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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행성으로 환생한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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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개미
작품등록일 :
2019.02.24 07:02
최근연재일 :
2019.03.22 12:4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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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774

작성
19.03.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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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고생대의 끝 - (4)

DUMMY

1.

화성아 너도 혹시 나처럼 사람 아니니?


당연하지만 대답은 없다. 화성은 묵묵하게 자기할일만을 하며 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차례대로 행성들의 이름들을 불러봤다.


[장난꾸러기 신이 까먹었을까봐 다시 말합니다.]

[장난꾸러기 신이 중생대에 진입했다고 말합니다.]

[길잡이 신이 당신이 가는 길을 탐탁치 않아합니다.]


중생대. 그렇지 시대가 변했지. 삼엽이가, 대부분의 자식들이 없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 돼 버렸지.


삼엽이와 자식들이 떠난 후 나는 아직도 확대시점으로 내 몸을 보지 않았다. 두려웠다.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만약 보지 않는다면 마치 꿈처럼 어느 날 다시 돌아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았으니깐.


나는 달을 봤다. 삼엽이도 떠나고 틱타도 떠나고 수많은 자식들이 떠났지만 그 긴 세월을 살면서 결국 내 곁에 남은 건 너밖에 없구나. 뭐 말해봤자 대답은 안하겠지만.


반짝.


순간 달이 빛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확실히 정신 상태가 안 좋긴 하구나 헛것도 다 보이고.


[질서의 신이 당신의 변화를 좋아합니다.]

[질서의 신이 이제 조용히 그렇게만 살아가라고 합니다.]


쟤는 또 시작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질서의 신의 말처럼 살고 싶으니까.


[고생대가 끝났습니다.]


눈앞에 내 미련이 아른거린다.


나는 이 메시지를 아직도 못 지우고 있다. 이 메시지를 지우면 정말로 고생대가 끝나버릴 것 같았으니까...


미련한 짓이라는 건 안다. 이런다고 삼엽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라진 자식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링크: 삼엽충(가칭: 삼엽) - 휴면상태]


하루에도 몇 번을 열어보는지 모르겠다. 분명 행성이 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감정은 끝뿌리만 남았는데 어째서일까. 삼엽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다보니 다시 인간의 감각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장난꾸러기 신이 당신의 한심한 모습에 잠시 자리를 떠납니다.]

[길잡이 신이 장난꾸러기 신을 따라갑니다.]


저 꼬맹이 신을 실망시켜버렸나. 어쩔 수 없잖아. 나도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괴롭다고. 공룡은 멸종이 예약돼있는 생물이야. 정을 붙여봤자 결국 결말이 예정돼있는 녀석들이라고. 다시 한 번 헤어지기 싫어. 그럴 바엔 처음부터 안보는 편이 좋잖아. 어차피 공룡으로는 삼엽이를 못 찾을 테니까. 그냥 푹 자고 인간이 생길때부터 다시...


[질서의 신이 드디어 자신의 주제를 깨달았냐고 말합니다.]


그래. 나는 무력해. 게다가 멍청해서 이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어도 활용조차 제대로 못해. 나에겐 이런 건...너무 과분하다고...


[질서의 신이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래. 맞아.


[질서의 신이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냐고 말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렇지만 대답은 없었다. 신들도 없고 삼엽이의 뀨웅대는 소리도 없이 그저 공허한 감각만이 나를 감쌌다.


‘원래부터 알고 있지 않았냐’라. 애초에 행성이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니다. 그저 우연히 신의 눈에 띄어서 됐을 뿐이지.


원래의 나는 배운 것도 없고 고아원장이 한 것처럼 그저 나보다 약한 자들을 부려먹을 뿐인 쓰레기 같은 새끼였다. 그게 인간시절 내 근본이었다. 내 근본은 삼엽충과 같은 먹이사슬 최하위였다.


[질서의 신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당신의 자식들은 그런 먹이사슬 최하위가 인과율을 비틀어서 구원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네. 이제야 너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겠어. 등을 밀어줘서 고맙다.


[질서의 신이 웃으며 과대해석이라 말합니다.]


나는 약하다. 나는 그걸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지내면 안 된다. 약해도 발버둥치고 노력해야 떠나간 삼엽이를 볼 면목이 생기니깐. 나머지 동생들을 챙겨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떠났을 테니까. 이번 공룡 멸종의 인과율 내가 바꿔주겠어.


[장난꾸러기 신이 질서의 신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냐고 묻습니다.]

[질서의 신이 단지 무질서가 있어야 질서가 더 돋보인다고 말합니다.]

[장난꾸러기 신이 질서의 신에 말에 의문스러워 합니다.]


나는 고생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치웠다.


자식들을, 삼엽이를 잊을 생각은 없다. 잊을 수야 없지. 하지만 과거에만 계속 머무르면서 다른 자식들을 챙기지 않고 삼엽이만을 생각해서 인간문명을 기다리다니 최악의 부모라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오랫동안 쉬었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가자.


[링크: 삼엽충(가칭: 삼엽) - 휴면상태]


나는 마지막으로 링크를 확인해봤다. 언제까지고 부모가 꽁해있을 순 없다. 부모의 변화를 자식들은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니까. 자 돌아갈 시간이다.


2.

내가 오랜만에 확대 시점으로 돌아오자 내 몸은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많이 안정돼있었다. 일단 어떤 자식들이 남았나 확인해볼까.


곤충 몇 마리, 나무 몇 개, 단궁류 몇 종, 파충류 몇 종, 고사리, 실러캔스, 헬리코프리온, 히보두스, 암모나이트, 앵무조개, 이끼, 폐어.


정말 이게 다야?


말 그대로 최악의 대멸종이었다. 그 많던 자식들이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았다. 이거 숫자가 너무 적은데 진화촉진으로 되려나...


그때 땅이 들썩거리면서 누군가가 땅을 파고 나왔다.


리스트로사우루스. 돼지 얼굴에 검치를 단 모습 예전에 장난꾸러기 신이 나를 닮았다고 놀렸던 생물이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보니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좀 많이 땅을 나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땅의 대부분이 리스트로사우루스로 채워졌다. 그것도 다 땅속에서 나온걸 보니 설마 얘네 땅속에 있다가 삼엽이 말 못 들은 거 아니야?


진실은 리스트로사우루스만 알겠지만 이렇게 땅의 95%를 채울 정도로 많은걸 보면 합리적인 의심인거 같았다.


일단 나는 기후조종을 사용해서 비를 내렸다. 아직도 뜨거운 땅이 식으면서 몸의 기분이 조금 상쾌해졌다. 리스트로사우루스도 신나는 지 땅을 막 뛰어다니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신이 어떻게 기후조종을 갖고 있냐고 말합니다.]


너 그때 제대로 안 봤나보네. 기후조종을 줬다지만 그건 역사적 업적으로 새로 얻은 기후조종을 줬을 뿐 내가 갖고 있는 건 그대로야.


[질서의 신이 꼬맹이는 질질짜느라 제대로 못 봤다고 합니다.]

[장난꾸러기 신이 질서의 신에게 화를 냅니다.]


쟤네들은 또 싸우냐. 그렇지만 저 두명이 싸우는 모습과 자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이제 비가 그치면 진화 촉진을 써야지. 혹시라도 비 때문에 진화촉진이 이상하게 될 수도 있으니깐.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나만의 다짐을 했다. 더 이상 대멸종으로 인해 자식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겠다고.


3.

[트라이아스기에 진입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고생대와 중생대의 과도기였는지 내가 진화촉진을 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번 시대의 이름이 떴다.


그럼 뭐해. 아직도 땅은 돼지들의 세상인데.


진화촉진을 썼지만 아직도 다른 애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그렇지만 슬슬 그것도 슬슬 끝나가는 거 같다.


프로테로수쿠스라는 악어를 닮은 파충류가 물을 먹는 리스트로사우루스의 목을 잡아서 끌고 들어갔다.


고생대에 삼엽충들이 생태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듯이 이번 중생대는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생태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정말 얘가 초식이라 다행이었다. 육식이었으면 거의 처음부터 시작했을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점점 내 자식들이 점점 성장해가며 진화해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막 뜬 메시지를 봤다.


[업적달성! 최초의 공룡 발견! 포인트에 가산점이 들어갑니다.]


중생대. 공룡의 시대가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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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멸종의 극복 +8 19.03.14 358 12 10쪽
18 공룡의 전조. +3 19.03.13 372 10 11쪽
» 고생대의 끝 - (4) +3 19.03.12 397 8 8쪽
16 고생대의 끝 - (3) +3 19.03.11 418 13 9쪽
15 고생대의 끝 - (2) +4 19.03.10 453 12 11쪽
14 고생대의 끝 - (1) +3 19.03.08 562 12 8쪽
13 외모를 보는 동물의 탄생 +3 19.03.07 492 15 16쪽
12 지상의 시대 +3 19.03.06 549 19 15쪽
11 자식을 위해, 동생을 위해 +4 19.03.05 585 19 12쪽
10 신 혹은 부모 +4 19.03.04 612 19 10쪽
9 복수의 시간 +3 19.03.03 635 20 14쪽
8 이번시대는 무언가 이상하다 +4 19.03.02 700 22 12쪽
7 회복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 +4 19.03.01 796 22 17쪽
6 첫 번째 대멸종 +4 19.02.28 824 23 11쪽
5 오르도비스기 +4 19.02.27 859 25 11쪽
4 식물과 동물의 탄생 +7 19.02.26 1,019 31 13쪽
3 내 몸에 산소가 생겼다. +5 19.02.25 1,162 31 12쪽
2 행성으로 환생 당해버렸다. +7 19.02.24 1,315 35 9쪽
1 프롤로그 +14 19.02.24 1,298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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