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세기말 무한인벤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차돌102
작품등록일 :
2019.02.22 19:09
최근연재일 :
2019.03.12 01:4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982
추천수 :
38
글자수 :
47,956

작성
19.03.04 23:06
조회
117
추천
2
글자
13쪽

운수 좋은 날

DUMMY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노력만 하면 넘을 수 있는 벽은 있다고. 하지만 그 뒤로 넘을 수 없는 벽이란 건 분명히 존재한다.


견습 헌터가 3급 자이러스를 사냥할 수는 있다.

하지만, 3급 헌터가 2급 자이러스를 사냥할 수는 없다.


아무리 나같이 유능한 스케빈저가 끼어있다 한들, 이런 부실한 쓰레기 장비로는 3급을 상대하는 것도 벅차다.


HO2는 헌터도 아니다. 개조를 통해서 순수한 신체 능력이 인간을 좀 웃돌고 전투력도 각종 잡다한 파츠빨로 3급 헌터와 간신히 비비는 정도일 뿐.


"ㅈ됐다. ㅈ됐다 진짜 ㅈ됐다."


재수 옴 붙었다.

자이러스 몰이 그냥 사람만 한 변종 두더지라면, 자이러스 웜은··· 그냥 존나, 조-오온나 큰 거대 지렁이다.


'시발 이럴 때 짜오는 어디서 뭘 하는 거야 .'


흙먼지가 가라앉고, 불룩하게 솟구친 토사 위로 주름진 연분홍색 기둥이 꼿꼿하게 서서 자신의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온다!"


그리고 그대로 온몸을 내리쳐 조금 전까지 우리가 머무는 임시캠프를 캠프였던 장소로 만들어버렸다.

떨어질 때 일어난 어마어마한 풍압과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파로 도저히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다.


"아저씨! 도망쳐요! 빨리!"


내가 아무리 외쳐도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안 들릴 리가 없는데. 꼴에 헌터라고 지금 무게 잡는 건가 설마?


"아저씨! 가오가 밥 먹여 주는 거 아니잖아요!"


일침을 들은 그의 어깨가 살짝 움찔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끝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보통 똥고집이 아니다.


"에이씨!"

"어떡해, 우리?"

"뭘 어떡해! 튀어야지! 뒤지고 싶어?!"


하다못해 3급 참붕어만 됐어도 어떻게 해볼 만했을 텐데.

저건 쉬리다. 2급! 그것도 2급 중에서도 상위 랭크인 웜.

수지가 안 맞고 어쩌고를 떠나 이건 그냥 개죽음이나 다름없는 싸움이다.


대체 몰 서식지에 왜 웜이 있는지 모르··· 설마 자기가 살던 터의 먹이가 줄어서 이쪽으로 사냥하러 나온 건가?


-탕!


지금 분석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한 발의 총성과 함께 깨달았다.


총구를 떠난 탄환은 웜의 피부에 박혀 유효한 피해를 줬지만, 바늘로 찌르는 정도의 대미지를 입힌 거나 다름없다.


건장한 사람을 ㅈ만 한 재봉 침으로 찔러 죽이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생각해보자. 인간은 그나마 급소라도 있다지만 저 살덩이에 대미지를 입히려면 저런 딱총이 아니라 뭔가 터질 것이, 폭발물이 필요하다.


수중에 폭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미쳤다고 저 아가리 속으로 폭탄을 갖다 던지겠냐. 던지기 전에 깔리거나 삼켜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한마디로 당장 여길 떠나는 것 말고는 답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자이러스들이 기피하는 비장의 연막탄이 딱 하나 있긴 하다.

존나 비싼 거지만, 목숨값은 언제나 그보다 상위입찰 되어있다.


난 계속해서 뛰댕기며 사격하는 그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아저씨! 저희 진짜 갑니다? 어? 가요!?"


그는 마지막까지 웜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난 항상 생각한다. 용기와 만용은 다르다고.

그리고 저건 명백한 만용, 아니 만용도 아깝다. 그냥 개죽음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아오, 진짜! 야! 스틱이랑 석궁 줘봐."

"싸우려고?"

"아니, 어그로만 끌어줄 거야!"


평소였다면 두말없이 손절하고 튀었겠지만, 오늘따라 무슨 변덕인지 그를 두고 갈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여기.”


HO2가 짊어진 가방에서 꺼낸 석궁과 스틱 그레네이드 하나를 건네받고 웜의 옆구리 쪽···


"이런 미친, 어디가 옆구리야."


분간은 어려웠지만, 하여튼 웜의 옆으로 달려나갔다.


달리면서 웜의 몸체에 검은 진액이 흘러내리고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진액이 흐르는 곳은 한 곳으로 집중된 걸로 보아 그 양반이 그곳만 집요하게 노려서 사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꼴에 헌터라고. 솜씨는 있는 모양이네.'


저길 노린다면 어느 정도 대미지도 줄 수 있겠다고 판단 하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스틱을 한 손으로 조정했다.


꼭지를 돌리고, 버튼을 다섯 번 눌러 5초 뒤에 폭발하도록 세팅하고 볼트에 감는다. 이러면 즉석에서 폭탄을 쏠 수 있는 석궁용 유탄이 된다.


훨씬 더 정교하고 고성능인 폭발형 볼트가 있긴 하지만 이게 더 싸게 먹힌다. 막상 써보면 성능도 크게 뒤지진 않고.


"저기, 조져놓은 부분에 박아!!"


공정을 마친 석궁을 뒤따라온 HO2에게 그대로 건네주었고 난 등 뒤에 메고 있는 고배율 라이플을 견착했다.

저 석궁을 쏘는 건 내가 아니다. 석궁에는 자신 없으니까.

HO2를 개조한 목적도 이럴 때 써먹으려고 개조한 거다. 다만 스틱의 폭발 시간을 조정한 건 내 감이 필요했다.


-쇽!


시위를 떠난 볼트가 이젠 4초 뒤에 터지는 스틱을 실은 채 웜으로 날아갔다.


"해모스 특급 배송이다, 십새캬!"


날카로운 촉은 거듭된 피탄으로 유들유들해진 웜의 겉피부에 박혔고, 놈이 통증을 느꼈는지 몸을 크게 한 번 뒤틀었다.


-우르르르


웜이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지축이 한 번 더 강렬하게 흔들렸지만, 몸속에 내장된 자이로센서 덕분에 두 발 딱 붙이고 설 수 있는 HO2의 가느다란 몸체에 의지해서 사격 자세를 잡았다.


3···2···

여기서 베테랑 헌터들도 잘 모르는 스틱의 꿀팁이 하나 있다.

폭발 타이머 1초를 남기고 강한 외부충격을 주면


-타다다다다!


더욱 크고, 화려하게 터진다는 것.


"붐!"


-후두둑, 후두두둑


폭발한 부위를 기점으로 새까만 살점들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단백질 타는 냄새가 콧속을 후비며 들어왔고 놈은 격렬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을 본 HO2는 아련한 표정으로 짧게 읊조렸다.


"저 비틀거리는 것 좀 봐. 성대도 없으니 비명도 못 지르고 불쌍해."

"넌 방금 폐품 될 뻔해 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


자 그럼 녀석이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서 도망쳐!"


웜의 진짜 무서운 강점은 무식한 몸빵과 지독한 회복력이니까. 저 정도 피해쯤은 금방 회복한다.

아저씨도 어느새 바로 옆으로 붙어 함께 달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침착하게 대응했고 도저히 뽕에 취한 사람이라 하기엔 믿을 수 없는 안정된 사격 솜씨를 선보이는 모습에 새삼 다시 봤다.


서로 장비만 좀 더 좋은 걸 썼다면, 잡지는 못해도 빈사에 몰아넣는 것까진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


허억. 허억.

나와 헌터 아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반면 HO2 녀석은 여유 있게 돌아다니며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이럴 때면 가끔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가 부럽다.


그렇다고 멀쩡한 팔다리를 떼거나 심장을 갈아 끼울 생각 따윈 추호도 없다만, 철없을 적에 고추를 뮤리움 고추로 갈아 끼우는 건 시도 해볼까 했지만.


"오케이."


주변 수색을 마친 HO2가 두 팔을 O모양으로 만들어 근처에 위험요소가 없음을 알렸고, 안도한 순간 긴장감이 누그러지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 이거 마셔."


전력으로 달리느라 진이 빠져있던 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가 건넨 물병을 받고 한 모금 꿀꺽 마셨다.


-푸하악!!


"으하하학!"

"아니,진짜,미친, 이거 술이잖아! 콜록!"


그것도 혀가 화끈해지고 목구멍이 불타오르는 독주다.


"자넨 술 안 좋아하나?"

"지금 그게··· 아닙니다. 그냥 말을 맙시다."

"해모스 너 술 좋아하잖아."

"······."


차라리 웜한테 잡아먹히는 게 속 편하겠다.


"그럼, 오늘은 허탕인가?"

"콜록, 그런가 콜록 보네요. 으헷췌!"


대체 뭘 먹인 거야. 기침이 멎질 않는다.

난 납작하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병, 아니 술병을 그에게 던지며 물었다.


"이거 대체 뭡니까."

"발정기의 암컷 몰 체취를 섞은 술이지."

"···뭐라굽쇼?"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우르릉


"효과 죽이는군."


보통 일을 마치고 나면 헌터가 스케빈저의 뒤통수를 치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그야 물론 헌터측이 스케빈저 보다 강하고 장비도 탄탄해서 처음부터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난 오늘 그 인과를 역전시켜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몰, 몰이 사냥이다!"


아직 약 기운이 덜 가셨는지 정신병자처럼 웃는 그가 권총을 빼 들었고, 나 역시 리볼버와 초 진동 나이프를 꺼내 쥐었다. HO2는··· 그냥 온몸이 흉기니까 세간에 남아 있는 책을 통해서 엉터리로 배운 격투 자세를 취했고.


-콰과과

-타앙!


땅을 뚫고 빼꼼 고개를 내민 몰을 본 순간, 바위만 한 대가리에 리볼버를 한 발 꽂아 넣었다. 몰의 공략법은 선빵필수.

땅에서 나올 때 버릇처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마리라면 모를까.


-타앙!

-타앙!


아주 오래전에, 구시대인들은 망치로 두더지를 사냥하는 오락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이거랑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


"해모스!"


어느새 HO2에게 2마리가 붙었다. 등 뒤에서 쏴서 엄호하려 했지만, 머릴 제외한 다른 부위는 가죽 탓에 탄이 잘 안 박힌다는 몰의 특징을 상기하고 리볼버를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그 양반은?'


"내 쪽은 걱정하지 마!"


슬쩍 고개를 돌려 헌터 아재가 3마리를 상대로 선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HO2에게 달려갔다.


"으아압!"


초 진동 나이프를 역수로 쥐고 놈의 등짝위에 올라타 통나무 같은 목대에 칼침을 쑤셔 박았다. 한 방으론 안 된다. 최소 3방. 끝장내려면 5방이다.


-푹! 푹! 푹!


열심히 작업 중인 내 등 뒤로 다른 놈이 엉겨 붙으려 했지만, 금세 한 마리를 처리한 HO2가 파랗게 타오르는 플라즈마를 품은 주먹을 쥐며 날아올랐다.


"엔진 피스트!"

"아, 쪽팔리니까 그딴 거 말하지 말라고."

"만화책에서 그랬단 말이야."


실랑이하는 와중에도 내 눈은 빠르게 전황을 파악했다.

헌터 아재가 상대하고 있는 2마리를 포함, 눈에만 언뜻 보이는 놈이 3마리, 그리고 아직 귓가에 울리는 땅 울림소리로 미뤄보아···.


"총 5마리 남았어."

"······."


그래, 내가 센서도 달아줬었지. 전투용으로 개조한 돈값을 한다.


"알면 가서 조져! 어엇?"


-콰르르


갑자기 내가 서 있는 발밑의 땅이 우그러지며 무너져 내렸고, 곧바로 우악스럽게 디미는 놈의 얼굴과 마주쳤다.


"뒈져!"


놈의 손톱이 내 연약한 배때지를 쑤시기 전, 초 진동 나이프가 먼저 놈의 대갈통에 정빵으로 박혔다. 뻑뻑한 두개골이 갈라지는 아찔한 감각이 손목을 타고 전해져오며 머릿속으로 남은 머릿수를 세었다.


"4."

"괜찮아?"


HO2가 허리까지 파묻힌 내 몸뚱이를 끌어올리며 안부를 물었다.


"괜찮으니까 걱정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


하반신에 묻은 흙을 털 새도 없이 전황을 둘러봤지만, 어느새 사방이 조용해져 있었다.


"다 잡혔네?"

"저 헌터, 의외로 실력 좋아."


1마리는 HO2가 처리했다고 쳐도 혼자서 마저 남은 3마리를 처리한 건가?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헌터는 헌터인가 보다.


"살아있었네요. 3급도 헌터는 헌터네."

"거, 섭섭하구먼."

"섭섭은 개뿔. 사람을 미끼로 써먹어 놓곤. 이거 길드 조합에 꼰지르면 징계감인 거 알죠? 앞으로 스케빈저 구하기 힘들어질겁니다."

"그, 그건 좀 곤란한데."

"그럼 잠깐 저랑 얘기 좀 나눠볼까요."


협박을 가미한 교섭으로 본래 받기로 한 2할의 전리품을 4할 배당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순순히 응한 걸로 보아 아마 처음부터 3할은 챙겨주기로 했던 것 같고, 1할은 양심값이라 해도 후한 처사였다.

세상 어느 헌터가 스케빈저와 6 : 4 비율을 나누려하겠는가.


내심 이 양반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어쩌면 다음에도 같이 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끼 역할은 사절이지만.


"자, 그럼 수확해볼까."


이제부턴 완벽한 운의 영역이다.

뮤리움을 체내에 품고 있는 개체는 많지만, 순도가 문제다.

당연히 몸뚱이 짬이 찬 놈일수록 양도 많고 순도도 높다.


-부우우우웅


조금 전에 유훈 한 전과를 올린 초 진동 나이프를 꺼내 한 놈을 골라 배때지를 갈랐다.

칼이 꽃히자 마자 푸슉! 하며 검은 진물이 튀어 올랐고, 해체용으로 쓴 고글 앞을 가렸다.

손등으로 대충 문질러 닦으며 칼날을 아래로 쭈욱 내려 뱃가죽을 가르자.


"대애박."


고생에 상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도는 그렇게 높진 않았지만, 상당한 양이 나왔다.

이 녀석 한마리한테 나온 양으로 이미 스케빈저 장비 대여료 절반은 갚은 셈이나 다름 없다.


‘역시 질보단 양이지.’


"여기도 대박!"


뒤쪽에서 작업하던 HO2가 환호했다.

저긴 양은 적어도 고순도 뮤리움이 나왔고,


"아, 요놈 튼실한데?"


헌터 아재도 갈무리 작업이 순조로워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기말 무한인벤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되었습니다.+취직 강화기간 19.02.26 109 0 -
8 로 인생 역전? 19.03.12 47 1 14쪽
7 에서 얻은 판도라 19.03.11 54 1 14쪽
6 화이트 홀 유적지 19.03.09 48 1 13쪽
5 함정 19.03.08 53 1 12쪽
4 공짜 술 19.03.06 74 0 13쪽
3 블랙하우스 19.03.05 80 1 13쪽
» 운수 좋은 날 19.03.04 118 2 13쪽
1 헌터와 스케빈저 19.03.04 201 0 1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차돌102'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