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슈퍼 담배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최근연재일 :
2019.03.26 22:2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414
추천수 :
107
글자수 :
204,257

작성
19.03.08 00:20
조회
65
추천
2
글자
17쪽

pack 8. 소문 (2)

DUMMY

드륵.


“왔다.”

“인간 알보칠이다.”

“중지의 성직자다.”


이른 아침부터 김연을 반긴 것은 하룻밤 사이 생긴 새로운 별명이었다. 어제 일어난 유혈 사태와, 그러고도 이가은의 여드름이 싹 없어진 것을 빗대어 누군가 새롭게 지은 모양이었다.

머리 위에서 끅끅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람 머리 꼭대기에서 웃을 위인은 이 교실에서 하나뿐이다.

제 딴에는 참는 듯했는데 김연이 느끼기엔 그렇지 않았다. 김연은 나중에 인적 드문 곳에서 전력질주를 할 생각을 하며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그런 김연에게 백원만이 찔끔거리며 다가왔다.

어제와는 대조적으로 의기소침한 모습이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백원만에게 김연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뭐야? 할 말 있으면 해.”

“그,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래서···.”


백원만의 어휘는 어째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예전의 음침한 목소리가 지금의 미끈해진 생김새와 중화되며 묵직하게 변모했다.

허세 가득했던 어제와 비교하면 박수를 쳐 줄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여기서 말하기 그런 게 뭔데?”

“원만이 쟤 어제랑 태도가 조금 다르지 않아?”

“교실에서 할 수 없는 비밀이야기라면 설마···.”


산으로 가기 시작한 교실 분위기에 김연이 혀를 내둘렀다. 존재감이 생기면서 깨달은 거지만 자신의 반 친구들도 보통은 아니었다. 물론 현재 9반의 관심 대상이 자신과 백원만, 이 둘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여기서 따라나섰다가는 자칫 오해가 커질 위험이 있었다. 생각을 마친 김연이 백원만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 말해.”

“하지만···.”

“그냥 해. 여기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면 굳이 따라가서 들어줄 이유가 없어.”


김연이 되도록 차갑게 말했다. 혹시 몰라 확실한 거절 의사도 포함했다. 쓸데없는 상상의 여지마저 잘라 내기 위해서였다.


“그, 그러면···.”


분위기에 압도당한 백원만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사실 능력이···.”


텁!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난 김연이 백원만의 입을 막았다.

김연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뿔싸, 미처 생각 못했다.’


자신에게 능력이 돌아왔으니 백원만의 능력은 사라졌을 터. 백원만이 그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김연이 백원만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너 미쳤어? 그 얘기를 교실에서 꺼내면 어쩌자는 거야?”

“네, 네가 하라고 했잖아. 그, 그나저나 역시 넌 뭔가 알고 있었구나.”


백원만의 말에 김연은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백원만에게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봐도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입을 막지 않고 능력에 대해 부정했더라도 반 아이들의 의혹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벌여 놓은 일이 너무 컸다.

조금만 생각해도 딱밤보다는 모종의 능력으로 인해 여드름이 나았다는 게 더 설득력 있었다.

간략히 말하면 기술과 이능의 차이다. 기술이 놀라운 일이라면 이능은 경악할 일이다. 그로 인한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는 김연도 상상할 수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 평탄한 학교생활은커녕 어딘가의 연구소에 납치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비밀 연구소 말이다.

비약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담배의 요정이 존재하는 마당에 그런 비밀 집단이라고 없을 이유가 없다. 사실 이는 김연 스스로도 이능을 자각하게 된 후부터 막연히 생각은 하고 있던 바였다.

김연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그의 귀로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로 여학생들의 목소리였다.


“뭔가 있지?”

“뭔가 있네. 혹시 저러다 확 사귀는 거 아닐까?”

“꺄악! 지지배 엉큼하긴!”

“엉큼하다니. 지도 좋으면서···. 봐봐. 저 둘이 서 있으니까 꽤 그림이 좋지 않아?”

“그건 그러네. 그런데 얘, 언제부터인가 왠지 학교가 재밌어지지 않았니?”

‘위험하다.’


김연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저런 것에 이상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안 그런 여자들도 많겠지만 지금껏 김연이 만난 여자들은 대부분 그랬다. 심지어 그의 모친도 그랬다.

김연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첫사랑의 딱밤도 때렸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한 톨의 자비 없이, 기억이 날아갈 정도로 세게 때렸다.

그럼에도 저 꼬리표는 끊임없이 김연을 따라붙었다. 분명 모두 옳은 선택이었을 텐데도,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결과는 항상 이 모양이었다.

이제 짜증마저 나기 시작한 김연에게 백원만이 눈치 없이 물었다.


“어째서 내 능력을···.”

“시끄러.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일단은 자리로 돌아가.”

“하, 하지만···.”

“맞을래?”

“······.”


오른손 중지를 엄지로 말아 보이는 김연의 모습에 백원만은 찍소리도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어제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제야 한숨 돌린 김연이 자리에 앉아 시가렛을 째려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가렛이 소원을 이상하게 증폭시켜서 이루어 준 것이 문제였다.

공중을 올려다본 김연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웃어?’


시가렛은 둥둥 떠서 어깨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뒷모습뿐이었지만 저 무책임한 요정이 웃고 있으리라는 것은 김연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달린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릴 테다.’


김연은 결심했다.

그때 교실 뒷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붉은 패딩의 남학생, 그는 바로 이문기였다.


“이 반에 김연이라고 있지?”


9반의 유명 인사를 찾는 목소리에 시선이 모두 김연에게 몰렸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이 자식들···.’


피부로 느껴지는 관심에 김연이 질색했다. 그냥 눈빛일 뿐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뭔지 알 것 같았다.

그사이 이문기가 휘적거리며 걸어왔다. 김연의 자리는 일직선의 창가 자리. 이문기가 길쭉한 다리를 몇 번 휘젓는 것으로 거리는 금세 지워졌다.

똑바로 선 이문기가 김연을 내려다봤다.


“어제는 신세 좀 졌다.”

“그래서 오늘도 신세지려고 왔냐?”


가뜩이나 짜증이 올라온 판국이라 김연의 말투는 곱지 않았다.


“아니, 오늘은 너랑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


당한 전적이 있어서 움찔한 이문기가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그러고는 곱게 접힌 쪽지를 김연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


쪽지를 보는 김연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짜증나게, 하필이면 옅은 분홍색 쪽지였다.

이문기가 볼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냥 누가 좀 전해 달라고 해서.”

“이걸 누가···.”

“자세한 건 거기에 적혀 있어. 그럼 나중에 보자고.”

“어? 야, 잠깐만···!”


미련 없이 몸을 돌리는 이문기에게 김연이 황급히 말했다. 이걸 그냥 보내면 진짜 곤란해진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 했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천운이었을까? 거침없이 걸어가던 이문기가 우뚝 멈췄다. 그리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읊조리듯 말했다.


“난··· 네가 꼭 나와 줬으면 해. 믿는다, 김연.”


그 말만 남기고 이문기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스스로는 멋지다고 생각한 행동이었는지, 교실을 나서는 이문기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안 돼, 가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아니잖아···.’


이문기를 잡고 싶었지만 소름마저 끼치는 대사에 김연의 입은 이미 와드득 얼어붙은 후였다. 이 상황에 저 멘트는 정말 최악이었다. 얼어붙은 김연의 머리 위로 시가렛의 억눌린 웃음소리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어머, 어머! 어머머!”

“대박, 대박! 대박이다!”

“방학 미뤘으면 좋겠다!”

“이 학교 너무 좋아!”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환성에 김연은 속으로 외쳤다.


‘돌아와, 이 나쁜 새끼야!’


김연의 욕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었다.


***


방과 후.

김연은 쪽지에 적힌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분홍색 쪽지에는 대략적인 시간과 장소만 적혀 있었다. 그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내용도 없었다.


‘이럴 거면 그냥 말로 해도 됐잖아···.’


머리 한쪽이 지끈거렸다. 이것도 그렇지만 오늘 하루 쓸데없는 심력 낭비가 너무 많았다.


‘그나저나 설마 그것도 찍혔을 줄이야.’


김연은 1교시 중반에 또 한 번 지도실로 불려가야 했다.

백원만과 함께 호출되었다는 것에 내용은 대강 짐작이 갔다. 그러나 설마 방송국 카메라로 촬영당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저 멀리 날아가는 양아치들을 비롯해, 자신과 피투성이의 백원만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에는 할 말을 잃었다. 소원을 빌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뉴스에서 고등학생 K군으로 소개될 뻔했다. 영상으로 본 백원만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처참했다.

그래도 영상과는 달리 번드르르한 백원만의 얼굴과 양아치들의 변론으로 당시 상황은 어찌어찌 넘길 수 있었다. 맞았다고 보기에 백원만의 얼굴은 지나치게 깨끗했고, 양아치들도 어쨌든 당시 목적은 집단 린치였기에 대충 장난이었다며 둘러댔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봉책,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상태였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사람이 20미터가량 날아갔다. 직접 보지 못한 선생님들이야 이렇게 미적미적 넘길 수 있지만 그 영상을 촬영한 카메라맨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주의가 필요해. 지금 난 너무 눈에 띄고 있다.’


등교 동영상과 아침의 그 영상. 둘 모두 인간의 범주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운 좋게 전자를 조연이 뒤집어썼다고 해도 후자는 아니다. 더군다나 두 번째 영상에는 자신의 얼굴이 여과 없이 담겨 있었다.

직접 날린 것은 아니지만 날린 놈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놨으니 문제가 됐다. 이것은 마치 기존의 악당을 그보다 센 악당이 나타나 처치했는데 그걸 다시 무찌른 주인공과 같은 느낌이었다. 업어 치나 메치나, 뭐가 됐든 맨 나중에 이긴 놈이 주인공인 것이다.

사실 주인공이란 배역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설정이 더러웠다.

주인공은 초능력자.

배경은 뭐 하나 특이할 것 없는 일상.

그런데 막상 숨길 틈도 없이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그간 읽은 소설을 토대로 보건데 이제 남은 것은 고난과 역경뿐이다. 더군다나 이건 현실이다. 소설처럼 반전을 기대할 수도 없으니 최악의 경우 목숨마저 걱정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몸을 사려야 해.’


김연은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이내 절망했다.


‘뭔 수로···.’


일 년 동안 눈에 띄지 않은 불가사의한, 몸에 담배 냄새가 밴, 딱밤으로 흔적 없이 여드름을 짜 주는, 전교 일등의, 등장과 함께 남자들이 꼬이는 마성의 남자.

그게 자신의 현 주소였다.


‘이건 못 찾는 게 더 힘들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외국인이 방문할 것 같았다.

지금으로썬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에 김연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기 때문이다.

과연 외진 골목 저만치 쪽지에 쓰여 있던 놀이터가 보였다. 곳곳에 위치한 남학생들도 언뜻언뜻 보였다. 상당수가 모여 있는 것을 볼 때, 예상한 대로 결코 좋은 목적은 아닌 모양이었다.


“후우!”


하얀 입김을 내뿜은 김연이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저들의 목적이 뭐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시비를 걸든 고백을 하든 저 녀석들의 운명은 정해졌다. 목적도 적혀 있지 않은 분홍색 쪽지를 그 따위로 전해 줬을 때부터 이미 정해졌다.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남학생들 여럿을 본 시점에서 시가렛은 이미 폭소하고 있었다. 별말 안 했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웃었다.

김연도 웃었다. 이를 깨문 채 짓는 비틀린 미소였다. 불행히도, 시가렛은 정신없이 웃느라 그 웃음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 웃어라···. 실컷 웃어라.’


시가렛의 운명도 이미 정해졌다.


***


놀이터로 들어서는 김연을 발견한 남학생들이 저마다 소곤거렸다.


“저놈이야?”

“음, 이렇게 보니까 잘 모르겠네. 문기야. 저놈이 그 추리닝 맞아?”


남학생들의 물음에 의자에 앉아 있던 이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추리닝?’


오가는 대화를 들은 김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추리닝이 뭘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다른 학교다. 어째서 자신의 추리닝을 알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한 남학생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저 새끼가 바나나 우유, 그 새끼라 이거지?”

“잘 만났다. 오늘은 그 동안 처먹었던 거에 이자까지 쳐서 다 뱉어야 될 거다.”


바나나 우유라는 말에 김연의 미간이 스륵 풀렸다.

추리닝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것이 일과였던 김연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곤 했었다. 그중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담배 심부름이 목적이었는데, 김연은 그때마다 어김없이 바나나 우유를 사다 줬다.

그러면 열에 다섯은 쌍욕을 하며 도망쳤고, 나머지 다섯은 가까이 있던 남학생들이 곧장 몰려와서 시비를 걸었다. 지금 여기에는 그때 봤던 얼굴들이 몇몇 보였다.

어째서 저들이 자신의 추리닝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대충 존재감 없는 김연 대신 당시의 화려한 추리닝만 어설프게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그 뒤의 상황은 이문기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두통이 조금 더 심해졌다.


‘그놈의 추리닝···.’


이문기의 제보로 의견을 일치시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김연 자신도 그 추리닝이 세상에 두 벌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는 그게 좋아서 샀다.


‘진짜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거야.’


시가렛을 만난 이후 온 세상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그간 추리닝을 입고 구입한 수많은 바나나 우유를 생각하면 암담하기까지 했다. 안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때 벌인 일들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집에 가면 불살라 버릴까.’


마음은 굴뚝같은데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김연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오, 왔어?”


미끄럼틀 위에 있던 장민철이 죽 미끄러져 내려오며 말했다.


“네가 소문의 그놈이냐? 와, 시발 존나 삭았네. 너 일 학년 아니지?”


물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 낸 장민철을 보며 김연이 피식 웃었다. 자신에게 소문이라는 단어가 쓰이다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웃어? 하, 이 새끼 봐라?”


장민철이 목을 좌우로 꺾었다. 으드득하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놀이터에 울렸다.


“이 새끼야, 사람이 물으면 웃지 말고 대답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조곤조곤 말하던 장민철이 돌연 언성을 높이며 김연에게 돌진했다. 많이 때려 본 듯, 기습적으로 뻗었음에도 주먹은 정확히 김연의 콧등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김연의 눈에는 그 주먹의 굳은살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툭.


“어허?”


가벼운 소리와 함께 장민철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반 바퀴 뱅글 돌았다. 김연이 장민철의 팔 바깥쪽을 부드럽게 쳐내 방향을 돌렸기 때문이다.

온 방향으로 깽깽이를 치며 가는 장민철의 등을 보며 김연이 말했다.


“한 가지만 묻자.”

“너, 너 이 새끼···.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몰라도 이젠 안 통한다.”


잔뜩 당황해서 얼굴을 붉힌 장민철이 외투를 거칠게 벗었다. 친구들도 다 모인 마당에 당한 망신이었다. 어떻게든 만회해야 했다.

김연은 개의치 않고 분홍색 쪽지를 팔랑거리며 물었다.


“이거 보낸 게 너냐?”

“보냈으면 어쩔 건데 이 씨발 새끼야!”


타앗!

좀 전보다 더 빠르게 달려든 장민철이 잽싸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제대로다!’


장민철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내뻗은 주먹 끝에 찰진 타격감이 걸렸다. 어지간한 놈은 기가 완전히 꺾일 만한 치명타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이내 씻은 듯 사라졌다. 끝에 닿아 있던 무언가가 그대로 주먹을 감싸 왔던 것이다.

장민철의 주먹이 친 것은 김연의 손바닥이었다.


“어쩌긴.”


김연이 손바닥을 서서히 오므렸다.


“맞아야지.”


장민철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주먹이 도무지 빠질 생각을 안 했다.

그걸 보며 김연이 말했다.


“아, 너 담배 피더라?”


김연의 입꼬리로 웃음이 번졌다.

장민철은 온몸에 소름이 번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퍼 담배K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19.03.22 27 0 -
34 Pack 12 경계의 바깥 (3) 19.03.26 26 2 16쪽
33 Pack 12 경계의 바깥 (2) 19.03.21 22 2 12쪽
32 Pack 12 경계의 바깥 (1) 19.03.20 32 2 12쪽
31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3) 19.03.19 43 2 13쪽
30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2) 19.03.18 48 2 13쪽
29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1) 19.03.17 40 2 15쪽
28 pack 10. 마음의 소리 (4) 19.03.16 34 2 13쪽
27 pack 10. 마음의 소리 (3) 19.03.15 41 3 15쪽
26 pack 10. 마음의 소리 (2) 19.03.14 51 2 14쪽
25 pack 10. 마음의 소리 (1) 19.03.13 58 2 14쪽
24 pack 9. 계획 (2) 19.03.12 56 1 13쪽
23 pack 9. 계획 (1) 19.03.11 55 2 13쪽
22 Interval 19.03.10 60 2 15쪽
21 pack 8. 소문 (3) 19.03.09 67 2 16쪽
» pack 8. 소문 (2) 19.03.08 66 2 17쪽
19 pack 8. 소문 (1) 19.03.07 75 2 13쪽
18 pack 7. 변화 (2) 19.03.06 67 2 15쪽
17 pack 7. 변화 (1) 19.03.06 75 3 11쪽
16 pack 6. 회수 (3) 19.03.05 71 3 19쪽
15 pack 6. 회수 (2) 19.03.04 91 3 12쪽
14 pack 6. 회수 (1) 19.03.03 84 5 13쪽
13 pack 5. 징조 (3) 19.03.02 106 4 10쪽
12 pack 5. 징조 (2) 19.03.01 95 4 10쪽
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10 pack 4. 대가 (2) 19.02.27 135 6 15쪽
9 pack 4. 대가 (1) 19.02.26 137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7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3 6 11쪽
6 pack 2. 대면 (2) 19.02.23 181 5 9쪽
5 pack 2. 대면 (1) 19.02.22 197 4 12쪽
4 pack 1. 김연 (3) 19.02.21 214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3 6 18쪽
2 Pack 1. 김연 (1) 19.02.20 255 4 14쪽
1 caution 19.02.19 292 4 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다홍'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