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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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9.02.26 18:54
최근연재일 :
2019.03.07 09: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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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5
추천수 :
104
글자수 :
24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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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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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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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5. 재회하다

DUMMY

희연은 눈물이 멎고도 한참을 벤치에 앉아있었다.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품 안의 수아도 지쳤는지 우는 것을 멈추고 잠이 든 것 같았다.


여전히 재희에게서는 진한 커피향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희연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커피에 관심도 없던 제가 카페를 차린 이유가 이 향기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그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런데 우연히 마주친 재희의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다시 제대로 확인해야 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고 보니 생각보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만든 거라 희연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온통 재희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 제가 무엇 때문에 서두르고 있었는지도 잊고 있었다.


민준에게서 전화가 와서야 정신을 차린 희연은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선 희연은 배여사 앞에 앉아있는 재희를 볼 수 있었다.


재희는 카페의 입구와 등지고 있어 희연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제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하는 걱정이 함께 찾아 왔다.


배여사는 희연이 온 걸 알면서도 재희에게 하고 있던 질문들을 계속 이어서 하고 있었다.


“그럼 여자 친구는 있어? 내가 중신 좀 서게.”


“말씀은 감사합니다. 결혼 할 사람이 있어요.”


재희는 여자 친구 있냐는 배여사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을 하면서 손을 들어보였다. 재희의 손, 정확하게는 재희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반짝이는 반지가 끼어 있었다.


‘아, 결혼... 결혼하는구나.’


희연은 결혼이라는 말에 잠시 멍해졌다. 아까 재희와 함께 있던 여자를 생각해보지만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장님, 왜 이렇게 늦었어요. 바리스타 하실 분 오셔서 기다리고 계세요.”


민준의 말에 희연이 상념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재희가 희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정확하게 마주쳤다. 하지만 이내 희연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재희는 여기에서 희연을 만날 줄 몰랐었는지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재희의 눈이 저절로 희연을 쫓아가고 있었다.


“배여사, 이리 나와요. 수아 데리고 들어가.”


“병원은 다녀왔어?”


배여사가 희연에게로 다가오며 물었다. 희연은 수아를 꽁꽁 싸맨 옷가지와 아기띠를 벗어 배여사에게 건넸다. 수아는 쌔근쌔근 잠이 들어 있었다.


“응. 수아가 많이 울었어. 경끼 같은 거 할지 모르니까 잘 봐요.”


배여사는 잠든 수아를 건네받으며 희연의 얼굴을 보고는 대답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너도 울었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데?”


“알았어. 우리는 또 봐요.”


배여사는 재희에게 인사를 했다. 그 사이 희연과 재희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잠시만 기다려요.”


희연은 재희에게 잠시기다리라 말하고는 미적거리는 배여사의 팔을 잡아끌었다.


“추우니까 택시타고 가. 괜히 애 감기 걸려서 애 엄마한테 원성듣기 싫으면.”


“알았어. 그 놈의 잔소리는. 민준아, 수고해.”


“배여사!”


“알았어. 이제 가.”


카페에서 나온 배여사는 희연 너머 창으로 보이는 재희를 보며 한마디 했다.


“얘, 내가 몇 마디 나눠봤는데 사람 참 괜찮더라.”


“알았어. 얼른 가요.”


희연은 배여사를 태운 택시가 멀어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밖이었음에도 재희의 시선이 끈덕지게 자신을 따라 다니고 있음을 알았다. 희연은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워 이대로 주저앉고만 싶었다.


희연은 재희에게 다가가면서도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체를 하며 ‘오랜만이다.’ 라고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아니면 처음 본 것처럼 대해야 할까? 반말을 해야 하는지, 존댓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드디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상한 표정의 희연과 재희가 마주 앉았다. 희연과 재희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아 보였으나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재희의 시선이 너무도 따가워 시선을 내린 희연이 테이블에 놓인 그의 프로필을 들었다.


프로필을 보다 커피잔을 잡고 있는 재희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심플한 반지가 눈에 띄었다. 재희의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 결혼...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래 이제 이거면 된 거지 뭐.


프로필을 눈으로 대충 훑은 희연은 정리가 된 듯 테이블 위로 프로필을 내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윤재희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윤재희씨랑은 일 못하겠어요. 저희 카페에서 일하시기에는 경력이 너무 좋으셔서 제가 많이 부담스럽네요. 수연언니한테는 내가 얘기할게요.”


재희는 여전히 어떤 대꾸도 없이 희연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재희는 원망과 그리움을 담은 아련한 눈으로, 많은 말들을 담은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재희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알겠다는 그 한 마디 만을 했을 뿐인데, 희연은 그 안에서 많은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잘 있었냐고, 아픈 데는 없었냐고, 이제는 잘 지내라고.


희연은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겨우 마감을 하고 정리를 끝내는데 서있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테이블 다리를 겨우 붙들고 나서야 희연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을 수 있었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하면서 아파오기 시작했다.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눈물을 훔친 손으로 가슴을 살살 치대면서 진정을 시켰다.


“괜찮아. 괜찮아, 김희연. 잘된 일이야.”


겨우 진정시킨 가슴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적으로 일어서면서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카페 마감했습니다.”


희연은 힘이 빠진 다리를 겨우 일으켜 세우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곳에는 재희가 서 있었다. 마주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희연과 재희는 다시 마주 앉았다.


“오랜만이야.”


희연이 먼저 여상하게 인사를 건넸다. 짧은 침묵 후에 재희에게서 답이 돌아왔다.


“응. 오랜만이야.”


참 별말 아닌 오랜만이라는 이 말이 너무도 낯설게 들려왔다. 어색한 공기가 버거워 희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마실래?”


희연이 커피를 가지러 가기 위해 그의 옆을 지나가는데, 재희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 세웠다.


“괜찮아.”


희연의 손가락만 겨우 잡은 재희의 손이 차가웠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의 반지에 희연의 손이 애처롭게 떨려왔다.


겨우 잡은 손을 어쩌지 못해서 한사람은 앉아서, 또 한사람은 서서 그렇게 손끝만 겨우 닿은 채 있었다.


재희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희연은 그에게 잡혀있던 손을 조용히 말아 쥐었다. 희연은 좀 더 서있으면 다리가 또다시 풀릴 것 같아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행복해?”


침묵을 깬 건 재희가 먼저였다.


“응. 행복해.”


널 기다리는 동안 행복했어. 희연은 그의 물음에 자신의 마음을 다 전하지는 못했다.


“그렇구나. 행복하구나.”


네 꿈이 이젠 내 꿈이 되었으니까.


“나, 여기서 일하게 해줘.”


희연은 그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들을 찾으려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찾을 수 없는 건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머릿속 말들이 입안에서만 맴돌고 나가질 않았다.


“작은 가게라 월급도 많지 않을 거고, 또...”


“상관없어.”


여기에 당신이 있으니까. 재희는 뒷말을 덧붙여 말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저를 거절하는 이유가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사람 급하게 필요한 거라며?”


“응.”


“그러니까 나 써.”


이렇게라도 우리 얼굴은 보며 살자. 재희의 눈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 돼. 넌 여기서 일하는 거 괜찮겠어? 아무렇지 않아?”


이렇게 널 가까이에서 보면 나는 또 흔들릴 거야. 그러면 그때는 널 못 놓을지도 몰라.


“응.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아, 너는 이제 정말 멀리 떠나버렸구나. 우린 이렇게 멀어져버렸구나. 이제 너는 괜찮구나.


“내가 괜찮지 않아.”


“왜?”


이미 네 생각으로 가득 찬 마음이 흘러넘칠 것 같아서. 너에게 그대로 다 보이게 될까봐. 널 다시 잡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런데 이제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이제 우리 그러면 안 되는 사이잖아.


희연은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 중 하나만이라도 말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다.


“내가 불편하니까.”


재희는 더 이상 여기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이제 저처럼 재희도 괜찮지 않아 진 것 같았다.


희연은 잘 한 거라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저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갖기로 한 시간의 끝을 이제는 어떻게든 확인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알았다.


사랑이 아닌 우리의 끝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만 같아 희연은 그 시간들을 좀 더 뒤로 미루고만 싶었다.


차마 재희의 눈과 마주할 수 없는 희연이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에 구멍이 난 것처럼 가슴이 시리게 아려왔다.


작가의말

언제나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더욱이 미련이 남아있는 재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얼른 행복해져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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