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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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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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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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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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47화

DUMMY

"이건... 뭐야?"


작은 감옥의 문을 연 리피트. 그의 눈앞엔 소녀와 소년이 웅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겁에 질린 눈으로 리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하얀색의 머리카락, 백금색의 피부, 그리고 반짝이는 노란색의 눈동자를. 소년은 검은 색의 머리카락, 빨간 빛이 도는 은색의 피부, 거기에 붉은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리피트가 두사람에게 다가가자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가로막았다.


"다..다가오지 마세요!"


리피트는 소녀의 말에 멈춰섰다. 뒤에 웅크린 소년도, 앞에 서 있는 소녀도. 몸을 덜덜덜 떨고 있음이 보였다.


그런 두 사람앞에 루벨이 나섰다.


"얘들아. 우린 너희들을 이 감옥에서 빼내주려고 온 사람이야. 저기 저 엘프 언니 보이지? 저 언니랑 나랑은 너네처럼 감옥에 갇혀있었는데 이 오빠가 감옥에서 꺼내줬어."


그런 루벨의 말에도 소녀는 물러나지 않았다. 소년의 경계심까지 불러일으켰는지 뒤에있는 소년이 리피트 일행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편, 리피트는 처음보는 종족에 당황하고 있었다.


"루벨, 혹시 쟤네 종족이 뭔지 알아?"


종족을 묻는 리피트의 말에 소녀와 소년의 몸이 흠칫 떨렸다.


"쟤네들이요? 하얀 머리카락이 천족, 검은 머리카락이 마족이에요. 맞다. 쟤넨 이쪽 대륙에 안 사는구나. 그러면 처음보셨겠... 어? 천족, 마족 애들이 왜 여기 있지?"


"천족이랑 마족이라고?"


리피트는 루벨의 말에 기억나는 게 있었다.


'분명 동굴에서 만났던 그 언데드 기사가 천족 마족 남매가 있다고 했는데... 잠깐만, 그 때 분명히 남부 제국 감옥에 갇혀있을 거라고 했는데?'


리피트는 황급히 아공간을 뒤졌다. 분명 그 당시에 받았던 목걸이와 반지가 남아있을 터였다.


"찾았다."


"너네 어떻게 여기있어? 대산맥은 용이 아니면 아무도 넘을 수 없을 텐데?"


리피트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루벨을 옆으로 밀었다. 아이들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루벨. 니가 화를 내니까 애들이 완전 겁먹었잖아..."


"네? 얘들아 아니야. 화가 난게 아니라 목소리가 큰 거야."


"됐어."


리피트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남매를 쳐다봤다.


"얘들아. 음... 뭐라고 해야하나. 오빠가 예전에 동굴에서 어떤 분께 받은게 있는데..."


리피트는 꺼내놓았던 목걸이와 반지를 꺼냈다. 그걸 본 두 아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리피트는 그들에게 한걸음 다가가 두 개의 장신구를 내밀었다.


"그 분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거든?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스투포르라고 하셨어. 혹시 그 분이 너희 아버지 맞니? 맞으면 이걸 가져가."


잎에 있던 소녀가 손을 뻗다가 멈췄다. 아무래도 리피트가 경계되는 모양이었다. 리피트는 그 둘이 보는 앞에서 조심스럽게 장신구 두 개를 내려놨다. 그러곤 뒤로 물러났다. 그걸 본 소녀가 재빨리 장신구를 가져갔다. 뒤에 있는 소년과 함께 반지와 목걸이를 확인하는 남매. 그런데 그들이 장신구들을 만지자 장신구에게서 무언가 영상이 나타났다.


'이런...'


리피트는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 아티팩트를 전해달라던 해골 기사. 리피트는 아이들이 그 영상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


"나가자."


"네?"


"다들 여기서 나가자 빨리."


리피트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모습을 편하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일행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닫는 그 순간. 리피트는 떠오른 영상의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와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가 돌아보며 인사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ㅡㅡ

외전.


위이잉. 위이잉.


"쉬엔. 전화 왔다, 전화 좀 받어봐."


"누구한테서 온건데."


"루벨."


"루벨? 왠일이지? 또 저번처럼 오락실에서 신기록을 세운건가?"


쉬엔은 아무 생각없이 전화기를 확인했다.


"뭐야? 전화가 아닌데?"


우우웅. 우우웅.


그녀의 전화기엔 통화표시가 뜨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진동하는 그녀의 휴대전화기.


"문자는 커녕 전화도 거의 안 하는 애가 왠일로 이렇게 끊임없이 문자를 보낸데?"


쉬엔은 별 생각없이 휴대폰을 열었다. 그녀의 핸드폰에서 울리던 진동은 어느새 옆에 있던 물루의 전화기로 옮겨간 상황이었다.


"나도 루벨인데? 뭐 잘못 먹었나? 왜.. 헉! 이게 뭐야!"


"말도 안돼! 얘 뭐야? 대체 어떻게!"


어느 여관에서 머무르고 있던 남매는 친구가 보낸 사진에 이곳이 여관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ㅡㅡ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헤헤헤."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인 쉬엔과 물루에게 리피트 일행과 찍은 사진들과 사인을 보낸 루벨. 자신이 전화를 걸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문자만 보냈다. 왜냐하면 그걸 본 두 사람은 지금처럼 반드시 전화를 줄게 분명했으니까.


"흠흠. 여보세요?"


"야! 이거 사진 뭐야! 너 지금 어디야?"


"차분히 말씀하시죠. 쉬엔 씨."


"장난치지 말구 너 어디야. 도대체 어떻게 미르네 님이랑 아르보레 님의 사인이랑 사진을 찍은거냐구!"


"거기에 리피트 님의 것도 있어. 아쉽게도 데르카스 님은 직접 만났지만 바쁘신 일이 있으신지 사인이랑 사진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직접 봤어."


"와..."


"우리도 그때 한 번 밖에 못 봤었는데. 부럽다."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쉬엔.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물루의 탄성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에 루벨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 앞으로 한동안 리피트랑 미르네 님이랑 아르보레 님이랑 같이 다닐 것 같아. 사진 찍을때마다 너네한테도 보내줄게."


"으으, 부러워!"


한동안 두 사람의 부러움 섞인 질투를 받은 그녀는 곧 그들과의 통화를 마무리하곤 리피트 일행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ㅡㅡ


"다른 감옥도 열자."


"이거 여는게 어때요?"


아르보레가 감옥 하나를 가리켰다.


남아있는 감옥은 두개였는데, 그 중 아르보레가 가리킨 건 뭔가 어중간한 크기의 감옥이었다. 참고로 남은 하나는 꽤 커다란 감옥이었다.


"저도 이게 좋을 거 같아요!"


"나도."


냉큼 아르보레의 편을 드는 엘프 쥬에나와 두사람이 같은 걸 선택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가세하는 루벨. 리피트는 미르네를 잠깐 쳐다봤다. 미르네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선 감옥 쪽을 향해 다가갔다.


리피트는 혹시 몰라 영약들을 조금 먹었다. 이젠 영약들도 거의 남지 않았다. 두개의 감옥을 열기 위한 준비였다. 그리고 영약으로 채워낸 마나덕에 눈앞의 감옥도 순조롭게 문을 만들 수 있었다.


"들어가볼까?"


문을 열고 들어간 리피트 일행을 맞아준 건 소파 의자에 앉아있는 늙은 할아버지였다.


"자네들은... 누군가? 죽음의 인도자 분들이신가?"


"어... 감옥을 풀어주는 사람들인데요."


"감옥을 풀어준다고? 이걸? 제국의 특수감옥을?"


허허허허, 눈앞의 노인은 재밌다는 듯 배를 잡고 웃어댔다.


"인도자분들은 유머도 출중하구만. 아니지, 죽으면 어쨌든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거니까, 틀린말도 아니구만! 하하하."


"진짠데..."


늙은 할아버지가 의자에 손을 짚더니 힘겹게 일어났다.


"내가 시간을 조금 끌어버렸구먼. 늙어서 그러니 이해 좀 해주시게. 안 갈 생각은 없어. 이만큼 살았으면 갈 때도 됐지. 자네들을 따라가면 되는가?"


"네.. 뭐 일단 이쪽으로.."


어느새 다가간 쥬에나가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문 밖으로 걸어나온 할아버지는 아직도 상황이 파악이 안되시는 모양이었다.

"그래. 이젠 어디로 가는가?"


"네? 아, 일단은 감옥들응 다 열어보고 밖으로 나갈거에요. 경비병들이 안오게 만들기도 해야하고 아직은 할 일이 많거든요."


"인도자 분들도 바쁘시구만, 허허."


노인은 리피트의 말을 잘 이해를 못했지만, 대충 넘어갔다.


리피트는 그 사이 남아있는 한 곳의 감옥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을 얹어 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름 꽤 큰 감옥이다 보니 이전의 두 곳처럼 빠르게 되지는 않았다. 리피트가 빠진 사이 노인과 루벨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범, 할아범은 왜 여기 들어왔어?"


"할아범이라니, 예의는 어느정도 챙겨야 한... 드래곤님? 어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드래곤 님을 못 알아보고."


몸울 부들부들 떨며 허리를 숙이는 노인에게 루벨이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편하게 말해도 돼. 나 그런거 신경 안 써. 손녀라고 하나? 그런거처럼 대해줘."


그 말에 노인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원래대로 말투가 돌아왔다.


"그럴까? 허허허. 내가 태어나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게 드래곤과의 대화였는데, 이렇게 죽어서라도 꿈을 이루니 행복하구만. 난 드래곤들이 사실은 참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할아범의 말이 맞아. 드래곤들은 대부분 착해. 이상한 놈 몇몇이 물을 흐리는거야. 근데 할아범 아직 안 죽었어. 멀쩡히 살아있다고. 나를 봐봐 죽은 거 같아?"


"허허, 그럼. 난 너가 죽은 것처럼 보인단다.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게 아니라 너가 죽었다는 말이 되겠지."


"...??"


루벨은 고개를 돌려 라피트를 쳐다봤다.


"리피트, 나 죽은거야?"


"죽었겠냐... 지금 집중해야되니까 이상한 이야기들 좀 하지마."


'저 할아버지는 왜 자꾸 죽은거라고 생각을 하시지? 갇힌지 오래되셨나?'


리피트는 떠오른 상념을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이윽고 눈앞의 감옥에도 리피트 일행이 들어갈만한 문이 완성되었다.


리피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한가운데 누워있는 인영이 보였다. 리피트는 황급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뼈에 가죽만 들러붙은 모습으로 하얗게 털이 센 수인이 쓰러져 있었다.


'숨은 쉰다.'


리피트는 우선 그에게 정화 마법을 사용하고 난 뒤에 물을 먹였다. 그러고는 아공간에서 스프를 꺼내 먹였다.


그렇게 얼마동안을 먹였을까 기절한 듯 하던 수인이 정신을 차렸다.


"으음... 이건?"


"움직이지 마세요. 온 몸에 무리가 갈거에요. 일단 저희가 스프를 드리고는 있으니 허기가 다 차시면 그때부터 조금씩 움직여보세요."


고개를 조금씩 저어보던 수인이 리피트를 향해 물었다.


"나는 죽은건가?"


"아뇨. 살아계신겁니다."


수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리피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나는 모셀랑 왕국의 왕인 플렘베의 동생인 플렘테 일세. 이 일은 왕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꼭 보답하도록 하겠네."


"플렘베요?"


리피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 플렘테가 쳐다봤다.


"왜 그러나?"


"그게... 제가 알기론 지금 모셀랑 왕국의 국왕이신 분은 플벤죠 님이신데요."


"플벤죠? 그게 진짜인가?"


"네? 네."


"말도 안돼... 내가 이곳에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갇혀있었다니."


플렘테는 리피트의 부축을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마자 볼수 있었던 건, 죽음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중인 노인과 귀를 틀어막고 있는 루벨이었다.


"메네우스? 니놈이 왜 여기에?"


"응?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건가? 플렘테 니놈이 왜 여깃지?"


"이 놈! 죽여주마!"


노인에게 달려드는 늙은 수인. 하지만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해서 인지 수인은 비틀거리더니 나동그라졌고, 달려드는 수인을 피하려던 노인도 넘어졌다.


"으악! 뭐야? 난 죽은게 아니었나?"


"그러니까 멀쩡히 살아계시다니까요..."


땅에서도 아둥바둥 팔을 휘두르는 늙은 수인 플렘테, 그리고 그걸 피해 다니는 노인 메네우스, 흥미롭게 바라보는 루벨과 아르보레 뒤에 숨은 쥬에나까지. 리피트와 미르네는 저도 모르게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놈! 이 놈!"


"아파! 아프다네! 하지마!"


"두 분 좀 떼어놔!"


두 노인을 떼어내고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리피트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ㅡㅡ


"그러니까... 플렘테 님은 메네우스 님 때문에 여기에 갇히셨다?"


한참 뒤, 리피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고 있었다.


"그래! 이 새ㄲ... 이 자식이 나한테 새로운 재미난 걸 보여주겠다고 해서! 그래서 신나서 잡혀있던 결투 일정도 다 미뤄놓고 왔는데! 여기다가 가뒀어!"


"으흠. 그건 실수였네. 황제 폐하께서 설마 자기의 물건을 건드리면 바로 감옥이 전개되도록 만드셨을지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솔직히 내 말에 냉큼 온 자네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야."


"그걸 말이라고!"


"막말로 그 물건도 그래. 사용하는 사람이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저 주둥아리에서 튀어나오는 단어들 좀 보게! 이거 좀 놔 봐! 한 대만 때리겠네! 좀 놓게!"


리피트는 달려드는 플렘테를 어떻게든 막아냈다.


"그러면 메네우스 님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플렘테 님이야 모셀랑 왕국의 왕족이시고."


"나는 제국의 재상이었지."


"재상이요?"


리피트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래. 원래 제국의 재정과 기밀, 모든 걸 담당하는 몸이었지."


"그러면 플렘테 씨와는 어떻게 알게되신 거에요?"


"어쩌다보니 친해졌어. 나는 친구의 나라라고 모셀랑 왕국을 얼마나 많이 챙겨줬는데, 그런것도 모르고 저 녀석은 나한테 저런 태도니, 에잉. 모셀랑 왕국 콱 망해버려라!"


"이.. 이 놈이!"


리피트는 날뛰는 플렘테를 다시 한번 붙잡았다.


"그러면 그런 메네우스 씨께선 감옥엔 왜 갇히신 건데요?"


"아, 이거? 이건 나를 질투한 다른 귀족들이 모함을 해서 그렇지. 모두들 나를 둘러싸고 마법을 퍼붓더군. 나도 마법을 조금은 쓸 줄 알아서 반항해봤는데 턱도 없었지."


"질투라니..."


그런걸로도 이렇게 가둬지다니 리피트는 메네우스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그러니까 말일세. 나는 황제 폐하의 물건을 가지고 오기만 했을뿐 만진건 저 녀석인데 왜 나까지 세트로 벌을 받아야 하는건지."


눈 앞의 노인에게 궁금한 게 떠오른 리피트.


"허락을 받고 가져가셨던거죠?"


"당연하지! 재상인 내가 가져가겠다는게 폐하의 허락이지 무슨 다른 허락이 필요하겠는가."


"...?"


생각이 살짝 꼬인 리피트에게 이번엔 메네우스가 질문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 도대체 이 특수 감옥을 어떻게 푼건가? 내가 처음에 자네들을 만났을 때 죽은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 마법은 풀 수 없다고 알려진 마법이기 때문이야. 우리 제국의 비장의 카드이기도 한 마법인데, 무슨 요술을 부린건가?"


"그냥... 마법식을 덧씌워서 밖으로 나갈수만 있게 만들고 있어요."


"오오. 대단하구만."


리피트의 말에 메네우스가 박수를 쳤다. 그런 메네우스에게 리피트가 질문들을 던졌다.


"근데 플렘테 씨에게 대체 뭘 보여주려 하셨던 거에요?"


"아, 이걸세."


메네우스는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큰 도장 같은 것이었다.


"나를 수많은 마법사가 둘러싸고 특수감옥에 집어넣으려는 그 순간! 내가 이 악물고 끝내 이걸 가져왔지. 이게 뭐시냐면! 바로 초대 황제로부터 대대로 이어오던 황제의 옥새라네!"


'안 죽은게 용하다 진짜..'


리피트는 싸늘한 시선으로 재빨리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재상이셨으면 이런 감옥이 몇개나 되는지 아시겠네요?"


"지금은 알 수 없네. 이 마법은 만든지 좀 됐지만, 오래된 마법은 아니야. 아마 밖으로 나가면 우리가 몇번째 칸에 들어가있는지 알 수 있을거야."


"저희는 들어온지 얼마 안됐으니 아마 여기가 제일 최근에 만들어진 방일거에요."


"그렇구만. 그리고 감시병들이 순찰할테니.."


"여긴 안 와요."


"으음..."


"여기서 나가는 길도 아시죠? 다른 감옥으로 가시는 길도 아실거고."


"그건 그렇네만..."


"그러면 이따가 안내 좀 해주세요."


리피트는 그 말을 마치곤 어린 남매가 있던 감옥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만, 자네 설마 이곳을 탈옥할 셈인가?"


리피트는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섰다.


"네. 저뿐만이 아니라 이 곳에 갇힌 모두를 풀어줄 겁니다. 저를 가둔만큼 이 정도 일의 책임은 져야죠."


"말도 안되는 재앙들이 있을 수도 있어! 그들이 풀려나면 어떻게 할건가!"


"그건..."


리피트는 순간 대답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무고한 이들까지 죽게 만드는 것,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리피트가 결심을 내렸다.


"어쩔 수 없.."


"그런 자네를 위해 팁을 하나 주자면 이 감옥들은 나가면 곧장 황궁과 이어져있는, 평민들의 피해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에 위치해있지."


메네우스의 표정은 아주 침착했다. 그야말로 재상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전부 탈옥 시켜야죠?"


"그렇지!!"


리피트는 만세를 부르는 메네우스를 쳐다봤다.


'정상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눈 앞에 있는 감옥의 문을 열었다. 이 감옥은 어린 남매가 갇혀있던 곳이었다.


어린 남매는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하지만 반지와 목걸이를 소중하다는 듯 꼭 안고있었다.


"감..감사합니다."


남매는 리피트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리피트는 그런 그들애게 애써 웃어보였다.


"우린 일단 여길 나갈 생각을 하고 있어. 어때, 너희들도 밖으로 나가볼래?"


리피트의 말에 남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피트가 손을 내밀자 남매가 한 손씩 손을 잡았다. 리피트는 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ㅡㅡ


갑자기 대 인원이 된 리피트 일행들. 이들의 목표는 이 거대한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거였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특수 감옥에 갇힌 모두를 풀어주는 일. 이를 위해 리피트는 일행들과 함께 감시병들을 찾아다녔다. 감옥이 워낙 넓다 보니 감시병을 찾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저기 있어요."


감시병을 발견한 건 페르와 파르, 천족,마족 남매였다. 리피트는 미르네와 함께 남매가 말해준 곳으로 다가갔고, 재빨리 그들이 다른 곳을 보는 순간, 곧장 그들을 붙잡은 뒤 기억을 고쳐버렸다. 이제 감시병들은 이곳에 오지도 않은채 모든 감옥이 멀쩡하다고 보고를 올릴 것이었다. 얼마 안 가 위쪽에서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걸리겠지만, 리피트에겐 그 얼마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 다음에 행한 일은 메네우스의 안내를 받아 모든 감옥안에 갇힌 이들을 풀어내는 것이었다. 리피트 일행이 있던 곳은 [ E ]라고 적힌 감옥 방이었고, 메네우스에 따르면 4개의 방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감옥에 간 리피트는 깜짝 놀랐다 이곳에는 자신이 있던 곳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수의 감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든 감옥을 풀 수는 없는 노릇, 리피트는 가장 완벽한 탈옥및 깽판 계획을 그리기 시작했다.


ㅡㅡ


"아오 힘들어."


며칠 뒤, 모든 작업을 끝내고 바닥에 누워있는 리피트. 그 며칠 사이 플렘테와 메네우스의 몸상태는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남매도 더이상 리피트 일행을 겁내지 않았다.


요 며칠간 리피트는 아직까지 생존한 이들이 있는 감옥엔 모두 문을 만들어 주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해 남은 영약들을 모두 털어먹기도 했다.


"1시간 남았다."


리피트가 그들의 문을 완전히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정한 시간에 모든 문이 한번에 열리게끔 설정하여 모두들 한 마음으로 뛰쳐나가게끔 만들었다. 황궁으로 향하는 길을 표시해놓은 것은 덤이었다.


감옥 안에는 상상도 못할 재앙들이 몇개 있기는 했지만, 리피트는 애써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나를 가두지 말았어야지.'


리피트는 마음을 굳게 다졌다. 그런 그를 향해 메네우스와 플렘테가 찾아왔다.


"리피트. 그럼 우린 이만 먼저 가보겠네."


"네. 조심해서 가세요."


"고마웠네. 나중에 내가 크게 한턱 쏘지."


두 사람은 리피트 일행과 함께가 아닌, 따로 돌아다니길 원했다. 리피트 일행과 헤어지게 될 것이니 먼저 떠나겠다는 의사도 예전에 말해왔었고, 리피트는 그걸 허락했었다.


'플렘테 씨도 메네우스 씨도 어느정도 건강을 되찾으셨으니 문제는 없겠지.'


시간이 흐른 뒤 리피트가 기다리던 시간이 거의 다 되자 리피트는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드래곤 루벨, 엘프 쥬에나, 천마족 남매 페르,파르, 미르네와 아르보레까지.


"좀 있으면 문이 모두 열릴거야. 일단 우리의 목적지는 대산맥을 넘어가는 거야. 얘네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고 싶거든."


리피트는 페르와 파르를 바라봤다. 루벨의 말로는 원래 천족과 마족은 대산맥 너머에 존재하는 종족들이라고 한다. 리피트는 그 곳에 남매를 우선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거기에 다른 유적지들이 많기도 하고.'


리피트는 쥬에나를 쳐다봤다.


"원하면 엘프의 숲에 데려다 줄 수도 있어."


쥬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저는 애초에 숲에만 있기 싫어서 나왔던데다가, 여기 이렇게 아르보레 님이 계신데 제가 어디로 떠나겠어요."


리피트가 루벨에게도 물어보려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5분정도 남았네."


리피트가 탈옥을 앞두고 설정해놓은 알람소리였다. 리피트는 일행들을 둘러보곤 나가는 입구로 향했다.


"우린 미리 빠져나가자. 굳이 여기서 난장판을 겪을 이유는 없지."


리피트 일행은 메네우스가 표시해놓고 간 길을 따라 달렸다. 이미 밖으로 향하는 길은 모두들 한번씩 확인했기 때문에 무리없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기가 너무 신선해..."


빠져나온 그들을 맞이한 건 거대한 숲과 넓게 포장된 길이었다. 루벨은 오랜만의 바깥공기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루벨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들 오랜만에 맞는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아.. 이 비타민이 생성되는 느낌.."


감탄을 내뱉는 미르네와 리피트 일행들. 슬프게도, 리피트 일행이 진심으로 즐기던 그 시간은 얼마가지 않아 군대처럼 보이는 이들이 다가오며 망가졌다.


"그러니까, 감시병 녀석들이 들어가지도 않고 모두 확인했다고 결과를 올린단 말이지?"


"네. 문제는 그들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걸로 봐선 정신 마법에 당한 것 같습니다."


"대체 가지고 있던 아티팩트는 어떻게 하고 그런걸 당한단 말이냐!"


"그들은 그 아티팩트를 잃어버렸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뭐? 위쪽의 귀물들을 노리는 거면 큰일인데. 뭐 다행히도 감옥은 풀 수가 없으니 그 점은 안심이군."


"그렇습니다."


"저건 뭐지?"


앞에서 다가오던 군대가 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자연을 즐기는 리피트 일행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뒤늦게 그들을 깨달은 리피트가 급하게 아공간에서 마법 마차를 꺼냈다. 미르네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한명씩 마차로 태웠다.


"들어가, 들어가. 루벨! 너도 빨리 들어와."


"행동을 멈춰라! 어디서 온 이들이냐!"


"듣지마! 빨리 빨리 타!"


마차 안은 다행히 모두가 들어갈 만큼 공간이 충분했다. 물론 평소처럼 잠들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미르네가 빠르게 운전대를 잡았지만 군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더이상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즉시 공격하겠다."


"리피트? 어떡하지?"


"음..."


리피트는 손목 시계를 슬쩍 쳐다봤다. 모두가 감옥을 찢고 나올 시간이 1분도 채 남지 않았다.


"일단 가만히 있어. 문은 열어주지 말고. 감옥에서 애들 튀어나오면 그 즉시 길따라 밟아."


"알았어."


미르네는 리피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군대를 이끄는 대장은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다. 자신이 이끌고 온 부대는 황궁의 직속 부대. 이곳 건물의 최상층에 있는 귀물들이 도둑맞았을까봐 황제의 명령에 의해 이곳에 오게된것인데, 감옥과 귀물을 둔 이 건물은 애초에 나가는 길이 한 곳 밖에 없었고, 들어갈 때도 나갈때도 황제의 허가증이 없으면 오고가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지?'


"모두 마차에서 내려라! 너희들에게 몇가지 질문을 해야겠다."


"..."


마차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당황한 대장이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나는 황궁 근위대 5번대 대장인..."


콰아아앙!


들려선 안될 소리에 군대의 모든 이들이 건물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건물의 지하실들이 폭파되고 있었다.


"미르네, 지금이야!"


미르네는 기다렸다는 듯 최고속도로 차를 몰았다. 앞에 누군가가 막고있었지만 그냥 치고 지나갔다. 어차피 강해보이는 이니까 차에 치인다고 죽지도 않을터, 리피트 일행은 곧장 길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ㅡㅡ


퍼억!


"크윽! 이 미친 자식들이!"


황궁근위대 5번대 대장 인파투스는 자신을 치고간 마차를 바라봤다.


"수배로 넘길거다 이 자식들!"


몸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난 인파투스. 그러고는 자신의 군대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모두의 상태가 이상했다. 입을 떡 벌린채 한 곳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인파투스는 그들이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억!"


하늘로 솟구치는 새까만 익룡, 역병을 몰고오던 최악의 벌레군단들, 지나가던 곳마다 독지로 변화시키던 거대한 뱀 등등. 제국이 봉인했던 최악의 재앙들이 수십년간 굶주린 배를 가지고 풀려났다. 하늘 한가운데로 날아오른 익룡의 위를 태양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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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19.06.01 139 1 25쪽
62 61화 19.05.31 151 1 23쪽
61 60화 19.05.29 143 1 29쪽
60 59화 19.05.27 152 1 18쪽
59 58화 19.05.26 165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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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19.05.24 168 1 26쪽
56 55화 19.05.22 157 1 16쪽
55 54화 19.05.20 146 2 21쪽
54 53화 19.05.19 157 1 14쪽
53 52화 19.05.18 177 1 19쪽
52 51화 19.05.17 181 2 23쪽
51 50화 19.05.15 175 1 16쪽
50 49화 19.05.13 172 1 30쪽
49 48화 19.05.12 189 1 21쪽
» 47화 19.05.11 202 2 25쪽
47 46화 19.05.10 182 1 22쪽
46 45화 19.05.08 207 1 21쪽
45 44화 19.05.06 217 1 31쪽
44 43화 19.05.05 175 1 16쪽
43 42화 19.05.04 183 1 21쪽
42 41화 19.05.03 176 1 19쪽
41 40화 19.05.01 182 1 12쪽
40 39화 19.04.29 199 1 21쪽
39 38화 19.04.19 193 1 30쪽
38 37화 19.04.17 189 1 20쪽
37 36화 19.04.15 188 1 22쪽
36 35화 19.04.14 224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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