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나 그리고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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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잠이최고야
작품등록일 :
2019.03.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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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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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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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부서진 성전(4)

DUMMY

*






검은 세상, 절망과 죽음으로 가득 찬 거친 세상에 희망이 사라졌다. 아이리스는 이를 악물고 히아신스와 맞섰다. 그러나 죽음은 점점 꿈을 먹었다. 꿈에서 태어난 그는 더 큰 존재가 되었다. 죽음, 그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고통도 아픔도 허무도 꿈도 희망도 모두 죽음 앞에서 고요해졌다. 빛나던 그것들은 죽음에게 잠식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아이리스는 히아신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음은 너무도 강했다. 커다란 꿈을 가졌지만, 희망이 사라져 죽음을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좌절했다. 무리하게 큰 힘을 쓴 아이리스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앞이 흐릿했다. 히아신스는 검은 재 앞에 서 있는 클레이와 무릎을 꿇은 아이리스를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검은 손이 아이리스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다가왔다. 죽음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리스. 멀리서 사프란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검은 손이 가까이 보였다. 죽음의 향이 느껴졌다. 죽음은 그에게 속삭였다.


아이리스. 나와 함께 가자.


검은 어둠이 점점 내려앉았다. 나와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자유로울 거야. 너와 나 둘이. 달콤하고도 젖은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죽음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죽음은 그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빛났다. 강한 빛에 죽음은 즉시 어둠을 거두어갔다. 검은 폭풍 속에서 환한 빛이 퍼졌다. 환한 빛에 이안과 사프란은 앞을 가렸다. 강렬한 빛은 넓게 퍼져 나가 검은 힘들을 모두 불태웠다. 히아신스의 손이 멈췄다. 그 손은 빛에 불탔다. 안 돼. 히아신스가 높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온몸이 불타올랐다. 그의 비명에 세상이 울렸다. 그의 비명에 아이리스의 두 눈이 크게 요동쳤다. 그의 두 눈이 커졌다. 그 안에 담긴 우주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이리스는 그 안에서 또 환상을 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어린 클레이와 그녀 앞을 가로막은 밀레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아이리스. 그 환상 속에서 아이리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날카로운 화살촉과 그 너머에 에메랄드 눈동자를 가진 여인, 릴리를 보았다.


파동처럼 세상에 뻗은 빛은 한순간에 다시 사라졌다. 다시 세상이 고요해졌다. 검은 힘들이 모두 씻겨졌다. 말도 안 돼. 히아신스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클레이가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그녀의 손에는 검은 재가 모여들었다. 세상에 흩뿌려졌던 검은 재는 다시 모여 형태를 이루었다. 클레이는 에리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상에 히아신스는 당황했다. 클레이. 그는 더욱 분노해 날뛰었다. 그의 온몸에서 회색빛 연기가 새어 나왔다. 그의 분노에 클레이가 에리카를 두고 히아신스에게 다가섰다. 그녀가 다가오자 히아신스는 점점 뒷걸음을 쳤다.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너무 환해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 히아신스.



그녀는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히아신스 앞에 선 그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슬픈 얼굴로 그에게 말할 뿐이었다.



- 너무 멀리 왔어. 너와 나는 이제 돌아가지 못해.



허탈이 말하는 그녀의 눈에서 점점 빛이 사라졌다. 클레이는 다시 검은 눈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서 빛이 사라졌다. 희망도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빛이었다. 히아신스는 증오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 네가 뭘 알아. 넌 절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



그의 몸에서 검은 힘이 피어올랐다. 그의 반 가슴에서 묽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두 눈에서도 검은 눈물이 흘렀다. 죽기를 각오하는 듯 히아신스는 모든 걸 쏟아냈다. 그의 검은 힘은 모든 걸 쓸어버렸다. 죽음이 그녀를 위협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공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았다. 그저 불쌍하고 안쓰러운 눈으로 볼 뿐이었다. 히아신스는 그녀의 눈빛이 너무도 싫었다.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싫었다. 희망이 너무도 싫었다. 클레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자신을 태어나게 했던 그를,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마왕 성을, 유일한 동료들을, 오랜 친구를, 모두 그녀가 없앴다. 그녀에 대한 증오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 울분을 토해내듯이 히아신스는 괴물처럼 괴성을 지르며 클레이에게 달려갔다. 거친 바람이 클레이의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이안은 다급히 클레이를 불렀다. 그녀는 죽음이 다가와도 무방비했다. 그녀는 그저 기다렸다. 쾅 하고 커다란 소리가 나며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짙은 푸른빛 파동이 퍼졌다. 짙은 연기가 가라앉고 그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에 붉은 피와 검은 피가 떨어졌다. 이안은 짙은 연기 사이로 세 형체를 보았다. 히아신스의 검은 조각이 아이리스의 복부를 뚫었다. 아이리스. 사프란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분홍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이리스는 컥 하고 붉은 피를 토해냈다. 히아신스는 허망한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간 아이리스의 손을 보았다. 히아신스가 비틀거렸다. 아이리스는 증오에 찬 검은 눈으로 그에게 속삭였다.



- 내가 너의 흔적이야.



네가 완전한 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로지 너의 착각이다. 너는 불완전한 신이다. 절망. 아이리스의 속삭임에 히아신스는 부정했다. 아니야. 난 신이야. 죽음이라고. 그녀를 죽여서 완전한 죽음이 되었다고. 아이리스는 그를 비웃었다. 그는 손을 빼내며 히아신스를 밀쳤다. 둘 다 고통에 신음하며 뒤로 물러났다. 비틀거리는 그를 이안이 붙잡았지만, 히아신스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를 도와줄 이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의 입가에서 검은 연기와 피가 흘러나왔다. 클레이는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 그도 그녀를 통해 마왕이 되었지.


- 말도 안 돼. 난.. 난 아니야! 난 죽음이라고.



그 어떠한 것도 나를 죽일 순 없어. 그가 악에 받쳐 외쳤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선 히아신스는 클레이와 아이리스를 노려봤다. 아이리스는 지친 얼굴이었다. 아이리스와 이안 그리고 클레이. 세 명이 모두 히아신스 앞에 섰다. 히아신스는 숨이 막혀오는 듯했다. 하찮은 인간들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어떠한 힘도 내기 힘들었다. 뿜어져 나오는 피와 연기 때문에 히아신스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다시 쓰러졌다. 앞이 흐릿했다. 죽음이 죽음을 느꼈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죽음이 아닌 것일까. 히아신스는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러나 그의 두 팔은 힘겹게 흔들렸다. 클레이는 아이리스를 지나쳐 히아신스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무릎을 꿇어 그와 시선을 맞췄다. 히아신스도 그녀의 움직임에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클레이는 히아신스의 눈에서 원망을 보았다. 클레이는 아무런 표정도 짖지 않았다. 항상 슬퍼하고 분노하고 웃던 그녀에게서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달라졌다. 히아신스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녀를 비웃었다.



- 그래. 네가 이겼네. 또 신의 뒤에 숨어서 말이야.


- 아니. 히아신스.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날 그 섬에서 꺼내지 말았어야지. 날 건드리지 말아야 했어. 너 때문에 나도 모든 것을 잃었어. 그녀는 씁쓸하게 말했다. 네 말대로 우리는 서로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어. 밀레도, 에리카도, 릴리도.



- 날 죽이면 넌 또 그 인간을 죽이게 돼.


- 어쩌면, 너를 죽이면 그 사람도 죽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히아신스는 이제 말할 힘도 없었다. 이제 한계였다. 죽음이 몰려왔다. 숨이 점점 옅어졌다. 세상에 어둠이 내려앉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럼에도 클레이만큼은 환히 빛나는 것 같았다. 에리카의 말대로 어둠 속에 그녀는 빛났다. 클레이는 점점 재로 변하는 히아신스를 지켜보며 그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이제 네가 바라던 죽음으로 돌아가. 슬픔.



그녀의 마지막 말에 히아신스는 힘없이 웃었다. 죽음, 내가 죽음이다. 죽음이 나인데 왜 자꾸만 죽음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걸까. 죽음과 함께 하는 이 어둠이 온통 나의 것인데. 이 고요가 나와 함께하는데. 그 순간, 세상이 멈추었다. 히아신스는 암흑이 가득한 한 가운데에 있었다. 끝없는 암흑과 공허한 이곳에 히아신스는 눈을 크게 떴다. 그의 가슴에 그려진 커다란 상처가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끝없는 암흑에 한 걸음 내딛으려는 순간, 그는 등 뒤로 다른 존재를 느꼈다. 짙고도 무거운 기운에 그가 긴장하며 뒤를 돌았다. 어둠이 있었다. 그는 칠흑같이 어두운 눈으로 히아신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이 왜. 믿기지 않는 듯 히아신스가 떠듬거렸다. 어둠은 슬픔에게 말했다.



- 죽음이 되어보니 어떠냐. 나의 힘이 달콤했는가, 아니면 고통스러웠는가.



무슨 소리야. 당신의 힘이라니. 그건 내 힘이었어. 내가 감정을 먹어서 만들어낸 힘이었다고. 슬픔은 어둠에게 외쳤지만, 어둠은 고요했다. 그는 히아신스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의 깊은 내면을. 수 천 년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파괴하고 집어삼키는 그의 모든 것을 히아신스에게 보였다. 나는 어둠이다. 나는 빛이다. 나는 꿈이다. 그리고 네가 한순간에 존재했던 죽음도 사실은 나였다.


- 내가 바로 죽음이다.


그 내면과 마주한 히아신스는 밀려오는 거대한 존재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온몸이 부서지고 분해되는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둠은 그의 힘을 모조리 빼앗았다. 그는 다시 슬픔으로 돌아왔다. 작은 하나의 감정이 그에게 자비를 베풀며 애원했다. 그러나 어둠은 냉정했다. 그는 슬퍼하는 감정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했다. 꿈도 빛도 불도 물도 숲도 모두 나에게서 만들어졌다. 내가 너희에게 자아를 주었다. 히아신스. 네게 바라던 죽음을 주겠다. 나와 함께 하라. 단, 나의 어둠을 이해하고 너 스스로가 어둠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 과연 네가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무도 나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네가 나오는 순간은 오직 어둠 속에서 빛을 본 순간이다. 그 빛이 너의 유일한 희망이다. 히아신스. 히아신스는 검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 자신도 검은 존재가 되었다. 자신조차 어두운 이곳에서 그는 출구 없는 감옥에 갇혔다.




*





히아신스가 재가 되어 세상에 사라졌다. 클레이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사프란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아이리스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의 숨이 점점 작아졌다. 히아신스가 남기고 간 상처가 심했다. 이사벨라의 곁에 있던 사프란이 다급히 아이리스에게 다가와 그의 상처를 막았지만, 그 구멍은 너무도 컸다. 아이리스. 사프란이 눈물을 흘렸다. 이안은 고개를 떨궜다. 죽지 마. 죽지 마. 아이리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목 놓아 울었다. 그녀의 절규 어린 눈물에 클레이가 사프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클레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써 작은 미소를 지었다. 사프란은 즉시 옆으로 물러났다. 클레이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아이리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이리스는 힘겹게 클레이를 보았다.



“ 클레이 누나”


“ 수고했어. 아이리스.”



클레이는 조심스럽게 아이리스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에 아이리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을 맞잡은 아이리스의 손에서 환한 빛이 생겼다. 밝은 빛이 아이리스의 몸에 스며들어 갔다. 아이리스의 몸이 순간 눈이 부시게 밝게 빛났다. 밝게 비추는 빛 때문에 이안과 사프란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아이리스를 빛냈던 그 빛은 한순간에 빛났다 사라졌다. 아이리스의 상처가 모두 치유됐다. 검은 구멍이 있던 곳에는 새 살이 돋아났다. 놀라운 치유에 이안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아이리스. 그의 나지막한 부름에 아이리스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 사프란은 기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아이리스를 꽉 앉았다. 클레이는 다 치유된 아이리스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눈을 뜬 아이리스는 보랏빛 하늘을 보았다. 저 멀리 달이 보였다. 보름달에 아이리스는 걱정 어린 눈으로 이안을 보았다.



“ 달.. 이안.. 달이 떴어요.”



아이리스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다. 보름달이 떴다. 그달을 보는 순간 이안의 눈물이 흘렀다. 붉은 피눈물이 아닌 맑고 투명한 눈물이었다. 이안은 자신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자신의 손위에 묻은 눈물을 보았다. 저주가 풀렸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안은 깊은 가슴에 묻어두었던 숨을 내뱉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아이리스와 사프란은 그런 이안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안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기뻐하다가도 슬퍼했다. 그는 저 멀리 쓰러져 있는 한 여인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 내 저주가 풀렸습니다. 이사벨라.’


나의 저주가 풀렸지만, 그걸 당신이 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이안은 다시 한번 보름달을 올려다보았다. 환한 달빛이 그를 비추었다. 그 달빛을 보며 그는 끝없는 눈물을 흘렸다. 밤하늘의 뜬 보름달은 너무도 아름답고 환하게 비추었다.




*




“ 참 아름다운 달이에요.”



파인이 하늘을 보며 속삭였다. 그의 속삭임에도 불의 신은 오로지 한 인간만을 보았다.



- 나는 네가 더 아름답구나.


“ 당신은 신인가요. 왜 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가요.”



파인은 붉은 눈동자를 보았다. 달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다. 그의 붉은 불길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불의 신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나와 함께 가자. 아이야.



어둠의 정령이 아닌, 불의 정령으로 다시 태어나렴. 파인은 불길에 휩싸인 신의 손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정말 정령이었구나. 나는 죽은 존재구나. 마르멜로. 당신과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파인은 쓰게 웃었다. 그는 불의 신과 눈을 맞추었다.



“ 당신도 나를 만난 적이 있었나요.”



그의 대답에 불의 신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 뿐이었다. 파인은 긍정으로 알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한 보름달을 보았다. 왠지 이곳에서 다시는 못 볼 것 같았다. 그는 환한 보름달을 눈에 담고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서 불길이 옮겨와 파인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의 온몸이 주황빛 주문으로 빛났다. 신기하게도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포근하고 따듯했다. 파인은 그대로 불의 신에게 안겼다. 불의 신은 파인을 꼭 끌어안았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 영원히 나와 함께 하자. 파인.”



검은 밤하늘에 붉은 불길이 번졌다. 불길은 그가 있었던 오두막을 태웠다. 파인은 불의 신에게 안겨 불의 정령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불의 신과 함께 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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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빛과 어둠과 소년 19.06.15 11 0 16쪽
» 부서진 성전(4) 19.06.11 14 0 16쪽
33 부서진 성전(3) 19.06.09 12 0 14쪽
32 부서진 성전(2) 19.06.04 12 0 11쪽
31 부서진 성전 19.06.01 14 0 14쪽
30 빛과 어둠(3) 19.05.28 13 0 12쪽
29 빛과 어둠(2) 19.05.25 13 0 15쪽
28 4부 빛과 어둠 19.05.21 13 0 16쪽
27 별의 죽음(6) 19.05.18 22 0 18쪽
26 별의 죽음(5) 19.05.14 23 0 13쪽
25 별의 죽음(4) 19.05.11 23 0 14쪽
24 별의 죽음(3) 19.05.07 22 0 15쪽
23 별의 죽음(2) 19.05.04 30 0 15쪽
22 별의 죽음 19.04.30 27 0 9쪽
21 갈등(4) 19.04.27 26 0 18쪽
20 갈등(3) 19.04.23 25 0 15쪽
19 갈등(2) 19.04.20 31 0 12쪽
18 3부 갈등 19.04.18 16 0 20쪽
17 2부 에필로그 19.04.17 19 0 14쪽
16 두 개의 펜던트(7) 19.04.16 19 0 12쪽
15 두 개의 펜던트(6) 19.04.15 18 0 11쪽
14 두 개의 펜던트(5) 19.04.14 20 0 10쪽
13 두 개의 펜던트(4) 19.04.13 26 0 13쪽
12 두 개의 펜던트(3) 19.04.12 16 0 17쪽
11 두 개의 펜던트(2) 19.04.11 16 0 13쪽
10 두 개의 펜던트 19.04.10 16 0 14쪽
9 세타시마을(5) 19.04.09 26 0 19쪽
8 세타시마을(4) 19.04.08 18 0 13쪽
7 세타시마을(3) 19.04.07 2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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