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슈퍼 담배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최근연재일 :
2019.03.26 22:2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36
추천수 :
107
글자수 :
204,257

작성
19.03.06 18:29
조회
73
추천
3
글자
11쪽

pack 7. 변화 (1)

DUMMY

-너 말이야.


김연의 머리 바로 위에서 시가렛이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중력이 머리카락에만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시가렛이 거꾸로 매달린 채 재차 말했다.


-이걸로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소원 말이야. 너는 냄새를 없애고 싶어 했잖아.


가볍게 몸을 반전시킨 시가렛이 자신의 부츠를 가리켰다.


“아, 그거···.”


김연의 시선이 시가렛의 부츠로 향했다. 딱 열 개를 채우고 있었던 오른쪽 부츠 장식은 하나가 없어져 현재 왼쪽과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소원은 무사히 회수되었다. 열쇠는 ‘김연의 입맞춤’이 아닌 ‘입맞춤’ 하나였기 때문이다.

능력이 돌아온 것도 확인했다. 창고에서 벗어나는 김연을 이문기가 뒤늦게 쫓아온 덕분이다. 코너를 막 돌아간 시점이라 보는 눈이 없었다. 분기탱천해서 달려들었던 이문기는 멋지게 날아가 정신을 잃었다.

첫 번째 회수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부 조건이 더 있을지도 몰랐지만, 김연은 일단 자신이 직접 입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것은 소원을 사용하는 것에 별로 아쉬움이 없을 만큼 큰 안도감이었다.

시가렛이 쭉 뻗었던 다리를 감아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난 내 스스로 별로 놀라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널 만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많이 놀라고 있거든. 겨우 얻은 소원을 남에게 사용하다니···.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너는 진짜 이상한 녀석이야.

“시끄러.”


짧게 끊어 말한 김연이 눈앞의 산만한 광경으로부터 눈을 피하려던 때였다.

드륵.

뒷문이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열렸다. 점심시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아서 웅성이던 교실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이어 작은 속삭임이 순식간에 교실을 가득 채웠다.


“왔다.”

“백원만이야.”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차지하며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백원만이었다. 그런데 처음 불려 나갈 때와는 뭔가 조금, 아니, 굉장히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만, 저게 진짜 백원만이야?”

“몰랐는데 쟤 좀 잘생기지 않았니?”

“기분 탓인가··· 옷도 조금 헐렁해 보이는데.”

“안경 벗은 걸로 사람이 저렇게 달라지나?”

‘···그럴 턱이 있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밀담에 김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왔음에도 이 정도 반응에 그친 것은 모두 백원만의 공이었다. 대인 관계가 제로에 가까운 백원만이라 이룩할 수 있는 쾌거였다.

김연이 여전히 허공에서 돌고 있는 시가렛에게 손짓했다. 회전을 멈춘 시가렛이 김연에게 스르륵 다가왔다.


-왜?

“너야말로 이상한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눈이 있으면 보시지.”


김연이 백원만을 가리켰다.

늘 정돈되지 않아 엉켜 있던 곱슬머리는 관리라도 받은 양 자연스럽게 결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기름기와 비듬 대신 윤기가 돌았고, 여드름 가득했던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해졌다.

눈은 예전보다 세 배는 커져 있었다. 없던 쌍꺼풀이 생겼고, 턱의 윤곽이 살아났으며, 코도 날렵해졌다. 막 세수하고 온 모양인지 물기를 살짝 머금은 앞머리가 매끄러운 이마 위에 매력적으로 흘러 내려와 있었다.

그 모습을 곰곰이 뜯어보던 시가렛이 김연에게 물었다.


-저게 왜?

“왜냐니···.”


고개를 모로 꺾는 시가렛에게 김연이 조용히 말했다.


“내 소원은 ‘다친 곳을 원래대로 고쳐 줘.’였다고.”


구경하던 학생들이 환호하고, 멀찍이서 구경하던 조연의 패거리들이 호들갑을 떨며 소란스러워진 장내. 그곳을 슬쩍 빠져나온 김연이 죄책감에 빌었던 소원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미 곪아 있던 여드름을 몽땅 터트린 후다. 세수 한 방으로 저리된다면 세상의 피부과들은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당연하게도, 백원만의 저 놀랄 만한 변모는 전부 소원에 의한 것이었다.

다만 김연은 저렇게까지 거창한 소원을 빈 적이 없다. 어디까지나 안 그래도 살아가기 힘든 얼굴을 더 악화시켜 놨으니 빌었던 것인데, 이건 무슨 환골탈태 수준이다.

한편 시가렛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래서 다친 곳이 전부 나았잖아.

“그러니까···.”


무어라 말하려던 김연이 뒷말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혼자 가만히 생각하다 이어서 중얼거렸다.


“···혹시 다친 것에 질병도 포함되나?”


그 말에 시가렛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연은 순간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여드름도, 비듬도, 비만도 병이다. 그걸 고쳐 달라고 했으니 백원만이 저렇게 변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가렛은 ‘다쳤다.’라는 말의 의미를 엄청나게 확대해서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백원만은 지금 눈도 좋아졌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김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이건 꽤 어려운 축에 들 것 같은데···.”


창고를 벗어나 소원을 빌었을 때, 시가렛은 손가락만 가볍게 튕겼을 뿐이다. 냄새를 없애는 정도의 쉬운 소원이라는 뜻인데, 김연이 봤을 때는 이번 경우가 훨씬 고난이도였다.


-흐음···.


가는 숨을 내뱉은 시가렛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건 무슨 뜻이야?

“당연히···.”

-입을 맞췄어야 한다, 그런 뜻일까?

“···자꾸 나를 그런 쪽으로 몰아가려고 하는데 말이지··· 말 나온 김에 확실히 하자고. 밝히는 건 네 쪽 아니야?”


분홍빛 입술을 쓸며 말하는 시가렛의 모습에 김연이 가볍게 반박했다.

전부 허세였다.


‘뭐 이렇게 막 들어와?’


김연은 당황했고, 심장은 속도 없이 뛰려 하고 있었다. 그걸 억지로 누르느라 김연은 입술까지 꽉 깨물었다. 저 발언과 제스처는 여러모로 파괴력이 셌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시가렛은 매우 아름답다.

며칠째 부대끼고 있었으니만큼 이제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한데, 시간은 시가렛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퇴색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았다.


-······.


김연을 한동안 살피던 시가렛이 문득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날아 김연의 옆에 서더니, 허리를 살짝 숙였다. 턱을 괴고 앉아 평온을 가장하는 데 필사적이었던 김연은 미처 인지할 수 없었다.


“······!”


김연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크게 뜬 눈으로, 오른손으로는 같은 쪽 뺨을 감싼 채.

닿은 것은 없다. 그러나 김연은 볼에 와 닿은 무언가를 확실히 느꼈다. 형용키 힘든 감각. 굳이 말하자면 뺨 위로 벚꽃 섞인 봄바람이 스쳐 간 느낌이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너는 이상한 녀석이지만, 꽤 마음에 드는 계약자야.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 머리칼이 예쁜 눈웃음과 함께 살랑이며 멀어졌다. 그게 또 심장에 안 좋은 광경이라, 안 그래도 당황한 김연은 마구 말을 더듬었다.


“어, 너너, 너, 너···.”

-하지만 있지, 감정을 억지로 숨기는 건 그릇에 안 좋다? 막 터질 것처럼 떨린다고. 보는 쪽이 다 불안하게.


어깨를 모으고 몸을 잘게 떨어 보인 시가렛의 입가에 연한 장난기가 걸렸다.


-아무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내 빛나는 계약자.


밝히니까 빛난다는 뜻이다. 듣자마자 알아챘지만, 김연은 더 이상 심장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내내 억눌려 있던 것에 대한 반동인 듯 목 아래가 급속도로 더워졌다.

올라오는 홍조에는 참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스스로도 정의하기 낯선 것들이었으나 그것들의 색깔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연의 얼굴은 금세 빨개졌고, 그 모습에 시가렛이 조용히 웃었다.


***


“그게 말이 돼?”

“아오, 네가 못 봐서 그래. 완전 피투성이였다니까. 난리도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뜨거운 얼굴이 간신히 진정될 즈음, 마무리 심호흡을 하고 있던 김연에게 교실의 웅성임이 들려왔다.


“딱밤으로 여드름을 없앤다는 게 무슨 개소리야.”


싸악.

김연은 핏기가 가시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남아 있던 미열이 단숨에 날아갔다.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과연 반 아이들은 김연과 백원만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백원만은 어쩐지 넋이 나가 있는 행색이라 그런지, 시선들은 대부분 김연 쪽을 향해 있었다.


“아니, 이상하잖아. 내가 백원만이랑 친한 건 아니지만 분명 저런 꿀피부는 아니었다고. 생딸기 주스가 밀크티 수준으로 변한 건데 그걸 몰라? 님 눈 장식임?”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1년 동안 같은 반이었으면서도 백원만을 자세히 기억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피부가 여드름투성이였다는 사실만은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까 싸움 구경을 갔던 아이들도 상당수였다.

오직 음침함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씹어 먹던 아웃사이더가 백원만이다. 그런데 잠깐 사이 그간 처먹었던 존재감을 다 토해 내며 과묵한 미소년으로 변해 돌아왔다. 이 극적인 변화에 의문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볼 때 계기는 딱밤이다.”

“그놈의 딱밤은 진짜···.”

“하지만 그거 말고는 없잖아. 봐봐, 백원만이 나갔어. 딱밤을 맞았어. 여드름이 없어졌어. 여기에 의심할 여지가 있어?”


점점 살이 붙는 추리에 김연은 식은땀이 났다. 사실 기반의 추측이라 설득력이 강했다. 소원의 작용까지는 닿지 못할 테지만, 소문의 주체로서 김연이 곤란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하긴, 보통 여드름을 딱밤으로 치지는 않지.”

“의외로 그게 해결책이었나?”

“그럴 수도 있어. 보통 조심조심 눌러서 짜잖아.”


딱밤으로 여드름을 터트리면 좋다는 되도 않은 논리가 아이들 사이에서 점차 만연했다. 김연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들 중 몇몇은 분명 피투성이가 된 백원만의 얼굴을 봤다. 그런데 그게 정말 처참할 정도여서, 당시에야 환호했지만 막상 교실로 돌아온 김연에게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치료였단다. 결과물도 앞에 있으니 설득력이 미친 듯 자라났다. 지금 생각하면 저 피부를 가지는데 그 정도 피쯤은 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건은 속도와 힘인가.”

“그러면서도 정확한 타점을 유지해야겠지.”

“김연···.”

“무서운 아이···.”

‘틀렸어.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김연은 미쳐 가는 교실 분위기에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퍼 담배K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19.03.22 26 0 -
34 Pack 12 경계의 바깥 (3) 19.03.26 25 2 16쪽
33 Pack 12 경계의 바깥 (2) 19.03.21 22 2 12쪽
32 Pack 12 경계의 바깥 (1) 19.03.20 30 2 12쪽
31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3) 19.03.19 40 2 13쪽
30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2) 19.03.18 48 2 13쪽
29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1) 19.03.17 37 2 15쪽
28 pack 10. 마음의 소리 (4) 19.03.16 34 2 13쪽
27 pack 10. 마음의 소리 (3) 19.03.15 41 3 15쪽
26 pack 10. 마음의 소리 (2) 19.03.14 49 2 14쪽
25 pack 10. 마음의 소리 (1) 19.03.13 52 2 14쪽
24 pack 9. 계획 (2) 19.03.12 53 1 13쪽
23 pack 9. 계획 (1) 19.03.11 53 2 13쪽
22 Interval 19.03.10 58 2 15쪽
21 pack 8. 소문 (3) 19.03.09 64 2 16쪽
20 pack 8. 소문 (2) 19.03.08 64 2 17쪽
19 pack 8. 소문 (1) 19.03.07 72 2 13쪽
18 pack 7. 변화 (2) 19.03.06 67 2 15쪽
» pack 7. 변화 (1) 19.03.06 74 3 11쪽
16 pack 6. 회수 (3) 19.03.05 70 3 19쪽
15 pack 6. 회수 (2) 19.03.04 90 3 12쪽
14 pack 6. 회수 (1) 19.03.03 84 5 13쪽
13 pack 5. 징조 (3) 19.03.02 101 4 10쪽
12 pack 5. 징조 (2) 19.03.01 93 4 10쪽
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10 pack 4. 대가 (2) 19.02.27 133 6 15쪽
9 pack 4. 대가 (1) 19.02.26 134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4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1 6 11쪽
6 pack 2. 대면 (2) 19.02.23 174 5 9쪽
5 pack 2. 대면 (1) 19.02.22 192 4 12쪽
4 pack 1. 김연 (3) 19.02.21 210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1 6 18쪽
2 Pack 1. 김연 (1) 19.02.20 251 4 14쪽
1 caution 19.02.19 288 4 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다홍'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