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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행성으로 환생한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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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개미
작품등록일 :
2019.02.24 07:02
최근연재일 :
2019.03.2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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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47
글자수 :
123,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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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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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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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 혹은 부모

DUMMY

1.

“여..여긴 어..어디지.”


수 십 억년 만에 말해서 그런지 말이 잘 안 나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내 목소리같지 않게 어색했다.


아니 물어 볼 것도 없네. 내가 천국에 올리는 없고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지옥에 온 건가.


나는 근처를 돌아다녔다. 아무리 걸어도 어딜 가든 하얀 공간이었다.


뭐 사신이라던가. 아무도 없는 건가? 길 잃은 영혼을 인도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잠시 동안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이 공간에 익숙해졌다. 행성이 돼서 별의 별 일을 다 겪었는데 이 정도는 뭐.


“링크!”


나는 혹시나 해서 링크를 외쳐봤지만 인간의 몸이라 그런지 내 눈앞에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삼엽이는 잘 지낼까. 작별인사도 못했네.


삼엽이는 캄브리아기부터 악착같이 살아온 놈이니까 내가 안 챙겨줘도 잘 살아갈 놈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새하얀 바닥에 누웠다.


마치 행성이었던 시절이 꿈만 같았다. 그렇지만 미련이 안 남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진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자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최후에는 틱타에게 큰 고통을 줬다.


그렇지만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


처음에 달이 생길 때는 끔찍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화해가는 자식들의 발전을 보는 건 참 즐거웠다. 처음 조류를 발견했을 때도 참 웃겼지. 그리고 그 다음...


“여기 계셨군요. 찾아다녔습니다.”


느긋하게 누워서 행성시절을 회상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누구세요?”


사람의 형상을 한 빛 덩어리라니. 요즘 사신은 참 특이하네. 이런 게 명계의 트렌드라는 건가?


“이거 실례. 저는 인도를 책임지고 있는 신격입니다. 길잡이 신이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인도라면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요.”


“당연히 신계입니다. 당신의 활약은 잘 봤습니다. 당신은 아직 격이 부족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어떻게 왔든 이곳에 오셨으니 저는 길잡이 신으로서 안내할 뿐입니다.”


길잡이 신은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덧붙여서 설명을 했다.


“그렇군요.”


지옥이 아니라 신계라.


여기까지 들으니 대충 이 공간이 어디고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이 잡혔다.


시스템에 연결돼서 그런가. 어쩌다보니 나는 이곳으로 튕겨 나온 거 같았다. 유사 신역이라는 걸 펼치면서 신격이란 것도 얻은 거 같고.


“자 가시죠. 당신은 격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여러 가지 설명을 드려야 할 테니까요.”


길잡이 신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참. 인생이란 기묘하다. 쓰레기 같은 삶을 살다가 원하지도 않던 행성이 되더니 이제는 신이 돼 버리다니. 이 신이라는 건 나보다 몇 배는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게 원했던 걸 텐데.


그렇지만 이 손은 잡을 수 없다.


“안되겠네요.”


“그래요. 신으로서 지내면 좋은 점이... 아니 거절한다고요?”


배부른 소리라는 건 나도 안다. 그렇지만 아직 나에겐 할 일이 남아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겠지. 누가 이걸 거절할거라 생각했겠어. 초월적인 존재가 되는 건데.


내 몸에 패널티를 감수하고 파멸의 신 그 좆같은 새끼만해도 필멸자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 압도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안 끌린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이유 그런 건 당연하다.


“아직 챙겨줘야 될 아이들이 남아서요.”


자식을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저는 단 한마디도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 안했는데요?”


“그렇지만 가능하잖아요.”


애초부터 인간이었던 나를 행성으로 만들었던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아직 제대로 신격을 갖추지도 못한 나를 다시 행성으로 강등시키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을 건 가방끈 짧은 나라도 알 수 있었다.


“잠시만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길잡이신의 모습이 사라졌다.


왜일까.


그리 원하던 초월적인 힘인데 신으로서 방관자가 되는 것보다 애들을 돌보고 싶었다.


만약 여기 삼엽이나 틱타나 다른 자식들이 있었으면 아빠! 무슨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하냐고 뭐라 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자식들의 끝을 보는 건 부모의 의무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사를 하는 거라면 모를까 이런 결말은 싫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지. 실수를 다 잡을 기회를 얻었으니까.


문뜩 인간으로 살 때의 쓰레기의 삶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착취하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최후에는 그런 아이들 중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삶.


그런 쓰레기 같은 삶을 산 나에게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가 왔다. 그렇다면 잡아야지. 또 자신만을 생각하는 쓰레기 같은 삶을 살지 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길잡이 신이 상담을 끝냈는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크흠. 다른 신들과 상담을 하고 왔습니다.”


“어떻게 됐나요?”


“신격을 거절한다는 얘기에 모두들 놀라더군요. 몇몇 신들은 굴러온 복을 걷어찬다고 하고요.”


“그래서 결론은요?”


“결론만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그럼 길게 끌 필요 없겠네요. 지금 당장 해주시죠.”


“정말로 미련은 없으십니까?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 몰라요?”


미련이라. 아 참! 딱 한개 미련이 있다.


“그 장난꾸러기 신 좀 볼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길잡이 신이 이번에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와 얘기하듯이 움직였다.


길잡이 신은 분명 나에게 안 보여주려 하는 거 같은데 신격을 얻어서 그런가. 눈에 힘을 집중하니 아주 약간이지만 실루엣이 보였다.


조금만 키에 양갈래머리? 뭔 초등학생이야? 삼엽이가 짝짓기 할 때 눈을 가려서 혹시나 했는데 진짜 꼬맹이였네.


그리고 장난꾸러기 신의 옆에 긴 생머리를 한 어른스러운 여자가 같이 있었다. 엄마는 아닌 거 같고 쟤가 질서의 신인가?


“그녀는 부끄러워서 싫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멸의 신을 패느라 지금 많이 바쁜 거 같네요.”


역시 완전히 죽지는 않은 건가. 아니 오히려 다행이다. 기대하고 있어라 넌 나중에 내가 죽여줄 테니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 볼 수 있겠죠. 이제 미련은 없습니다. 그럼 보내주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서두르시죠.”


길잡이 신이 나를 데리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서두를 이유라도 있나요? 여기 온지 얼마 안 지난 거 같은데?”


“신계의 시간은 이계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는 말을 알고 계십니까. 그 말처럼 서로간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신계에서 1분이라면 이계에서는 10년 이렇게 지나는 경우가 있곤 합니다.”


아니 그걸 빨리 말해야지!


나는 이제 걷는 걸 넘어서 길잡이 신을 앞질러서 뛰었다.


“장난꾸러기 신이 개미와 같은 인간시절 당신의 삶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설마 태어났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관찰했다고 생각했습니까? 그런 건 당신조차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다 시간대가 다르니 가능한 일이죠.”


달려가던 도중에도 길잡이 신이 쉴 새 없이 말했다. 이 설명충 자식 어지간히 심심했나 보네. 그렇지만 난 그렇게 여유가 없어.


죽기 전에 떠올랐던 두 번째 대멸...이라는 메시지 창이 생각났다. 재수 없게 시기가 겹쳤는지 파멸의 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서둘러 가서 해결해야 했다.


길잡이 신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자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안 보이던 파란색 커다란 문이 보였다.


“정말 마지막입니다. 이제 이 문을 지나가시면.... 아니 어디가세요!”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이 문을 지나가면 다시 돌아가는 걸 테니까.


나는 길잡이 신의 말을 뒤로하고 문으로 들어갔다.


2.

내가 문을 통과하자 눈에 보인 건 칠흑 같은 어둠과 그 사이에 박혀있는 반짝거리는 모래들이었다.


돌아온 건가.


[두 번째 대멸종이 시작됩니다.]


행성으로 돌아오자 마지막으로 봤던 대멸종이라는 메시지가 눈 앞에 떠있었다.


나는 시점을 바꿔보려고 했다. 다행이 시스템이 돌아와서 그런지 시점을 바꾸는 데 문제가 없었다.


나는 확대 시점으로 내 주위를 돌아보면서. 변화된 몸 상태를 느꼈다.


내 몸 깊은 곳에 맨틀들이 부딪혀서 융기된 게 느껴졌고 화산들이 폭발했었는지 분화구에 흔적이 보였다.


이렇게 화산들이 폭발했으면 원래 내 몸이 뜨거운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 반대로 빙하가 늘어나 있었고 내 몸이 차갑게 식어있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난 것 같았다.


후우...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시아노 머시기 때문에 빙하기는 익숙했지만 억지로 힘을 쓴 부작용 때문일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한 게 몸살 감기를 앓는 거 같았다. 하지만 핑계대고 있을 수는 없다.


[질서의 신이 역사의 순리대로 가는 상황을 좋아합니다.]


저 새끼는 오자마자 지랄이냐. 장난꾸러기 신은 못 만나더라도 쟤는 한 대 먹여줬어야 되는데.


[장난꾸러기 신이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내밉니다.]

[장난꾸러기 신이 당신에게 사과합니다.]


너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범죄자가 잘못인거지 범죄를 못 막은 애가 잘못이겠냐.


차가운 수온 때문에 내 자식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빌빌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만 걱정마라 애들아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깐.


제대로 부모노릇 좀 해보자고.


작가의말

오늘도 먼저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사사꾸님이 오늘 저에게 또 후원해주셨습니다. 귀중한 후원금 정말로 귀중하게 잘 쓰겠습니다.


모두 좋은 점심되시고 내일 12시 35분경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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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고생대의 끝 - (3) +3 19.03.11 401 13 9쪽
15 고생대의 끝 - (2) +4 19.03.10 439 12 11쪽
14 고생대의 끝 - (1) +3 19.03.08 555 12 8쪽
13 외모를 보는 동물의 탄생 +3 19.03.07 480 15 16쪽
12 지상의 시대 +3 19.03.06 533 19 15쪽
11 자식을 위해, 동생을 위해 +4 19.03.05 568 19 12쪽
» 신 혹은 부모 +4 19.03.04 596 19 10쪽
9 복수의 시간 +3 19.03.03 623 20 14쪽
8 이번시대는 무언가 이상하다 +4 19.03.02 684 22 12쪽
7 회복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 +4 19.03.01 779 22 17쪽
6 첫 번째 대멸종 +4 19.02.28 809 23 11쪽
5 오르도비스기 +4 19.02.27 845 25 11쪽
4 식물과 동물의 탄생 +7 19.02.26 995 31 13쪽
3 내 몸에 산소가 생겼다. +5 19.02.25 1,139 31 12쪽
2 행성으로 환생 당해버렸다. +7 19.02.24 1,296 35 9쪽
1 프롤로그 +14 19.02.24 1,269 3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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