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어쨌거나 스토리 클리어(2)
36. 어쨌거나 스토리 클리어(2)
휘리릭 철컥! 휘이이이이잉!
쿠과광!
휘리릭 철컥! 휘이이이이잉!
쿠과광!
휘리릭 철컥! 휘이이이이잉!
쿠과광!
원심력에 따라서 길게 휘둘러진 투석기의 장대가 둥그런 탄환을 쏘아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탄환은 성 안에 떨어지자마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이젠 데안 놈들도 그것이 뭔지 안다.
마법이 아니면서 마법보다 훨신 파괴적인 위력을 보이는 것.
바로 내가 휘하의 마법사들을 굴려서 만들어 낸 마법 연금 폭탄이다.
그냥 줄여서 마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 그 마폭탄의 제조 방법은 슈레프 왕국의 최상급 군사 기밀로 분류되어 있다.
쯧, 그 덕분에 그걸 만들던 내 부하들이 모두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리고 나는 부하도 없이 천인장 자리만 유지한 상태로 슈레프 왕국군의 진격을 따라서 이동중이다.
사실 이건 일종의 배려다.
이렇게 데안 왕국으로 진격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나에겐 전공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데안 왕국을 점령하면 할수록 내 전공은 커지고 보상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후방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총 사령부와 함께 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건 시험의 탑이란 특수 상황 때문에 생긴 버그 같은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군 사령부와 함께 이동하며 전공을 챙기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뭐, 이젠 그것도 마지막이다.
지금 내 마폭탄들이 터지고 있는 곳이 데안 왕국의 수도니까.
휘리릭 철컥! 휘이이이이잉!
쿠과광!
휘리릭 철컥! 휘이이이이잉!
쿠과광!
마폭탄 하나가 터질 때마다 데안 왕국의 수도 안쪽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흙먼지가 일어난다.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데안 왕국 군대는 저 안에서 고립된 상태로 죽어가는 것이다.
마폭탄이 등장한 후로, 데안 왕국군은 제대로 된 격전을 치르지 못했다.
슈레프 왕국군은 그저 되는 대로 투석기를 만들고 마폭탄을 날려 보내면 끝이었다.
견고하고 거대한 요새도 하루를 견디지 못했다.
평원에서 대회전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던 데안 왕국 3군단 5만 병사는 마폭탄 세례에 전멸했다.
그들이 죽은 자리는 이례적으로 마스터 등급의 대지 속성 마법사가 와서 땅을 갈아 엎었다.
5만의 병사들이 죽은 곳을 일일이 치울 수도 없고, 그 모습을 다른 이들이 보게 할 수도 없었다나?
어쨌건 그 뒤로 데안 왕국의 저항은 지지부진했다.
몇몇 영주들이 성에 숨어서 끝까지 버티다가 무너지는 성에 묻혔다.
그리고 지금 데안 왕국의 수도에서 피난을 가지 않고 남은 백성과 병사들이 묻히고 있다.
아, 아깝다.
저 데안 왕국 수도에 여러 학파의 마탑들이 있다고 했는데.
마폭탄에 다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야, 그러니까 약초에서 원하는 성분을 뽑아내는 마력 운용이 이런 거라고? 좀 더 깔끔한 건 없어?”
“저는 겨우 전공 과정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의 운용법은 알지 못합니다.”
“그거 참, 아깝네. 약초 하나에서 성분을 세 가지 이상은 뽑질 못하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스터 등급이 되지 않으면 그 정도가 최선입니다.”
“알았어. 그만 가 봐.”
“저, 그럼 저는······.”
“걱정하지 마. 안 죽여. 그냥 왕실 마탑으로 가게 될 거야.”
“고, 고맙습니다.”
쯧, 고맙긴.
어차피 거기 가 봐야 죽을 때까지 일만 할 텐데.
하긴 그래도 포로로 잡혔다가 처형이 되지 않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겠지.
슈레프 왕국과 데안 왕국은 워낙 사이가 나빠서 적을 포로로 잡으면 약식 재판 후에 거의 처형이거든.
그래도 내가 쓸만한 놈이라고 해 주면 후방으로 보내서 노역을 시키는 쪽으로 돌려주니 저 놈에게도 잘 된 일이지.
자, 일단 약초학 쪽의 마력운용은 좀 배웠으니까, 이제는 연금술 쪽의 마력운용을 배워 볼까?
나도 여러 계열을 배우다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배움 단계까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더라고.
그 뒤로는 마력을 다루는 능력이 늘어나면 조금 더 고급스런 운용법을 배울 수 있는 거였어.
조금 전에도 전공 수준의 마력 운용을 듣긴 했지만 진짜로 익힌 건 아니지.
그냥 이론만.
나중에 자격이 되면 익히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거지.
할 일이 없으니까 포로로 잡은 데안 왕국 마법사들을 데려다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약초학, 연금술, 마법진.
딱 이 세 종류에만 집중을 하고 있어.
그 외에 키메라, 원소 마법, 골렘 소환 등의 계열도 있는데 포로가 드물어.
게다가 어쩐지 시험의 탑 시스템이 까불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느낌이야.
너무 많은 것을 챙기지 못하게 제약을 한다고 할까?
그래서 딱 약초학, 연금술, 마법진에 대한 기초를 익히고, 전공 수준의 이론을 배워두는 정도로 타협을 보고 있어.
솔직히 그래서 저 데안 왕국 수도를 점령해도 저기 있는 마탑에서 뭔가 챙기긴 어려울 거 같다.
- 투자에 비해서 얻어가는 것이 많으면 안 되는 거지.
- 적당히 해야지. 심해에서 너무 쉽게 많은 걸 얻으면
- 나는 도리어 궁금해. 도전자가 사는 곳이 어딘데 저
- 런 하급 지식들에 열광하는지 말이야.
- 그게 막혔다니까! 이 도전자에 대한 정보가 콱 막혔
······.
아무튼 찌질한 성좌 새끼들.
봐라 100포인트 후원도 아까워서 저기서 말 끊고 조용한 거.
아놔!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오르네.
눈팅 성좌 놈이 후원 포인트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설레발을 치더니.
뚜껑 열어보니까 이건 뭐···.
지금까지 두 번째 스토리 진행하면서 성좌들에게 받은 후원 포인트를 다 모아봐야 5만이 될까 말까 한다.
이런 쉬레기 같은 눈팅 새끼.
그 새끼는 정말 믿을 놈이 못 되는 거다.
최영웅 1/9
성격 : 강직
적성 : 지휘
재능 : 소환(분열, 증폭) 흡수
스킬 : 목각인형 소환, 소환체 링크, 본 서머닝(생쥐,라케르타)
포인트 : 37,552,600
봐봐, 이 포인트.
내가 천인장이 되면서 받은 포인트까지 합쳐서 이 정도야.
여기에 성좌들이 채팅하면서 100포인트씩 던지는 거?
그게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러니 당연히 이 성좌들은 그냥 쩌리들인 거지.
내가 그냥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시험의 탑에서 받아 챙기는 것이 훨씬 많아.
비교 불가지.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부턴가 성좌라는 것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졌어.
보니까 스토리 진행 중에는 채팅에도 정보 제한이 많은 거 같더라고.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거의 채팅에 나온 적이 없는 거지.
물론 그래도 성좌들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해.
봐봐, 눈팅이 놈이 내 정보를 차단했어.
다른 성좌가 모르게 했지.
덕분에 내 출신지를 다른 성좌들이 모른다는 거야.
만약 그게 알려지면?
어쩌면 지구에서 더 많은 도전자가 생길지 모르지.
어쨌거나 성좌란 놈들은 시험의 탑에 도전자를 밀어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나야 이상하게 꼬여서 자유로운 신분으로 도전자가 되긴 했지만, 다른 도전자들은 대부분 성좌와 계약을 하고 움직이지.
그걸 나도 아니까 일단은 조금 더 정보를 얻을 때까지는 조용히 있어 보려고.
“우아아아아!”
“열렸다! 데안 놈들이 항복한다!”
“백기가 걸렸다아아아!”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결국 데안 왕국이 항복을 한 거야?
벌떡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와봤다.
군 사령부는 물론이고 슈레프 왕국군 모두가 난리가 났다.
저기 멀리 데안 왕국의 수도에서 하얀색 깃발을 들고 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창이나 칼같은 것은 하나도 들지 않은 군인들이다.
갑옷과 투구, 견갑에 등 뒤로 망토까지 늘어뜨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저것이 바로 항복하는 군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언제든 전투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복장을 갖춘 상태에서 방패나 무기를 들지 않고 흰 깃발만 드는 것.
그러니 우리 병사들도 저들이 항복을 하기 위해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환호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지켜보는 사이에 이쪽에서는 슈레프군 총사령관과 그를 따르는 만인장 몇이 자리를 마련하고 앉는다.
긴 테이블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항복하는 이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도착하면 앉을 의지도 없는 상태로 굴욕적인 항복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맨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항복 문서를 머리 위로 펼쳐 든다.
그렇게 항복 문서를 총사령관이 받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때로 그렇게 항복 문서를 전한 영주가 곧바로 스스로 목숨을 끓는 경우도 있었다.
영지의 백성을 위해 항복하긴 했지만 그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을 하는 것이다.
이미 항복을 했으니 뒤는 승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뭐 몇 번 본 장면이긴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데안 왕국의 마지막 공식 외교의 자리다.
이후 데안 왕국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음,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전쟁은 끝이 나는 거고, 두 왕국의 전쟁 스토리도 끝나는 거 아닌가?
그럼 내 만인장 자리는?
내가 만인장이 되어야 10층에 도착한 것이 되고, 스토리 클리어가 되는 건데?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시험의 탑이 그 정도 처리도 못하겠어?
* * *
그래, 데안 왕국의 태자가 직접 항복 문서를 들고 굴욕의 항복을 했다.
그리고 우리 총사령관은 그 태자의 굴욕을 오래 보지 않고 항복 문서를 받았지.
그러자 곧바로 두 왕국의 전쟁이란 스토리가 끝이 났어.
물론 원하면 얼마간 시험의 탑에 머물 수 있다는 선택지도 나왔는데 그 시간을 이용해서 데안 왕국의 보물창고라도 털어 볼까했지.
그런데 안 되더라고.
그냥 무슨 엔딩 화면 보는 것처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다 끝났어.
거기서 슈레프 왕국의 국왕이 등장해서 나에게 만인장의 지위를 줬지.
그리고 전쟁 1등 공신인가 뭔가 하는 훈장도 주고, 그 포상으로 상자도 하나 주더군.
근데 그게 끝이야.
그 후에 곧바로 대기실로 옮겨졌지.
우와, 대기실.
진짜 별별 웃긴 것들이 다 등장해서 지랄을 하더라고.
마침 내가 두 왕국의 전쟁 스토리를 끝낼 때, 나를 보고 있던 성좌가 열일곱이었어.
어떻게 됐겠어?
그 열일곱이 모두 대기실로 따라왔을 거 아냐?
그러더니 별별 말을 다 지껄이는 거야.
어찌나 하나같이 잘난 척들을 하는지.
후원금 100포인트가 아까워서 채팅도 제대로 못하던 것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꼴이라니.
그래서 나는 그냥 내 두루마리에서 포인트와 상점의 상품만 확인하고 그냥 대기실을 나왔어.
그래, 맞아.
곧바로 시험의 탑을 나와 버린 거지.
슈레프의 국왕이 준 포상 상자는 열어 보지도 않았는데, 어차피 그건 지구로 가지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물론 대기실을 나오자마자 그 상자에 마법 비전서 같은 것이 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서 아차 싶었지.
만약 그랬으면 그걸 읽고 오는 쪽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게 전부 그 빌어먹을 성좌 놈들 때문이라니까.
아, 그래도 괜찮아.
두루마리 상점에 보니까 꽤나 괜찮은 상품들이 몇 개 보였어.
그것들을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즐거운 고민을 해 볼 생각이야.
뭐 그게 아니라도 이번에 얻어 온 미용 아이템은 정말 대박이니까 충분히 만족스러워.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약초학과 연금술을 배워왔잖아.
거기에 마법진도 배워왔으니까 성공적인 창업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내가 뭔가를 하기도 좋겠지.
와, 그나저나 두 왕국의 전쟁 스토리를 하느라 꼬박 반 년은 넘게 시험의 탑에 있었는데, 여긴 떠날 때와 같은 시간이네?
게다가 떠날 때 입었던 복장으로 되돌아 왔고?
거 참 적응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네.
어디보자, 그러니까 내가 언제 시험의 탑으로 넘어간 거야?
여름방학 전이야 후야?!
아, 맞다.
2학기 시작하고 며칠 지나서였지?
9월 초.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