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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세기말 무한인벤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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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102
작품등록일 :
2019.02.22 19:09
최근연재일 :
2019.03.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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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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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에서 얻은 판도라

DUMMY

-톡


잠시 후 정신이 들자, 고요한 어둠 속에서 물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차거···.'


머리 위로 어슴푸레하게 윤곽만 보이는 파이프.


그곳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내 뺨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살았잖아? 아으윽···.'


머리부터 발끝까지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들어 올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까마득한 높이를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저만한 높이에서 낙하하고 용케도 사지가 멀쩡하게 달려있는 것에 의문을 품던 중. 나와 같이 추락한 HO2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가랑이에 제트팩을 달아놓았지.'


다만, 원래 무거운 HO2의 무게에 내 무게가 더해졌고, 높이도 높이다 보니 추락 에너지를 완전히 감소시키진 못했다.


애초에 이런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라 절벽이나 건물과 건물 틈 사이를 뛰어넘을 때 잠시나마 공중에 뜨게 해주는 장치다. 이만한 피해로 끝난 것도 한계 직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출력에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래플 장치를 달아줄 걸 그랬네.'


진짜로 반 농담으로 소시지 한 번 구워 먹겠다고 제트팩을 달아준게 실수였다.

어쨌거나 HO2는 지금, 멀리 갈 것도 없이 근처에 있는 무너진 잔해 위에 얌전히 누워있다.


"하-···."


문제가 있다면, 플래시로 비춰 본 HO2의 하체는 거의 반파되어서 온갖 부품과 케이블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만큼은 얘가 인간이 아니라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아주 그냥 작살이 나셨군."


볼 것도 없었지만, 파손도를 체크해보니 코어 엔진도 OFF 상태. 인간으로 따지면 심장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한 마디로 ㅈ됐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헤드 깊숙한 곳에 있는 메모리 코어는 무사했고, 이걸로 동일한 모델의 바디에 인스톨 시키면 HO2가 가진 기억을 그대로 복원시킬 수 있지만···.


구세대 안드로이드는 지금 세상에 매우 희귀한 객체가 되었다는 게 문제다. 생산설비가 사라진 건 오래고, 그마저도 대오염으로 기술이 군데군데 유실되어 완벽하게 호환되는 파츠를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


아직도 구세대를 굴리고 있는 어느 괴짜 부호라던가, 종류별로 수집해온 수집광을 찾는다면 동일한 모델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과연 돈을 얼마나 써야 그들이 넘길지가 문제다.


지금 당장 내 앞가림도 못 하고 있는 처지에 그런 거액을 마련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돈을 줘도 안 판다고 할 가능성도 높다. 본디 수집가들이란 집착과 아집의 덩어리니까.


적어도 신세대 바디랑 구세대 메모리 커버가 호환만 됐어도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될 텐데.


-딸각


일단 HO2의 헤드 디스크를 열어 메모리 코어를 분리한 다음, 품속에 있는 안 주머니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사실 반만 남게 된 상반신도 챙기고 싶었지만 부상한 몸으로 저 무거운 고철 덩어리를 짊어지고 걸어 다닐 자신도 없고, 어차피 나중에라도 회수하러 올 순 있으니 미련 갖지 않고 쿨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나저나 더럽게 넓네.'


화이트홀 깊은 지하에 이런 공동(空洞)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방공호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이라도 찍어놔서 전 세계로부터의 지식을 거둬들이는 단체인 '아테나'에 넘긴다면 지식 증여를 인정받고 수혜 포인트와 공로금도 챙길 수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낙하 때의 충격을 못 이기고 렌즈가 깨져버렸다.


그나마 유일한 무기였던 그에게 건네받은 라이플도 박살이 났다.


‘하, 왜 이렇게 꼬이냐.’


여러모로 악재만 생기는 걸로 보아, 역시 길드 같은 거에 들어간 게 잘못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여길 빠져나가면 당장 그 꼴도 보기 싫은 양반에게 두 번 다시 건드리지 말라고, 모가지에 칼을 대서라도 말하겠다고.

그것도 일단 살아서 나가고부터 볼 일이다.


-삑


'오염도는 매우 낮음···.'


그 붉은 머리 헌터가 사용하는 측정기에 비하면 인식 범위도 속도도 떨어지는 간이 도구 수준이지만 주변의 오염도가 낮은 지표가 적어도 마음과 호흡은 편하게 해주었다.


다행히 오염이 이곳까지 미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군생지가 바로 위에 깔려있었으니 절대 방심할 순 없다.

이 측정기는 군생지 오염도를 측정해줄 뿐, 자이러스를 감지할 순 없으니까.


"엿-차."


자잘한 상처는 나노치료팩으로 처리하고 조금 앉아서 쉬었더니 다시 몸을 움직일 기운이 돌아왔다.


“여보슈, 여보슈. 거 누구 없습니까.”


-치이이익-···


위에 있을 멤버들에게 인컴으로 통신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할 수 없이 자력으로 나가거나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는데··· 위쪽도 아마 땅이 꺼진 소란으로 주변에 있는 놈들이 몰려들어 분투 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둥지의 심상치 않은 눈깔··· 적어도 내가 봐온 둥지 중에선 그런 변이 현상을 나타낸 놈은 없었다.


설마 대오염 이후로 놈들이 지구의 환경에 맞춰 적응해서 진화라도 하나?

그렇다면 큰일이다. 조물주가 본격적으로 새입자를 챙겨주려는 걸지도 모른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지도 오래됐으니까, 이젠 슬슬 지구에서 방 빼라는 신의 계시인 거지.


그렇게 혼자서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면서 걷는 사이,


'이게 뭐야.'


눈앞에 나타난 아주 큰 대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플래쉬를 들이밀어 면밀히 살펴보니 문짝 통째로 독수리 같은 문양이 음각으로 파여있고 도금된 파이프 손잡이가 양쪽에 하나씩 달렸다. 높이는 얼추 3m 정도.


척 봐도 매우 중요한 곳을 암시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고,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구시대의 와인 한 병이 수집가들에게 수천만 피즈에 경매로 팔려나간 걸 생각하면··· 행복한 상상에 빠져든 난, 이젠 품속에 뇌만 남아 있는 HO2에게 중얼거렸다.


"야, 기뻐해라. 니 몸뚱이 빨리 달아줄 수 있겠다."


-덥석


그리고 손을 뻗어 문고리를 붙잡은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각과 함께 문득 떠오른 불안감으로 망설임이 생겨났다.


'만약 이 안에 자이러스가 있다면?'


일단 물러나서 다시 체크해 본 오염도는 여전히 '매우 낮음'을 나타냈지만, 이 측정기는 어디까지나 공기 중의 포자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지 자이러스 화 된 생물을 감지해주진 않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너무 신났었네.'


잔뜩 들떠있던 마음이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순간의 판단이 목숨을 좌우하는 이 세상에서 신중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차분하게 다시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주변부터 관찰했다.


"······."


그러나 이 공동은 매우 넓고 어두웠다.

길도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그래, 시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번, 문짝에 귀를 갖다 대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진 않는지 체크한 뒤. 살며시, 아주 조심스럽게 문짝을 당겼다.


-끼이이이익


세월을 못 이긴 오래된 경첩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다행히 잠겨있진 않았다.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손에 쥔 플래시를 들어 올려 여기저길 비춰보고 안전을 확인했다.


"···계세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만약 있었으면 난리 났겠지.


일단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올 때처럼 살며시 문을 닫아 조심스레 돈이 될만한 것을 찾기 위한 탐색을 시작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먼지가 풀썩 일어나는 발소리로 정적을 채워가며 깨달은 게 있다면, 이곳 또한 방금 지나온 공동 못지않게 넓었고, 대박은 역시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공장 같은 시설이 있긴 한데, 건질만 한 건 없어 보이고.'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해가던 중


-툭


발끝에 뭔가가 채였다.

플래시를 내리비춰보니 쓰레기와 동물의 뼈 같은 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


순간 섬찟하며 헛숨을 들이켰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완전히 백화된 뼈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누군가의 일용할 양식이 될 일은 없겠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허리춤에 매달아 둔 초 진동 나이프를 꺼내 쥐고 수색을 재개했다.


“······.”


나이프를 쥔 채 극도의 긴장감을 길동무 삼아서 다니려니 피로감이 배는 상승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지 이젠 유물이고 지랄이고 그저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기 시작했다.


"?"


플래시로 먼 곳을 비추던 중. 훑듯이 지나가는 불빛 속에 사람의 형태를 가진 무언가가 슬쩍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다시 비추며 걸어가 보니.


"···안드로이드?"


벽에 기대어 앉아있지만 일어서면 약 2M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역삼각형 몸체. 바퀴가 달린 다리와 가슴팍에 달린 공구함 그리고 어깨띠 모양으로 칠해진 형광도료. 이런 것들을 보면 건축 현장에 동원되는 건설형 안드로이드로 추정됐지만.


“오우야···."


무엇 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양팔에 손 대신 달린 살벌한 기계톱이다.

먼지만 쌓여있을 뿐,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인 것인지 당장이라도 굉음을 내며 뭐든 잘려나갈 듯한 예기가 서려 있다.


'벌목형 안드로이드인가?'


그리고 그 옆에는 썩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린 1인 분량의 유골이 고스란히 쌓여있었다.


대체 이런 곳에 안드로이드와 유골은 왜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의문과 함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케이, 돈 굳었다.'


역시나 구세대 안드로이드 특유의 메모리 소켓이 벌목형 안드로이드의 뒤통수에 떡하니 박혀있는 걸 확인하고 내심 환호했다.


-딸각


열어본 소켓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안드로이드의 용도가 궁금하긴 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HO2의 메모리 코어를 소켓에 박아넣은 뒤.


"자, 새로운 몸뚱이로 다시 일어서라. HO2."


마치 시체를 일으키는 주술사처럼 두 팔 벌리며 기동 코드이자 이름을 불렀다.


"······."


그러나 HO2가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이런 곳에 나자빠져 있는 안드로이드한테 에너지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될 일이건만.


"세상사 쉽지 않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하아."


HO2가 전기톱으로 자이러스들을 상대로 무쌍 하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오늘도 혹독한 세상의 쓴맛을 몸소 체감하며 자리에 주저앉던 중. 문득 유골이 쌓인 곳에서 뭔가 어슴푸레하게 반짝이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안드로이드와 유골에만 정신이 팔려서 저걸 눈치 못 채다니.'


비록 내가 아무리 헌터들의 보따리를··· 유품을 털어서 먹고 살아왔다지만, 쌩유골을 뒤져보는 건 난생처음이라 살짝 찜찜한 기분과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거부감만 들었을 뿐 습득하지 않은 건 아니고.


'펜던트?'


먼지와 뼛가루 그리고 온갖 잔해가 뒤섞인 곳에서 낚아 올린 건 엄지만 한 큐브가 달린 펜던트였다.

투명한 푸른색을 띄우는 큐브는 끌어 올려진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보면 볼수록 빨려들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구시대 인간들은 이런 걸 목에 걸고 다녔나? 센스 한 번 참."


생전의 주인이 착용한 평범한 액세서리일 가능성이 높지만. 탐구심에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마치 뭔가에 이끌린 듯 손아귀 중심에 올려놓고 꽉 쥐어보았다.

마치 아무 돌멩이나 잡아 쥔 것 같은 각진 그립감이 손바닥을 찔렀고.

그 순간.


-부웅


"어우! 뭐야!"


난데없이 큐브를 쥔 주먹 위로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Pandora··· 판도라?"


홀로그램이 띄워낸 인터페이스의 상단에는 구시대의 공용어로 작은 글씨를 띄워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인벤토리 서클 시스템?"


더 작은 글씨로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퍼센티지를 나타내는 로딩 바가 지나간 다음 기동음이 울렸다.


-위잉


정신없이 뭔가가 진행되면서 눈앞에 원형의 구체가 팔각형의 형태로 하나씩 나타났다.

하나, 둘 셋, 넷··· 계속해서 나타난 총 8개의 원에는 마치 투명한 캡슐 안에 무언가를 담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여.”


여태 듣도본적도 없었던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뭐가 뭔지 몰라 얼타는 와중. 호기심에 손을 내뻗어 가장 위에 나타나 있는 홀로그램 구체를 만져보았다.


-쑤욱


들어간다. 손이 쑥! 하고 들어갔다.


"?"


손이 들어간 홀로그램 안쪽에서 뭔가 딱딱한 게 잡혔고, 뭔가를 뽑아내는 감각으로 꺼낸 내 손에는 어느새 묵직하고 난생처음 보는 생소한 디자인의 머신건이 한 정 들려있었다.


- Quick Slot No.1 HF-T6


"???"


이게 대체 뭐야, 구시대의 로스트 테크놀러지인가? 아니, 구시대에 이만한 기술이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럼 뭐야? 오파츠?


뭔지는 몰라도 내가 지금 엄청난 것을 습득한 건 분명했다.


차원 위상과 아공간을 다루는 영역은 지금도 인류의 과학이 거의 풀어내지 못한 난제인데, 이만한 질량을 손쉽게 꺼낼 수 있을 만큼 발달한 외계 기술이 여기 잠들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걸 팔면 모르긴 몰라도 보따리나 뒤져서 팔아먹는 스케빈저 따윈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안전한 로얄 섹터에서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 아니, 그냥 아싸리 헌터로 전향해?


-끄르르르···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는 와중,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마침 좋은 실험 대상이 나타났다.

난 크고 아름답고 쌔끈한 머신건을 꼬나들고 불청객을 맞이했다.


"와랏!"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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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로 인생 역전? 19.03.12 47 1 14쪽
» 에서 얻은 판도라 19.03.11 55 1 14쪽
6 화이트 홀 유적지 19.03.09 48 1 13쪽
5 함정 19.03.08 54 1 12쪽
4 공짜 술 19.03.06 74 0 13쪽
3 블랙하우스 19.03.05 80 1 13쪽
2 운수 좋은 날 19.03.04 118 2 13쪽
1 헌터와 스케빈저 19.03.04 20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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