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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슈퍼 담배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다홍
작품등록일 :
2019.02.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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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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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 12 경계의 바깥 (1)

DUMMY

오후 6시.

집으로 돌아온 김연은 라면을 끓였다. 물이 끓고 있는 10리터짜리 냄비에 라면 다섯 개가 가지런히 들어갔다. 2분 30초. 봉지에 적힌 설명보다 이르게 끓여 낸 라면이 김연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루룩!


“하··· 이 맛이지.”


김연은 이 덜 익은 꼬들꼬들한 식감을 사랑한다. 존재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시가렛을 만나고 존재감을 얻게 된 지금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식감이었다.

국물도 한 숟갈 퍼먹었다. 노곤한 몸에 스미는 뜨끈한 MSG의 풍미가 즐거웠다.

시가렛이 싱크대 위의 라면 봉지를 망연히 쳐다봤다.


-그걸 다 먹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꼭 내가 많이 먹는 거 같잖아. 라면 한 봉지 가지고 너무하네.”

-한 봉지···.


한 봉지는 맞다. 라면 다섯 개들이 한 봉지.

시가렛의 시선이 이번에는 김연을 향했다. 그 많던 라면이 벌써 3분의 2가량 줄어 있었다.

이 거북이는 때리는 것도 빠르고, 달리는 것도 빠르고, 먹는 것도 빠르다. 그래서 얼굴에 세월이 새겨지는 것도 빠른 모양이었다.


“무슨 생각해?”

-···그건 왜.

“···글쎄, 왜였지. 그냥 물어 봐야 할 것 같아서? 뭐, 됐다.”


김연은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눈치까지 빠르다. 시가렛은 속으로 혀를 찼다.


“후우.”


어느새 면을 다 건져 먹은 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가렛은 저도 모르게 시계를 봤다. 6시 10분. 라면 다섯 개가 10분 만에 사라졌다. 조리 시간을 빼면 거의 2분 만에 먹은 셈이다.


-너 조리 시간보다 훨씬 빨리 먹은 거 알아?

“원래 요리라는 게 그런 거야. 만들 때는 한세월, 먹을 때는 한순간.”

-인스턴트에 갖다 붙일 말은 아닌 거 같은··· 야, 그거 밥이잖아.

“응. 잘됐지?”


대접에 한가득 담긴 쌀밥을 몇 톨 집어 먹은 김연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다 먹은 게 아니었다니···.

“다 먹긴. 라면을 먹었으면 밥을 말아야지. 먹을 줄 모르네. 아, 요정이면 당연한가.”


김연은 새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국물에 밥을 말았다.

시가렛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많이 먹는 줄은 몰랐네. 그동안은 참고 있었던 거야?

“그냥 배가 안 고팠던 거지. 오늘은 좀 주린 거고. 많이 움직였잖아.”


시가렛은 일부 수긍했다.

반나절 동안 일어나기에는 많은 일들이었다. 긴 하루. 꼭 열흘은 지난 느낌이었다.


-하긴··· 움직인 만큼 먹어야 되는 거면 모자란 느낌이긴 해. 가만히 보면 거북이 너는 이상한 데서 인간 같더라.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부모님 얘기 좀 해 봐. 이런 너라도 낳아 준 분들이 있을 거 아냐.

“···희한하게 욕 같네.”

-아니거든? 하여간 꼬여 있어서는···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보는 거야. 너도 그렇고, 위층의 물건들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은 아닌 거 같아서.

“보통, 은 아니지.”


김연은 수저를 입에 물고 부모님을 떠올렸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존재감이 생긴 지금은 더 확실해졌다. 특수한 가정환경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부모님 본인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김연에게 존재감이 없던 때도 그를 보고 인식했다. 그래서 김연은 고독에 매몰되지 않았고,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슬슬 돌아오실 때니까··· 그때 직접 봐.”

-미리 말해 주면 좀 어때서.

“그건···.”


입에서 수저를 뺀 김연의 눈이 돌연 우수에 젖었다.


“미안···. 말할 수 없어···.”

-···지금 나 따라한 거니?

“말 그대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양.”

-으으···.


이제는 콧소리마저 섞인 김연의 흉내에 시가렛이 볼을 부풀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치사한 거북이···.

“누가 치사한지 모르겠네. 궁금하면 너도 내 궁금증을 풀어 줘.”

-하지만 그건···.

“말, 할 수, 어어어어없~ 어어어~!”


시가렛이 곤혹스러워하자 김연은 뮤지컬처럼 말을 받았다. 그 와중에 잘했다. 시가렛은 그게 더 화났다. 묵직한 저음이 그녀의 울화통을 사정없이 진동시켰다.


-이게 진짜!


결국 참지 못한 시가렛이 김연에게 달려들었다.

위시 링을 공유하면서 시가렛은 김연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이를 처음 깨닫게 된 것은 놀이터에서의 전력 질주 때였다. 퉁퉁 튕기느라 정신없는 가운데 우연히 패딩 보따리를 잡고 희열에 떨었던 그녀다.

김연도 이를 안다.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대충은 눈치챘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가렛의 손바닥이 김연의 머리를 연타했다.

톡톡톡톡.

김연의 머리카락이 사뿐사뿐 들썩거렸다.

김연은 그 상태로 식사를 여유롭게 마친 뒤, 냄비에 물을 받아 헹궜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꺼내 마셨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상관없었다. 우유의 소비 기한은 45일이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책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시가렛은 그때까지도 입술을 앙다물고 김연의 머리를 치고 있었다.

우유를 마저 마신 김연이 피식 웃었다. 한쪽 입꼬리만 올린 비웃음이었다.


“약하네, 너.”

-으으으으으!


톡톡톡톡톡.

도발에 넘어간 시가렛이 더욱 노력했지만 유의미한 소득은 없었다.

제풀에 지친 시가렛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흑, 천벌 받을 거야··· 나쁜 거북이···.

“흥이다. 신은 없어. 죽었어. 니체가 그랬어.”

-세상에, 너 오늘 대체 왜 이래?


시가렛이 미간을 찌푸렸다.

김연이 이상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들떠 있었다. 전에는 그나마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과했다.


“······.”


김연도 그걸 알았다.

그는 지금 전에 없이 들떠 있었다.

사실 김연은 처음 존재감이 생겼을 때, 여태 혼자 간직해 온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선생님과 반 친구들··· 물론 모두 좋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응어리가 있었다.

존재감이 있어도 그는 여전히 특별했다. 오히려 없던 존재감이 생겨서인지 더욱 시리게 와 닿았다.

은연중 느껴졌다. 그들이 받아들인 것은 김연의 겉모습이었다. 그래서 요 며칠간 그토록 숨기고, 평범해지려 했다. 웃기지도 않은 소문 뒤에 숨어 스스로를 감추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자신’들을 만났다.

특별한 사람들.

김연은 놀랐고, 반가웠다.

그들이 자신의 대척점에 섰더라도 좋았다.

무림인이든 서큐버스든 상관없었다. 이 세상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했다.

특별한 것은 김연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말해 줘도 모를 거야.”

-···뭐야. 갑자기 분위기나 잡고.

“어울려?”

-그냥 조울증 같아.

“······.”


말문이 막힌 김연을 보며 시가렛이 인상을 썼다.


-잠깐, 아니지. 그런 것보다 비슷한 걸 본 적 있어. 최근인데···.


잠시 생각하던 시가렛의 얼굴이 곧 후련해졌다.


-아, 그래. 백원만이라는 네 친···.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 그럴게.”


김연은 바로 사과했다. 뻗대기에는 상대가 너무 셌다.

시가렛이 금세 의기양양해져서 까르르 웃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물어 왔다.


-그런데 있지, 아까 학교에서 말이야.

“학교?”

-응. 그대로 전부 방치해 놓고 온 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넌 겉으로 드러나는 거 싫어하잖아.


점심시간 동안 김연은 모두 여덟 명을 기절시켰다.

공진영, 공진호, 이가은, 서큐버스 넷, 그리고 조연. 조연의 경우, 대화를 해 보려 했으나 능력의 여운 때문인지 자꾸 가슴을 찾아 대서 결국 기절시켜야 했다.

그들 모두를 한 교실에 모아 놓고 방치한 김연은, 이후 5, 6교시까지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잔뜩 풀어진 분위기에 자잘한 종례나 출석 체크가 없었다는 것은 조그만 행운이었다.


“여덟 명 다 짊어지고 이 집까지 오는 게 더 눈에 띄지. 서큐버스랬나? 그 사람들이 학교까지 찾아온 거 보면 어차피 의미 없지만.”

-그래도 이건 소문 수준에서 안 끝날 것 같은데···.

“끝날 거야. 능력 있는 사람 같았으니까. 소문으로 안 끝나도 상관없고.”

-아침에는 신나서 달리더니···.

“그건 말하지 마. 안 그래도 그 사람 보면서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데. 어우, 분명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보고 나니까 완전···.”

-후후후. 수준의 차이가 느껴지나, 도시 전설?

“하지 말랬다.”


음흉하게 웃는 시가렛을 김연이 째려봤다. 그때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양반은 아니네.”


어색한 초인종 소리에 피식 웃은 김연이 밖으로 나갔다.

마당을 지나친 김연이 대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김연은 그중 가장 선두에 있는 인물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역시 능력 있네요, 선배.”

“···시끄러워. 비켜. 들어가서 얘기해.”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 공진영이 모자 아래로 김연을 흘겼다.


***


“들어오세요.”


김연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공진영이 집 안쪽을 슬쩍 살폈다.


“부모님은?”

“안 계세요.”

“어··· 미안.”

“네? 아, 그런 쪽이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집을 비우셨어요.”


김연이 머쓱하게 말하자 공진영도 수긍했다.


“그래? 하긴 그렇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나를 오라 가라 했겠지. 그렇지?”

“예, 뭐···.”


가시가 돋은 답변에 김연은 시선을 돌렸다.

마침 적당한 대상이 있었다. 김연은 공진영의 뒤쪽으로 줄줄이 붙어 들어오는 면면들을 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예상치 못한 꼬리를 붙이고 오셨네요.”

“내 재량에 맡기겠다고 한 건 너야.”


공진영이 걸치고 있는 검정 롱 패딩 주머니에서 쪽지 한 장을 꺼냈다.


“까먹기에는 너무 성의 없는 내용이던데, 다시 보여 줄까?”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의외였을 뿐이니까. 피차 비밀 많은 입장이라 알아서 하시겠거니 했는데···.”


김연이 다시 공진영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설마 진호랑 가은이도 데리고 오실 줄은 몰라서.”


공진영에 이어 들어온 것은 공진호와 이가은이었다. 공진호는 한 손을 공진영의 어깨에, 다른 한 손으로는 이가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잠깐 부러워지려고 했던 김연이었지만, 공진호와 이가은의 표정을 보니 금세 사그라졌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공진영이 그런 둘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어차피 두 사람도 알아야 될 이야기야. 그게 좀 앞당겨진 것뿐이고.”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됐을 텐데요.”

“···진호야. 손 떼 봐.”

“어? 아, 응.”


화들짝 놀란 공진호가 공진영의 어깨에서 손을 치웠다.

김연은 코끝에 감미로운 향기가 스쳐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처음 공진영을 봤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거센 충동이 일었다.

김연은 그걸 곧장 찍어 눌렀다. 두 번째라 조금 더 빠르게 억제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서큐버스까지 모두 제압한 뒤, 공진영을 옮기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었던 김연이다. 거기서 변모한 공진영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다. 뒤바뀐 모습에, 그리고 증폭된 능력에.

김연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번에도 안 보이네.’


역시 서큐버스들의 능력과는 다르다. 이건 그보다 몇 단계나 앞선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손이나 아지랑이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저항하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뭉근해지는 시선 외에 다른 변화가 없자 놀란 건 공진영이었다.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장 공진호의 손을 잡아챌 요량이었는데···.


“너··· 아무렇지도 않아?”

“아뇨. 그냥 참고 있는 겁니다. 아무튼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진호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네요. 나머지는 안에서 얘기하시죠.”


고개를 저어 보인 김연이 안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공진영은 김연의 뒷모습을 잠시 눈으로 좇았다. 그러더니 함께 왔던 두 사람보다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 혀··· 형? 아니, 누나···? 아오, 실례하겠습니다!”

“아···! 시, 실례합니다.”


경황없이 허둥대던 두 사람도 곧 공진영의 뒤를 허둥지둥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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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3) 19.03.19 40 2 13쪽
30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2) 19.03.18 48 2 13쪽
29 Pack 11 부상하는 비(非)일상 (1) 19.03.17 37 2 15쪽
28 pack 10. 마음의 소리 (4) 19.03.16 34 2 13쪽
27 pack 10. 마음의 소리 (3) 19.03.15 41 3 15쪽
26 pack 10. 마음의 소리 (2) 19.03.14 49 2 14쪽
25 pack 10. 마음의 소리 (1) 19.03.13 54 2 14쪽
24 pack 9. 계획 (2) 19.03.12 53 1 13쪽
23 pack 9. 계획 (1) 19.03.11 53 2 13쪽
22 Interval 19.03.10 58 2 15쪽
21 pack 8. 소문 (3) 19.03.09 64 2 16쪽
20 pack 8. 소문 (2) 19.03.08 64 2 17쪽
19 pack 8. 소문 (1) 19.03.07 73 2 13쪽
18 pack 7. 변화 (2) 19.03.06 67 2 15쪽
17 pack 7. 변화 (1) 19.03.06 74 3 11쪽
16 pack 6. 회수 (3) 19.03.05 70 3 19쪽
15 pack 6. 회수 (2) 19.03.04 90 3 12쪽
14 pack 6. 회수 (1) 19.03.03 84 5 13쪽
13 pack 5. 징조 (3) 19.03.02 103 4 10쪽
12 pack 5. 징조 (2) 19.03.01 94 4 10쪽
11 pack 5. 징조 (1) 19.02.28 11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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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pack 4. 대가 (1) 19.02.26 135 4 14쪽
8 pack 3. 소원 (2) 19.02.25 144 4 16쪽
7 pack 3. 소원 (1) 19.02.24 151 6 11쪽
6 pack 2. 대면 (2) 19.02.23 17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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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ack 1. 김연 (3) 19.02.21 210 4 15쪽
3 pack 1. 김연 (2) 19.02.21 221 6 18쪽
2 Pack 1. 김연 (1) 19.02.20 25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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