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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슈퍼 담배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최근연재일 :
2019.03.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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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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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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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 6. 회수 (3)

DUMMY

양아치들이 백원만을 이끌고 간 곳은 교사 뒤편의 체육 창고 앞이었다.

교무실이나 교직원 식당과도 반대편에 위치해 있고, 가로로 길쭉한 창고가 학교 울타리 밖의 시선도 차단해 준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각지대가 생긴다.

창문에 벌써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경꾼들은 벽이나 마찬가지다. 목적이 구경인 이상 있어도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는 사람이 역적으로 몰린다. 그것이 학생들 사이의 불문율이었다.

창고 앞에는 꽤 건장한 덩치의 남학생 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벌어진 외투 사이로 살짝 드러난 파란색 명찰은 그들이 2학년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둘 중 쪼그려 앉아 있던 남학생, 엄석태가 침을 찍 뱉으며 일어섰다.


“너는 때린 놈 데려오라니까 어디서 돼지새끼를 데려왔··· 어? 이거 백원만이잖아!”


그와 양아치, 한병대는 같은 중학 출신의 선후배 사이였다. 때문에 엄석태 또한 백원만이 얼마나 만만한지 잘 알고 있었다.


“너 쪽팔리게 이런 놈한테 털렸어?”


엄석태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한병대를 쳐다봤다.

한병대가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

사실 그도 긴가민가했다.

겉으로 보기에 백원만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투실투실한 살부터 음침해 보이는 행동까지 똑같았다. 고작 한 번 기절한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이번 한 번뿐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땅히 있어야 할 점심시간의 기억이 없었다. 그것도 1학년 내내 없었다. 항상 정신 차렸을 때는 5교시 시작종이 울리는 중이었고, 자신은 9반 뒷문 앞에 누워 있었다.

한병대는 그것을 어제야 비로소 인식했다.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그로도 불안해서 엄석태한테는 용돈까지 쪼개 지불했다.

그래도 쪽팔린 건 사실이었기에 한병대가 힘껏 변명했다.


“그게 아니라 이놈 뭔가 이상하다니까요! 전 맞은 기억도 없는데 갑자기 몸이···.”

“됐다, 됐어. 아무튼 이놈만 바르면 되는 거지?”


한병대의 말을 자른 엄석태가 외투를 벗어 옆의 남학생에게 건넸다.

엄석태가 팔을 휙휙 돌리며 백원만에게 다가갔다. 한병대와 함께 온 학생들이 그런 둘을 넓게 둘러쌌다. 백원만은 그 중앙에서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서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엄석태가 씩 웃었다.


“자자, 얼른 끝내자. 배고프다.”

“크크··· 크크큭···!”


그때 백원만이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하, 이 새끼가 돌았나.”


엄석태가 팔을 들어 백원만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일단 가볍게 쳐서 저 웃기지도 않은 웃음기부터 제거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엄석태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턱!


“어?”


엄석태의 팔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팔꿈치를 백원만이 막았기 때문이다.

멋지게 한 손으로 막아 세운 건 아니었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간신히 직격만 면한 자세였다. 그 증거로 머리 위를 감싼 백원만의 팔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이 돼지새끼가 이제 별···.”


엄석태가 막 다리를 들어 백원만을 걷어차려는 때였다.


“돌아라.”


휘릭!


“···어억?”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엄석태의 팔이 빠르게 튕겨졌다.

팔에 붙은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엄석대의 몸이 몇 바퀴나 돌아 댔다. 그걸 백원만이 양손으로 힘껏 밀치며 외쳤다.


“그리고 날아라!”


우스운 자세와 우스운 대사였지만 결과만은 우습지 않았다.

파하악!


“꺼윽!”


답답한 비명과 함께 엄석태가 돌던 자세 그대로 날아갔다.

날카로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엄석태의 몸은 체육 창고 끄트머리에서야 거칠게 떨어져 내렸다. 고통스러운지 몸을 이리저리 뒤틀던 엄석태는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


모두가 말을 잊었다.

정신을 잃은 엄석태는 물론 한병대를 비롯한 여덟 명의 양아치, 창가에서 구경하던 학생들도 입을 쩍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엄석태가 날아간 거리가 못해도 20미터는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후, 후후··· 후흐하하하핫!”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내뱉을 수 없을 웃음과 함께 백원만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해진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후회가 없을 만큼 전심전력으로 덤벼라. 그래야 깨졌을 때의 절망도 훨씬 커질 테니···.”


진지한 얼굴로 못 지껄이는 소리가 없었다. 그런데 저질러 놓은 것이 있다 보니 그게 허세로 느껴지지 않았다.

주춤하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한병대가 악을 썼다.


“씨발, 뭐해! 저 새끼 백원만이라고! 일곱 명이서 꼬리 말아 봐! 쪽팔려서 학교 어떻게 다닐래!”


그 말에 양아치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확실히 백원만은 중학교 때부터 그들의 밥이었다. 이제 와서 죽어지낼 생각을 하면 끔찍했다.

마음을 굳게 다진 양아치들이 백원만과의 거리를 슬금슬금 좁혔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어차피 한 명. 다구리에는 장사 없었다.

하지만 백원만이 가진 것은 근력적인 힘이 아니었다. 엄연히 초능력이었고, 그것은 손바닥을 대는 것만으로 발동이 가능했다. 따라서 양아치들은 덤벼든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엄석태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꺼흑!”


털썩!

일곱 번째로 덤벼든 한병대가 쭉 날아가 엄석태의 옆에 처박혔다.


“후우, 후우···.”


그를 마지막으로 백원만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능력이 생겨도 체력은 여전히 저질이라 일곱 명의 공격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두툼한 허리를 꺾고 숨을 고르던 백원만의 시선이 문득 창고 쪽으로 향했다.


“너!”

“헉···!”


엄석태의 외투를 들고 멍하니 서 있던 2학년생이 화들짝 놀랐다. 그런 그에게 백원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이 몸의 제물이 될 테냐?”


희번덕거리려 노력하는 작은 눈, 억지로 쥐어짜듯 뽑아낸 굵은 목소리다. 그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2학년생은 감히 티를 낼 생각도 못한 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훗, 좋아. 사라져라.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비웃듯 말하는 백원만의 목소리에 2학년생은 찍소리도 못 하고 엄석태에게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백원만이 고개를 크게 젖히고 웃었다.


“크하하하하! 이게 나다! 나, 백원만이다!”


지금 이 순간 백원만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전에 없던 자신감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때였다.


“못 봐 주겠네.”

“······!”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백원만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체육 창고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곧장 창문으로 향한 구경꾼들과 달리 직접 양아치들의 뒤를 밟아 숨어 있던 김연이었다.

백원만이 안 그래도 작은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묘한 자세로 서더니 턱을 한껏 치켜들었다.


“이 백원만에게 볼일이라도?”

“아, 진짜 어떻게 저런 놈이랑···.”


자기 자신을 삼인칭으로 지칭하는 백원만의 모습에 김연이 이마를 감쌌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놈이라?”


백원만의 한쪽 입꼬리가 삐죽 솟았다. 지금 자신은 무적이었다. 곧 날아갈 녀석에게 베풀 아량 정도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런, 이런··· 참으로 무례한 자로군. 난 이합고등학교의 각성자, ‘강제비행’ 백원만이다. 정체를 밝혀라.”

‘강제비행···.’


컨셉 한번 지랄같이 잡았다, 김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지랄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저토록 제 옷 같이 어울리는 놈은 처음 봤다.

긴말 섞기 싫었던 김연이 최대한 간략히 답했다.


”···일단은 너랑 같은 반 학생이다.”

“호오? 이 몸과 같은?”

“······.”


갈수록 가관이다. 괴롭힌 놈들도 나쁜 놈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놈이 가장 나빴다.


“후우···.”


말기 암 환자 같은 얼굴로 한숨을 내쉰 김연이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볼일이 좀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차분히 앉아서 얘기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얘기 정도는 듣고 날려 주도록 하지.”


백원만의 거만한 말에 김연의 입꼬리가 소리 없이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며 시가렛이 백원만에게 측은한 눈빛을 보냈다. 저건 아무리 봐도 순수한 웃음이 아니었다.


“안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 일단 맞아야겠다.”


김연이 웃었다.

환하게 웃었다.


***


“세상에, 방금 그거 찍었어요?”


강도연이 고화진을 툭툭 치면서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네, 네! 확실하게 찍었습니다!”


평소 차분한 고화진도 지금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꽤 큰 덩치의 학생이 말도 안 되는 거리를 날아갔으니 차분할 수가 없었다.

동영상의 주인공과 인터뷰하기 위해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온 두 사람이다. 본래는 점심시간 동안 그 조연이라는 학생의 반을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방금 전의 장면에 생각을 바꿔 먹었다.

조연이 냉동된 떡이라면 저건 막 나온 따끈따끈한 떡이었다. 언제든 데워 먹을 수 있는 떡과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떡의 비교는 애당초 할 것이 못 된다.


‘어쩌면···.’


100미터 5초의 고등학생이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

강도연은 순간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느낀 건데 이 학교는 어딘지 스펙터클한 면이 있었다.


“이거 장난 아닌데?”

“무슨 영화 촬영하는 거 아니야?”

“또다! 또 날아갔어!”


강도연이 생각하는 동안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일곱 명의 학생들이 차례차례 날아가고 있었다.


“화진 씨!”

“네네, 걱정 마세요. 카메라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화진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이건 적어도 중박 이상이다. 드디어 볕 들 날이 왔다고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는 사이 앵글 저편은 어느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


조연이 갔을 때 9반 교실은 이미 휑하게 비어 있었다. 경쟁자가 없어져 여유롭고 풍족한 급식을 즐기는 몇몇 학생들이 있을 뿐,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물어본 결과 어제 지도실에 간 9반 학생은 하나고, 이름이 김연이며, 아까 체육 창고 쪽으로 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가 전교 1등이라는 자존심 상할 사실도 알게 되었다.

조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패거리를 이끌고 체육 창고로 향했다.


‘···있다.’


코너에 접어들자 서로 대치하고 있는 두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길쭉하고 뚱뚱한 녀석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뚱뚱한 쪽이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있는 길쭉한 녀석 위로 어제 그놈의 실루엣이 언뜻 겹쳤다. 조연은 일단 코트를 벗어 이문기에게 넘긴 후 성큼 걸음을 옮겼다.


‘맞네, 어제 그 새끼.’


거리가 가까워지며 언뜻언뜻 내비치는 옆얼굴에 조연이 확신을 가질 즈음이었다.


‘···응?’


조연의 눈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양아치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간헐적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이거···.’


조연은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싸한 뭔가가 등골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려갔다.


‘뭐지? 전에 이런 걸 본 적이 있나?’


조연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분명 낯익은 광경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반면 결코 유쾌하지 않았던 기분만은 생생히 떠올랐다.

조연은 걸어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대충 넘기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잊힐 만큼 가벼운 기억치고 묻어 있는 불쾌감이 너무 강렬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대신 계속 굴러가던 머리가 새로운 의문을 제시했다.


‘잠깐, 우리 애초에 담배는 왜 뺏긴 거지?’


조연의 발걸음이 마침내 우뚝 멈췄다.

패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을 보면 당시 이쪽은 일곱 명이었다는 뜻이다.

여학생들을 제외하더라도 남학생이 네 명. 그중 가져가십사 하고 순순히 담배를 내줄 멍청이는 조연이 알기로 없다.


“······.”


거기까지 생각한 조연이 슬쩍 김연을 살폈다.

김연은 어느새 백원만을 벽까지 몰아넣은 후였다. 그런데도 숨 하나 헐떡이지 않았다. 저쯤 되면 대치는커녕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다.


‘혹시, 저 새끼가 어마어마하게 센 건가···?’


조연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듬성듬성 흩어진 양아치들의 모습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 보면 아직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를 인지하고서야, 조연은 아까 그 기시감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담배를 빼앗긴 약자였다.


‘···좆됐다···.’


패딩의 원한이 너무 깊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널브러져 있던 양아치들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벌써 덤벼들고 있었을 것이다.

바지를 정돈하는 척 힐끗 뒤돌아보니 패거리들은 다들 의기양양한 표정들이었다. 저 멍청한 표정들로 미루어 보건데 아직 못 떠올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불과 다섯 걸음 뒤에 있는데도 모르는 듯한 김연의 태도 또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좋아, 이대로 뒤를 친다.’


20분 동안 열 명 가까이 보낸 괴물이다. 정면에서는 승산이 없다.

조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소 치사한 방법이지만 다시없을 기회였다. 이때가 아니면 패딩의 원한을 갚지 못할 것 같았다.

숨소리마저 죽인 채, 자세를 낮게 잡은 조연이 그대로 돌진했다.


***


뻐억!


“으악!”


알찬 소리와 함께 백원만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졌다.

김연의 고개 역시 옆으로 휙 젖혀졌다. 날아오는 무언가를 피하기 위함이다.


‘진짜 미치겠다.’


김연의 얼굴에서는 이미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백원만은 약했다.

정말 엄청나게 약했다.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뻔할 뻔자라 상대하기 쉬웠다.

손바닥에 닿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신체 능력의 절대적 우위를 점한 김연이 고전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궁지에 몰린 것은 김연이었다.


“커흐흑···.”

“······.”


김연은 기이한 소리를 내는 백원만과 자신의 손을, 정확하게 말하면 오른손 중지 손톱을 번갈아 쳐다봤다.

매끄럽던 손톱 표면에 붉고 누런 이물질이 얽혀 있었다. 바로 백원만의 여드름이 터지며 나온 내용물이었다.

김연은 폭력의 도구로 주먹과 발 대신 딱밤을 택했다. 그래도 같은 반 학우로서 차마 후려치고 걷어찰 수는 없어서 한 선택이었는데, 그게 그만 지금의 참상을 몰고 왔다.


“끄, 끄으으···.”


몸을 추슬러 간신히 고개를 드는 백원만의 얼굴은 정말 처참했다.

얼굴 가득하던 화농성 여드름은 거의 다 터져 있었다. 고름과 피가 넓적한 얼굴 전면에 걸쳐 낭자했고, 귀를 제외한 얼굴의 다섯 구멍에서 연신 말간 액체가 흘러나왔다.


“주, 죽일 거야···.”


그럼에도 능력을 믿는 탓인지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말하면서 흘러내린 침이 백원만의 턱을 타고 길게 떨어져 내렸다.

김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백원만은 점점 손대기도 힘든 얼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뒤집어 말하면 입을 맞추기는 더더욱 힘든 얼굴이었다.


“으아아!”


백원만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뻐억!


“으어어!”


그리고 모음만 바꿔서 뒤로 정신없이 물러섰다.

반사적으로 딱밤을 날린 김연은 날아드는 고름 덩어리를 피하며 아차 했다. 또 여드름을 건드린 것이다.

김연이 의도해서 여드름을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때릴 때마다 여드름이 없는 곳만 골라 때리는데, 백원만의 몹쓸 반사 신경이 타점을 모조리 바꾸고 있었다.

반사 신경은 좋은데 몸이 들어 처먹지를 않는다. 때문에 피하지도 못하면서 여드름만 다 터트려 먹는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기절시킬 것을···.’


김연이 손가락을 털며 후회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백원만을 기절시킨 후 입 맞추는 방법은 너무 적극적이다. 어쩐지 스스로를 포기하는 느낌이어서, 아마 지금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절대 택하지 않을 방법이었다. 장담할 수 있었다.

김연의 시선이 백원만에게 향했다.

백원만은 벽에 착 달라붙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터진 여드름 때문에라도 과다 출혈이 일어날 몰골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제 화도 나지 않았다.

김연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맑고 시린 겨울하늘이 그의 눈동자에 담겼다.

문득 이렇게 아등바등하는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것에 집착해서 너무 자신을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원은 아직 열여덟 개나 남아 있다. 어쩌면 그중에 그가 정말 사랑할 여성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냥 회수하지 말까···.’


김연의 생각이 포기 쪽으로 기울 때였다.


“내가 벽을 등진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백원만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에 능력을 발현, 순식간에 김연과의 거리를 좁혔다.


“······!”


그 짧은 순간, 서둘러 고개를 내린 김연에게 이미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백원만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몸에 직접 능력을 사용한 등신은 이미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허리가 시속 30킬로미터로 꺾였으니 굳이 혈액 운운하지 않더라도 멀쩡할 리 없었다.

이는 김연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였다.

궤도는 안성맞춤이다.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있기에는 김연의 동체 시력이 너무 뛰어났다. 정신을 잃고 제멋대로 늘어진 백원만의 얼굴은 정말 꿈에 나올까 무서웠다.


‘시각만 포기하면···!’


김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두 배 이상의 속도로 번쩍 떴다. 자신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훨씬 우수했다.

오히려 그 덕에 거부 반응만 더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원만과의 거리는 정말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김연이 기겁했다.


‘모, 못해!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휘릭!

결국 번개처럼 들려진 오른쪽 손등이 백원만의 뺨을 쳐 궤도를 바꿨다. 김연의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백원만을 뒤쪽으로 흘렸다.


“어?”


뒤쪽에서 달려들던 조연의 눈이 커졌다.

빠악!

커다란 소리와 함께 충돌한 조연과 백원만이 서로 포개져 쓰러졌다.


“와아아아아아아!”

“한 번에 두 명을 보냈어!”


구경하던 학생들이 휘파람을 불며 열광했다.


“어?”


그때 옆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시가렛이 의문사를 내뱉었다. 오른쪽 부츠 하단의 위시 링 하나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그 모습에 오른팔 소매를 걷어 올린 김연도 의문을 토했다. 그가 가진 손목 어림의 위시 링 역시 진동하고 있었다.


“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조연의 눈이 순간 번쩍 떠졌다. 금방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뭔가 짭짤한 것이 들어왔던 탓이다.


“으!?”


그것이 눈앞의 흉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흉물, 백원만을 벌컥 밀치고 일어난 조연이 입술을 미친 듯 문지르며 비명을 질렀다.


“으,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중하게 간직했던 첫 키스는 아프고, 짜고, 더러웠다.

그리고 고스란히 촬영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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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10 pack 4. 대가 (2) 19.02.27 135 6 15쪽
9 pack 4. 대가 (1) 19.02.26 137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7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4 6 11쪽
6 pack 2. 대면 (2) 19.02.23 181 5 9쪽
5 pack 2. 대면 (1) 19.02.22 197 4 12쪽
4 pack 1. 김연 (3) 19.02.21 214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3 6 18쪽
2 Pack 1. 김연 (1) 19.02.20 255 4 14쪽
1 caution 19.02.19 292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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