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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푸른새와 환상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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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베스
작품등록일 :
2019.03.08 13:26
최근연재일 :
2019.03.3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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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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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즐거운 여정(5)

DUMMY

지친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면서 그들은 마을을 벗어났다.

마음 같았으면 다시 마을로 돌아가 자신들을 공격해온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상대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새벽부터 싸워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크리스는 검은돌이 그나마 정신을 온전히 되찾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만약 그 전투에서 검은돌이 죽거나 코마 상태에 빠졌더라면, 그의 여정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만 했었다.

물론 그대로 깃털 문양과 프린을 찾으러 떠나도 그리 나쁘진 않았겠지만... 크리스는 더 이상 또다시 동료를 허무하게 잃는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그들의 몸과 마음을 알는지 모르는지 날이 밝아진 숲속에선 맑은 새 지저귐이 들려왔다.

크리스가 주위를 둘러봤다.


"슬슬 다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놈들에게 복수는 안 하는가!"


전투 내내 헤롱헤롱거렸던 검은돌이 되려 큰소리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팅팅 부어있었는데, 크리스는 그의 얼굴이 여관 주인의 폭행 때문에 그렇게 됐다 말했고, 검은돌도 비몽사몽간에 맞아서 그런지 그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크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너무 피곤했다.


"이런 지친 몸으로 다시 또 싸웠다간 목숨이 두 개라도 남아나질 않을 겁니다."

"우리도 다시 싸우고 싶진 않소"


테스라가 크리스의 편을 들어줬다.

지난 전투 이후 그는 크리스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한 눈빛이었다.

그냥 같이 다니는 동료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나든 동료의 가치는 천지차이였다.

그들이 들고 다니는 카이트 방패도 곳곳이 찌그러지고 화살이 박혀있어 사실상 길가에 버려져 있어도 아무도 안 주워갈 몰꼴이었다.

그나마 그들은 다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들 역시 지쳐있었다.

게다가 짐을 싣고 다니던 말도 놓고 오는 바람에 사실상 크리스 일행은 다시 전투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검은돌이 그들에 반응에 괜히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뭐 다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놈들은 아주 그냥 박살을 내야 하는데 내 참겠네.”

“예 예 마음씨 넓은 검은돌 님이 참으셔야 합니다.”

“큼, 그래야겠지?”


그의 말을 들은 성기사들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크리스는 찢어진 허벅지에 옷을 찢어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곤 몸을 일으켰다.

피는 조금 전에 멎었지만 왼발을 내디딜때마다 욱신거렸다.

그나마 천천히 걸으면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크리스는 가방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물건만 꺼내어 다른 일행들 가방에 나누어 넣고 나머지 부피가 큰 짐들은 버리고 갔다.


크리스 일행은 숲을 걷고 또 걸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덧 해가 그들의 머리 위에 걸려있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은 덕에 숲을 꽤나 많이 벗어났는지, 나뭇잎이 점점 넓쩍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닉슨이 지도를 펼치며 앞에 놓인 숲길을 바라봤다.


"에... 우리가 있던 곳이 이 마을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가면 다시 왕의 대로에 올라설수 있 을거 같습니다."

"좋군, 자 다들 조금만 더 힘냅시다."


테스라는 일행이 힘이 나도록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걸었는데 그로 인해 크리스는 성기사란 자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

그는 평상시 성기사하면 과묵하고, 신의 의지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같이 가는 테스라는 걸어가는 동안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다.

테스라가 걸어가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때 크리스 경이 나를 뒤로 불러내서 미리 대비하자고 하더라고, 정말 뛰어난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친구라니까"

"와 정말입니까? 어쩐지 테스라 경도 그렇고 크리스 씨도 습격에 대한 반응이 빠르셨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난 그가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 진적에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욘이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테스라는 사람들이 그에게 동의해주자 더 신나했다.


"그래, 자네도 봤지? 그놈들의 앞마당에서 크리스가 싸우는 모습을 말이야. 암살자 3명을 홀로 상대하면서도 그들을 하나씩 베어 넘기는 그 침착한 모습을!"

"아 그건 저도 봤습니다. 거의 일격에 한 놈씩 베어버리더군요."

"그저 조금 검을 배웠을 뿐입니다. 운이 좋았던 거였죠"


크리스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는 남에게 진심 어린 칭찬받기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크리스가 말했다.


"그러는 테스라 경들도 방패를 앞세워 적에게 돌진하실 때 정말 용감하셨습니다. 그리고 닉슨 경이 없었더라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겁니다."


그의 말을 들은 닉슨이 코를 쓱 훔쳤다. 이번에도 그의 코가 단단히 한 목했다.

이런식으로 서로 전투에 있었던 일에대해 주고 받으며 걸어갔다.

물론, 검은돌만 이야기에 끼지 못해 겉돌았지만 말이다.


왕의 대로 옆에서 크리스가 멈춰섰다.


"여기서 잠시 점심을 먹고 가시죠."


일행은 서둘러 식사 준비를 하였다.

그나마 마을에서 먹을거리를 미리 사두어서 다행이었다.

닉슨이 수통을 열어 냄비에 물을 붓고, 욘이 주변에서 식용 버섯을 좀 따와서 찢어 넣으니 금세 먹을만한 토끼고기 스튜가 만들어졌다.

데스라가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스튜를 한입 크게 떠먹으며 말했다.


"캬! 그때 내가 이 토끼고기를 안 샀더라면 어떻게 될뻔했냐? 지금쯤 버섯이나 삶아먹고 있던지 쫄쫄 굶고있었을거라고. 안 그래?"

"테스라 경의 선견지명도 대단하십니다."

"그렇지?"


닉슨이 그의 말에 대충 대답해줬지만 테스라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더 가면 어제 그 산적 마을보단 훨씬 더 멀쩡한 슈베니스 마을이 나올 차례였고,

그 마을만 지나면 성국의 수도, 세인트였다.

지도에 그려져있는 위치로 보면, 내일이면 도착할 가까운 거리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이 다시 숲을 걸어가는데 앞에서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챙!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병장기 소리와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헨리! 안돼!"


크리스 일행은 몸을 숨긴 채 조금씩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접근해갔다.

아직 피로가 잔뜩 쌓인 그들은 되도록이면 싸우고 있는 무리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젊은 남성 3명과 트롤 한 마리가 한창 싸우고 있었다.

남자 한 명이 가슴 부근을 크게 다친 채 나무에 기대어 있었는데 이미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뿌려져있었다. 그가 헨리일 것 같았다.

테스라가 등에서 메이스를 꺼내들며 얼굴을 굳혔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구해줘야 합니다."

"우리가 힘을 보탠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입니다.


성기사 일행의 말을 들은 크리스는 서둘러 윈드혼을 뽑았다.

만약 트롤이 한마리가 아닌 두 마리 이상이었거나, 트롤과 싸우고 있던 무리들이 이미 죽었더라면 지나쳤을 테지만, 저런 상황이라면 나서서 도와주는 게 훨씬 좋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5 대 1이니 트롤을 상대하더라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후... 어쩔 수 없지'


크리스가 말했다.


"그럼 닉슨 경에게 검은돌 씨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 테스라 경을 보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다리가 불편하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닉슨, 크리스의 말대로 자넨 여기서 검은돌씨와 짐들을 지키고 있게나. 욘, 자네는 나와 같이 선두에 선다. 할 수 있겠지?"

"네!"

“조심해서 다녀오게나”


닉슨과 욘이 짧고 굵게 대답했다.

검은돌은 일행들이 벗어둔 짐들을 한데 모아두고 눈을 부릅뜨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테스라와 욘이 방패를 앞세우고 뛰어나갔고 그 뒤를 크리스가 바짝 뒤 쫓아갔다.


"하아압!"


트롤에게 접근한 테스라가 메이스로 트롤의 오금을 내려쳤다.


"크아아앙!"


이미 다른 세 사람과 싸우던 중이라 지쳐있던 트롤의 무릎이 땅에 꿀려졌다.

그리고 그 뒤를 욘과 크리스가 번갈아 공격했다.

순식간에 트롤의 등 곳곳에 깊고 치명적인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싸우고 있던 남자들도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는 힘을 내서 트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일행이 뒤에서, 그리고 앞에선 싸우고 있던 남자 두 명이 앞뒤로 번갈아가며 공격하자 트롤은 우왕좌왕하다 금방 테스라의 메이스에 머리가 깨져 버렸다.

의외로 싱겁게 끝난 전투였다.

안타깝게도 크게 부상을 입은 남자는 얼마 못 가서 사망했다.

죽은 동료의 눈을 감겨준 남자가 와서 인사를 건넸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스론을 섬기는 자로써 불의에 처한 사람들 돕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 성기사 님이셨군요."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이런 곳에서 트롤과 싸우게 되신 겁니까? 여긴 깊은 숲도 아닌데"

"아 상황을 설명하면 조금 깁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죠. 피 냄새를 맡은 다른 몬스터들이나 짐승들이 모여들수도 있으니"


그들은 죽은 남자의 시신에서 그의 유품을 챙긴 뒤, 돌을 쌓아 조그만 돌무덤을 만들어주고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났다.

남자가 말했다.


"저희는 슈베니스 마을의 자경단원입니다. 요새 근방에 여행객들이나 홀로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노린다는 흉악한 산적들이 마을 근처에서 나타난다는 소리가 들려 이곳까지 나왔다가 운이 없게도 트롤을 만나게 됐습니다. 왜 트롤이 여기까지 나와 있던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저런..."

"우린 모험가들입니다. 지금 슈베니스 마을로 향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안내를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저희도 마을로 돌아가 카멘의 죽음을 알려야 하니까요."


근처에서 흉악한 산적이 나온다는 소리에 검은돌이 말했다.


"산적이라면 우릴 공격했던 그놈들 아냐?"

"듣고 보니 그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잠자는 사람을 습격한 놈들이니 길가는 사람이야 뭐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의 옆에서 걷고 있던 크리스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테스라가 크게 웃음지었다.


"그놈들이라면 우리가 거의 다 죽여놨으니 이젠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정말입니까? 이것 참 만난 이후로 도움만 받는군요. 그럼 그 사실도 함께 마을에 알려야겠습니다."


데론과 싸우고 있던 그들은 덴과 크론이라는 젊은이들이었는데, 크론은 슈베니스 마을 촌장의 아들이었다. 슈베니스 마을은 성국에 포함된 작은 도시였다.

마을은 규모가 작진 않았지만, 주위엔 적국이나 위험한 데론으로부터의 공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성국에서는 따로 성기사단을 파견하진 않아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었다.

크론이 말했다.


"슈베니스 마을에 도착하시면 저희 집에서 묶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꼭 저희 집에 초대해드려서 이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크리스 일행은 굳이 은혜를 갚는다는 그의 말을 사양하지 않았다.

성기사들은 완전히 빈털터리라 그의 제안에 크게 기뻐하였다.

어느덧 밤이 돼서 그들은 야영을 준비하였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크리스는 오랜만에 예전 생각이 났다.

그가 오두막집에 살았을 무렵엔 항상 자신에게 찾아올 수많은 모험들을 꿈꿔오곤 했다.

멋진 동료들과의 여행! 그리고 신비한 유적들과 처음 보는 수많은 신기한 것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까지!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그가 꿈꿔왔던 것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동료들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랐고, 유적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들에게 냉정했으며 연인은... 그의 곁을 말도 안 하고 사라져갔다.

크리스는 문뜩 윈드혼을 스다듬었다.

그래 난 윈드혼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아니 해내야만되...

그가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들어 갈수록 밤은 깊어만 갔다.

그는 윈드혼을 품에 안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

너무나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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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즐거운 여정(3) +2 19.03.14 69 3 12쪽
14 즐거운 여정(2) +3 19.03.13 104 2 13쪽
13 즐거운 여정(1) +1 19.03.13 73 3 10쪽
12 쓰러지지 않아(8+ 외전1) +1 19.03.12 82 2 19쪽
11 쓰러지지 않아(7) +4 19.03.11 82 2 14쪽
10 쓰러지지 않아(6) +1 19.03.11 88 2 10쪽
9 쓰러지지 않아(5) +1 19.03.10 111 3 9쪽
8 쓰러지지 않아(4) +1 19.03.10 10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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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쓰러지지 않아(2) +2 19.03.09 10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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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자 유적으로!(3) +1 19.03.09 11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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