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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슈퍼 담배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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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최근연재일 :
2019.03.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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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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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 2. 대면 (2)

DUMMY

우연이 겹쳐도 이렇게까지 겹칠 수 있을까?

김연은 그저 집 앞을 어지르던 양아치들에게서 담배를 빼앗아 버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하필 1미리부터 7미리까지의, 그것도 각기 한 대씩만을 피운 새것과 다름없는 담배였다.

그 한 대를 태울 때 사용된 라이터마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을 갖추고 있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마치 누군가 짜 놓은 각본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줄래? 울고 싶은 건 이쪽이란 말이야.


쀼루퉁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가렛의 모습에 김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표정 관리가 안 됐던 모양이었다.

시가렛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아, 정말 어이가 없지 뭐야. 안 불려 나오려고 작정해서 세운 조건이었는데 그걸 떡하니 만족시키다니··· 내 운이 나쁜 걸까, 네 운이 좋은 걸까?


좋든 나쁘든 정말 운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세상 어느 미친놈이 각기 다른 종류의 담배 일곱 갑을 사서 한 대씩만 피우고 버린단 말인가. 여기에 라이터라는 변수까지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다.


-뭐, 그래도 조건은 조건이니 별수 없지.

“별수 없다니··· 뭐가?”

-넌 동화도 안 보니?


김연의 물음에 시가렛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허공에 다리를 꼬고 앉아 김연을 보며 말했다.


-소환된 요정이 할 일은 하나밖에 없잖아.


김연은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어쩐지 예측할 수 있었다.


-소원을 들어줄게.


시가렛은 김연이 예상한 그대로의 말을 하고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그리고 전혀 예상외의 발언을 하며 예쁘게 웃었다.


-스무 개.

“······.”


김연은 오늘 통산 네 번째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몇 개?”

-스무 개.

“···몇 개?”

-스무 개라니까. 멍청한 거니, 귀가 잘 안 들리는 거니? 재미도 없어, 둔감해, 거기에 멍청한데다 귀까지 안 들리면··· 너 정말 총체적 난국이구나?


시가렛이 측은한 눈빛으로 김연을 쳐다봤다.


‘내가 어쩌다···.’


김연은 이마를 감싸 쥐고 싶었다.

그동안 별다른 변호를 하지 않은 탓일까?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나왔던 불명예스러운 단어들이 저 말 많은 요정에 의해 고스란히 쌓여 돌아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반박하기도 애매한 단어들이었다. 난 재미있어, 난 둔감하지 않아, 난 영리해 등, 이따위 낯부끄러운 말들을 어찌 제 입으로 할 수 있을까.

어찌 한다손 쳐도 꼴이 우스워질 것은 뻔하다. 최악의 경우 추하다는 평가가 합산될 수도 있다. 정말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었다.


“···소원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을 뿐이야.”


김연은 결국 주제를 돌리는 것을 택했다. 못 갚을 걸 알면서도 이자율 높은 사채를 끌어다 쓰는 기분이었다.


-많으면 좋지 뭘 당황하고 그래.


시가렛이 툴툴거렸다.

그녀의 말에는 김연 또한 동의했다.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다.

김연이 시가렛에게 물었다.


“좋아, 그럼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뭐지?”

-대가라니?

“스무 개씩이나 되는 소원이야. 아무런 조건 없이 이루어질 리 없잖아.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생겨. 적어도 난 그렇게 살아왔어.”


김연은 초인적인 능력을 얻는 대신 존재감을 잃었다. 그래서 능력 있는 자가 존재감이 없다는 게 얼마나 엿 같은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넌 소원을 이루어 주는 대신 나에게서 뭘 가져갈 거지? 그것을 먼저 말해 주지 않는 한, 난 소원을 빌 수 없어.”


소원에 지불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면 이루지 않는 것만 못하다. 백 개, 천 개의 소원이라도 득실의 차이가 제로, 아니, 마이너스라면 의미가 없다.

김연의 말에 시가렛이 피식 웃었다.


-물론 잃는 것은 있어.

“역시···.”


낮게 신음하는 김연을 보며 시가렛이 재차 말했다.


-네가 부를 원한다면 가난을 잃겠지. 온기를 원한다면 냉기를 잃을 것이고, 강한 힘을 원한다면 약했던 자신을 잃게 될 거야.

“···그건 당연한 말이잖아.”

-너도 당연히 그렇게 살아왔고. 맞지?

“······.”

-대가란 그런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렇게 말하는 시가렛의 표정은 조금 쓸쓸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단! 내가 들어주는 소원에도 분명 한계는 있어.

“한계?”

-왜? 좋다 말았니?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세상엔 요정도 감당 못할 소원들이 종종 있는 법이거든.

“음··· 그럼 어디까지가 한계인데?”

-그건···.


시가렛이 오물거리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김연에게 말했다.


-미안. 말할 수 없어.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말할 수 없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말할 수가 없다는 의미야.

“조건이라거나 한계라거나··· 요정이란 직업도 참 피곤하구나.”

-내 입장에서는 네가 훨씬 피곤해. 궁금한 게 왜 그리 많아? 요정이 나와서 소원을 들어준다잖아. 감지덕지하며 소원에 대해 고민해야 정상 아니니?


타락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담배에서 나온 주제에 쓸데없이 순수한 발언이다. 악마인지 요정인지 모를 것한테 넙죽 소원을 빌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악마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각박한 세상인 것도 틀림없다.

아무튼 말할 수 없다는데 따져 봐야 시간 낭비다. 깊게 생각하기 싫었던 김연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럼 대충 뭘 들어줄 수 있는데? 이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

-그 정도는 괜찮아.


어떻게든 아무 소원이나 들어준 후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김연에게까지 느껴졌다.

시가렛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를 들어 힘을 강하게 해 준다거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연은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아주 쉽게 반으로 접었다가 폈다. 펴진 동전의 중앙은 확연히 가늘어져 있었다.


“엇, 뜨거워라.”

-······.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뜨거워진 동전을 몇 차례 던졌다 받은 김연이 시가렛에게 물었다.

시가렛은 뭐 이런 놈이 있나 싶은 표정으로 김연을 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 머리를 좋게 해 줄 수도 있고···.

“흠···.”


흥미가 동한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김연이 바로 옆에 있는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그 위로 뭔가 열심히 끄적거린 김연이 곧 메모지를 시가렛에게 내밀었다.


-······.


메모지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누었던 대화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나열되어 있었다.


“뭐하면 곱셈이라도 할까? 일곱 자리까지는 암산할 수 있는데···.”

-···됐어.

“그렇지? 그럼 다음에는 좀 그럴듯한 걸 말해 봐.”


김연의 말에 시가렛이 똥 씹은 표정으로 뭔가를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이거 재미있는데?’


반면 김연은 이 상황이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었다. 계속 당하다가 입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본래 이런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김연은 지금 분명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난 너에게 초능력을 줄 수도 있다고!


그때 시가렛이 이거다 싶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그런 그녀에게 김연 역시 환하게 웃어 주었다. 동시에 죽 늘어서 있던 담뱃갑과 라이터들이 들썩거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김연이 말했다.


“이런 거?”

-너 대체 뭐하는 놈이야!?


제멋대로 떠다니기 시작한 담뱃갑과 라이터들을 보며, 결국 시가렛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거참, 빨리도 물어본다.”


서로의 입장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뒤집혔다. 김연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처음 시가렛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이름은 김연.”


김연은 부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다.”

-거짓말.


시가렛이 정색했다.


-우길 걸 우겨야지. 그 얼굴로 고등학생? 너 내가 요정이라고 무시하냐?


거센 반박에 김연은 자신이 아직 1학년이라는 것을 미처 말하지 못했다. 잠시 점했던 우위는 마치 손바닥처럼 쉽게 뒤집혔다.


“······.”


김연은 대꾸하지 않고 창문을 쳐다봤다. 잘생겼는데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곤 봐줄 수 없을 남자가 서서히 밝아 오는 풍경 위로 비춰졌다.


-못 써.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그러지 말고 진짜 뭐하는 놈인지 말해 봐. 응?


시가렛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떠들어 댔다.

대한민국 평균 이상으로 삭았을 뿐인 진짜 고등학생 김연은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


같은 시각.


“씨발··· 씨발 내 패딩··· 씨발···.”


조연은 진짜로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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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2) 19.03.18 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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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pack 10. 마음의 소리 (4) 19.03.16 34 2 13쪽
27 pack 10. 마음의 소리 (3) 19.03.15 41 3 15쪽
26 pack 10. 마음의 소리 (2) 19.03.14 51 2 14쪽
25 pack 10. 마음의 소리 (1) 19.03.13 58 2 14쪽
24 pack 9. 계획 (2) 19.03.12 56 1 13쪽
23 pack 9. 계획 (1) 19.03.11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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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pack 8. 소문 (3) 19.03.09 69 2 16쪽
20 pack 8. 소문 (2) 19.03.08 66 2 17쪽
19 pack 8. 소문 (1) 19.03.07 7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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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pack 7. 변화 (1) 19.03.06 75 3 11쪽
16 pack 6. 회수 (3) 19.03.05 72 3 19쪽
15 pack 6. 회수 (2) 19.03.04 9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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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pack 5. 징조 (3) 19.03.02 106 4 10쪽
12 pack 5. 징조 (2) 19.03.01 95 4 10쪽
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10 pack 4. 대가 (2) 19.02.27 135 6 15쪽
9 pack 4. 대가 (1) 19.02.26 137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7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5 6 11쪽
» pack 2. 대면 (2) 19.02.23 182 5 9쪽
5 pack 2. 대면 (1) 19.02.22 197 4 12쪽
4 pack 1. 김연 (3) 19.02.21 214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3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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