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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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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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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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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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영지전.

DUMMY

내가 세 기사님들께 배운 공격기술이라곤 종베기 횡베기 그리고 대각선 베기 정도였다.

심지어 찌르기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기초중에 기초였지만 상관없었다.

오로라를 쓰는한 검에 걸리는건 모조리 양단되고 마니까.

반토막난 검을 버리고 급하게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들어 마력을 둘러봤지만 소용없었다.


"으아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기합을 지르며 그대로 정수리부터 일도양단 해버렸다.

중간에 마력을 두른 단검이 잠깐 걸리기는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한때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정육점에 걸린 고기나 다름없이 반으로 쩍 갈라져 허물어져 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공기중에 훅 퍼지는 코가 얼얼할 정도의 쇠냄새와 비린내.

사람을 죽였다는 감상을 느끼기도 전에 등 뒤에서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바깥쪽으로 휘둘러 걷어냈다.

그리고 자세가 무너진 상대의 명치에 검을 냅다 꽂았다.

빨려들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저항감 없이 가드 부분까지 단번에 파고들었다.

비명도 한번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검에 매달려 시체가 되어버린 몸을 걷어차, 검을 단번에 뽑아내며 다른 사람에게 휘둘렀다.

검이 휘두르는 궤적에 따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1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벌써 3명을 죽였다.

피와 시체, 비명과 욕설, 그 모든것이 중앙홀에 넘쳐났고, 그 이성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풍경과 소리에 나도 점점 이성을 잃고 그저 눈앞에 적이 있으면 베고 찌르고 공격을 흘리고 자세를 무너뜨리고 발로 차고 검면과 가드로 상대의 안면을 후려치고 머리를 가르고 심장을 찌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저 당장 눈앞의 몸뚱이를 베고 찌르기를 반복하다보니 문득 더이상 공격이 안 들어온다 싶었을 때는 내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시산혈해.

내 주위에 사지가 멀쩡한 시체가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흐르다 못해 검신에 검붉은 얼룩을 남기며 굳어버린 피가 파스스 부서지며 떨어졌다.


"하아하아."


세 기사님이 보셨으면 당장 경을 칠 정도로 이미 호흡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도 내 눈은 단 한사람을 쫓고 있었다.

자기 부하가 줄줄이 죽어 나가는데도 꿈쩍도 않던 한사람.


짝짝짝


남자가 씨익 웃으며 별안간 박수를 쳤다.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부하를 바라보는 시선은 무감각했다.


"처음엔 그냥 단순한 애송인줄 알았는데 상당히 놀랐어. 그보다 신기한 기술을 쓰는군. 그래도 나름 검은 오소리단의 정예들이었는데 이정도까지 쪽도 못 쓸줄은 몰랐어."

"검은......오소리단?"

"아, 너도 알지? 제법 유명하잖아?"


국경수비대의 핵심이자 아직까지 서리산맥의 몬스터가 국경을 넘지 않는 이유는 검은 오소리단의 활약 덕분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의 실력자 집단이지만 출신성분을 가지리 않는 등용 방식 때문에 연쇄살인범을 비롯한 갖가지 범죄자들의 집합소나 다름없었기에 그 악명은 제국 내에서도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집단을 이룰 수 있었던건 검은 오소리단의 단장이자 제국의 3대 검호(劍豪)인 한센 경이 힘으로 그들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눈앞의 남자가 그 한센 경?


"한센?"

"하아, 그래도 기사 서임까지 받은 몸인데 뒤에 경정도는 붙여주라."

"부하가 줄초상을 치렀는데 대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매정한데?"

"하하하, 어차피 이 계획이 전부 끝나면 직접 내손으로 죽여야 했거든. 덕분에 수고를 좀 덜었지 고마워.

그런데 말이야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는데 눈치가 좋다고 설명하기엔 이상하게 아는것도 많고 너 뭐하는 놈이냐?"

"빨리도 묻네."

"뭐, 일찌감치 죽었으면 물어볼 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

"탈리스만 가의 수습집사다."

"뭐? 크하하하하하 이거 아주 가관이네. 그럼 나는 황제의 사생아게?"

"믿기싫음 말든가."

"하하 그래 좋아좋아. 그런데 넌 어디까지 알고있냐?"

"꼬라지 보니까. 이렇게 백작가를 습격하고 지금 마을에서 멋모르고 자고있는 용병들한테 뒤집어씌울 모양정도?"

"이야~ 정답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단 용병길드에서 평판이 안좋은 애들만 골라서 이 동네로 모았지. 그리고 걔네들 얼굴과 똑같이 만든 가짜 마스크를 쓰고 백작가를 습격해.

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분투했지만 모두 전사. 백작부인과 그 딸들의 머리를 곱게 포장해서 지금쯤 영지전 장소에 도착해 있을 백작에게 특급으로 보낸다. 그럼 백작은 마음이 흔들리겠지? 영지전이 손에 안 잡힐만큼? 그럼 당연히 승기는 우리쪽으로 기울테고 나중에 제국의 조사단이 나와도 백작가를 습격했던 무기는 용병들 방에 잘 숨겨놓을꺼니 용병들이 상황을 알아챘을 때쯤엔 이미 다들 단두대에 서있겠지, 여기 까지가 우리가 준비했던 시나리오였는데. 설마 이런 변수가 생길줄은 몰랐네."

"하아."


설명을 다 들은 나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왜, 이런 악당들은 자기 계획을 못 떠벌려서 안달이지?"

"음~ 그건 아마 그간 아무한테도 얘기 못하고 꽁꽁 숨겨서 그런거 아닐까? 그리고 어차피 알아도 죽이면 그만이니까?"

"고맙다. 덕분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널 죽일 수 있을것 같다."


그러자 그가 이제는 쓸모 없어진 마스크를 벗었다.

칼자국이 가득한 얼굴대신 그 속에서 전형적인 금발의 미남자가 나왔다.

마치 동화속의 왕자님같은 외모였지만 유쾌한 말투뒤에 숨은 싸늘한 눈빛에 저절로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검집에 들어있던 검을 빼들고서 그 내 앞에 마주섰다.


"나도 고마워. 덕분에 속이 시원해졌어.이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널 죽일 수 있을것 같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신형이 훅 꺼지듯이 사라졌다.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검을 들었다.


카앙


덕분에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녀석이 휘두른 검을 얼떨결에 막아냈다.

어찌나 빨랐는지 뒤이어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크으윽."


마치 바위로 검을 때린것처럼 무거웠다.

두 발로 단단히 지면을 디디고 무릎을 굽혀 최대한 무게중심을 아래에 뒀는데도 몸이 순간적으로 붕 떠올랐을 정도였다.

몸에 마력을 돌리는 방식이 스파클 사용자의 마력운용과는 궤를 달리했다.

인간성은 둘째치고 제국의 3대 검호라는 타이틀은 땅따먹기 해서 얻은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한수였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말라고."


카앙 카앙 카앙


"크윽!"


물흘리기도 어느정도의 상대한테나 먹히지 이정도로 실력차가 벌어지니 흘리기는 커녕 막는것도 급급했다. 그래도 최대한 상황을 내 페이스대로 끌고오려고 최대한 흘려보려고 해도 마치 뱀처럼 오히려 내 검을 타고 올라와서 내 어깨를 집요하게 노리는 통에 그것마저 쉽진 않았다.

결국 몇차례의 공방이 이어지고 내 몸에는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뇌에서 미친듯이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아직까지 움직이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확실히 처음보다 힘이 떨어진건 사실이었다.

나와는 달리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그가 얄밉게 빙글빙글 웃으며 검끝을 장난스럽게 돌리며 한마디했다.


"확실히 재능이 있네. 나도 더 데리고 놀고 싶지만 뒷처리도 시간이 제법 걸리거든. 이쯤에서 끝내자."

"지금까지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하하 내가 칭찬좀 했다고 기고만장해졌나 본데 처음부터 날 막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어."


방금까지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표정이 거짓말로 느껴질 정도로 갑자기 그의 기도가 변했다. 그리고 검에서 뿌연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나더니 어느새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옅은 백색으로 검신 전체가 물들었다.

그 모습이 밤과 아침의 경계의 어스름한 새벽의 하늘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 데이브레이크(daybreak)였다.

비록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데 팔 다리가 저릴 정도의 위압감에 주먹으로 허벅지를 강하게 때리고 나서야 겨우 떨림이 멎었다.


"그럼, 간다."


마치 기도를 드리듯 경건한 몸짓으로 검을 치켜들고 크게 가슴을 열어둔 상단세 자세.

허점 투성이처럼 보였지만 기세에 차마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도 오로라를 전력전개하며 맞설 준비를 했다.

그리고 속으로 도박이 될지도 모를 마지막 한수를 준비했다.


파앙


신형이 짓쳐 들어오고 뒤늦게 공기가 터져 올랐다.

마치 공간을 접어 들어오는 듯했다.


'정면!'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조각내듯 검이 떨어져 내렸다.

검이 다가올수록 마치 실시간으로 커지는 듯한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콰앙


"크윽!"


마치 거대한 프레스기로 눌리는 기분이었다.

두 발을 중심으로 바닥에 금이 쫙 갔다.

오로라도 데이브레이크를 막기위해 최선을 다해 분투했지만 얼마못가 검채로 반토막이 나며 검날이 내 어깨를 파고드는 섬뜩한 감각이 신경을 내달렸다.

하지만 이걸로 됐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입꼬리를 찢으며 웃자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예로부터 언더독의 사냥 방식은 항상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이었다.


"제 2 마나검 미리내. 전개."


반토막난 검을 든 왼손과는 반대로 오른쪽 손에서 마나가 폭발적으로 터져오르며 공간을 잠식해 들어갔다.

마치 허공을 덧칠한듯 칠흑의 빛에 자잘한 빛이 그 위를 무리지어 수도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에너지의 집함체에 주변의 공간이 이그러져보였다.

미리내의 위력을 간적접으로 느꼈는지 그의 머리에 적색 신호가 켜지며 급히 몸을 빼려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반토막이 난 검을 버리며 몸을 뒤로 빼려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히히 잡았다."

"큭."


그리고 미리내를 짧게 휘둘렀다.

허공을 베는 수준이 아니라 공간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느낌이었다.

녀석이 데이브레이크로 막아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미리내는 마석의 마력으로 뼈대와 틀을 잡고 거기에 마나를 무식하게 때려넣은 거의 순수한 마나로만 이루어진 검이었다.

고작 쇠로 된 검에 마력을 두르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쥐가 치즈를 갉아먹듯 검신에 두른 마력층을 억지로 벗겨내고 검신까지 갉아먹는 위력을 보고 일찌감치 포기를 했는지 그가 스스로 어깨를 자르고 몸을 뒤로 뺐다.

주인을 잃은 왼팔이 내 손에 덜렁 들렸다.

그 손을 내가 쓰레기처럼 내던지자 그의 표정이 보기좋기 구겨진다.

실실 쪼갤 때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표정이다.

하지만 나도 마냥 웃을 수 없는게 마나검은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라 다행히 무게감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오른쪽 어깨의 상처가 깊은지 어깨 위쪽은 불에 덴듯 뜨거웠고 겨드랑이 쪽이 찢어질듯 아파서 팔을 들고 있는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승기는 이쪽으로 확실히 기울었고 이만 끝을 내야 할 시간이었다.

애써 대적하려는 듯이 검을 들고는 있지만 뒷발이 한껏 뒤로 가있는걸 봐선 언제라도 도망칠 눈치만 보고있다는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나도 상처가 깊고 그쪽도 상처가 깊으니 이쯤 하는게 어떨까 하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그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안심하고 완전히 등을 돌린 순간, 미리내의 뼈대와 틀이 크게 요동쳤고......


푸욱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 앞을 삐져나온 칠흑의 검을보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열걸음의 거리를 우습게 만들정도로 길어진 미리내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악당같지만 미안."


내 사과같지 않은 말에 그가 힘없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씨발."


그순간 간당간당하던 B급 마석의 마력이 다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미리내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한번 쓰려고 하면 B급 마석이 아니면 엄두도 나지 않는 기술인데 여운도 없이 뿅하고 사라지는 모습에 날아간 돈이 생각나며 허무해졌지만 그래도 어깨 조금 내준걸로 3대 검호중 한명을 잡은걸 생각하니 기적에 가까웠다.

이미 눈빛에 생명이 꺼져 죽어서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 그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내가 저 꼴이 났을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싸늘해졌다.

걸음을 옮기자 끈적끈적한 피가 신발 바닥에 쩍쩍 붙으며 걸음을 방해했지만 언제까지나 아가씨를 여기에 둘 수는 없었기에 아가씨를 안아 들었다.


"읏차. 으악."


순간 어깨가 찢어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물이 찔끔났지만 이미 들어올린거 내팽겨칠수가 없었다.

보통 영화같은데서 보면 주인공이 만신창이가 되서도 잘만 여주인공을 번쩍번쩍 안아들더만 그거 죄다 뻥이야.

세상 가장초라한 뒷모습으로 쩔뚝거리며 아가씨를 옮기고 나도 그 옆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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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4.영지전 19.04.13 153 6 15쪽
21 4.영지전 19.04.11 166 8 14쪽
20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8 199 6 18쪽
19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4 17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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