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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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연
작품등록일 :
2019.03.08 18:24
최근연재일 :
2019.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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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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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세라 산맥

DUMMY

5화 카베세라 산맥



퀘스트를 수락하고 촌장의 집에서 곰방대와 지도를 들고나와 앞으로 어떻게 퀘스트를 진행할지 생각해 보았다.


‘음 우선 촌장이 알려준 던전부터 공략해야겠어. 그래도 던전 공략이니까 어느 정도 레벨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음···, 카베세라 산맥으로 가는 길에 잡몹을 잡고 레벨업을 해야겠다. 좋아. 가볼까!’


결정을 내린 나는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치우 칭호: 계승자

레벨: 3

종족: 도깨비

직업: 영혼 포식자

HP: 40 MP: 80


힘: 5 민첩: 5 체력: 4 지력: 8

포인트: 10

*스킬

-영안(영혼 길잡이 고유 패시브): 영혼을 볼 수 있는 눈

-영혼 추출: 혼을 뽑아낸다.

-영력 형상화: 영력을 형상화 한다.

-영혼 포식(영혼 포식자 패시브): 혼을 먹어 능력을 흡수한다.

-영혼 타격(패시브): 도깨비의 공격은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피해량의 20%는 영혼에 직접 타격을 입힘]


“계승자라니 신기하다. 있어 보여.”


게임 스토리에 감격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상태창을 읽다가 다시 한번 명령어를 내뱉었다.


“칭호.”


[*칭호

-계승자(해제불가능): 절대자의 뒤를 이어가는 이들에게 붙는 칭호. 그들이 걷는 길은 험난하지만 위대하다.]


새로 생긴 계승자 칭호를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짓던 순간이었다.


“응?”


상태창의 투명도를 조절해 무리 없이 주변을 보며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가던 내 다리가 우뚝 멈춰섰다.


지금 내가 뭘 봤지? 손으로 눈을 비볐지만, 눈앞의 장면이 달라지진 않았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함정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전신을 휩싸고 있었다. 커넥터에 너무 오래 있었나. 응. 그래서 헛것이 보였던 거야. 아무렴. 내가 보고 있는 숫자가 말이나 돼?


“내가 잘못 본 걸 거야. 하하-하, 하하, 하아?”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끝에는 실성한 듯한 웃음마저 걸렸다.


“다시 보자. 창을 닫았다가 다시 보는 거야. 칭호 닫기, 칭호.”


칭호창을 닫자마자 다시 칭호창을 불러낸 나는 정신을 집중하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기를 모아 눈을 떴다. 자! 제대로 된 숫자를 읽는 거다!


[받는 피해 감소(10%)

입히는 피해 증가(10%)

체력, 마력 회복률 증가(20%)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 상승(300%)]


하지만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칭호창의 글자는 변함이 없었다. 너무 충격적이라 심장이 다시 아파 올 것 같은데? 나는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절규했다.


“으악! 300%? 내가 잘못 본 거라고 누가 말해줘요! 허, 하, 3배라고요? 어째서!”


20% 피해 감소와 피해 증가 옵션은 전체 데미지에 적용을 하는 것이기에 어마어마한 옵션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옵션 사이에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다소곳하게 껴있었다. 인마 네가 거길 왜 껴?!


나는 분통을 터트렸다. 계승자 칭호가 마음에 들었던 1분 전의 나는 없는 걸로. 나는 철판을 깔고서 당당하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때 풀숲에서 무언가가 바스락거렸다. 긴장한 채로 풀 사이를 보니 거기에는 내가 죽어라 잡았던 토끼가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내 한 서린 목소리를 신기하다는 듯 듣고 있던 토끼가 폴짝 뛰어서 가까이 다가왔다.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는 토끼를 보고 있으니 그냥 맥이 빠졌다.


나는 풀썩 잔디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거친 행동에 토끼가 도망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풀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각자 할 일 합시다, 는 느낌이었다.


나는 쿨 워터 향을 풍기는 토끼를 보다가 품속에서 곰방대를 꺼냈다. 도깨비 왕의 계승자 좋다 이거야. 그래도 사람이 양심이 있지! 생각하면 할수록 울컥 치미는 억울함이 치솟아 불현듯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내가 먼저 계승자 한다고 했냐!

억지로 시켜놓고!

이게 무슨 양아치 같은 짓이야!

도깨비라 양심이 없는 걸지도 몰랐다.


“남들보다 3배를 더 고생시킬 거면 더 좋은 걸 내놓으라고!”


갑작스러운 고함에 혼자 잘 놀던 토끼가 재빠르게 풀숲으로 사라졌다. 그런 토끼의 뒤꽁무니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고고.”


아직 본격적으로 레벨 업을 위한 노가다를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허리가 아픈 기분이었다. 주먹으로 가볍게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카베세라 산맥으로 향하는 길을 살펴보았다.


길이 험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에서는 에베레스트처럼 거대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정신적으로 보이는 길의 차이는 간단했다.

그건 바로.


이 길이 내 고난의 시작이기 때문이니까!



***



퍼억.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 한 마리가 뒤로 넘어간다.


이내 파란 구슬을 하나 남긴 채 시체는 사라졌다. 카베세라 산맥은 초보 마을을 지나면 처음으로 만나는 필드 사냥터였다.


그만큼 유저들이 많아 몬스터들은 나오자마자 사냥을 당했다. 하지만 그곳은 인간 마을인 경우고. 그 반대편인 도깨비 마을 방향에서는 유저가 없으니 몬스터들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아이고 무슨 몬스터가 몇 걸음 가기도 전에 계속 어그로가 끌리냐? 그것보다 이 근처가 맞는데 입구가 안 보이네.”


입에 곰방대를 문 채 지도를 보며 투덜거렸지만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몬스터의 홍수를 헤치고 지나와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험치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벌써 이틀이 지났네. 그동안 몰려드는 몬스터들 덕분에 레벨을 많이 올려서 다행이다.’


레벨을 많이 올렸다지만 아직 15짜리 초보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상당한 수의 몬스터를 잡아 왔지만 칭호의 페널티 때문에 남들보다 3배는 느린 성장 속도였다. 최정욱 주임이 준 스타터박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10레벨도 아직 힘들었지 않았을까?


“아휴 스타터 박스를 기억해내서 다행이야. 벼락 맞은 곳은 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나 드려야겠다.”


스타터 박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6레벨까지 고생을 했다. 그 후 왠지는 몰라도 최정욱 주임에게 마음속으로 벼락을 한 번 더 쏴주고 나서야 스타터 박스의 존재를 기억해냈다. 많이 늦었지만, 스타터 박스를 챙겨준 최정욱 주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순간.


“크르르···.”


낮은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고블린 무리 다음엔 늑대들이야? 무슨 토너먼트도 아니고 얼른 덤벼라, 형 바쁘다.”


늑대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원초적인 도발은 짐승에게도 통하는지 선두의 늑대가 달려들었다. 나는 곰방대를 떨어트리지 않게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그리곤 야구 배트를 잡듯 양손으로 낡은 철검을 올리고 한쪽 발을 들어 올리고 기다렸다.


크앙!


“흥···. 처음에만 애먹었지 이제 너희들은···.”


총알처럼 달려든 늑대가 점프하여 공중에서 아가리를 벌렸다.

그 순간 벌어진 입 사이 커다란 파란 점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너무 쉽다고!”


퍼억!

늑대는 공중에서 세 바퀴쯤 현란하게 돌다가 떨어졌다.


“쩝···. 이번에는 영혼이 안 튀어나왔네. 영혼이 튕겨 나가는 게 꼭 스크린 야구 같아서 재밌었는데.”


몬스터들과의 이틀간 이리저리 뒹굴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지 남아있는 녀석들조차 손쉽게 마무리하고는 허리춤에 있던 곰방대를 꺼내 들었다.


비흡연자지만 이럴 때는 왜 담배를 피우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습관처럼 곰방대를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구름 같은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영혼으로 만든 연기는 그 사용 용도가 매우 다양하였다. 영혼구슬에 연기를 코팅하여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있게 하고, 전투 중에는 칼에 둘러서 공격력을 올리거나 몸에 둘러 갑옷으로 사용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맛이다.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감칠맛과 상쾌함이 감돌았다. 달콤하고 담백한데 개운하기까지 하다니!


“우으···. 역시 최고야. 어떻게 게임에서 이런 맛과 느낌을 구현해냈지? 몇 번을 들이마셔도 짜릿해! 늘 새로워! 영혼이 최고야!!”


앗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깜짝 놀라 얼른 정신을 차렸다. 이거 혹시 정말로 마약 같은 게 아닐까?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고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럴 때는 이곳에 혼자인 게 다행이었다.

곰방대를 빼고서 나는 아쉬운 눈길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죽은 몬스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으 이 영혼들도 중복으로 흡수할 수 있었으면 벌써 랭커가 됐겠다. 으 아까워라.”


죽은 몬스터들이 남기고 간 영혼구슬을 영혼 포식 스킬로 흡수를 하면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그건 한 종류의 몬스터에게 한 번씩만 가능한 것 같았다.


흡수하지 않았던 몬스터의 영혼은 늑대의 영혼이나 토끼의 영혼처럼 이름이 나왔지만 한번 흡수를 하고 나면 최하급 영혼이라고 이름이 바뀌어버렸다.


한 종류의 몬스터 당 한 번씩의 능력치 상승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기적인 능력임에 틀림이 없었다. 덕분에 능력치는 이미 15레벨의 수준을 뛰어넘어버렸다.


“상태창.”


[이름: 치우 칭호: 계승자

레벨: 15

종족: 도깨비

직업: 영혼 포식자

HP: 240 MP: 180


힘: 38 민첩: 33 체력: 24 지력: 18

포인트: 0

*스킬

-영안(영혼 길잡이 고유 패시브): 영혼을 볼 수 있는 눈

-영혼 추출: 혼을 뽑아낸다.

-영력 형상화: 영력을 형상화한다.

-영혼 포식(영혼 포식자 패시브): 혼을 먹어 능력을 흡수한다.

-영혼 타격(패시브): 도깨비의 공격은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피해량의 20%는 영혼에 직접 타격을 입힌다.

-영혼 보관: 영혼구슬에 연기를 덧씌워 보관할 수 있다.]


“좋아! 많이 강해졌다. 아이템이 부실한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이 정도면 공략할 수 있겠지?”


마을에서 별다른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출발하였기에 무기나 방어구들은 모두 몬스터를 잡고 나온 낡은 잡템이였다. 방금 사냥으로 떨어진 잡템들과 영혼을 인벤토리에 넣고 다시 던전 입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렇게 몇 시간 후.


“드디어 찾았다.”


작가의말

댓글과 선작 추천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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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담 19.03.14 85 3 7쪽
9 대적 19.03.14 68 3 7쪽
8 히든 던전의 보스 19.03.13 70 4 7쪽
7 하로스 길드 19.03.13 69 4 7쪽
6 비밀던전 19.03.12 88 4 11쪽
» 카베세라 산맥 19.03.12 95 4 11쪽
4 숨겨진 비밀 19.03.11 101 6 12쪽
3 계승자 +1 19.03.10 129 5 12쪽
2 도깨비라니요? +1 19.03.09 143 5 12쪽
1 당신은 시한부입니다. 19.03.08 206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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