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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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권
작품등록일 :
2019.03.15 09:36
최근연재일 :
2019.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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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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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제2장 장사꾼의 여자(1)

달은 천만 번 이지러져도 그 모습 그대로이고…… 장사꾼은 천만 번 넘어져도 오늘 장터로 떠난다. 그것이 ‘장사꾼의 곤조’다.




DUMMY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의 날씨였다.

그토록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언제였냐는 듯 여름은 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어느 날, 하류의 대리점으로 한 명의 고객이 찾아왔다.

오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묘하게도 머리 중앙 고속도로에 땜방이 나 있어 지극히 볼품이 없었다.

걸치고 있는 양복은 고급스러웠지만, 남자의 촌빨 뚝뚝 떨어지는 모습과 매치가 되지 않아 더욱 뽀대가 안 나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그자가 요구하는 차종이었다.


“요즘 젤 삐까뻔쩍하고 아쌀하게 굴러가는 까리한 차로 뭐가 있을까? 가격에 상관없이 말이야.”


하류는 당직이기에 매장에서 고객들을 안내하고 있던 참이라 그 손님을 안내하게 되었다.

하류는 그 손님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말투에 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사내는 두꺼비같이 못생긴 눈을 부릅떴다.


“어이, 차팔이! 내 말 안 들려?”


하류는 잠시 망설이다가 황급히 창 옆에 세워져 있는 고급 차를 소개했다.

사내의 모습과 말투로 보아 살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때로는 이런 사람이 왕왕 큰 부자여서 생각지도 않던 고급차를 구입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 네. 고객님! 고객님이 타시기에는 아무래도 모젠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장착된 GH380형인 오플러스 차종이 어떨까요?”


사내는 그 차를 스윽 훑어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이놈은 아가씨가 타기에는 좀 껄쩍지근하잖아.”


“아가씨요? 이런, 여성분이 타실 차를 고르셨군요?”


사내는 거만을 떨면서 주위를 스윽 훑어보았다.


“결혼 선물로 줄 거야. 깜짝쇼로 들이대는 거지. 뭐, 여자들이 껌뻑하고 자지러지는 삼삼한 놈으로 강추해 봐.”


나이답잖게 요즈음 나오는 은어까지 알고 있는 사내였다.

하류는 우측에 있는 차를 소개했다.


“그럼 이 차는 어떨까요? 고객님. 요즘 비즈니스 하는 여성들은 쎄라토 GX를 많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우리 다해, 비즈니스 하는 아이 아냐. 병원에서 일하는 ‘화이트 그레이스 엔젤’이라구.”


남자는 하류가 소개한 차가 별로라는 듯이 표시된 가격표를 보며 구둣발로 타이어를 툭툭 찼다.


“근데 차 값이 최하 5천만 원대는 비벼야 쪽팔리지 않지. 2천만 원대는 넘 쪼잔하잖아?”


그러면서 남자는 반대편의 윤이 잘잘 흐르는 고급차로 시선을 옮겼다.


“어이, 차팔이. 이 차는 어떠냐? 요즘 젊은 여자애들이 뻑 가는 디자인 삘 나는데.”


하류는 사내의 질문보다는 조금 전에 사내의 입에서 튀어나온 여자의 이름에 온 신경이 쏠렸다.

사내는 분명히 ‘다해’라고 불렀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레 물었다.


“저, 고객님. 방금······ 차를 선물할 여자 분이······ 병원에서 일하는 ‘다해’라고 하셨나요?”


“그걸 왜 물어, 인마? 차팔이 주제에. 니가 감히 우리 ‘다해’를 어떻게 알아?”


사내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같잖다는 표정으로 하류의 아래위를 스윽 훑었다.

물론 요즘은 그런 고객이 없지만, 가끔 이처럼 영업 사원을 차팔이라며 무시하는 고객들이 더러 있었기에 영업 사원 교육 1호는 인내심이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영업직은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는 업종이기에 작게는 개인의 치적이나, 크게는 회사나 그룹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에 대처하는 요령들이 몇 가지 있었다.

사내는 생긴 거와는 다르게 시원스럽게 한 번에 계약을 했다.

그야말로 노 나는 날이었다.

이처럼 대리점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건, 그것도 몇 마디 고객의 비위를 맞추고 최고급 차종을 계약한다는 건 가뭄에 콩 나듯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도 하류는 기쁘기보다는 하루 종일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그 사내가 자랑이라도 하듯이 떠벌린 ‘다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거기에 직업도 똑같았다.

하류의 사랑, 살붙이 다해도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기 때문이다.

영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 데다, 마침 당직 날이라서 다해에게 퇴근 후 사무실로 오라는 전화를 했다.

6시가 조금 넘어서 다해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다해를 보자 하류는 손짓 발짓을 동원하며 열불을 토했다.


“오전에 말야, 대가리에 고속도로가 뻥 뚫린 이상한 ‘얼빵꼰대’가 들이대듯 나타나서 말야, 곧 자기와 결혼할 아가씨에게 차를 한 대 사 주겠다며 오만 ‘가오다시’를 다 잡더라구.”


다해는 처음에 멈칫하더니 이내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열불을 토하며 설명을 하고 있느라 하류는 그 표정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근데 말야. 더 웃기는 게 늙탱이가 결혼할 신부의 이름이 ‘다해’라잖아. 거기다가 직업이 병원 간호사라고 주절거리면서 얼마나 우쭐댔는지 아냐? 고무신 거꾸로 신어도 되냐는 네 말이 자꾸 걸려서 나 종일 뻑이 가고 해골에 쥐나서 뒈지는 줄 알았어.”


다른 때 같으면 같이 웃고 떠들고 손뼉까지 치며 배꼽을 잡고 웃을 다해였다.

그런데 지금 다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오빠······ 지금도 울고 있는데 왜 눈물 안 받아먹어? 내가 흘리는 것은 죄다 챙기겠다고 했잖아. 이제 눈물 받아먹는 거, 더 하고 싶어도 못 해.”


“······!”


꼭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사랑하기에 헤어져야 한다는 그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의 다해가 그랬다.

한마디의 말과 한 번의 행동, 다해의 눈물이 바로 그걸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류는 누군가 쇠뭉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충격으로 온몸에 힘이 풀리며 정리하던 서류가 손에서 툭 떨어졌다.


“방금 뭐라고 그랬어? 설마······?”


다해가 흘린 눈물의 의미, 그리고 눈물로 대답한 말······.

그것이 진실이라면 너무도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서 내심으로 부정하면서 다시 되물은 것이다.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한술 더 떠 급기야 다해의 눈에서는 홍수라도 난 듯이 펑펑 눈물이 터졌다.

울보라는 별명이 여실하게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나······ 그 사람에게 시집 안 가면 우리 집 망한대. 부도로 아버지는 감옥 가고······ 어떡해······ 나 어떡해, 오빠? 엉엉엉······. 나는 아버지가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어······. 아버지는 내 생명이고 삶이잖아. 엉엉엉······.”


막연한 불안이, 부정하기를 바라는 거대한 탑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있어서는 안 될,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예측이 사실이고 진실이었다.

번개에 감전된 듯한 충격이 전신의 구석구석으로 찌르르 퍼졌다.

머릿속이 텅 비고 뿌연 안개에 덥힌 것처럼 앞이 가물거리고 천장이 뱅뱅 돌았다.

입천장이 말라서 빡빡해지고 갈증에 목이 탔다.


“그, 그럼······ 그 늙탱이 꼰대가 말하던 여자가 정말 너였어? 에이, 설마······ 너 지금 구라 치는 거 맞지? 눈물이나 받아 마시는 쪼잔스런 ‘차팔이’ 군기 잡으려고. 어서 뻥이었다고 말해!”


다해는 하류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서럽게 울었다.


“뻥 아냐, 오빠. 미안해.”


“지, 진짜라고······? 그게······ 바로 너라고······?”


“그래. 그게 바로, 나였어······.”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지금 같은 세상에······.”


피 한 방울처럼 아끼던 다해의 영롱한 눈물이 홍수라도 난 듯이 터지며 하류의 가슴을 적셨다.

와이셔츠는 금세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축축해졌다.

하류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 펑펑 울고 있는 다해를 보면서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실연이구나.

이게 먼 옛날에 세상을 울렸던 순애보인 이수일과 심순애란 영화구나.

그게 현실에선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구나.

많은 생각들이 짧은 순간에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저 밑바닥 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불길은 맹렬하게 위로 솟구치며 발끝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목구멍으로, 급기야 입으로 팡 하고 튕겨 나왔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사무실이 떠나갈 듯 마구 소리를 질렀다.

다해의 말이 모두 거짓이기를 바라는 자신에게 외치는 항변이기도 했다.

사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우리 주위에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다해와 똑같은 처지는 아니지만 서로가 조건과 이해타산에 얽혀 사랑도 없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이런 말을 꼭 붙인다.


‘살다 보면 정이 붙는 거야, 사랑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사랑이야. 춥고 배고파 봐, 사랑이란 말이 나오나. 등 따습고 배부를 때 찾는 게 그런 감정이거든. 아무리 박색이라도 매일 보다보면 못난 게 안 보이고, 자신에게 잘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면 그게 잘나고 이쁜 부인이지. 아무리 예뻐도, 까다롭게 굴거나 피곤하게 하고 허구한 날 성격 차이로 서로 틀어져 바가지를 긁는다면, 그게 못난 부인으로 보이는 거야.’


아무리 예쁜 꽃도, 아무리 못난 꽃도 오래도록 보고 또 보면 그저 같은 꽃으로만 보인다는 맥락일 거다.

또 다른 혹자들은 부인이 기막힌 미인이라서 참는다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그래서 미인 무죄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다.

누구나 생긴 대로 자신이 가장 잘나고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 * *


다해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쇠를 깎아 가공하는 선반 기술을 배웠고, 수십 년의 노하우로 약 10여 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조그만 가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해에게 가끔 공장이 어렵다는 건 들었지만, 부도로 이어질 줄은 하류도 몰랐다.

오직 일만 할 줄 아는 지극히 검소하고 알뜰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청렴하신 분도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 불황의 한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나 보다.

다해 아버지는 지금 자식처럼 보살피던 기계들이 멈춰 있는 허름한 공장의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연방 죄 없는 담배만 뻑뻑 빨고 있었고, 하류는 그 앞에서 쥐약을 먹은 놈처럼 입에 거품까지 물며 악다구니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버님! 제정신입니까? 약 쳐드셨어요?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해골에 가죽만 뒤집어쓴 늙탱이 꼰대에게 딸을 팔 수 있는 겁니까? 정말 그런 겁니까? 그런 거냐구요! 아니죠? 다해가 헛소리를 하는 거죠? 그렇죠?”


한참을 침묵만 지키며 듣고 있던 다해 아버지는 어차피 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듯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시, 실은······ 5억을 강 사장한테 빌리기로 했어. ······그 돈 없으면 우리 공장 거덜 나고 길바닥으로 나앉게 돼. 그, 그래서 할 수 없이 다해를······.”


다해 아버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목이 메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류는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아무리 공장이 부도나고 개 쪽 된다고 50억도 아니고, 500억도 아닌 겨우 5억에 딸을 팝니까? 다해가 아버님 딸인 거 맞아요? 혹시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와서 기른 거 아닙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버님이 사람인 거 맞습니까? 사람의 탈을 쓴 금수 아니냐구요!”


“따, 딸을 판 게 아냐. 다해도 썩 싫은 내색이 아니어서······.”


“뭐라고요? 싫은 게 아니라구요? 아버지 살리려고 딸이 심청이 된 거잖아요! 지금이 홍도야 우지 마라 시대입니까? 다해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악마에게 몸뚱이도 팔 아이란 걸 정말 몰랐단 말입니까? 안 됩니다. 다해는 내 여자이고 살붙이라고요! 아버님도 잘 아시잖아요!”


앞에 개 밥그릇이 보였다.

하류는 망설이지 않고 밥그릇을 집어 들고 개밥을 마구 입에 쑤셔 넣었다.


“보세요! 나는 말입니다. 다해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개밥도 먹을 수 있고, 왈왈 짖으며 개가 될 수도 있다구요! 보세요, 왈왈! 정말로 개 같죠?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어서 하류는 옆에 쌓인 연탄재를 뒤집어쓰고 요즘 유행하는 트위스트 가사에 맞춰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다해만 웃을 수 있다면 연탄재 뒤집어쓰고 상하이 트위스트도 출 수 있다고요. 이게 바로 하류입니다. 이게 바로 나라구요!”


하류의 그런 모습은 애정 표현이라기보다는 거의 절규와 통곡에 더 가까웠다.

아니, 오열이었다.

다해 아버지는 끝내 감정이 격해져 더 이상 보지를 못하고 쓰레기 냄새가 풀풀 날며 오물을 뒤집어쓴 하류를 부둥켜안았다.

퀭한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흐르고 있었다.


“류야······ 가, 강 사장이 5억 안 빌려 주면······ 나, 부도나고 쇠고랑 차······. 미안해, 류야. 으허헝······ 정말 미안해······. 내가 죽었어야 했어······. 내가 없어져야 했고, 다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다해를 알면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일단 다해가 알게 된 이상 이젠 아버지가 말려도 다해는 아버지를 위한 길을 갈 것이다.

그게 바로 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살붙이 금다해였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하류이기에 그는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이미 배 떠난 부두에서 손 흔들기고 쏘아진 화살이고 엎질러진 물임을 알면서도 하류는 억울하고 원통해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왜 내게 말 안 했어요! 그딴 5억, 내가 차 팔아서 대 줄게요! 최고급 승용차 ‘탑건’ 오백 대 팔면 되잖아요. 다해만 웃을 수 있다면, 그녀를 위해 왈왈 짖는 개가 될 수도 있다구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게 통해요? 설사 딸이 그렇더라도 아버지가 극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건 절대로 아니라구요! 제발 말려 줘요. 다해가 못 가게 잡아 달란 말입니다!”


그러자면 당장 5억이 있어야 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하류이기에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여 나름대로 여기저기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보고, 손가락이 벌겋게 부을 정도로 전화도 돌려보고, 별의별 방법을 모두 동원하며 머리를 쥐어 짜 보았다.

그러나 냉막한 현실에서 5억은 너무도 거대한 벽이었다.

물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는 돈이 창고에서 푹푹 썩고 있는 현금수집광들에게는 조그만 귀퉁이의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도 평범한 서울 외곽의 조그만 연립빌라에 사는 평범한 가정의 자식이자 자동차 판매점의 일개 대리라는 영업 사원에게는 하늘의 별 같은 거금이었다.

그래서 하류는 악을 쓰며 현실의 벽을 향해 마구 외쳤다.

황금만능이란 거대한 힘을 지닌 자들의 발밑에서 몸부림치는 미미한 벌레처럼······.

부모를 잘 만난 집안의 자식이나 부동산을 왕창 물려받은 거부들이나 운 좋게 떼돈을 획득한 졸부들에게 5억이란 돈은 그리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하류처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네 같은 서민들에게 그건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과연 그런 거액을 벌 수 있을지, 아니 만질 수나 있을지도 의문일 만큼 거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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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제5장 시한폭탄(1-1) 19.04.02 183 0 14쪽
14 14화 제4장 장사의 법칙(2) 19.04.01 179 0 16쪽
13 13화 제4장 장사의 법칙(1) 19.03.31 231 0 18쪽
12 12화 제3장 매왕(4) 19.03.30 256 0 11쪽
11 11화 제3장 매왕(3) 19.03.29 23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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