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20화] 설녀의 마을과 축제의 마을을 향해!
신경 쓰인다.
『남자로도......』
세실리아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말 제대로 된 리더로 보이지만, 남자로도 라는 말로 말꼬리를 흐린 걸 보면, 설마 세실리아도......
그렇게 신경 쓰이는 하루하루가 지나가며, 우리들은 갑작스러웠던 600만 클링이라는 큰 손실을 채우기 위하여 의뢰 완료를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러기를 어느 덧 4주 정도가 지나고, 여름은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아하~ 시원해~ 저기, 레미아! 밤에 잘 때 나랑 같이 자면 안 될까?”
루시엘은 레미아를 껴안아 얼굴을 부비 대며 그런 소리를 했다. 아마 이 무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일 것이다.
“으음......”
“왜 나를 쳐다보는 거야?”
망설이는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는 레미아에게, 나는 그런 소리를 하며 세실리아가 타 준 차를 마셨다.
단순히 같이 자는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레미아가 저렇게 망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루시엘의 잠버릇.
그야 말로 혼돈 그 자체다.
“응? 레미아~”
“으으... 싫어요.”
“헤에~? 왜...... 덥단 말이야~ 레미아를 밤에 껴안고 자면 얼마나 시원한데~”
루시엘은 레미아의 거절에 조금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레미아에게 부탁하기 시작다.
“그도 그럴게, 루시엘이랑 같이 잠을 자면, 제가 잠을 못 잔단 말이에요. 그리고...... 두 사람 좀 떨어져 줄래요...?”
레미아는 그런 소리를 하며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세실리아와 루시엘의 얼굴을 양 손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정도로 떨어질 녀석들이 아니지만.
“어이. 거기 둘. 내가 봐도 불편해 보이니까, 그만 하라고.”
“뭐, 괜찮지 않느냐~? 뭣하면 루인도 이리 와서 레미아를 안아 봐라. 굉장히 시원하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 에요?!”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라고...... 어라...?”
그런 소리를 하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올린 나는, 그 순간 천장에 무언가 떠 있는 것 같은 것을 보았다.
내가 잘못 본 걸까.
그래, 요즘 너무 많은 퀘스트를 해서 피곤해서 그런 걸......
“으흐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들어 천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있었다.
“음? 루인, 왜 그러는 것이냐? 몸이라도 안 좋은 것이냐?”
결국 레미아에게서 밀려난 세실리아는, 아쉬운 표정을 하며 그렇게 말했다.
“아, 아니... 뭐... 그냥 조금 피곤한 정도야. 신경 쓰지 마.”
“헤~ 몸이 안 좋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부탁하라구! 특별히 2만 클링짜리 와인 한 병으로 치료 해 줄 테니까 말이야?”
루시엘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의미를 모르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여기서 뭐로 의기양양 해 질수 있는 건지......
“어이, 무진장 비싸잖아! 그리고 도대체 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거야? 설마 고생을 함께 해 온 동료에게 돈을 받고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기양양한 건 아니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루시엘을 째려보자, 루시엘은 웬 일인지 순순히 스스로 조용해 졌다.
“그,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음...”
아니라고 생각 하는 거였냐...
“아, 그렇지. 우리, 여행을 가는 것이 어떠냐? 가까운 곳으로라도...”
“에~ 또 여행? 우리 한 달 전쯤에 가지 않았었어?”
갑자기 여행 이야기를 꺼내는 세실리아에게, 루시엘이 그런 소리를 하며 레미아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뭐, 사실 여행을 또 가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여름 하면 빠질 수 없는 축제가 있다.
바로......
“그래도, 이번 여름이 아니면 앞으로 1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 여름 불꽃 축제와 야시장은...”
그렇다.
그것은 바로, 알터니아 마을의 여름 대 축제.
이는 마침 다음 주에 열리는 축제이기도 하고, 돈도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여 출발 한다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좋아. 그럼 가기로 결정! 축제 일정은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딱 일 주일 뒤니까, 3일 전에 미리 출발 하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돈이 어느 정도 모여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갑자기 레미아가 소리쳤다.
“그, 그럼......!! 이, 일주일 일찍 출발해도 될까요......?”
“에~? 굳이 일주일씩이나 일찍 출발해? 너무 일찍 출발 하면 가서 심심하단 말야.”
루시엘은 그렇게 말하며 탁자에 늘어졌다.
뭐 확실히, 일주일 씩이나 일찍 출발 하면 좀 그렇긴 한데..... 뭐 때문에 그러는 걸까.
“뭐~ 뭐~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일단, 레미아. 뭐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레미아를 바라보았다.
레미아는 뭔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다들 알겠지만, 제가 집을 떠나 온지 꽤 돼서요...... 저희 마을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아서, 편지 한 통도 보낼 수 없는 곳이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직 레미아가 말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된다.
굳이 일주일씩이나 일찍 알터니아 마을로 향하자는 이유는, 알터니아 마을을 가는 길에 레미아의 본가가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뭐, 대충 알겠네. 알터니아 마을에 가는 길에 있는 거지? 본가가.”
“네...”
레미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설녀의 마을이라~ 나도 들어 보기만 했지, 가 보지는 못했다. 정말 기대 되는구나!”
“헤~ 레미아네 마을은 어디에 있는 거야?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으면 분명 신비한 곳이겠지?”
레미아의 본가가 있는 마을에 흥미를 가진 루시엘이 잔뜩 흥분하며 그렇게 물어 보았다.
뭐, 설녀의 마을이라면... 추운 곳에 있는 것이라고 보통은 생각하기 마련이긴 하지만,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더군다나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니......
“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그치만...! 그다지 볼만한 것들은 없는 마을이니까, 그냥 조용히 저희 집에 잠시 들렀다가 떠나는 것뿐이에요!”
레미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응? 왜 그러는 것이냐? 분명 설녀의 마을에는, 서로에게 얼음 조각을 던지다가 부서지면 재생하여 다시 얼음 조각을 던져대는 신비한 얼음 동상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게 골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대 된다.”
한 놈이 죽을 때 까지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부서지면 재생해서 또 싸우는 무지막지한 얼음 동상이라니... 안전한 건지 모르겠다.
아마 외부인을 견제하는 보호 체계라고 생각 하는데......
“그,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냥 잠깐 집에 들렀다가 가는 것뿐이에요!”
“뭐, 알았어.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우린 굳이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을게. 어쨌든,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마을에 가는 거니까,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거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며 레미아의 편을 들어주자, 레미아는 이전 보다는 조금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마워했다.
“고마워요. 그럼... 출발은 바로 내일이 되겠네요.”
“좋아. 그럼 다들 내일까지 짐을 챙기자.”
“에에~ 귀찮은데...... 이렇게 갑자기 준비 하는 거야?”
“그럼, 난 슬슬 짐을 챙기러 올라가야겠구나. 왠지... 이번 여행은 저번과는 다르게 굉장히 기대 된다.”
그렇게 우리들은 저녁을 먹은 뒤, 각자 여행을 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출발 일정에 다들 조금 우왕좌왕 했지만, 루시엘이 누가 와인들을 훔쳐가지 않게 전부 챙겨 가겠다며 난리를 친 것 외에는 순탄하게 진행 되었다.
-다음 날, 이전과는 다르게 마차를 손쉽게 구한 우리들은 알터니아 마을과 레미아의 마을에 가기 위한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말이야...... 도대체 이 자식은 또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하하하핫! 어떻게 알다니~ 딱히 알려 준 사람도 없어~ 단지 나도 알터니아 마을에 가야 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라구~?”
분명 나는 이 녀석에게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헤를런 이 녀석은 어느 샌가 짐을 잔뜩 챙겨,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마차에 동승했다.
“저기, 아저씨. 혹시 이 녀석도 같은 마차를 타는 손님인가요?”
그래도 정말 우연이라는 것이 있을지 몰랐기에, 나는 마부 아저씨에게 그렇게 물었다.
루시엘이 딴청을 피우는 걸 보면 아마 저 녀석이 말한 것 같은데 말이지......
“아아, 그 손님 말이신가요?”
마부 아저씨는 헤를런을 힐끔 돌아 보더니, 이내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보아하니 친한 사이신가 보군요. 그 분은... 아, 일주일 전쯤에 이 마차에 예약을 했었군요. 원래 이 마차는 다른 손님들과 동승하는 다인승 마차거든요.”
“아, 네... 고맙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루시엘을 힐끔 쳐다보았다.
일주일 전쯤에 이 마차를 예약했다는 건, 아무도 이 녀석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더군다나 우리가 여행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겨우 어제 일이다.
그런데 왜 루시엘은 저런 표정을 지으며 안도를 하는 걸까.
“루시엘,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느냐?”
세실리아와 레미아의 물음에, 나도 가세하여 루시엘을 추궁했다.
“어이. 왜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그러다가 안도해? 너 설마 뭐 잘못한 거 있어? 있으면 지금이라도 털어 놓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밝혀져서 크게 잔소리 듣지 말고.”
그러자 루시엘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거든? 그, 그보다... 내가 그랬던 건 말이지,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헤를런한테 이야기를 했었나 싶어서...... 그, 그래서 그런 거라구.”
오호라.
평소에 하도 잘못한 게 많아서, 자기가 했는지 알고 지레짐작을 해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이었나.
“뭐, 뭐...!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는 건데?!”
우리들이 왠지 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루시엘을 쳐다보자, 루시엘은 부끄러운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발끈했다.
그 뒤로 별다른 일 없이 마차를 타고 간지도 어느 덧 30분 정도가 지났다.
내 옆에 앉아서 조용히 잘 가고 있던 헤를런은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무시 하도록 할까.
“에이~ 무시 하지 말고~ 응? 루인~”
“뭔데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헤를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헤를런은 장난기가 충만한 표정을 하며 내 귀에 손을 대었고-.
“루인~ 레미아가, 루인의 아기를......”
“으랴아아아앗!!”
나는 그런 소리를 하는 헤를런의 뒷목을, 있는 힘껏 강타하였다!!
- 작가의말
“잠시 들렀다 가는 것 뿐이니까요!!”
루시엘이 구매 한 한정판 와인으로 인한 600만 클링이라는 손실을 채우기 위해 하루 하루를 퀘스트 의뢰 완료로 마무리 하던 루인 일행.
어느 덧 여름이 한 달 정도가 남았을 때 즈음, 루인은 최근들어 자주 자신에게 생기는 이상한 심령 현상 같은 것에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신경쓰면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아 무시하기로 하는데.
그 와중에도 이번 여름이 아니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알터니아 마을의 축제를 가기 위하여 또 다시 한 번 새로운 여행 계획을 짜게 된다.
그리고 가기 전에, 루인 일행은 레미아의 요청으로 레미아의 마을에 들렀다 가기로 하고 일주일 일찍 출발 한다.
마차는 순탄하게 진행 되고, 어느 덧 레미아가 지도에 표시한 위치에 도착하여 모두 마차에서 내리게 되는데......
[3기-21화에서 계속!]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