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나 그리고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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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잠이최고야
작품등록일 :
2019.03.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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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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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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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부 빛과 어둠

DUMMY

4부








" 좀 진정이 돼?"



이안이 아이리스에게 조심이 말을 꺼내자 아이리스는 공허한 눈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간신히 엄마를 향한 눈물을 멈추고 나서 아이리스는 다시 외딴 오두막집으로 들어섰다. 아직 클레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를 쭉 보던 아이리스는 드디어 이안과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 어떻게.. 된 거예요?"



그의 말에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아이리스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이안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 역시 상당히 지쳐 보였다.



" 그 일이 있고 나서 너 오 일 만에 깨어났어. 우리는 너희를 발견하자마자 근처 마을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내려왔다니. 아이리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간신히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뒤처졌다. 이안은 아이리스의 손을 잡았다. 그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며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아이리스. 나 너희 어머니를 만났다.”



이안의 말에 아이리스는 공허한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언제요. 며칠 전에. 이안은 아이리스 앞에 마주앉아서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잘 들어 아이리스. 열흘 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그리고 너희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이안은 아이리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했다.



“ 나와 이사벨라가 그곳에 달려갔을 땐, 그는 도망치고 난 후였어. 너희는 모두 쓰러져 있고, 급한 대로 우리는 이곳으로 너희를 데려왔어. 그 일이 일어난 후로 마르멜로도, 다른 정령들도 보이지 않았어.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이야기를 끝냈지만 여전히 이안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때 그녀가 죽을 줄 알았더라면 끝까지 달려가 그녀를 붙잡는 거였다. 마치 죄지은 듯 울상인 이안의 모습에 아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에요. 그래도 당신은 한 번이라도 제 엄마를 보았잖아요. 그녀를 보지 못한 건 정작 자신이었다.



" 그녀가 널 지키기 위해서였단 걸 알아줘.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대신 사프란을 찾았다. 아까부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뜬 순간에도 지금도. 아이리스는 이안이 말해준 곳으로 사프란을 찾아 나섰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큰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곳에 그녀가 등을 돌리고 있었다. 사프란. 아이리스의 목소리에 사프란은 고개를 들었다.



" 어. 깼네. 다행이다."



다신 못 보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사프란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아이리스는 픽 웃으며 그녀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기분 좋은 물 냄새가 느껴졌다. 맑은 폭포와 그들 사이로 무지개가 보였다. 푸른 폭포. 푸른 하늘. 푸른 냄새. 그리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떠올랐다. 사프란도 푸른 물을 내려다보며 그때의 일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 너도 봤지? 그때 내가 아닌 다른 존재 말이야."




아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눈의 그녀는 사프란이 아니었다.



" 널 찾으러 그 숲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널 찾을 수 없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걸어도 계속 걸었던 길만 나오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 순간, 나한테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



` 나에게 몸을 빌려줘. 그럼 그 애에게 데려다줄게.`



정신을 들어보니 눈앞에는 너와 클레이가 쓰러져 있었어. 모두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그 정령이 너와 그녀를 구해줬단 것만은 알아.



" 몸을 빌려줄 때 대가를 말하진 않았나요."


" 대가는 없었어. 다만, 아주 오래전 내 꿈속의 악몽이 그녀였단 것을 알았어. 그녀가 내게 계속 말을 걸었던 거야."



물론 지금은 그녀의 기운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 이제는 내 안에 그녀는 없어. 사프란은 후련한 듯 기지개를 폈지만, 곧 그녀는 허탈이 숨을 내뱉었다.



" 난 내 힘으로 모든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웠어."



아이리스. 네 심정을 조금은 알겠더라.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지도 알 것 같다. 사프란은 아이리스의 손을 잡았다.



“ 이안에게 소식 들었어. 정말 유감이야.”



그의 어머니를 정말 보고 싶었다. 그녀 또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을까. 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위태로운 상황에서 홀로 서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리스도, 릴리도, 클레이도, 이안도, 이사벨라도. 폭풍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사람들. 그 밖에서 나는 위태로이 서 있는 그들을 바라본다. 다가가려 해도 거센 바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안으로 들어서려면 죽음을 각오하고 거대한 바람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대로 한 가지 다행인 건, 이제는 가려진 너를 볼 수 있고 나도 너와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아이리스.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너의 세상에 닿았다. 이제 내가 너의 세상으로 한 걸음 들어간다. 그러니 날 잘 붙잡고 이끌어줘. 아이리스는 망설였다. 하지만 욕심내고 싶었다. 그녀가 없는 삶을 살기 싫었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게 어디든, 어디로 향하든.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는 싫다. 더는 잃기 싫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고 같은 길을 걷는다. 이안. 이사벨라. 클레이. 그리고 사프란. 남은 사람들을 반드시 지켜내자고 소년은 다짐했다. 아이리스는 사프란의 손을 꽉 잡았다.



“ 사프란. 내 손을 놓지 말아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사프란은 환히 웃었다. 그래. 절대 너의 곁을 떠나지 않을게. 너의 곁에서 최선을 다할게. 마지막 순간까지 너와 함께할게. 아이리스.





*





밤이 되었다. 밖에 나온 이안은 초조한 얼굴로 누군가를 기다렸다. 곧 말발굽 소리와 함께 작은 오두막 앞으로 이사벨라가 나타났다. 이안은 이사벨라를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이안 앞으로 다가온 이사벨라는 말에서 내려와 곧장 이안과 함께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미리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리스와 사프란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사벨라는 바로 클레이를 찾았지만 아직도 잠들어 있는 클레이를 발견하고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넷은 다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무거운 분위기 사이로 이안이 첫 입을 뗐다.



“ 모두 모였으니, 이제 말해줄게. 아이리스, 네가 깨어나기 나흘 전, 먼저 일어난 사프란에게 모든 일을 들었어. 부서진 성전을 찾고 있었다고.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너희를 대신해 성전을 조사했어. 둘이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이사벨라는 번갈아가면서 부서진 성전을 하나를 찾았어.”



이안은 말을 하면서 그들이 있는 장소에서 가까이 표시된 지도를 가리켰다. 그들이 가고자 했던 성전이었다.



“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럼 남은 건 하나.”



그는 지도에 엑스자로 표시된 성전을 지나쳐 맨 북쪽 저 멀리 떨어진 곳에 표시된 성전을 손으로 가리켰다. 오늘 이곳에 이사벨라가 다녀왔어. 그의 말에 아이리스와 사프란은 동시에 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이사벨라는 차분히 그들에게 말했다.



“ 멀리서 보았지만 느껴졌어요.”



사악한 악의 기운으로 가득한 부서진 성전이 보였어요. 마르멜로가 말한 성전이 맞았어요. 그들은 그곳에 있어요. 이사벨라의 보라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아이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거의 다 왔다. 그러나 이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문제는 클레이야. 그녀가 깨어나질 않아.”



아이리스. 그녀의 상처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가. 계속 치료를 해도 그녀의 상처가 나아지지가 않아. 네 사람의 시선이 클레이에게 향했다. 클레이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의 입술은 피부만큼이나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녀는 긴 악몽을 꾸고 있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이안과 이사벨라는 클레이가 매우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아이리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 괜찮아요. 지금 누나는 깊은 잠에 들었어요.”


“ 잠?”


“ 그래요. 깊은 악몽을 꾸고 있는 거예요. 기다리면 누나는 곧 깨어날 거예요.”



걱정 말아요. 걱정이 안 될 수 없었지만 어느새 변한 아이리스의 검은 눈동자를 본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는 검은 우주를 품은 눈으로 클레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말하려 애쓰고 있었다. 누구에게 말하는 것일까. 누구를 만나고 있는 것일까. 누나가 꿈을 꾸는 게 정말로 꿈일까. 아이리스는 무의식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클레이에게 속삭였다. 얼른 돌아와. 누나. 얼른 일어나.




*





차가운 것이 얼굴에 닿았다. 그것은 닿자마자 따듯한 온기에 녹았다. 클레이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하얀 세상이 보였다. 자신은 하얀 세상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클레이를 내려다보는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클레이에게 인사했다.



- 안녕. 클레이.


- 안녕 하세요.



클레이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인사했다. 클레이의 인사에 여인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던 클레이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있었는지 눈 속에 몸이 파묻혀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춥지 않았다. 살결에 닿는 눈은 차가웠지만 아주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클레이는 눈을 털어내지도 않고 여인과 눈을 맞췄다.



- 구해줘서 고마워요. 그때 그 푸른 눈동자. 당신 맞죠?



여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하늘처럼 푸른 눈동자를 본 순간 클레이는 그녀에게서 다른 여인을 떠올렸다. 이제야 기억났다. 그녀의 이름.



- 당신이 누군지 기억났어요. 데이지. 당신이군요.



그녀의 눈이 기쁨으로 커졌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얼음 속에 갇혀있다 이제야 깨어난 거군요. 아니. 네가 날 깨워준 거야. 멈춰버린 시간에 갇혀 있던 나를 네가 깨워준 거야. 클레이. 데이지는 클레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부드러운 손길로 클레이의 뺨을 잡았다.



- 나는 오랫동안 너를 찾았어.



네게 보답하고 싶었어. 네가 그와 나의 저주를 풀어주었잖니. 그녀의 푸른 눈이 흔들렸다. 차갑고 서린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보였다. 분명 그녀의 손은 차가운데 그녀에게선 따뜻함이 느껴졌다. 클레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한때 어린 소녀였던 클레이를 바라보던 데이지는 천천히 손을 떼더니 그녀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이제 작별인사 할 시간이야.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야. 그가 기다려. 그녀의 목소리가 동굴처럼 크게 울렸다. 클레이와 그녀 사이로 검은 소용돌이가 생겼다. 어둠이 널 기다리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클레이는 직감적으로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지.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검은 소용돌이에 가려진 그녀는 오로지 목소리로만 클레이에게 속삭였다. 그가 고맙다고 전해달래. 검은 소용돌이가 더욱 커졌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와 클레이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 클레이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검은 소용돌이 앞에 섰다. 소용돌이 너머는 아주 고요한 암흑만 보였다. 클레이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 갔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데이지.


클레이가 검은 세계로 넘어가자 그녀의 세상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지며 다시 눈이 내렸다. 다시 하얀 세상으로 돌아왔다. 클레이가 사라진 곳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데이지는 문득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녀는 푸른 숲이 가득한 초록빛 눈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알로에. 초록 눈을 가진 신은 그에 대답하듯 조용히 얼음의 정령의 이름을 불렀다. 데이지.


*






검은 암흑 숲,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클레이는 검은 숲을 걸었다. 그때의 그 길은 지금도 다를 건 없었다. 클레이는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10년 전에도 그랬듯이 그녀는 신전에 도착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때는 어둠과 함께였지만 지금은 클레이 혼자였다. 클레이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은 검은 거울에게 손을 뻗었다. 거울의 차가운 표면과 손이 닿는 순간 그녀는 어디론가 끌려가버렸다.




*




그곳은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었다. 온 세상에 암흑뿐이었고 긴 시간동안 세상에 있었다. 내가 어둠이라고 자각하기 시작한 건 내게서 빛이 태어난 순간부터였다. 빛은 어두운 내 세상을 환희 비추었다. 그곳이 얼마나 깊은 곳이든, 얼마나 어두운 곳이든 빛은 항상 그 작은 곳에서조차 피어났다.


나는 세상의 소멸이자 어둠이지만 빛은 세상의 창조이자 빛이다.


어둠과 빛, 언제부터 우리는 존재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나는 빛보다 먼저 나 자신을 깨달았다. 그리고 빛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를 알려주었다. 내가 누군지 깨닫는 순간, 나에게는 힘이 생겼다. 거대하고 끝없는 힘. 인간들을 우리를 신이라 불렀다.


그들은 어둠을 소멸이자 파괴라 불렀다면 빛은 창조이자 희망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대로 우리는 그런 힘을 가졌다. 우리는 그들의 어둠과 빛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의 창조이자 희망인 빛은 인간에게 무한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때로는 인간의 총명함에 감탄하다가도 무지함에 안타까워했다.


지혜와 힘을 가진 그는 인간을 생명의 나무라 칭했다. 깊은 뿌리를 가지고 태어나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그런 존재. 그는 신성하고 무한한 힘을 가진 자신이 힘을 준다면 그 나무는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신성하고 거대한 생명의 나무. 빛은 그렇게 인간 세상에 내려갔다.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땅에서 메마른 소녀의 부름에 빛은 응답했다. 소녀가 빛을 부른 게 아닌, 빛이 스스로 소녀에게 내려왔다. 빛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메마른 소녀에게 신성한 힘을 선물했다. 소녀를 만지는 순간 신은 소녀의 미래를 보았다. 소녀와의 세 번의 만남. 하지만 빛은 그 안에서 자신을 보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만남을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나는 알고 있었다.


빛은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지만 나는 파멸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신성한 힘은 저주로 돌아왔다. 좋은 거름은 양이 지나쳐 뿌리를 썩게 했다. 썩은 뿌리는 곧 나무 전체에 뻗어나갔고 거대한 나무는 자신을 감당하지 못해 위태로웠다. 지혜로워 질수록 인간은 진리와 멀어졌다. 그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더 큰 존재가 되길 원했다. 썩은 생명의 나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거대한 우주가 되기를 원했다. 인간은 빛의 믿음을 배신했다.


빛은 그들에게 실망했다. 빛의 믿음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그들에게서 돌아섰다.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던 한 인간 소녀에게조차. 소녀에게 감정을 받았던 그가 소녀에게 돌려준 건 실망이라는 감정이었다.



- 내가 틀렸다. 너희에게 준 힘을 거둬가겠다.


- 안 돼. 제발 자비를 베풀어줘. 이 힘이 없으면 우리는 죽어. 알잖아. 우리는 네가 없으면 죽어.



소녀가 애원했지만 빛은 냉정했다. 그는 신의 힘을 모두 거둬갔다. 인간들은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왔다. 다시 원래의 그들로. 또한 신의 힘으로 이루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다시 메말랐고 배가 고팠다. 한번 물을 맛본 그들은 신의 힘에 목말라했다. 갈증은 곧 분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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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빛과 어둠과 소년(완) 19.06.18 11 0 19쪽
35 빛과 어둠과 소년 19.06.15 11 0 16쪽
34 부서진 성전(4) 19.06.11 14 0 16쪽
33 부서진 성전(3) 19.06.09 12 0 14쪽
32 부서진 성전(2) 19.06.04 12 0 11쪽
31 부서진 성전 19.06.01 14 0 14쪽
30 빛과 어둠(3) 19.05.28 13 0 12쪽
29 빛과 어둠(2) 19.05.25 13 0 15쪽
» 4부 빛과 어둠 19.05.21 14 0 16쪽
27 별의 죽음(6) 19.05.18 22 0 18쪽
26 별의 죽음(5) 19.05.14 23 0 13쪽
25 별의 죽음(4) 19.05.11 23 0 14쪽
24 별의 죽음(3) 19.05.07 22 0 15쪽
23 별의 죽음(2) 19.05.04 30 0 15쪽
22 별의 죽음 19.04.30 27 0 9쪽
21 갈등(4) 19.04.27 26 0 18쪽
20 갈등(3) 19.04.23 25 0 15쪽
19 갈등(2) 19.04.20 31 0 12쪽
18 3부 갈등 19.04.18 16 0 20쪽
17 2부 에필로그 19.04.17 19 0 14쪽
16 두 개의 펜던트(7) 19.04.16 19 0 12쪽
15 두 개의 펜던트(6) 19.04.15 18 0 11쪽
14 두 개의 펜던트(5) 19.04.14 20 0 10쪽
13 두 개의 펜던트(4) 19.04.13 26 0 13쪽
12 두 개의 펜던트(3) 19.04.12 16 0 17쪽
11 두 개의 펜던트(2) 19.04.11 16 0 13쪽
10 두 개의 펜던트 19.04.10 16 0 14쪽
9 세타시마을(5) 19.04.09 26 0 19쪽
8 세타시마을(4) 19.04.08 18 0 13쪽
7 세타시마을(3) 19.04.07 2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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