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1,901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08 06:00
조회
1,555
추천
26
글자
10쪽

*8*

DUMMY

16.

*8*

*8*

고 2.

어르신들은 혈기왕성할 때라고 하고,

의원 연령대 어른들은 열심히 공부할 때라고 하고,

지금 고 2인 우리들은

*8*

*8*

“놀자.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가 신나게 놀아보냐. 내년엔 다들 고삼이라서 숨도 못 쉬고 교실에서 처박혀 있을 거잖아.”

양훈의 칭얼거림에 미수는 자신이 들고 있는 채소 바구니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나 들고, 이따가 내 요리 한 거 시식 부탁해.”

“시식? 오늘은 뭔데?”

양훈의 기대감에 반짝이는 눈으로 미수를 바라보았고, 미수는 작게 미소 지으며 노란 가루를 내밀었다.

“오늘은 카레. 그것도 산에서 직접 캔 버섯을 넣어서 만들 거야.”

“윽... 버섯은 싫은데.”

“그래서 시식 안 할 거야?”

“아니 해. 무조건 한다. 미수가 한 건 언제나 맛있으니까, 버섯도 맛있겠지.”

“역시 우리 양훈이 제일 멋져.”

“고럼. 고럼. 내가 멋진 놈이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역기로 운동하다가 내려놓은 나는 옆에서 최근 나온 이수지가 던진 수건을 받아 땀을 닦으며 말했다.

“좋은 분위기 초 치는 거 같아 미안한데, 미수 너 이번에도 혼자서 산에 간 거야?”

내 말에 이미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가. 작게 혀를 내밀었다.

“미안. 갑자기 원하는 재료가 생각나서...”

“그러면 나나 양훈이 둘 중 하나 부르라고 했지. 최근에 실종된 대학생 누나 소식 들었으면서 자꾸 그럴래?”

내가 육 월 초, 충청도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을 말하자 미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 그럴게...”

“수호야 그렇게 사나운 표정까지 지어가면서 타박해야겠어? 미수가 요리 쪽은 아직 초보라서 맘이 급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게 말하는 안 되지.”

“맞아. 이번엔 네가 심했어.”

수지와 양훈 두 사람의 타박에 나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알았어. 더는 뭐라 안 할 게. 나는 분명히 말했으니까, 곧 어른이 되는 미수나 다른 아이들 모두 조심할거라 믿고 나는 이만 씻으러 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숙사로 걸어가자 뒤에서 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야 식사 할 거야?”

“갔다 오는 동안 내 것도 해 놔.”

“알았어~ 꼭 와.”

미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수는 정말 좋아하는 걸까?

혹시 병원에서 경찰 아저씨가 한 말을 듣지 않았을까?

그것을 듣고 경찰의 꿈을 포기한 거라면...

“빌이먹을.”

김도훈 새끼.

내가 듣기로는 초범이 아니고, 중범죄에 해당하는 살인 미수죄라서 소년원에 일 년 동안 갇힌다는 말을 들었다.

고작 일 년.

일 년 뒤엔 놈이 다시 우릴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일 년 뒤에 출감할 때쯤 우리에게 소식이 온다는 말과 함께 전학을 권유하는 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우리나라 법이 얼마나 엉성한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학기가 우리 넷이 뭉쳐 있는 마지막이라 볼 수 있었다.

미수는 어쩌면 그것을 알고 애써 웃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양훈과 수지도 말은 안 했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미수가 시식을 핑계로 부르면 군말 않고 모이는 건지 모른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훈이 말대로 놀러 가볼까?

**

**

김도훈 사건 이후로 네 명이서 바깥으로 나가는 걸 꺼렸기 때문에, 주말 일 박 이 일로 놀러 가자는 양훈의 의견에 처음엔 거부감을 가졌다가, 계속된 그의 설득에 우리 모두 여행을 가는 걸 찬성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미성년자라 부모님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하고, 보호자가 최소한 한 명 이상은 필요하다는 큰 벽이 있었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안전한 곳도 이것저것 다 따지다 보니 피서지는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민하다가 기말고사가 다가와 이대로 흐지부지되는 듯했으나. 기말고사가 끝난 날, 갑자기 양훈이 이 주 뒤에 독일로 가는 아버지 따라 외국으로 간다는 말을 하면서, 수업이 끝난 후 식당에 모여 다시 여행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불똥이 내게 튀었다.

“서울에 수호네 집 있지 않아?”

이수지의 질문에 붉은 옷과 매니큐어 립스틱을 바른 마녀가 나를 보며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건 절대 안 되지.

“그곳은 이제-”

“잘됐다. 서울 구경도 하고 놀이동산도 가고, 경복궁도 가보고 싶어.”

“나도 대전은 가봤지만 서울은 어린 때 빼곤 가보지 못했어.”

“나는 살긴 했는데, 오 년 만에 가는 거네.”

“내 말을-”

“수호네 간다고 하면 부모님들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맞아. 우리 부모님도 수호가 같이 간다고 해서 어디 갈 건지 말해보라고 하시더라고.”

“나는 수호가 같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도 된다고 그랬지롱.”

수지, 미수, 양훈의 말이 끝날 때마다 내 심장이 덜컥 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절대 우리 집은-

“나도 인천으로 가기로 했어. 그래서 이번 여행 우리 꼭 가자.”

수지의 말에 내 앞에 있는 미수와 양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양훈이 애써 웃으며 밝게 말했다.

“어릴 때는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지만, 어른이 되면 꼭 다시 만나서 놀러 가자!”

“그래. 그때는 부모님도 막지 못할 거 아냐.”

“응. 그럼 어른이 되는 해에 만나기로 할까?”

의원에게 전화하기 싫지만...

나는 친구들의 미소를 보며 휴대폰이 있는 바지 주머니에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애들아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

“응.”

“빨리 와.”

“그래...”

식당 바깥으로 나온 나는 운동장 옆 콘크리트 관람대로 뛰어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까지 확인한 나는 휴대폰으로 집이 아닌 의원의 비서에게 전화했다.

-아드님께서-

“아들이 아니라 동생입니다.”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두고 계신 겁니까. 의원님께서 후회 많이 하고 계십니다.-

“됐고. 집에 아직도 형수님 있어요?”

-형수... 아! 네, 계십니다. 착실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그 바람둥이가 안 나갔다고?

“생각 외로 잘 버티고 있네.”

-네?-

“저기 그럼 서울에 다른 집은 없어요?”

-다른 집이요? 예전부터 집이 하나밖에는 없었습니다.-

남들은 부동산투기 하던데 생각 외로 청렴하게 사네.

문제는 꼼짝없이 그 여자를 본다는 점인데...

“혹시 한 일주일 동안 형수님보고 여행 가라고 말할 수 없어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서울에 들를 일이 있어서요.”

-날짜 말씀하시면 당장 비우겠습니다. 차까지-

“친구들이랑 가는 거라서 같이 버스타고 돌아다닐 거예요.”

-알겠습니다. 형수님 걱정 하지 마시고 편안히 서울로 올라오십시오.-

너무 잘해주려고 하는데... 수상한 냄새가 난다.

“의원님이랑 부딪힐 일은 없겠죠?”

-... 저녁 식사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한창 때도 나와 식사는커녕 바깥에서 사먹으라고 돈을 던져주던 사람이 식사를 하자고?

혹시 표창장 알고 있는 건가?

나는 머릿속으로 식사를 하는 와중 찾아오는 기자들을 떠올렸다.

충분히 가능성 있어.

“비서님이 아직 잘 모르시나 본데, 형은 식사하라고 돈만 던져주고 가버려서 저랑 단 한 번도 식사를 한 적이 없어요. 기자 들어오는 순간 김명호 이름부터 까발릴 거라는 거 알아두세요.”

-그렇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네.”

그럼 그렇지. 너무 쉽게 허락하더라.

툭. 툭. 툭.

관람대에 오래되어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을 아래 배수로로 하나 둘 차 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나는 혹시 애들이 나오지 않았나 걱정 되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 바닥에 있는 콘크리트 조각을 차려는 순간 비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하는 기간 동안 비워주는 대신, 친구분들이 돌아가고 난 날 집에서 어머- 아니 형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조건입니다.-

원래라면 거부해야겠지만.

“수호야~ 아직이야~”

멀리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양훈과 친구들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럼 끊어요.”

툭.

휴대폰을 넣은 나는 아이들에게 뛰어갔다.

**

**

영동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공기가 매캐하고 답답하다.

그래도 하늘은 맑네.

두꺼운 구름이 둥둥 떠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파란 하늘이 내 머리 위에 있었고, 들뜬 표정의 아이들을 데리고 의원이 사는 아파트 앞까지 도착했다.

“우와. 정말 높다.”

“이 근방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에 사네.”

“네 형 엄청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양훈의 말에 입구에 있는 유리문에 비친 내 얼굴에 쓴 웃음 새겨졌다.

띠. 띠디띠 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옆에 나온 경비원은 내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도 철저하다.”

“영화에서나 본 건데...”

감탄이 이어질수록 내 머릿속에 짜증이 차오르고 있었다.

반년이 지나 다시 이곳으로 왔구나...

-칠 층입니다.-

안내 멘트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바깥으로 나간 난 얼어붙었다.

집 앞에는 비서 아저씨와 여자, 그리고 아이 하나가 있었다.

이 여자가 왜 내 앞에 있어!

내가 비서 아저씨를 쏘아보자, 아저씨가 황급히 고개를 푹 숙였고, 그사이 내게 다가온 여자에게서 너무 강해 역한 향수냄새를 풍겨와 내가 보는 세상을 살짝 일그러지게 했다.

“왜 그렇게 눈을 찌푸려 우리 아-”

나는 더는 말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큰 목소리로 외치며 상체를 깊게 숙였다.

“형수님! 오래간만입니다.”


작가의말

막장이 다시 시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숫자를 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저그좋아입니다.(맨 밑에 세 줄 요약있음.) +3 19.11.21 278 0 -
183 파일19# 0330 +4 19.11.19 220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1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1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7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7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5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4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2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1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09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19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5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