과,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이 어제 버린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흰옷에 갈색 부츠를 신고 있는 시가렛의 모습은, 그 이름대로 마치 한 개비의 담배를 연상시켰다.

시중에 파는 것 중 상위 1퍼센트의 니코틴 함량을 자랑하는 갈색 필터가 달린 담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도 연갈색이었다.


-찾았다.


김연이 막 시가렛의 머리에 불이 붙는 상상을 하려던 찰나였다.

그녀가 바닥에 무언가를 죽 늘어놓았다. 바로 김연이 어제 버린 담뱃갑과 라이터들이었다.


“이건···.”

-일단 요점부터 말할게. 나와 네 흡연 여부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 원래대로라면 누가 됐든 간에 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

“내 탓이라는 뜻이야?”

-굳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면 너와 나, 둘 모두의 쌍방과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니야. 넌 그저 나의 소환 조건을 만족시켰을 뿐이니까.


시가렛은 늘어놓은 담배와 라이터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1미리부터 7미리까지의 담뱃갑이 있어. 이 라이터는 붉은색이고, 이 끝 쪽의 라이터는 보라색이지.

“설마 그 조건이라는 게···.”


김연은 머리가 나쁘지 않다. 보통 사람도 알 수 있을 연속성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맞아.


한숨처럼 내뱉은 그녀가 팔짱을 꼈다.


-각기 한 대씩만 피운 1미리부터 7미리까지의 담뱃갑과, 그 담배를 태운 일곱 가지 색깔의 라이터가 1년 이상 쓰레기통으로 사용된 장소에 모일 것.


시가렛이 김연의 눈을 직시했다.


-그게 바로 나의 소환 조건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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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Pack 12 경계의 바깥 (1) 19.03.20 32 2 12쪽
31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3) 19.03.19 43 2 13쪽
30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2) 19.03.18 48 2 13쪽
29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1) 19.03.17 40 2 15쪽
28 pack 10. 마음의 소리 (4) 19.03.16 34 2 13쪽
27 pack 10. 마음의 소리 (3) 19.03.15 41 3 15쪽
26 pack 10. 마음의 소리 (2) 19.03.14 51 2 14쪽
25 pack 10. 마음의 소리 (1) 19.03.13 58 2 14쪽
24 pack 9. 계획 (2) 19.03.12 55 1 13쪽
23 pack 9. 계획 (1) 19.03.11 55 2 13쪽
22 Interval 19.03.10 60 2 15쪽
21 pack 8. 소문 (3) 19.03.09 67 2 16쪽
20 pack 8. 소문 (2) 19.03.08 65 2 17쪽
19 pack 8. 소문 (1) 19.03.07 75 2 13쪽
18 pack 7. 변화 (2) 19.03.06 67 2 15쪽
17 pack 7. 변화 (1) 19.03.06 75 3 11쪽
16 pack 6. 회수 (3) 19.03.05 71 3 19쪽
15 pack 6. 회수 (2) 19.03.04 91 3 12쪽
14 pack 6. 회수 (1) 19.03.03 84 5 13쪽
13 pack 5. 징조 (3) 19.03.02 106 4 10쪽
12 pack 5. 징조 (2) 19.03.01 95 4 10쪽
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10 pack 4. 대가 (2) 19.02.27 135 6 15쪽
9 pack 4. 대가 (1) 19.02.26 137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6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3 6 11쪽
6 pack 2. 대면 (2) 19.02.23 181 5 9쪽
» pack 2. 대면 (1) 19.02.22 197 4 12쪽
4 pack 1. 김연 (3) 19.02.21 214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3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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