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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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멘탈
작품등록일 :
2019.02.23 21:16
최근연재일 :
2019.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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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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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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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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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DUMMY

어쩌지?


귀가 굉장한 건 둘째치고, 이렇게 애를 버리고 간다고?


거기다가 이 금괴들 진짜가 맞긴 한가? 깨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일단, 잘 모르겠지만 신고하기 전에 임시로 맡아두기라도 하자.


유모차 더럽게 무겁다...


보자, 우선 종이들부터 확인해볼까... 어? 내 이름이 적힌 가족 관계 증명서? 거기다가 출생 신고서 사본에 주민등록등본까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전부 애 이름이 등록되어있다.


이름은 김 애피.

생년월일은 어제로 되어있다.


머리카락이 있는데 어제라고? 말이 되나?

아니, 지금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되지.


게다가 이름이 뭐 이래. 애피라니.


그리고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요. 라고 적힌 누르스름한 종이...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요.

 양육비는 같이 넣어드린

 금괴를 사용하시면 되고,

 보통 아이들보다 튼튼하고

 빨리 자란답니다.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에는

 잘 자라지 않아 다른 아이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밝고 명랑한 아이가 될 수 있게

 잘 키워주세요.」



뭐라 할말이 없다. 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지? 신고부터 할까? 아니지, 증명서 확인부터 할까? 금괴가 진짠지 확인은 어디서 하지? 어쩌지?


.

.

.


모두 다 진짜였다.


동사무소에선 어제 내가 직접 와서 등록을 했다고 하고,

경찰서에선 사람이 왜 그러느냔 핀잔을 들었고,

금괴는... 금은방에 갔더니 어디서 난 거냐고, 이런 물건은 받을 수 없다길래 역시 가짜인가보다 했더니... 진품인데 금은방 수준에서 취급할 물건이 아니라면서 은행에 가라더라.


그래서 은행에 갔더니 순식간에 VIP 취급을 받아가면서 통장이 개설됐다.


살다살다 이런 일이 다 있나... 믿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믿겨지지 않는 건,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가 유모차 밖으로 나와서 두 발로 서있었단 거다.


보통 아이들보다 빨리 자란다더니... 빨라도 너무 빠르다.

말은 할 줄 모르겠지?


“아, 안녕.”


손을 흔들며 인사하니 꺄르르 웃으며 내게 달려온다.


아이고 예쁘다.


그런데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있네.

옷부터 좀 사와야하려나.

기저귀는 또 어쩌지.

분유는... 후우.


-스윽.


어?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봤더니, 문 밑으로 종이가 불쑥 들어와있다. 그렇단 건...


급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다시 문을 닫고 종이를 읽었다.


「뭐든 빠르게 배우는 아이입니다.

 말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시면 곧잘 배울 거예요.」


아이는 여전히 날 보며 방긋 웃고있다. 이름이 애피였지.


“애피야.”

“애피야!?”


빨라도 너무 빠른데?


“아빠. 해봐.”


잠깐, 내가 뭘...


“아빠. 해봐!?”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금괴도 잔뜩 있겠다... 그냥 키워도 상관없긴 하겠지. 무엇보다, 여태 봤던 아이들 중에 제일 귀엽다!


“아. 빠.”

“아빠? 아빠!”


내가 날 손으로 가리키며 아빠라고 하니, 금방 배워서 말한다. 와, 발음도 엄청 정확하다. 좋다. 좋아.


“사랑해~”

“사랑해!”


무슨 뜻인지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활짝 웃으면서 내 다리에 와락 안겨온다. 아이고, 좋다. 그런데 애 물건을 사러 나가긴 해야 할텐데... 이래선 나갈 수가 없다. 으으음, 그래. 친구놈한테 부탁해보자.


몇 없는 친구 중에 제일 가까운 게...


도영이.


전화를 걸고 조금 기다리니 바로 연결됐다.


“어, 왜? 이 시간엔 무슨 일이야?”

“야, 시간 되냐.”

“나? 어... 내가 휴가인 거 말했나?”

“아니, 일단 우리 집에 좀 올 수 있냐?”

“어? 어, 웬일이야?”


말하는 동안에도 애피가 중얼중얼 말을 따라하고 있다. 말조심 해야겠다.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어... 야, 톡으로 말할 게.”

“어? 어.”


애피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니, 듣지 못하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 다른 게 아니고, 잠깐 애를 맡게 됐거든

도영: ㅇ

: 근데 내가 지금 애를 두고 나갈 수가 없어.

도영: ㅇㅇ

: 분유랑 옷 몇 개만 좀 사서 우리집에 와.

도영: ㅇ? 옷? 애기?

: 어... 한, 2살? 3살? 정도 되는데...


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에도 머리카락 자라는 게 보인다. 아 세상에, 왜이리 빨리 자라? 벌써 4살은 된 거 같다.


“아빠! 사랑해! 우리 집! 사랑해!”

“그, 그래. 아빠도 애피 사랑해.”


우리 집 사랑하는 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빨리 도영이가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 야야, 4살. 4살 정도. 4살이랑 5살. 6살 아.

 모르겠다. 대충 그정도 한 5벌 정도?

도영: 위아래로? 돈은? 내가 돈이...

: 일단 사와. 사면 돈 줄게. 더 얹어서 줄테니까

도영: 남자? 여자?

: 여자

도영: 곧감

: 아아, 야야야야 젖병도

도영: 4살 정도인데 분유를 먹나?


그건 그렇다! 아, 뭘 먹지? 뭘 먹여야 하지?


궁금해하는 순간, 어김없이 스윽. 소리와 함께 구원의 종이가 나타났다.

아니, 그보다 이럴거면 직접 와서 말해도 되는데...


문을 열면, 또 아무도 없다.


「물.

 아침 이슬만 마셔도 잘 자란답니다.」


개소리하고 있네.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물만 먹고 자라?


“애피야. 물 줄까? 물. 이렇게. 벌컥벌컥. 물.”

“물! 애피, 물 사랑해!”


뭔지 알긴 아는 건가? 컵에 정수기 물을 받아서 건네... 아, 못 들지도 몰라. 으으음. 이렇게 주면 되나?


애피가 물을 보더니 두 팔을 벌려 흔들더니, 제자리에서 방방 뛴다.


으, 으으 귀여워!


“자, 여기 조심해서...”


애피의 작은 목으로 물이 꼴깍꼴깍 넘어가더니, 금방 컵에 있던 물을 비워냈다. 그래도 이렇게 물만 마시고 자라진 않을 것 같은데...


“물 좋아?”

“좋아?”

“마음에 드는 거. 좋아. 마음...”


뭘 어떻게 알려줘야 하지?


“어, 좋아! 아빠야, 물, 사랑해!”


아이고... 통화로 배운 건가? 존댓말부터 차근차근 알려줬어야 했나... 모르겠다. 일단 이렇게 된 거, 존댓말은 나중에 알려주자.


“애피야. 그럴 땐 응! 이라고 하는 거야.”

“그럴 땐 응? 이라고 하는 거야?”

“응.”

“응!”


애피가 활짝 웃는다. 으악, 내 심장..


사진, 사진을... 아니, 옷, 옷!!! 그, 그래. 얼굴. 얼굴만이라도 찍어두자. 너무 순식간에 자라니까 잔뜩 찍어둬야겠어.


찰칵.


“찰깍! 애피 찰깍? 하는 거야?”

“응, 찰칵하는 거야. 우리 귀여운 애피.”


이제보니 애피란 이름도 꽤 괜찮은 거 같다. 마냥 좋게만 보인다.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볼도 쓰다듬어주고, 아~ 너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데다가 어쩜 이리 향기도 좋을까.


“아빠! 애피, 애피...”

“응? 애피 왜?”


애피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쪼르르... 하고 쉬야를 했다. 아이고, 아침 이슬만 마셔도 잘 자라는데 생리현상은 또 있나보네.


서둘러서 닦고, 애피 몸도 살짝 따듯한 물을 묻혀서 닦아주고 나니, 애피가 꺄르륵 웃으면서 간지러워한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애피 간지러워.”

“그래, 그래. 애피 착하다~”

“착하다~”


정말 잘 따라한다. 다 닦아준 다음엔, 다시 도영이에게 연락을...


-띵 ~ 동 ~


뭐야? 벌써?


문을 여니, 도영이가 양손에 잔뜩 뭘 싸들고선 안으로 들어왔다.


“여어~ 나왔어.”

“야야, 잠깐만. 쉿.”

“어? 왜?”


도영이는 조심해야 할 게 많은 친구다.

조금 전, 들어올 때 인사부터가 ‘여어~’ 인 친구.


듣기로는 일본어 능력 시험에서 1급을 땄다고 들었는데, 일본 문화에 친숙하다고 할지... 그런 친구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을 쉽게쉽게 거침없이 내뱉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친구가 욕을 거의 안하는 데다가 정말 착한 친구라는 점.


“애피가 듣고 배우거든.”

“아~ 이름이 애피야? 와, 엄청 귀엽네. 그런데 귀가... 좀 길다? 꼭 엘프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귀엽단 생각만 하고 신경쓰지 않았는데... 벌써 익숙해진 건가.


“엄청 귀여워? 귀? 길다? 엘프?”

“아, 옷부터 입히는 게 좋겠네. 그런데 맡은 거라면서 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

“연락하기 전에 옷에 쉬했거든.”

“아~ 오케이. 참, 돈은 계좌로?”

“어.”

“나 안에 들어가있어도 되지? 계속 알몸인 거 보고 있기가 좀 그래서.”

“아, 응. 그렇게 해.”


도영이는 정말 신사다. 물론 다른 의미의 신사도 포함되어있다. 아무튼 신사다.


뭐, 그건 됐고... 보자, 뭘 사왔나.


봉투를 뒤지고 있으니, 애피가 쪼르르 따라와서 똑같이 따라하면서 뒤적인다.


분유나 젖병은 없고, 그 대신 다양한 사이즈의 옷들이 있다. 하나같이 전부 귀엽다. 보자, 어느 게 잘 맞으려나...


애피에게 옷을 대보니, 잘 맞는 옷이 세 벌 정도 있다. 나머지 두 벌은 작아서 못 입힐 것 같다.


“자~ 애피, 옷 입자.”

“응!”


위로도, 아래로도 쑥쑥 잘 들어간다. 속옷이 없는 게 좀 아쉽다.


“다 입었다~ 우리 애피 예쁘네~”


다른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라면, 이건 진심이다. 정.말. 예.쁩.니.다. 어디가서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뭐, 귀가 좀 눈에 띄긴 하겠지만.


“도영아, 나와서 봐봐.”

“어? 다 입혔어?”


도영이가 나온다. 그리고 반응은...


“와, 장난아닌데? 꼭 그거같다. CF모델 그런 거.”

“도영아! 좋아!”


애피가 도영이에게도 방긋방긋 웃으며 다가간다.

도영이도 애피를 보고 자리에 앉아 살짝 안아주며 웃는다.


“애피야, 우리 집에 갈까?”

“응? 우리 집?”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미칠듯한 성장은 이제 멈춘 건지, 더 자라지 않고 있다. 다행이다.


여기서 더 자라면 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힘들어진... 잠깐, 등록이 어제로 되어있었단 건. 얘 나이 표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아, 아이고야...


“애피는 몇 살이야? 보기엔 다섯이나 여섯 살 같은데... 아직 말 배우는 거보면 더 어린가 봐? 누구 애야?”

“애피! 다섯 살? 여섯 살?”


어린 정도가 아니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만 좀 길게 자란 갓난 아이 수준이었다고...


지금이야 성장이 멈췄다지만 갑자기 또 그렇게 자라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데...


“으... 나중에 톡으로 알려줄게. 좀 사정이 있어서.”

“아빠! 사랑해! 물! 물 줄까. 물.”


애피가 도로 나한테 달려왔다. 물을 달라고 보채는 거겠지...


“주세요. 하는 거야. 알았지? 물 주세요.”

“응! 물 주세요.”

“...아빠라고?”

“응! 아빠!”


내 대신 애피가 대답했다.


“아무튼 그렇게 됐어. 자세한 건 나중에. 아무튼 와줘서 고마워.”

“아, 어어... 그렇지. 더 필요한 건 없지?”


도영이가 내가 불편해하는 걸 알아차려준 것 같다.

정말 고맙다.


“생기면 부를 게.”

“알았어. 간다? 애피야, 갈게. 아빠랑 잘 지내~”

“도영아, 가?”


애피의 당돌한 말에 도영이가 곤란한 듯 웃었다.


“그래, 다음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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