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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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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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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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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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1*

DUMMY

25.

선생님의 말씀에 나와 아저씨의 눈동자가 마주쳤다가, 제일 먼저 시선을 그녀에게 돌린 건 나였다.

“언제요?”

“조금 전에.”

“내용은요?”

“현수막이랑 전단을 다 떼라고 안 그러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어.”

“경찰에는 연락하셨어요?”

“어. 지금 막 신고하고 전화 끝났을 때, 네가 온 거야.”

“잠시 휴대폰 좀 보여주세요.”

“응. 여기.”

진짜 왔네.

번호는 휴대폰 번호가 아니라 영동 국번이 적힌 일반 전화번호였다.

“나도 좀 보지.”

“여기요.”

“음... 이거 공중전화 번호 같은데. 내가 경찰서에 연락해보마.”

다시 휴대폰을 선생님에게 건넨 뒤, 그가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선생님에게 이해가 되지 않은 점을 하나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여기 계신 거예요? 집에 아까 가셨잖아요.”

“내가 작년 여름부터 기숙사랑 식료품 창고 담당인데. 재계약 서류를 검토해 본다는 걸 깜박했어. 최대한 빨리 정해서 내년부터 맡을 선생님에게 인계해야 하거든.”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이번에도 머릿속이 근질거렸다.

아. 또 뭐야. 왜 떠오르지 않는 건데.

이럴 바엔 간지럽지 말고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네.

**

**

빡!

살짝 눈앞이 번쩍일 정도로 강한 충격이 뒤통수에서 느껴졌다.

“이형사! 아니 애를 왜 때려!”

강력팀 팀장 장운일이라 적힌 명패가 놓인 책상에 앉은 배불뚝이에 평범한 인상의 아저씨가 외치자.

내 뒤통수를 때린, 왼쪽 눈썹 중앙을 위 아래로 가로지르는 작은 흉터가 있는,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 새끼 때문에, 밤새 우리 애들은 물론이고 경찰들이 좃 빠지게 돌아다녔지 않습니까. 애도 위험해졌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는 자기 딴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한 건데, 머리를 왜 때려.”

“이렇게 일을 크게 벌였으면 맞아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죠.”

“거. 참. 저기 수호라고 했지?”

“네.”

장운일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그런 거니까. 이해 부탁해.”

언뜻 보면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이지만, 나는 저자가 진즉에 막을 수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막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일이 잘못되면 내게 잘못 뒤지어 씌우려고 미리 행동하는 거지.

나는 슬쩍 선애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아예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참고 싶지 않았지만 참는 이유는,

“이 사람 죽일 듯한 눈빛 봐봐. 이 새끼 아직 정신 안 차렸다니까.”

툭. 툭.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미는 이준학이 선애를 구해줄 경찰이라는 사실과,

“그만해.”

강하게 말리지는 않고 있는 장운일의 머리 위에 숫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


둘 다 같은 숫자였고, 내 머리 위에도 똑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아직 똑같은 회색이고, 혹시 내가 화를 내서 색에 검게 변한다면 제일 최악이라서 나는 꾹 참았다.

툭. 툭.

“눈빛 죽여라.”

툭. 툭.

“눈 감기라도 하라고”

[눈 깔으라고.]

툭. 툭.

으드득.

나는 오로지 하얀색 휴지통만 바라보며 욕을 꾹 눌러 참았다.

하얀색. 하얀색을 위해 참자.

“이 새끼 눈빛 보소. 지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 눈빛 나오지 않는데.”

[우와 이 새끼 지금 나한테 개긴 거지?]

툭. 툭.

“잘못했으면 대가리 박아.”

[잘못했으면 대가리 박아.]

툭. 툭.

[이 병신 새끼야.]

“그만해. 그러다. 큰일 나겠어.”

[그러다 들이받겠다.]

툭. 툭.

[싫은데.]

“알았-”

더 못 참아!

난 김명호의 얼굴에다 오른 주먹을 날렸다.

탁.

내가 놈에게 날린 주먹을 막은 손을 따라가 보니, 그곳엔 체육복 차림의 유인준 선생님과 갈색 코트와 평상복 차림의 이신후 아저씨가 있었다.

“선생님. 아저씨?”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나를 보며 이신후 아저씨가 웃었다.

“잘 참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른손에 힘이 쭉 빠졌다.

툭툭.

내 손을 내려놓은 유인준 선생님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자, 조금 전 내가 한 행동이 떠올랐다.

숫자는!


1


어라?

이게 꿈인가?

두 사람 머리 위의 숫자 밑 부분에 하얀색 빛이 반짝였다.

아주 조금 이지만, 그래도 하얀 빛이 차올랐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내게 주먹을 맞을 뻔한 이형사라는 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함쳤다.

“이 새끼가 지금 내게 주먹을 날려! 이게 경찰을 병신으로-”

“병신으로 아는 건 당신 아닙니까.”

유인준 선생님이 그에게 한 걸을 다가서며 위압적으로 말하자, 자기보다 머리하나 더 큰 선생을 올려다보며 그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가 얼굴을 붉혔다.

“지금 경찰 협박하는 거야 뭐야!”

“그럼 이새끼 저새끼 하면서 머리를 툭툭치는 건 옳은 겁니까? 어디 동네 사람들에게 한 번 물어 볼까요?”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이형사가 나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이 현수막 하자고 부모 꼬드겨서 범인의 심기를 건드렸지 않습니까. 잘못해서 친구가 죽을지도 모르는 행동을 했는데,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버릇을-”

“어이, 나도 같은 경찰이고, 나도 쪼까 형사 생활해 봐서 아는 게 하나 있어.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선 실종 사건 하루 이내에 전화 안 오면, 거의 안 와. 그건 모를 리 없을 텐데. 설마 초짜?”

이신후 아저씨의 말에 이형사 아저씨가 움찔했다.

“그럼 그렇지... 오히려 이 녀석이 현수막 돌린 것 때문에 당황한 녀석이 자기가 영동군에 산다고 선언한 거잖아. 영동군 주변 지역 탑차들을 싹 다 뒤지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여기서 어린 녀석이나 괴롭히면서 놀고 있어?”

그의 말에 이형사가 아무 말도 못할 때, 굳은 얼굴로 변한 장운일이 이신후에게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이봐. 당신이 뭔데 우리보고 따지는 거야?”

“어이구, 장운일 경위님이시군요. 저는 이신후 경사입니다.”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그가 품에서 명찰을 꺼내 내밀자, 장운일이 받았고,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서울 지구대에서 근무 중입니다.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근무하기 전에 강력팀이 있었던 전력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옷을 들어내자, 심장 부근에 심각한 상처였다는 걸 증명하는 기다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조폭 새끼가 배때기에 칼을 꽂지 뭐에요. 저도 그래서 그 새끼 목에다가 팡. 쏴지요. 그 뒤로는 지구대로 온 거고요.”

이신후 아저씨가 손가락 권총을 만들어 장운일에게 쏘는 시늉을 하자, 장운일은 움찔한다.

“그. 그러신 분이 여기는 어쩐 일로.”

그의 질문에 이신후 아저씨가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기 경찰 뺨치는 녀석이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경찰 뺨을 쳤다고요?”

“아. 그게 아니라, 감 말입니다. 감이 아주 좋아요. 그냥 범인 잡는데 딱! 인 녀석이지요. 이 녀석이 체육 선생이 아니라 경찰을 해야 하는데-”

“안 됩니다. 이 녀석 공부도 곧잘 따라오고 있고, 어린 시절 학생기록부가 잘못 기재됐나 싶을 정도로 운동신경도 좋습니다. 인성도 좋은 녀석이 선생이 되어야 미래가 밝은 거 아니겠습니까.”

유인준 선생님의 말에 이신후 아저씨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이 녀석 성격이 개차반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개차반이 개차반 같은 놈들을 잘 잡는 겁니다.”

칭찬 인가? 아니면 욕 인가?

내가 헷갈려 하는 사이, 유인준 선생님이 내 머리위에 손을 얹은 이신후 아저씨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저도 예전엔 한 성격 했습니다. 많이 죽어서 그렇지요.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좋은 선생이 될 겁니다.”

이번엔 이신후 아저씨가 내 어깨에 올린 유인준 선생님의 손을 떼어냈다.

“아까 저 형사 얼굴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려고 한 거 못 보셨습니까? 이 녀석은 선생은 절대 안 돼요. 그러다 범죄자 되고 그냥 켁입니다. 켁.”

자신의 목을 그으며 말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유인준 선생님이 한 걸음 다가서며 묵직하게 말했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리고 선생님보다 고인 곳이 그곳 아닙니까. 경사에서 막힌 다면서요. 앞길 창창한 아이에게 그런 고인 곳을 추천하는 겁니까.”

그의 말에 이신후 아저씨의 얼굴이 더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건 학교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니 우리보다 더 심하죠.”

그의 말에 유인준 선생님이 한 걸음 더 다가서서 두 사람이 거의 맞닿을 때쯤 나는 지근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지금 선애가 없어진 마당에 그러고 싶으세요. 부모님도 있는데 그만하죠.”

내 말에 두 사람이 움찔하더니,

“어디 계시냐.”

내가 손가락 방향으로 가리킨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에게 두 사람이 동시에 상체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어이구 죄송합니다.”

정신없던 상황이 정리되자, 정신을 차렸는지, 장운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휘저었다.

“지금 저희 두 사람이 협박범의 추가 전화를 기다리느라 대기하고 있는 거고, 이 아이는 추가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주말은 잡아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두 분은 여기서 나가 주세요.”

그의 말에 유인준 선생님이 빈 의자를 끌고 와 내 오른쪽에 앉았다.

“그럼 보호자인 저도 남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신후 아저씨도 왼쪽에 있는 경찰 아저씨를 손짓으로 밀어내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럼 저도 저희 서장님이 내려간 김에 수호 학생을 지켜보라고 하셨기 때문에, 여기 남겠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에 장운일은 나와 똑같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자리에 앉았다.

“이 형사! 두통약 좀 가져와 어서!”

“예!”

**

**

저녁이 되어도 협박범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신후 아저씨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선애 부모님과 내 사이가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갔고, 그 과정에서 선애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절대 아는 사람이 아니면 타지 않아요.”

어머니의 말애 이신후 아저씨는 돼지국밥을 먹으려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경찰에게 얘기 하셨죠?”

이신후 아저씨가 그의 물음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직도 못 찾아?”

“왜요?”

“아니, 아는 사람 중에 탑차 가지고 있는 사람만 잡으면 되는 거잖아.”

“그게. 제가 정육점 하는 사람이라서, 냉동기가 달린 하얀 탑차를 운영하는 사람만 열 사람이 넘습니다. 그중 절반이 넘는 곳이 어째서인지 영장 신청이 아니면 협조해줄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그래서 그곳 주변에 잠복하느라 경찰 인력이 이렇게 텅텅 빈 거였구나. 왠지 뭔가 이상하다 했다.”

으... 또 머릿속이 간지럽네.

왜 이러는 거야.

이때 갑자기 어머니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늘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로 돌아가거나 어머니 쪽으로 모였다.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테 텔 미.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기다렸다고.”

지금까지도 열풍인 유명 걸그룹 노래가 멈추고.

“예보세요.”

어머님의 목소리에 모두가 숨죽였다.

-돈을 주면 선애를 풀어주지.-

“도. 돈이요! 네 얼마든지 줄게요.”

-이 천.-

“네? 이. 이 천이요?”

-왜 안 되냐?-

그의 물음에 옆에 있던 아버지가 바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대신 우리 딸 애 목소리만이라도 들려주세요.”

-잠시만.-

그 어느 때보다도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어, 엄마.-

“어~ 우리 아가. 엄마다. 엄마야.”

-엄마...-

-시간은 자정까지. 그때 다시 연락하겠다. 띠띠띠띠-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흐흑. 여보...”

“진정하고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돈을 구해야지. 형사님. 저 움직여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의 말에 왼쪽 눈썹에 흉터가 있는 이준학 형사가 두꺼운 점퍼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예. 여보는 여기서 쉬어-”

“아니에요. 은행도 닫았는데, 이천 모으려면 저도 움직여야죠.”

부모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리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바삐 나가는 그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전화 기록을 살피던 경찰에게서 쪽지를 건네받은 장운일이 휴대폰을 들고 걸어 나가다가 이신후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까 납치범이 다시 전화하는 일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여기 전화가 왔네요.”

그의 비릿한 미소와 비꼬는 말투에도 이신후 아저씨는 미소를 응대했다.

“네, 다행입니다. 어서 전화한 곳으로 가서 범인을 잡으시죠.”

“훗. 나중에 다시 얘기합니다. 어험.”

어깨를 펴고 나가는 장운일의 모습이 사라지자,

“어우... 아까 거의라는 말을 못 들었나. 관련 책 하나도 안 본 티를 내네. 가만.”

이신후 아저씨가 도청 및 위치 추적 장치 앞에서 멀뚱히 앉아있는 경찰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빨리 전화해서 장비도 가져가야 한다고 전화해.”

“네?”

“중간에 범인에게 전화 오면 어떻게 추적하려고, 같이 가야지.”

“아. 네!”

“대답만 하고 가만히 있지 말고 전화해!”

“넵!”

그의 말에 경찰이 전화하자, 이신후는 신경질적으로 의자에 앉더니 국밥을 한 수저 떠서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지적하면, 나중에 지들끼리 이 자식 너무 잘난척한다 그러고, 지적 안 하면 친한 녀석들은 쏙 빠지고 내 탓만 하고, 이럴 때마다 너무 짜증 나.”

밥풀을 튀어가며 하는 말에, 유인준 아저씨는 슬그머니 국밥을 옆으로 옮기며 말했다.

“그래도 선애가 살아있으니까 다행입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

“그건 모르지.”

이신후 아저씨가 툭 내뱉은 말에 유인준 아저씨의 손이 멈추었다.

“모르다니요.”

“이렇게 유명해진 마당에 억도 아니고 이천만 말한 것도 그렇고, 선애인지 다른 아이인지 모를 아이 목소리 딸랑 두 글자 반복해서 읖조린 것도 맘에 걸립니다. 게다가 자정이 뭐야. 밤 중에 아무리 아는 동네라지만, 도주나 제대로 하겠어. 매복하기 딱 좋은 시간대에 약속을 다시 정하자? 제 느낌엔 시간 끄는 겁니다.”

너무... 나쁘게 보시네.

유인준 선생님도 나와 다르지 않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강하게 말했다.

“이보세요! 선애가 무사하길 바라야지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어떡합니까. 그러다가 말이 씨가 되면-”

“무사하면 무사한 거고, 당한 거면 당한 겁니다. 만약 아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랑 목격자 진술이 사실이라면, 선애는 자신을 기절시킨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얼굴을 본 피해자를 놓아주겠습니까. 안 놓아주겠습니까?”

이신후 아저씨의 딱딱한 말투로 내뱉은 말을 들은 내 머릿속은 차갑게 식었다.

“아. 아는 사람이니까 살려줄 가능성도...”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사방에서 조여들 게 뻔한데, 과연 위험을 감수할까요?”

그리고 사방에서 조여든다는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저씨.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내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내게로 향했고, 그 중 이신후 아저씨가 한 숟가락을 다시 입 안에다 넣으며 말했다.

“뭐가.”

“이미 경찰이 잠복 경찰을 배치한 상황이면, 범인은 어떻게 빠져나와서 공중전화에다 한 거죠?”

“지금 전화 왔을 때 나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경찰이 잠복하지 않은 쪽에 놈이 있는 거 같아.”

“그렇다면 경찰이 지금 헛다리짚었다는 뜻입니까? 하지만 하얀 탑차에 안면 있는 사람 중 수색을 거부한 자들은 전부 감시 중인데요? 그럴 수 있습니까?”

“설마 목격자 진술이 잘못된 거 아니야?”

“추가로 다른 목격자도 말해줬는데, 하얀색이라고 했다고 들었잖아요.”

“그렇다면 공범인가?”

“충분히 가능해요.“

“그러면 경찰에게 우리 생각을-”

팟.

갑자기 전등이 꺼졌다.

“뭐야.”

“악! 문서작성 중이었는데!”

“아 놔.”

나는 한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곳엔 어머님이 코를 풀고 버린 휴지와 휴지통이 있었다.

어두운 곳에 있는 회색 휴지통.

그 휴지통을 보는 내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벌써 어두워지려고 하네.]

[우리 차 태워 주신다고 기다리잖아.]

[아는 사람 아니면 절대 안 타는 아이예요.]

[내가 밤눈이 어두워도...]

[밤에 하얀 탑차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정말 오랫동안 범행이 진행된 거네요.]


난... 알겠다.

범인이 누군지.


작가의말

누굴까요?


내일 그 결과가 공개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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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5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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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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