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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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작품등록일 :
2009.11.20 22:13
최근연재일 :
2009.11.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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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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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만기狂天滿氣 - 심중사념(心中思念) 1

DUMMY

심중사념(心中思念)



마음 속의 가운 데에 무엇이 있는지는

그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다.

설사 안다고 해도, 그것을 어찌 할 수 없다.

그것이 싫다고 해도.

그것을 부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




-누군가의 말




순권은 음지로, 거현은 양지로 간 것이다. 그런데 손권은 음지로 간 사람 답지 않게 정광이 서린 눈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 속의 정의는 죽지 않은 것 같다. 암비당에서 본 여러 가지 더러운 일들 조차도 순권의 마음을 꺾지 못한 모양이다.

거현은 심드렁한 얼굴이었고, 포연은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었다. 순권, 거현, 포연의 세명은 그렇게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사람이라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앉아서 여아를 안고 있는 사내는 그런 세명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했다.

우물우물.

조용히 음식을 받아 먹는 여아를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표정 하다. 순권은 그런 사내를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고, 거형은 다른 방향을 보며 술병을 든다. 포연은 우물쭈물 하며 힐긋힐긋 사내와 소녀를 번갈아 본다.

극단적인 모습이었다.

"현재 저희는 삼문협(三門峽)에 있습니다. 하남성과 산서성의 경계인 황하강의 포구입니다."

순권과 거현은 이미 식사를 끝냈다. 포연은 아직 깨작깨작 식사 중이었고, 사내는 자신의 음식은 손도 대지 않고, 여아에게만 음식을 먹일 뿐이다.

지난 몇일간 같이 행동하면서, 사내는 북림맹의 무사들인 순권, 거현, 포연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게 순권이 가자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순권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안내가 라고 했다.

그는 암비당 소속으로 이번 임무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숙지하고 나왔다. 그렇기에 그가 시령교까지 안내할 자다.

또한 거현은 보호자였다. 무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그가 나서 일행을 보호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포연은 대비자라고 했다.

독이나 각종 상처등을 입었을 때. 그리고 도주를 해야만 할때 적들의 이목을 속일 진법을 설치하거나 할 인물이다.

그들 세명은 완벽하게 사내를 시령교 까지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시령교주의 목을 따 버린 다음 귀환해야 한다.

사실 귀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아마도 시령교주를 죽인 후 일행 모두 죽을 지도 모른다.

거현이나 포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순권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순권은 이 사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판단 할 수가 없었다.

그 무위도, 그리고 성격도, 그 존재 자체도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게다가 이 사내 앞에 있으면 자꾸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감각.

사내는 어디로 가는지 조금도 묻지 않았고, 그저 잠자코 따라만 온다. 그렇기에 순권은 안내자로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황하강을 건너면 바로 산서성입니다. 산서성에는 거대문파가 하나도 없어서, 중소문파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 주의를 요합니다. 그렇기에, 시령교 같은 사악한 마교가 숨어들어가 비밀리에 세력을 키우고 있기에 적합하기도 합니다. 중심축이 되는 문파가 없기에, 저희 북림맹에서도 제대로 통제를 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순권의 말에도 사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도리어 사내가 안고 있는 여아가 순권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눈을 돌려 다시 사내를 보며 아기새처럼 음식을 받아 먹고 있다. 순권은 그런 여아의 시선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순권은 사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깨달았으니까.

"황하를 건너면 바로 운성(運城)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관도를 따라서 다시 이동을 시작하여, 산음(山陰)이라는 지역 까지 갑니다. 산음은 산서성의 중심 성도인 테원에서도 북쪽에 있어서, 오랑캐들도 꽤나 빈번하게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어이. 순권. 듣지도 않는데 그만 하지?"

옆에서 술을 마시던 거현이 불쑥 말을 걸어 온다. 걸걸한 그 목소리에는 베베 꼬인 심사가 가득하다.

"저 치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듣지도 않잖아."

"조용히 해라 거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래? 내가 볼때는 아닌 것 같은데? 너 뭔가 알고 있는 거냐?"

"내 본능이지."

"헷. 그 놈의 본능 좋기도 하군."

거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그대로 술을 다시 들이킨다.

"푸하. 좋다. 빌어먹을 술. 어이 포연. 너도 한잔 하지?"

"저..저는 괜..괜찮아요."

"사내 새끼가 계집애처럼 빌빌 거리고.....제길. 이번 임무는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들어."

거현의 한탄에 포연이 쩔쩔 맨다. 그런 두명의 모습에 순권은 속으로 한 숨을 내 쉬었다.

거현은 진무당에서도 실력자로 알려져 있는 무인이다.

나이는 순권과 같아서 젊지만 젊은 나이에 벌써 횡피철포공(宖皮鐵包功)이라는 외문기공을 극성까지 익혀냈다고 한다.

그만큼 독종으로, 그의 몸은 도검불침을 넘어서 검기 까지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졌다고 한다.

외문기공은 흔히 조문이라고 불리는 약점이 존재하는데 반해, 거현의 횡피철포공은 그런 조문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거현은 횡피철포공을 익히고 있음에도, 뼈를 깎는 고련 끝에 경신공 역시 훌령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즉. 그는 보통의 외문기공을 익힌 자들처럼 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면서 싸우지 않고, 피하고, 수비하고, 공격하며 싸운다.

그가 익힌 권법인 호아권(虎牙拳)은 그가 익힌 보법인 호비보(虎飛步)와 합쳐져서 매우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즉. 강하다. 거기다 독하다. 하지만 그 만큼 성격이 나빴다. 동료들과 자주 싸우기 일쑤였고, 독선적이고 고집도 강했다.

그래서 이번 임무에 쓰인 것일 것이다. 순권 자신과 마찬 가지로.

살아 돌아가는 것은.

힘들겠군.

아무도 우리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순권은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거현. 대인의 앞에서 무슨 짓이냐."

"대인? 대이이인!? 크하하하하. 그거 웃기는 군. 이봐. 내가 머리가 안 돌아가지만 이번 임무가 죽으러 가는 임무라는 것 정도는 알아. 지랄 맞은 맹에서 드디어 나를 내치려는 거지. 그래도 내가 이렇게 가는 이유가 뭔지 알려줄까?"

"뭐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야. 거기 가면 재미있게 싸우다가 죽을 거 같아. 어때 좋지 않냐?"

공허함과 짜증. 권태와 분노가 숨겨진 눈동자를 보며 순권은 역시 속으로 한 숨을 내쉬었다.

거현이 가진 문제를 순권도 안다.

거현은 보기드문 무골이었고, 덕분에 강해졌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할까? 본단의 무사는 어디까지나 본단의 무사다.

좋은 무공을 가르쳐 주지만. 그것은 북림칠문의 비전의 무공에 비하면 격차가 컸다. 또한 대우는 어떤가?

본단 무사로 아무리 공과를 쌓아도 파견 무사의 발바닥을 핥는 개와 같은 신세다. 북림맹은 북림칠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 되는 곳이다.

벽이다.

두터운 하늘처럼. 그것은 그렇게 존재했다. 그렇기에 절망 한다. 그리고 분노 한다. 그건 질투일 지도 모른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자들이, 아니. 자신 보다도 못한 자들이 북림칠문이라는 이름으로 거들먹 거리는 것을 보는 분노와 짜증.

그렇기에 경멸하고, 조롱한다. 그들 북림칠문의 얼간이들을. 하지만 그런 것은 모두 허세일 뿐이다.

북림칠문에서도 대단한 이들이 나서는 순간.

태양 앞의 촛불처럼 작아지고 만다. 그럼으로서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위치를. 자신이 가진 힘을.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의 규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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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가 원고 넘겼습니다. 아마도. 19~20일 날에 책으로 나올 듯 합니다.


그때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편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변환해 보아도 어느정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노력 하고 있을까요? 우리의 환경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기회를 받은 것일까요? 우리는 노력에 들어가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습니까? 우리는 과연 만족 스러운 삶을 살고 있나요?

언제나 그렇듯.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이야기 겠죠.

답은 여러분들의 안에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글에 제 사상에 대한 제 답은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질문은 끈임 없이 던져야겠죠.

독자분들은 과연 그것을 좋아할까요? 싫어할까요? 싫어 한다면 단지 재미가 없어서 싫은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로 싫은 걸까요?

좋아한다면 재미있어서 좋은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로 좋아 하는 걸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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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요괴 - 진실, 그리고 마음 +9 08.10.01 5,608 15 36쪽
22 요괴 - 불사패검 +23 08.09.12 6,758 23 39쪽
21 요괴 - 여행자와 사건 +9 08.09.12 6,754 109 43쪽
20 요괴 - 대가 +7 08.09.12 6,648 29 26쪽
19 요괴 - 마적 +19 08.09.11 8,456 15 40쪽
18 요괴 - 인간애 +8 08.09.11 8,198 14 37쪽
17 요괴 - 세상의 중심에 선 자들 +8 08.09.11 9,024 19 16쪽
16 요괴 - 미쳐버린 세상 +22 08.09.09 10,549 1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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