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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세기말 무한인벤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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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102
작품등록일 :
2019.02.22 19:09
최근연재일 :
2019.03.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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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956

작성
19.03.0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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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함정

DUMMY

“상환일 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어?”

“이제 6일.”

“만약 못 갚으면 어떻게 되는거야?”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그대로 빠이빠이지.”

“띵띵이도?”

“당연한 걸 묻냐”


같은 기계라서 통하는 게 있는건지 띵띵이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왠지 안타까우면서도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건배를 나눈 뒤, 우린 앞에 놓인 술병들을 흥청망청 열심히 비우고 있는 와중.


-드르륵


"실례."


누군가가 의자를 질질 끌고 와서 HO2의 옆에 앉았다

또 외모만 보고 HO2한테 꼬인 날파리겠거니 싶었지만, 딱히 시선을 주지 않는 걸로 보아 단순히 얘기가 하고 싶어 온 모양이다.


"펠록이다."

"해모스."

"난 HO2."

"리-짜오다 해."


-쨍!


간결하기 짝이없는 자기소개들이 지나가고,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쥔 술잔으로 건배를 나눴다.


"크- 저 짠돌이가 버밀30년도 따주고, 그쪽 형씨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네."

"여긴 뭐고, 그 양반은 또 뭐야?"

"블랙하우스. 헌터들이 모인 술집 겸 사설 길드지. 그리고 카이버 그 양반이 여기 부캡틴이고."

"하는 꼴은 완전 캡틴이던데, 그럼 캡틴은 누구야? 어디 낯짝이나 보게"

"저기."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

"없긴 왜 없어. 저기 서 있잖아."


분명 서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 그 사람은 바에 서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유리잔을 닦고 있다. 요리 봐도 조리 봐도 그냥 나이 잘 먹은 로맨스그레이 바텐더다.


"지금은 은퇴해서 그렇지, Ex급 헌터였어."

"켁."


내가 벌써 취해서 잘 못 들은 건가?


"공용 헌터제 도입 이후로 역대 딱 9명 있었던 Ex급이라고? 저 사람이 뭐 그럼 델리-고스트나 크로우 라도 된단 거야?"

"맞아. 크로우야."


헌터계의 전설. 레전드. '검은 사신'이라는 개쪽팔리는 별명을 가진 그 크로우가 지금은 리버시티 지하에 있는 빠에서 유리잔이나 닦고 있다고??

난 옆에서 술잔을 홀짝이는 HO2를 바라보며 한탄했다.


"HO2···."

"응?"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보다."

"나 보다 어리잖아."

"넌 깡통이고 난, 아니다, 말을 말자."


잠시 패닉에 빠진 머리를 진정시켰다.

술을 마셨다는 뜻이다.


"여기 있다는 건, 댁도 헌터겠고."

"그렇지."

"납치도 당했고?"

"여기 대다수가 그래."

"그럼 대체 그 인간의 무얼 보고 여기 붙어있는 건데?"


질문을 듣고 그는 꺼끌꺼끌해 보이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흠, 그냥?"

"그냥?"

"그냥 여기에 있으면 재밌으니까?"

"퍽이나."


짧게 생각하고 내놓은 답은 그 소모한 시간만큼이나 시시하고 영양가 없었다.


"혹시 무슨 협박 같은 걸 당하고 있는 거라면 조용히 윙크해."

"크흐흐, 진짜야. 여기 있으면 재밌으니까 있는 거야. 실제로 오늘 같은 이벤트도 봤잖아? 카이버 저 인간이 저러는 꼴 한 두 번도 아니지만, 지는 모습은 또 처음 봤거든. 비록 비겁하긴 했어도."

"···그를 사랑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프하하학!"


'조금 진지하게 물어본 건데.'


그는 한참 동안 배를 붙잡고 웃다가 그만 뱃속이 놀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나고 토악질을 하러 가버렸다.


"별 웃긴 양반 다 보겠네."


다시 우리 셋이서 조용히 마시나 싶었는데, 곧장 다른 사람이 펠록이 남기고 간 의자에 앉았다. 우릴 이런 지하 마굴 같은 곳에 끌고 온 장본인인 카이버다.


"맛은 어때?"

"덕분에 잘 마시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버밀 30년을 땄는데 술맛도 몰랐다면 아까워서 잠도 못 잤을 거야."


내가 HO2도 아니고 그럴 리가.


"응? 왜?"


잠시 HO2쪽을 쳐다본 뒤, 다시 그가 하려는 말에 귀 기울였다.


"방금 막 정산을 끝내고 왔어. 266만 피즈. 여기서 4할을 빼면···."

"106만이네요. 쿨하게 110만으로 딱 끊어서 주시죠."


어쩌면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당돌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제안 해왔다.


"하하, 그래. 120만으로 주지, 그러니···"

"안 들어가요."

"120만이면 14만이나 이득이잖아, 왜 안 들어가? 빚 갚아야지?"

"넌 좀 조용히 하고. 그냥 106만 받고 우린 여기서 쿨하게 짜지겠습니다."


설마 또 엉겨 붙을까 싶어 이번에는 단호하게 의지를 밝혔다.

내심 말하자면, 이곳에 흥미가 생긴 건 사실이다. 이만한 규모의 사설 길드에 소속되면 일감 찾으러 길드 조합에 기웃거릴 필요도 없어지고 인력 구하기도 수월해진다. 당연히 검증된 사람들끼리 모인 거니 서로 뒤통수 걱정할 일이 사라지고 결론적으로 돈 벌기 쉬워지는 건 맞는 사실.


하지만 분명한 이득임에도 내가 여태껏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려 한 이유는 천애 고아로 자라온 내가 시설을 떠나기 전에 원장님의 남겨준 몇가지의 가르침이 내 머릿속에 깊숙이 남았고, 그것이 곧 행동 방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4명 이상 무리 짓지 마라. 특히 5명은 안 된다. 5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 밖에도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음 가르침이 있었고 적어도 그것들을 잘 지켜와서 내가 지금 이렇게 숨 쉬며 살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믿음은 변치 않을 것이고.


"그래, 그렇게까지 싫다면야 이쪽도 강요는 안 하겠어. 푹 쉬었다 가."

"이제라도 알아주셔서 다행이네요."


말과는 달리 전혀 포기하지 않은 눈빛이었지만 마저 못해서 보내주는 듯했다.


-짜르르


그는 약속한 대로 106만 어치의 피즈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겨우 손에 넣은 이 피즈의 절반 이상이 장비 대여료로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아프다.


따지고 보면 그 지랄에 어울려주느라 비싼 돈 주고 산 대박을 놓쳤고, 스틱에 특수탄까지 깡그리 날려 먹었는데 잘도 들어가겠다.


억울한 만큼 술로 뽕이나 뽑아야지.


"얼마나 남을 것 같아?"

"이것저것 빼면 얼추 30만은 남겠네."


여기서 이것저것이란 HO2, 짜오의 정비비용과 얘들이 먹는 비싼 밥값, 즉 기름값이다.

인질로 잡힌 장비들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피즈는 앞으로 380만. 남은 기한은 1주일.

지금부터 재정비에 소모될 시간과 일감을 찾고, 그에 따른 정보 수집까지 할 생각하면 살짝 빡빡하긴 하다.


-드륵


"앉아도 되나?"

"······."


조용히 좀 마시다가 가고 싶은데, 여기 인간들은 도통 우릴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구만.


"아까 카이버랑 얘기하던데, 들어오기로 한 거야? 아, 난··· "

"2급 헌터 딕스 람스테인."


자이러스 몰 서식지에서부터 쭉 동행한 그 2급 헌터다.

특히 2급 중에서도 젊은 실력자로 이름나있고, 백발에 꽁지머리를 묶어 기생오래비같이 생겨먹은 이 녀석이 유명한 건 무엇보다도···.


"나 알아! 거근의 딕스!"


그렇다. 상당한 정력가에 심지어 성별과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는 엄청난 잡식성으로 유명한 헌터계 밤의 황제다. 그와 하룻밤을 지내면 누구나 그의 포로가 된다는··· 어찌 보면 그쪽으로 본업보다 유명한 명성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무슨 볼일인데? 참고로 내 후장은 비매품이다."

"하하, 나도 보는 눈이 있지."


은근 열 받게 하네.


내가 아니꼬운 듯이 노려보자, 딕스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싸움 걸려고 온 거 아냐. 그냥 블랙 하우스에 들어온 건지 궁금해서 왔어."


난 대답 대신 중지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내 의지를 표명했고, 그는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꽁지머리가 살랑이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안 들어가."

"아쉽네, 실은 웜과 싸울 때 유심히 눈여겨봐 뒀거든. 특히 볼트에 스틱을 묶어 쏘는 발상과 스틱의 숨겨진 '1초 테크닉' 까지 알고 있었다니. 꽤 거칠게 구르며 살아온 티가 나던데."

"남이사 거칠게 살았든 부드럽게 살았든."


그를 계속 거칠게 대하자, 둘이 만류하며 나섰다.


"해모스, 왜 그렇게 뿔이나 있어?"

"취해서 그렇다 해."

"뭐? 누가 취해, 내가? 진짜 취한 게 뭔지 보여줘?"


그리고 눈앞에 놓인 술병을 양손으로 쥐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냅다 들이부었다.


-콸콸콸


쓴맛 나는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텅 빈 속을 한가득 채우니 은은했던 취기가 확 올라왔고,


-쿵


그대로 테이블 위에 머릴 박았다.


몽롱한 술기운에 들려오는 재즈음악의 템포가 느리게 느리게···.


*


다음 날.


의식이 돌아오고, 침대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기지개를 켜느라 높이 들어 올린 두 팔을 내리고 잠자리 옆에 있는 물병을 집으려다가, 옆자리 이불이 불룩하게 솟아있는 걸 보고 흠칫했다.


'뭐야 시발,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살며시,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쳐서 내렸다.


"아, 뭐야 깜짝 놀랐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긴 백발을 보고 나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

HO2는 가끔 내가 자는 틈에 멋대로 기어들어 와서 잠을 청하기에 익숙한 일이다.


"야, 일어나."

"으음···."

"?"


'얘 목소리가 왜 이래?'


이불이 꾸물거리며 튀어나온 목소리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거칠게 이불을 잡아 들췄다.


-화악!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


백발의 주인공은 HO2가 아니라 같은 머리색인 꽁지머리를 푼 딕스였다. 그것도 상반신을 벗은 모습의.


"으으···뭐야, 아침인가?"

"어-···, 어어?"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그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처럼 굳은 날 보며 윙크를 날렸다.


"잘 잤어?"


그리고 그 윙크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정신을 잃었다.



*


"후욱··· 후욱···."


간만에 기껏 좋은 술 처먹어놓고 왜 이런 악몽을 꾼 거지?


"아욱, 대, 대가리 깨진다···."


어젯밤에 마신 양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상쾌한 아침 따윈 없었다.

지독한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릴 누르며 조금 전 꾼 악몽을 상기하고 재빨리 옆부터 확인했다.


시선을 옮긴 그곳엔,

다행히 HO2가 이쪽을 바라본 채로 자고 있다.


"넌 또 언제 기어들어 와서 옆에서 자고 있냐."


본디 안드로이드에게는 수면이 필요 없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HO2는 자발적으로 수면 코드를 세팅하고 뇌파를 내게 맞춰서 잠을 자는 흉내를 내고 있다.


그 뜻은 내가 일어나면 HO2도 눈을 뜬다는 것이고, 다른 의미로는 내가 잠자다가 죽으면 HO2도 일어나지 못한다는 걸 나타낸다.


처음에는 대체 왜 그런 불필요한 짓을 하냐고 물었는데, 홍채 대신 조리개가 보이는 눈으로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인간과 '비슷'해지고 싶다.


보통 서적이나 꾸며낸 이야기에선 종종 인간 외적인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다' 라고 하는 건 봤어도 HO2는 어디까지나 '비슷' 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어딘가 결여된 듯한 반푼어치 같은 목표라서 그런지 오히려 더 와닿았고 불침번에 못써먹게 된건 아쉬웠지만, HO2의 선택을 존중하여 바라는 대로 수면 코드를 넣어줬다.


"안 일어나냐?"

"나 일어나 있었어."

"그럼 눈을 떠야지. 배터리 다 된 줄 알았네"


간이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신 뒤,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거라곤 지독한 현기증과 따끔한 두통뿐. 간만에 좋은 술을 봐선지 너무 나대긴 했다.


'그래, 블랙···뭐시긴가 하는 길드.'


주변을 둘러보니 낡은 벽지와 간소한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어제 뻗고 나서 짜오와 HO2가 싸구려 숙소로 옮긴 모양인데···.


-똑똑


노크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거리낌 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누군지 볼 것도 없이, 어제부터 지긋지긋하게 봐서 이제 정이 들 지경인 그 얼굴이다.


"몸은 괜찮은가?"

"그냥 들어올 거면 대체 노크는 왜 했어요?"

"따지고 드는 걸 보니 괜찮은 것 같군. 어서 나와, 일해야지."

"일? 무슨 일이요?"

"기억 안 나나? 해모스, 넌 오늘부로 블랙하우스의 일원이야."

"···뭐?"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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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로 인생 역전? 19.03.12 47 1 14쪽
7 에서 얻은 판도라 19.03.11 54 1 14쪽
6 화이트 홀 유적지 19.03.09 48 1 13쪽
» 함정 19.03.08 54 1 12쪽
4 공짜 술 19.03.06 74 0 13쪽
3 블랙하우스 19.03.05 80 1 13쪽
2 운수 좋은 날 19.03.04 118 2 13쪽
1 헌터와 스케빈저 19.03.04 20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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