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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속지 않는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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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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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

DUMMY

오후 4시.


테인즈 일행과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7월의 해는 길었다. 중천에서 서쪽으로 치우친 태양은 아직도 저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공단 게이트 앞에는 김영태 대리를 필두로 한 12명의 기획실 직원들이 테인즈의 개인 경호원들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거래 잘 끝났습니다. 다들 긴장 풀어요.”


나는 김 대리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다른 기획실 직원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강채연 비서가 내 옆으로 다가와 양산을 받친 것은 그때였다.


“도련님. 수고하셨습니다.”


“박 대리는?”


“조금 전에 연락받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중이라고요. 배달은 잘 끝났답니다.”


나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고개를 주억였다. 양산은 햇살만 막아줄 뿐. 더위는 여전하다.


“미스터 황.”


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테인즈가 차량 앞에 서서 정장 외투를 벗는 중이었다.


“한국의 여름은 굉장하군. 숨을 들이쉴 때마다 물을 한 모금씩 입안에 넣는 느낌이 들어. 마치 영국에 온 기분이야.”


“어쩔 수 없죠. 영국처럼 섬나라는 아니지만. 한국도 삼면이 바다라 공기 중에 습기가 많으니까요.”


“그렇군.”


잡담은 짧았다. 이윽고 테인즈가 셔츠 소매의 단추를 끌러내며 말한다.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네.”


“저 역시.”


“그래도 오늘 빚은 기억해두도록 하지.”


“아무쪼록 안전한 비행 되시길.”


내 말에 테인즈가 픽 웃으며 대꾸한다.


“마치 중간에 사고라도 나길 바라는 것처럼 들리는군?”


“글쎄요. 그것도 나쁘지 않죠.”


“헤어지는 마당까지 맹랑한 모습은 그대로군. 하하하!”


테인즈가 폭소한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한국에 오실 때보다 화물칸이 조금 무거울 테니 그것도 감안하시고요.”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기껏 한국까지 오셨는데 거마비는 챙겨 드려야죠. 인천 공항에 있는 전용기에 그림 몇 점 실었습니다. 모쪼록 유용하게 쓰시길.”


“제법이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챙길 줄 알다니.”


“별말씀을.”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테인즈의 비서와 통역사는 차에 올랐다.


“미스터 황. 나중에 한국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하지. 그땐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술이라도 한잔했으면 좋겠군.”


“그럼 2년 뒤에나 오셔야 할 겁니다.”


“응?”


“저는 아직 법적 미성년자니까요.”


테인즈는 박장대소를 하더니 이내 차에 올랐다. 회자정리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 법이다.


그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Adios, Joven amigo.”


스페인어는 모르지만 왠지 그 의미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잘 있게나, 어린 친구여━.’






***







테인즈가 한국을 떠난 뒤로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우리 중에서도 가장 분주해진 사람은 강채연 비서였다.


“몸이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아직도 하늘에 있는 기분입니다.”


푸념을 뱉은 강채연 비서가 소파에 몸을 던졌다. 진이 다 빠진 표정이다.


사실 피곤할 만도 하다. 그녀는 3박 4일의 일정 동안 절반 이상의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지냈을 테니까.


“갔던 일은 잘 마무리됐습니까?”


“예, 도련님. 채권 대금은 세탁 끝나는 대로 전부 에센셜로 보낼 겁니다. 이제 진수 도련님 앞으로 예치된 자금은 7,300만 불. 한화로는 830억 원입니다.”


“와···.”


마침 부엌에서 나오던 김영태 대리가 자그맣게 탄성을 터트렸다.


“830억 원이라. 정말 굉장하네요. 아니, 잠깐···.”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은 김 대리가 제 무릎을 탁 친다.


“강채연 비서님. 도련님 소유의 오피스텔까지 합치면 1천억이 넘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자금의 색깔은 달라도. 총액은 1천억이 넘을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고등학생 중에서는 도련님이 제일 부자일 테고요.”


“도련님. 축하드립니다.”


두 남녀가 이쪽을 보며 히죽 웃는다. 그들의 미소는 내게도 전염됐다.


“하하. 감개가 무량하네요.”


나는 소파에 등을 깊숙이 묻었다.


무려 1,000억이란다. 실로 감격스럽다.


콩나물값 오백 원 줄이자고 원룸 앞 채소 가게 아줌마와 푸닥거리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기획실 직원들 모아서 축하 파티라도 할까요? 우리끼리 조촐하게······.”


내 제안은 강 비서가 단호히 내쳤다.


“도련님. 축하 파티는 나중으로 미루시죠. 지금은 쉴 틈이 없습니다. 기획실 직원들도 지금쯤 한창 바쁠 거고요.”


때마침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맞다. 다음 주에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했죠?”


내 질문에는 김 대리가 대답했다.


“예. 벌써부터 준비가 한창입니다. 외부에서 중요한 손님이 많이 오는 모양이더군요. 조금 전까지 저도 그쪽에 있다가 왔습니다.”


“장소는 어딘데요?”


“서울 고려 호텔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도련님도 참석하셔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우리 파티는 할아버지 생신 잔치 뒤로 미뤄야겠네요. 그나저나 아버지와 숙부도 잠시 서울로 올라오시겠군요?”


“예. 황 회장님께서 일부러 왕복 항공권을 끊어주신 거로 볼 때. 두 분의 복귀는 아직인듯합니다.”


“할아버지도 정말 철두철미하시네요. 하하.”


하기야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너무 이른 감도 있다. 축하 파티는 뒤로 미뤄야지.



다음 날부터 강채연 비서는 자산을 굴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종일 노트북 앞에서 골머리를 썩이는 것 같길래. 한번은 내가 옆으로 슬쩍 다가가 물었다.


“차라리 강남 부동산에 쏟아붓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부동산이요?”


“800억이면 지금 갖고 있는 규모의 오피스텔 3채 정도 매입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그편이 관리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


강 비서는 재깍 고개를 저었다.


“자산 운용의 기본은 분산입니다. 날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들어보셨죠?”


“바구니가 엎어지면 전부 깨지니까. 돈도 마찬가지라는 겁니까?”


“예. 지금 당장은 부동산이 제일 안정적이긴 하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강 비서가 홍차를 홀짝이며 말을 잇는다.


“상품의 가치는 간절함에 비례합니다. 세상 그 어떤 상품이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 끝장이죠.”


“간절함이라.”


“국내 부동산도 매년 오르고는 있지만. 중국인들 탓이 큽니다. 가격 상승 요인이 외국에 있는 이상···.”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는 거군요?”


“예, 도련님. 그리고 투자처를 굳이 국내에만 국한 시킬 필요도 없죠. 국제적 분산으로······.”


강채연 비서의 설명은 길게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코스닥과 코스피만 알아들었다.


채권도 MMF니 CD니하며 떠들었고, 주식 관련해서도 비과세 ETF 같은 처음 듣는 용어가 난무했다.


결국엔 내 쪽에서 먼저 항복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체계적 위험은 뭐고 비체계적 위험은 또 뭡니까? 전문 용어는 너무 어렵네요. 조금만 간단히 말해주시죠.”


“결론만 놓고 보자면 수익률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중 채권 쪽의 비중을 높게 두려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주식은요? 우량주 위주로 사는 편이 안전성 면에서 낫지 않습니까? 태성 전자 주가도 얼마 전에 상승세로 돌아섰던데요.”


강 비서는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도련님.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안 좋은 시기에 안 좋은 가격으로 사면 결국에는 손해를 보는 법입니다. 지금은 절 믿어주시죠.”


종래에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하나뿐이었다.


“모쪼록 쉬엄쉬엄하세요.”


소파에 등을 깊숙이 묻었다.


노를 젓는 건 선원들의 일이며. 해도를 보는 건 항해사의 몫이다.


선장은 그저 방향타만 잡고 있으면 된다. 성급할 필요 없다. 여전히 배는 순항 중이다.


나는 다짐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련님. 어디 가십니까?”


“오늘은 집에 일찍 가려고요. 내가 여기서 죽치고 있어봤자 강 비서한테 방해만 될 것 같네요. 하하.”


팝콘이나 사러 가자. 그동안 밀린 드라마나 감상해야지.


그나저나 황시연은 언제쯤 학원에서 돌아오려나?





***






“꺅!”


황시연의 비명이 들린다. 목청이 어찌나 컸는지 2층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아무래도 현관 앞에 놓은 선물 보따리를 발견한 모양이다.


드라마 감상도 여기까진가.


나는 태블릿 PC를 침대 위에 놓고 거실로 내려갔다.


황시연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방방 뛰는 중이었다.


“마음에 들어?”


“응! 역시 오빠가 최고야.”


지금 황시연이 들고 있는 건 1000 대 1 비율의 부르즈 칼리파 조립식 모형이다.


그런데 왜 저걸 들고 있지?


“야, 황시연. 프라다 가방은 어쨌냐? 그것도 현관 앞에 같이 뒀는데.”


눈살을 찌푸린 황시연이 고개를 젓는다.


“오빠. 그런 건 어차피 청담동 가면 널렸어.”


“그래?”


“응! 기념품은 역시 이렇게 유니크한 걸 사 와야지. 해외여행 다녀왔다는 의미도 있잖아.”


히히, 웃는 황시연을 보니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명품 가방은 거들떠보지도 않네. 한명수 차장이 신상품이라고 비싼 돈 주고 사 왔다고 했는데.


짝!


별안간 황시연이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진수 오빠는 이거 실물로 본 거지?”


나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응. 엄청 높더라.”


“우와. 이거 건전지 넣으면 LED에 불도 들어온대. 대박! 방에 이쁘게 전시해 둬야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만다행이다.


황시연은 부르즈 칼리파가 두바이에 있는 빌딩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오빠. 그런데 이거 박스 옆에 있는 영어는 어떻게 읽는 거야?”


황시연이 상자에 적힌 ‘Dubai’라는 글자를 쳐다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영단어집에서는 못 봤고. 처음 보는 단어인데. 고유 명사인가···?”


갸우뚱거리는 황시연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황시연. 넌 고등학생이 그것도 못 읽냐?”


“응?”


나는 영문자 ‘Dubai’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배잖아, 두 배.”


“두 배?”


“응. 다른 기념품보다 두 배로 좋다는 거야.”


“와! 그렇구나.”


황시연이 헤죽거리며 고개를 주억인다.


저런 상식 머리로 저번 기말고사에서는 어떻게 전교 5등을 한 걸까?


그거야말로 내 생애 최대의 불가사의다.


윙━.


그 순간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생각이 끊겼다.


[ 황진수. 너 때문에 아빠한테 뒤지게 혼났음. 네가 책임져라. ]


임광택이다. 나는 핸드폰을 쥐고 자판을 두드렸다.


[ 내가 왜 책임짐? 핑계는 네가 알아서 댄다며. 든든한 지원군 어디 갔냐? ]


메시지 옆의 숫자가 사라지자마자 다음 채팅이 올라온다.


[ 핑계는 댔는데 그래도 혼났음. 방학 숙제를 왜 회사 회의실에서 하느냐고. 방금 전까지 서재에서 잔소리 듣다가 왔다. ]


[ 그래서? ]


[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내가 너 도와줬으니까. 너는 내 연애사업 책임지라고. 애버랜드 언제 갈래? ]


내가 답장을 보냈다.


[ 기각. ]


강 비서는 말했다. 상품의 가치는 간절함에 비례한다고.


[ 새로운 협상안을 가져와라. ]


거품이 꺼지기 전에 뽕을 뽑아야지.


내가 속으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오빠.”


황시연이 내 옆으로 총총히 다가온다.


“왜?”


“구석에서 핸드폰 쥐고 뭐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구랑 톡하는 거야.”


“아냐. 모르는 사람이야. 번호를 착각했나 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얘가 임광택한테 시집을 가면 혼수로 태성 그룹 계열사 하나쯤은 해오지 않을까.


······이건 너무 꿈이 큰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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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57 19.03.31 33,232 8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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