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09.11.20 22:13
최근연재일 :
2009.11.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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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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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요괴 - 대가

DUMMY

대가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

이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 하지만.

그래도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래서 불공평 하다.

애초에 주어진 것은 다르건만.

대가는 똑같이 치루어야 하다니.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이 싫다.



-태극인




“이런 제기랄!”

상구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의 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도에서부터 붉은 핏빛의 도기가 줄기줄기 뻗어나오며 넘실거린다.

흉악하고 사악한 어떤 살의가 그의 도에서 형상화 되어 꿈틀 거리는 것 같은 그 모습은 두려움 그 자체.

하지만 지금 몰리고 있는 쪽은 오히려 상구였다.

콰콰쾅! 꽈광!

거대한 폭음이 일며 하나의 검은 선이 상구를 향해 날아와 부딪혀 간다. 그 검은 선을 향해 상구는 그 자신이 수십년간 사용해온 반천혈도의 절초를 뻗어낸다.

키이이이이!

지옥의 악귀가 울부짖는 귀독성이 울려퍼지며 그의 도가 검은 선을 때렸다.

콰르르릉!

거대한 폭음이 일며 상구가 피를 토하며 뒤로 날려간다. 상구는 날아가다가 나무에 부딪히고는 피를 한바가지나 토해냈다.

“이런 씨팔!”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그가 일어선 사이에 그를 공격했던 검은 선은 무한정히 길어지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 날뛰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상구가 이끄는 마적들 중의 하나의 목을 검은 선이 휘감는다.

우드득.

그리고 그 자는 목이 으스러 지며 목이 썩은 대추처럼 몸에 매달리게 된 체 쓰러졌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목뼈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피를 흘린다.

처참하고 처참하다.

오로지 그것 뿐이다.

“그만둬어어어어!”

그리고 그 검은 선의 중심에서 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작신의 팔을 부여잡고 자신의 팔에서부터 뻗어나간 검은 선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팔에 감긴 검은 그것은 계속해서 움직여 나가며 주위에 있는 생명을 죽여나가고 있었다.

“물러섯!”

파일해가 대경하여 소리쳤다. 순식간에 개방도들과 북림맹에서 온 이셥여명의 무인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잠깐의 사이에 이미 그녀는 미칠 것 같은 아름다움을 내 뿜으면서 시체들 위에 서 있었다.

“그만둬...제발...그만...”

그녀가 그녀의 손에 감긴 무언가에게 애절하게 말한다.

원하지 않아. 이런 살육은.

끔찍한 이 모습이. 이 죄악스러운 살육이.

가족의 죽음을 떠올리게 해.

아파. 슬퍼. 그러니 제발 그만.

그녀의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마음도 있었다.

나를 강간하려던 놈들. 죽여. 양민을 괴롭히는 쓰레기. 죽여. 악인. 죽여. 적. 죽여. 다 같은 녀석들. 죽여. 가족들의 죽음. 죽여.

증오스럽다. 나의 가족을 죽인 자들. 그리고 나를 해하려던 자들.

다 죽어버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은 선이 춤을 춘다. 검은 선이 춤을 추며 시체를 완전히 박살내며 흩어놓았다. 사람의 형상이던 고기덩어리는 그대로 조각이 나서는 흩어져 이제는 그 원래의 형태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증오. 증오. 증오.

그 강렬한 마음이 검은 선에서부터 뻗어나오고 있었다.

“마병!”

파일해가 그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북림맹에서도 마병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창마협이라 불린 그 자를 빼고는 모두 살육을 자행하는 마인들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들을 북림맹과 남림연. 현천맹에서도 포섭하기 위해 노력중인 것까지 알고 있었다.

위정천의 경우는 그런 자들이 출현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만.

그리고 파일해의 눈에 저것은 바로 마병이다. 광병살마가 요 근래에 만들어 뿌리고 있다는 마병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마디로 일곱 번째의 마병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이 가증스러운!”

상구가 울며떠는 반청향의 모습을 보며 분노로 몸을 불태웠다. 자신의 수하들을 모두 다 죽이고는 저게 무슨 연기란 말인가?

쿠와아아아!

그의 몸에서 반천혈도의 혈정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기운이 그대로 도에 어리며 순수한 힘의 증거. 혈마강기가 만들어 진다.

혈마강기.

그의 최대 최고의 절초. 그도 너무나 많은 힘을 소모하기에 단 한번 밖에 펼칠 수 없지만 단 한번으로 땅을 가르고 하늘을 뚫는다.

“죽엇!”

상구가 혈마강기가 서린 도를 휘두른다. 피로 만들어진 초승달이 그대로 반청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녀의 죽음을 위해서.

“키이이이이!”

검은 선이 울며 떤다. 그리고 순식간에 회오리와 같이 날 뛰면서 상구가 뿜어낸 혈마강기와 부딪혀 갔다.

콰아아 - 아아 - 아앙!

거대한 폭음이 인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뿜어지며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이 포효를 내지르며 울부짖는다.

이것이 힘.

상구를 여기까지 끌어들인 힘이다. 하지만 상구는 만족하지 못했다. 아니. 이제는 그도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말....”

푸화아아악!

그의 심장에 검은 선이 이어져 있다. 방금전의 충격파가 사방을 뒤덮을 때 이 검은 선도 같이 날아든 거다.

상구의 몸이 천천히 쓰러졌다. 그의 심장에서부터 피가 분수가 되어 뿜어진다. 스스로의 피로 자신을 피로 물들인 체 일세의 거마 였던 자가 그렇게 죽어버렸다.

그 경악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북림맹의 무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철수하라!”

파일해가 외쳤다.

“자네!”

그 말에 위정천이 파일해의 어깨를 붙잡았다. 반청향을 저렇게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말한 것이다.

“우리는 남는다.”

파일해의 말에 그제야 위정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그리고 이 사태를 보고하라! 너희들은 어차피 버틸 수 없어!”

폭주하며 사방의 모든 것을 박살내는 검은 선의 모습은 이미 절대적인 공포다. 북림맹의 무인들은 위정천의 말에 무언가 말하려다가 포권을 하고는 몸을 날렸다.

“키이이!”

그리고 그 때. 검은 선이 빠르게 움직인다. 도망가려는 북림맹과 개방의 인물들을 죽이려는 거다.

“그만둬!”

“멈춰랏!”

반청향과 위정천의 외침이 교차되고 그와 함께 위정천의 검이 검은 선을 내리쳤다.

카가가가가가가각!

엄청난 불꽃이 생긴다. 위정천의 검은 천하에 이름을 떨칠 만큼 고강한 검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보검축에 드는 물건.

그런 보검의 날이 순식간에 갈아지면서 금이 가버렸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검은 선은 나아가던 방향을 꺽어야 했다.

그리고 꺽으면서 그대로 위정천의 신형을 휘감으려 들었다.

“피해!”

파일해의 쌍검이 번쩍인다. 그리고 검은 선이 뒤틀렸다.

“어서 가라!”

북림맹의 인물들이 그 말에 빠르게 장내에서 벗어났다. 이제 이 저주받을 만한 땅에는 반청향과 파일해. 그리고 위정천 만이 있을 뿐이다.

“안돼...그러지...마...”

반청향이 그렇게 말하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가 쓰러져 버렸다.

그녀가 쓰러지자 검은 선이 잠잠해 지며 추욱 늘어져 버렸다.

“멈춘건가.”

파일해가 굳은 얼굴로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마적단은 이니 완전히 전멸이다. 저 검은 선에 의해서 다 죽어버렸다.

“흑천편이라고 부르면 좋을 물건이군.”

편이라는 것은 바로 채찍을 말한다. 저 검은 것은 검고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길다. 그러니 흑천편이라 부르면 딱 좋을 것이다.

파일해는 그렇게 중얼 거리고는 반청향을 향해 나아갔다. 위정천도 굳은 얼굴로 반청향을 향해서 다가갔다.

둘다 반청향의 안전 때문에 이곳에 남은 거다. 아니었다면 북림맹의 무인들과 같이 철수했어야 옳다.

둘은 주위에 널린 검은 선들을 신경쓰면서 반청향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파일해가 먼저 도착해서는 반청향의 맥문을 잡아 보았다.

두근 두근.

정상이다. 단지 피로에 의해서 기절. 혹은 잠이 든 것 뿐이다.

“옮기자.”

파일해가 그렇게 말하자 위정천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 순간이었다. 검은 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콰악.

“큭!”

위정천과 파일해가 허공으로 급하게 뛰어 올랐다. 하지만 검은 선이 더 빨랐다. 검은 선은 순식간에 둘을 휘감으며 둘을 완전히 묶어 버렸다.

“이런....”

파일해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묶이면 탈출은 불가능 하다. 그녀가 안전하다는 것 때문에 잠깐의 방심이 생겨나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실책이다.

파일해와 위정천이 그렇게 생각할 때 반청향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눈은 아까와 같은 청순하고 가련한 여인의 눈이 아니었다.

요사스러움을 가지고 있는 눈. 사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색기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파일해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해.”

그녀가 말했다. 그러자 검은 선들이 순식간에 풀려나가며 줄어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줄어든 것이 아니다.

검은 선. 파일해가 흑천편이라 이름 붙인 것은 그녀의 몸을 휘감으며 마치 그녀의 옷과 같이 되어버렸다.

가슴을 감사고 팔을 감싼다. 다리와 허벅지. 그리고 복부까지. 그녀의 몸 전체를 뒤덮은 흑천편은 그렇게 그녀의 옷이 되었다.

그녀는 손을 움직여 원래 입고 있던 옷을 찢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옷이 찢어지고 아주 기묘하고도 색정적으로 몸을 가린 그녀가 서 있다.

검은 선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그녀의 몸을 감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확실하게 그녀의 몸의 굴곡을 보여주고 동시에 늘씬한 허벅지가 확 들어나 있다.

“소..소저!”

위정천이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파일해는 더욱 더 얼굴을 굳혔다. 태도와 기도가 달라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일해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반 소저. 살아있소?”

“아아......감사합니다 파일해 대협. 저는 괜찮습니다.”

그녀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정천은 그제야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얼굴이 굳어졌다.

“바보 같은 저는 아래에 있습니다. 하지만 바보는 바보인 체로 내버려 두어야 지요. 바보라지만 저는 저니까....아....그런데 파일해 대협.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파일해는 입을 열었다.

“말해보시오.”

팟.

파일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파일해의 앞에 나타났다.

그 엄청난 속도에 파일해가 굳었을 무렵에 그녀가 손을 뻗어 파일해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면서 그 붉디 붉은 입술을 열었다.

그녀의 미끈한 혀가 보이고 새 하얀 치아가 보인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찔한 유혹이 되어 파일해를 덮쳤다.

이상하다. 위험하다.

그녀는 위험해.

파일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반청향이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을 해 온다.

“저랑 자주실래요?”

그 말에 파일해가 몸을 튕기며 뒤로 물러서며 검을 겨누었다.

“넌 누구냐!”

파일해의 얼굴은 가면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위정천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반청향은 이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면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저는 저입니다. 아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동일인물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제 태도가 너무 이상한가요?”

그녀의 말에 파일해는 검을 들고 진력을 끌어 올렸다.

“흑천편! 네가 그녀를 조종하고 있구나!”

파일해는 이를 악물었다. 순수하던 그녀가 갑자기 저렇게 변했다면 이유는 하나. 저 검은 채찍뿐이다!

“헤에...그것은 반만 맞추었답니다.”

그녀가 미묘하게 웃어보였다.

“흑천편이라..그게 이 녀석 이름인가요? 그거 좋네요. 이 흑천편이 저를 만든건 사실이지만 흑천편이 저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녀의 말에 위정천과 파일해는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이 흑천편을 매게로 해서 바보의 안쪽에 위치한 제가 나온 거거든요. 간단히 말하자면 이중인격?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인격 두 개로 따로 분리된게 아니고 바보의 단면으로서의 나라고 할까요. 결국 서로 같은 거랍니다. 지금도 바보는 징징 거리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바보도 원하고 있었거든요.”

흑천편이 꿈틀 거리면서 움직인다.

콰쾅!

사방에 널려있던 시체를 다시금 쳐내며 박살낸다.

“이런 짓을 하는 것을말입니다. 아하하하하!”

그녀의 그런 모습에 파일해는 이를 악물었다. 저렇게 까지 변한다는 것은 확실히 저 흑천편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 어둠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 하지만 그걸 강제로 보게 만드는 너 흑천편의 그림자를 내가 용납할 것 같아?”

“왜 그러시나요. 파 대협. 저도 반청향이에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안고 싶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렇게 말하며 달려드는 그녀의 눈안에는 울고 있는 또 다른 반청향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파일해의 두 검이 그의 최고절학이자 구명절초를 뿜어내었다. 그 옆에서 위정천의 검 또한 빛을 뿜으며 쇄도한다.

검은 선이 춤을 추고 그 사이로 세 개의 백광이 섞여들어가며 어우러 졌다. 파일해의 쌍검과 위정천의 일검이 만들어낸 세 개의 백광은 검은 선을 집어 삼켜 찢어버릴 듯 움직였지만 검은 선은 끊어지지도 그 움직임이 작아지지도 않는다.

검은 선의 춤이 격렬해 질수록 세 개의 백광은 점차 줄어들어가고 세명의 안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극명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실례하겠소!”

위정천이 소리 높여 외치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흐른다. 너무 강하게 이를 악물어 잇몸에 무리가 온 것이다.

그의 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의 몸 전체에서 움직이는 가공할 압력은 잇몸의 아픔 따위는 어린아이 장난과 같이 치부할 수 있으니까!

쿠구구구구!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 괴물같은 힘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야 말로 위정천의 최후의 비기이자 절기.

파천폭멸기.

하늘을 부술 정도의 힘을 손에 거머쥐게 해주는 가공할 신공. 다만 이 신공을 사용하고 나면 한달간은 내공을 단 하나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단 일격에 적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최고의 필살기.

츄아아아!

그의 검에서 거대한 백광이 마치 용처럼 꿈틀 거리며 뿡어져 올랐다. 생명을 바칠 각오로 뿜어진 거대한 힘이 검은 선이 만들어낸 춤을 밀어 버리고는 달려들었다.

그 순간 반청향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그저 서 있던 그녀가 처음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키이이이이!

흑천편이 길게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 같이 난잡하고 난폭한 춤이 아닌 질서정연한 춤이 펼쳐진다.

반청향이 흑천편을 제어하여 무공을 펼친 것이다! 흑천편 혼자 날뛰게 하는 데에도 그렇게 강력했다. 그런 흑천편을 제어해 펼치는 무공이라니!

흑천편이 거대한 용이 된다. 그 용은 달려드는 하얀 백광의 용과 부딪혔다.

거대한 이명이 천지를 울린다.

사방의 모든 것이 떨어 울며 쓰러진다.

거대한 힘의 폭발에서 위정천은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크.....헉.”

쓰러졌지만 검은 놓지 않는다. 그는 무릎을 꿇고서도 검을 놓지 않고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반청향은 너무나도 강하다.

하지만 저 강함은 그녀의 힘이 아닌 저 마물 흑천편의 힘.

그때. 위정천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어느새인가 파일해가 그녀의 등뒤에 나타나 두 개의 쌍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실례하겠소이다!!”

파일해의 외침과 함께 번개같이 두 개의 검이 내리쳐 졌다. 죽일 각오로 제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압은 되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파일해의 각오는 무산 되었다. 그는 간과했던 것이다. 지금 반청향의 몸을 감고 있는 저 옷과 같은 것이 바로 흑천편이라는 것을!

카아아아아!

파일해의 두 개의 보검. 파해쌍검이 검은 선에 의해서 막혔다. 그녀의 몸을 감고 있던 흑천편의 일부가 풀려 나가며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위정천과 파일해의 눈 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파일해는 그 나신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반청향의 몸에서 풀려 나온 흑천편의 일부가 매섭게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파일해의 검과 마찰하고 있었으니까!

카아아아아!

불꽃이 튄다. 힘과 힘이 겨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일해는 안색을 일그러 트렸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힘인 것이다!

“자아. 일단 자요.”

그때. 반청향이 손을 뻗어왔다. 파일해는 그 손을 막을 여력이 없었다. 저 손을 막거나 피하려는 순간 흑천편이 자신을 덮칠테니까!

그리고 결국 그녀의 손이 파일해의 수혈을 짚었다. 파일해는 그녀의 나신에 안기듯이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어야 했다.

“나중에 또 뵈요. 위 대협님.”

반청향은 다시금 흑천편으로 몸을 감고 몸을 날렸다. 한 손에는 파일해를 든 채로.



“크윽...”

지독한 아픔. 그 아픔에 파일해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무인 답게 자신의 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관절. 근육. 단전. 기혈. 그 모든 것을 점검하는데 걸린 시각은 거의 찰나의 시간. 그리고 그 후에 파일해는 눈을 떴다.

“흑...흑...”

그리고 파일해는 누군가가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슬퍼서 파일해의 냉혈과 같은 마음을 자극한다.

누가 우는 거냐.

누가 우는 것인데 나를 이렇게 흔드는 거냐. 파일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미녀가 두 무릎을 팔로 감싸안고서 울고 있었다.

어째서 천하제일의 미녀라고 생각되는 걸까?

그녀는 그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하기사.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녀도. 그리고 파일해 자신도 나신이었다.

“반 소저?”

파일해는 그녀를 살며시 불러보았다. 우는 여인은 반청향. 바로 그녀일 테니까. 그런 파일해의 말에 그녀의 몸이 움찔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로 검은색의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흑천편!

그것은 바로 흑천편이다. 흑천편이 그녀의 전신을 마치 알과 같이 감싸버렸다. 파일해의 앞에는 검은 색의 거대한 알이 놓여 있었다.

“반 소저. 제정신으로 되돌아 오신 겁니까?”

파일해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우는 반청향의 슬픈 목소리만이 계속 들릴 뿐.

파일해는 그녀의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어찌해야 하는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런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다.

파일해 그 자신은 위정천과 같이 진지한 부류가 아니다. 그는 기루에도 다니고 여자들과도 다양하게 연예를 해 왔다.

여자를 차버린 적도 있었고 여자에게 차인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강호의 여인들은 파일해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반성이검이라는 위명을 얻었음에도 위정천이 밝게 빛나며 강호의여인들. 혹은 협인들과 교분을 나눌 때 자신은 다른 곳에서 괴짜들과 만나며 놀았다.

파일해에게 인생이란 가벼움과 즐거움. 그리고 생명을 건 도박과 같은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그가 사귄 여인들은 모두 서로와 헤어질 가능성을 애초부터 생각하던 여인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파일해 앞에서 울기만 하던 여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 소저..."

파일해가 다시금 입을 열어서 무어라 말하려고 하다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래에는 피가 점점이 흘러내려져 있다.

파일해 자신은 무공을 수련하여 도검불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동굴의 돌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피가날 정도는 아니다.

그것은 반청향도 마찬가지일 터. 그런데 이 피는? 파일해의 머릿속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돼는 일이 떠올랐다.

이 사태는 바로 단 하나로 귀결 된다.

그녀가. 나를. 어찌했다.

나는 내상을 입은체 쓰러져 있었으니 그녀를 덮칠 수 없다. 그런데 이 피. 나신. 우는 그녀.

결국 결론은 하나다.

그녀가. 나를. 어찌했다.

그 생각만이 파일해의 머리에서 메아리 치고 있었다.

"흑...흑..."

반청향의 울음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 지면서 멍청해 진다. 그리고 파일해는 속으로 생각한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아깝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울음 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파일해는 생각했다.

아차! 실수다!

등에서 식은땀이 스멀스멀 흘러내린다. 내가 대체 무슨 망발을 했단 말인가! 물론 파일해 자신이 그녀를 덮친 것이 아니고 그 반대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제대로 된 의지가 아니다.

저 흑천편에 조종당했을 때의 일인 것이다.

그런 것을 아깝다고 중얼거렸다니.....

파일해 일생일대의 최대의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정작 반청향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한데 말이다. 얼마전에 가족이 몰상 당했다. 지금은 자신의 안에 기이한 존재가 있다.

그리고 어제 자신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 때의 그 감각. 그것이 그녀를 떨게 만든다.

나.

이면서

나.

가 아닌 감각.

그 안에서 태어난 또 다른 나.

모두 다 나다. 흑천편은 계기를 만든 것 뿐이다.

그걸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리고 또 다른 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중인격이라지만 서로의 기억. 서로의 생각. 서로의 마음 모든 것을 공유한다.

공유할 수 밖에 없다.

떨어져 나갔지만 둘은 똑같은 ‘나’이니까.

그런 그녀의 두 가지 모습을 본 이 사내는 넋살도 좋게 다가와서는 빙글빙글 웃고 있다.

-그래서 안은 거잖아?

흠칫.

그녀가 몸을 떨며 멈추었다.

“반소저 왜 그러십니까?”

그가 말을 걸어 온다. 그의 말에 반청향은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들어가. 너는 나올 필요가 없어.

-거짓말. 나도 그를 좋아하잖아. 난 알아. 나는 나니까.

닥쳐!

그녀는 속으로 일갈했다.

-숨기지 말아. 그의 탄탄한 몸과 그 크고 단단한 것. 아프면서도 희열을 느꼈잖아.

그건 네가 느낀 감각일 뿐이야. 나는...나는....

-너라고 부르지 말라고 나. 나가 흘린 눈물이 그런 눈물이었나? 하기사 슬프기는 했어. 좀더 황홀한 밤이었으면 했으면 했거든? 하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었잖아. 그를 가지고 싶으니까 말이야. 안그래 나?

닥쳐! 닥쳐! 닥치란 말이야!

쾅!

그녀의 팔이 휘둘러지며 흑천편이 날아가 나무를 박살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파일해는 몸을 흠칫 굳으며 긴장했다.

“떨어져요.”

반청향은 사납고 싸늘한 눈으로 파일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그 말을 후회했다.

그래. 나 안의 또 다른 나의 말 대로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 모닥불을 핀 처음의 만남에서 그가 해준 말을 들은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이런건 아니다. 이런 관계란 결국 비틀린 관계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들었다.

바람둥이에 바람같은 사람이라고 했었지.

그러니 지금의 그는 나를 쫒아다니지만 결국 사라질 사람이야. 처음부터 육체적으로 관계를 짖고서 사랑할 수는 없어.

그리고 나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다.

태극인.

그를 죽여야 해.

가족들의 복수. 혼자라는 차가움. 세상의 어두운 단면. 그리고 파일해에게 향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뒤섞이며 회오리처럼 휘몰아 친다. 무엇이 먼저인가. 무엇이 옳은 가. 알 수조차 없다.

그 어지러운 마음을 억지로 다잡으며 그녀는 냉정한 가면을 쓴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파일해를 노려보았다.

“이거 왜 그러십니까. 소저는 강호초출인데 아무래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도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다가. 그 물건. 조금 위험한 물건이라 말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아나요?”

그녀의 말투가 다시 여성형으로 돌아온 것을 알아채고는 파일해는 히죽 웃었다.

“마병이라는 것이지요.”

파일해는 다시금 설명에 들어갔다.

“강호의 전설인 칠대마병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끄떡.

“그걸 만든 사람은 광병살마라는 사람으로 십대고수중에 한명이지요. 그는 주술과 기이한 사술을 쓰면서 무기를 만드는 미친 장인입니다.”

그녀는 그 이야기도 알고 있었지만 안다고 말하며 그가 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은체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한 악행과 살업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데 여러 가지 잔인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일곱가지 무기가 바로 칠대마병. 그런데 요 근래에 그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무서운 무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그 무기를 얻은 이들은 새로운 고수로서 강호에 등장한 거지요. 사안겸마. 흑수살마. 팔수괴마. 다창마협. 부월거왕. 비형은조. 이렇게 여섯.”

파일해는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 소저가 가지고 계신 그 기이한 채찍. 흑천편 또한 바로 그 광병살마가 만든 마병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가 만든 가공할 무기가 이제 열 네 개.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파일해는 반청향이 처음 만났을 적과는 다르게 상당히 유쾌하고 말도 많아지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뚱하고 불평하는 듯한 자세이지만 진정 마음에 드는 이에게는 그 본모습을 보여준다.

쾌활하고 자유로운 그의 본성을. 그래서 그는 강호의 자존심과 오만함을 함께 가진 자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였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그에게 생각따위는 없어요.”

“예?”

“그는 미쳐버렸을 뿐이니까.”

반청향의 말에 파일해의 눈이 가늘어 졌다.

“그를 만나셨습니까?”

“그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해요. 제가 만난 것은....인간이 아닌 어린아이.”

“인간이 아닌...어린아이라...”

파일해가 진지하게 그 단어를 내뱉었다.

“알려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저의 일에 협력한다면.”

반청향은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속으로 당황했다. 뭐지? 이 감각은. 내가 이런 말을 할줄 알았던 걸까.

아니면 이것도 흑천편의 영향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전혀 모르는 내가 되어 버린 것을 발견한 감각.

그녀는 그 감각에 잠시 당황하다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면 어떤가. 내 생은 복수를 위해서인데!

“어떤 일입니까.”

“저는 한 사람을 찾고 있어요. 상당한 세력을 가진 자. 그리고 저의 원수.”

“알겠습니다.”

그 말만으로도 파일해는 그녀가 찾는 자가 누군지 어렴풋이 알아챘다. 분명 반가를 멸문시킨 자일 것이다.

“그의 이름은 태극인. 그를 찾는데 도와주세요.”

“제 이름에 걸고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

파일해는 맹세했다. 그 맹세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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