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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베르사유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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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왕상준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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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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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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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프랑스와 나바르의 주인 (2)

DUMMY

-베르사유, 정원-


나는 오늘의 환호성이 좋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인민의 함성 속에 피를 묻힌 단두대를 보며 울부짖던 미래의 일들이 생각나서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무거운 것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두 사람의 자아가 합쳐지지 않고 ‘베르사유의 이방인’이나 쓰던 작가 왕상준의 인격 하나만 있었다면 오히려 더 방탕하게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 다시 나를 호위하게 된 왕실근위대장 노아유 공작 ‘아드리안’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속마음을 말했다.


“노아유 공작, 때때로 근위대장의 사명이 버겁지 않소?”


그러자 노아유 공작은 질겁하며 말했다.


“폐하, 소장의 가문은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하여 3대째 부르봉 왕가를 지켰습니다. 저희 아들과 손자 역시 목숨을 바쳐 왕실을 지킬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왕상준의 기억에 의하면 그의 아들 4대 노아유 공작 ‘루이’는 혁명이 일어난 직후, 다른 귀족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부르봉 왕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혁명군에게 붙잡혀 장남을 제외한 모든 일가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부르봉과 루이 15세와 루이 16세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고 우직한 충성을 반복하다 죽게 된다.


또한, 그의 장손이 되는 5대 노아유 공작인 ‘장 드 노아유’는 겨우 망명했지만, 일가가 멸문당하고 그 충격으로 국외를 전전하는 와중에도, 부르봉 왕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유지했다.


근세의 기억이 남아있는 루이 15세의 마음으로는 조금은 이해가 갔으나, 아직 가슴 어딘가에 흐르고 있는 왕상준의 인격으로는,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몰락해 가는 궁전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그렇게까지 목숨을 바칠 정도로 부르봉의 왕가는 가치가 있는 것일까?


번민은 점점 깊어져 갔기에, 그런 씁쓸한 마음을 감춘 뒤 나는 노아유 공작에게 말했다.


“만약 짐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추잡하며 흉악스러운 전장으로 참전하더라도, 그대는 언제까지나 짐을 지켜줄 수 있겠소?”


그러자 노아유 공작은 아무 망설임 없이 단번에 답했다.


“폐하, 소신은 폐하의 갑옷이자 검입니다. 그렇기에 ‘노아유 가문’은 국왕 폐하가 있기에 숨을 쉴 수 있는 것이옵니다.”


내가 말하는 ‘전장’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노아유 공작의 말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고 유난히 따갑게 느껴졌다. 70년 후 부르봉 왕가에 대해 더러운 칼날을 들이댈 ‘오를레앙 가문’과 달리, ‘노아유 가문’은 마지막까지 신의를 다하였다. 충신의 죽음은, 꺾여진 장미의 향기같이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그 가시는 내 몸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노이유 공작, 짐은 언제나 그대를 의지하고 있소.”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렇게 말한 후,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둑한 것을 보니 이제 산책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비서 장관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폐하, ‘오를레앙 공작’이 폐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가까이, 원수는 더 가까이하라는 격언이 있다. 나는 각성 후, ‘오를레앙 가문’에 대한 나의 태도를 좀 더 긴밀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오를레앙 공작에게 가기 전, 비서 장관에게 확인할 것이 있었다.


“비서장관, ‘앙리(행정장관이자 대법관)’가 짐의 제안을 받아들였소?”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폐하의 첫 명령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겠노라고 파리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답했다고 들었습니다.”


부이용 공작의 말은 들은 나는, 그 말을 신뢰하기에 앞서 의구심이 앞섰으나, 잠시 생각에 잠긴 이후 고개를 끄덕였다. ‘뒤부아’의 연임이 그들로서는 굳이 나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뒤부아 추기경의 진가를 모르는 그들에게는, 차라리 연임하게 하는 것이 오를레앙 파벌에 대한 좋은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짐은 집무실로 갈 것이니. 그 시간까지 그를 데리고 오시오.”


그렇게 말한 나는 집무실을 향해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


왕의 집무실에서 나는 어제부터, 섭정공작의 직위에서 ‘뒤부아 추기경의 후임으로 ‘제1 장관(국무장관)’이 된, ‘오를레앙 공작’과 독대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지만, 왕상준의 기억으로 진실을 알게 된 나는 그의 무거운 미소가 살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따뜻한 미소는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에서 이 야심 찬 귀족이 국왕이 아닌 국무장관에 만족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역사로만 그를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다. 선왕은 죽기 전 자신의 사생아인 ‘메인 공작’과 ‘툴루즈 백작’을 나의 후견인으로 임명한 후,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만, 그들이 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천명했다. 다시 말하면 그런 정치적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나를 ‘오를레앙 공작’의 마수로부터 지키고자 한 것이다.


“오를레앙 공작, 이제 짐이 무엇을 했으면 좋겠소?”


나는 의도적으로, 13살의 아이의 치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오를레앙 공작 필리프에게 말했다. 신임 국무장관과 새롭게 친정을 시작하는 국왕과의 첫 국정은, 바로 집무실에서 정해지는 것이었다. ‘연회’라는 좋은 방법이 따로 있긴 했지만, 선왕과 달리 소극적인 성격에, 식사도 혼자 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이 방법이 편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를레앙 공작은 서류를 넘기며 담담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폐하, 외무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를레앙 공작’은 역시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이제 막 친정을 시작한 국왕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킨 것이다. 현 외무장관 ‘뒤부아 추기경’이 자신의 사람인 것을 베르사유 정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는 다소 여유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선택권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의 갸륵한 행동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국무장관, 그럼 새로운 외무장관은 짐이 독단적으로 정해도 되겠소?”


내가 의심 없이 바로 안건을 들이대자, 오를레앙 필리프는 반색하며 내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친정하신 이후 프랑스의 전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말씀하시옵소서.”


국무장관의 능숙한 언변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왕상준의 기억을 흡수한 이후의 나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나는 잠시 오를레앙 공작에게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필리프, 나는 말이오······.”


마치 예비군에서 사격 훈련할 때 숨을 잠시 멈추는 것처럼,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에게 말을 쏟아냈다.


“뒤부아 추기경이 계속 연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


나의 말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오를레앙 공작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 뒤부아 추기경은 제 사람이지만, 그 작자는 탐욕스러운 인물입니다. 과연 그자가 프랑스의 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충분한 정론이다. 아무리 뒤부아 추기경이 ‘오를레앙 공작의 측근이라지만,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의혹이 많은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계속 연임시키겠다는 나의 의중은, 그로서도 난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국무장관의 의문을 바로 풀어주기로 했다.


“나는 뒤부아 추기경을 몹시도 흠모하오.”


그 순간 오를레앙 공작은, 갑자기 자신의 가발을 휘날리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물론 국왕의 얼굴 앞에 있는 상황이라 예의를 잊을 만큼의 경박한 웃음은 아니었다. 바로크 시대와 로코코 시대의 분기점에 있는 듯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웃음! 그는 정말 기분 좋게 웃더니 아까와는 달리 계산이 담기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 그 작자는 폐하의 앞길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됩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뒤부아 추기경은 당대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생각하면 상종하지 못할 몹쓸 인간이었다. ‘교황령’에서 주는 추기경의 작위를 받기 위해 뒤부아 사제는 온갖 더러운 짓을 저질렀고, 그 덕분에 프랑스와 에스파냐, 영국, 네덜란드, 심지어 오스트리아까지, 여러 왕국의 사람들에게 공분을 산 그의 전력은, 나의 외무장관으로서의 자질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나 21세기에서 온 왕상준의 짙은 인격과 기억이 가미된 나에게 뒤부아 추기경은, 분명 좋은 인재였다. 문제는 18세기 프랑스사람들에게 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설득할 필요성은 있었다. 나는 기다란 가발을 손질한 후 계속해서 오를레앙 공작에게 말했다.


“경의 말처럼 그 작자는 영악하고 더러운 인물이오. 하지만 뒤부아를 대신할 인물이 프랑스에 존재하오?”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의 말을 반박했다.


“폐하, 제가 섭정공작을 할 때와 달리, 지금은 뒤부아 추기경을 다루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그렇게 의미심장한 서두를 꺼낸 후, 말을 이어나갔다.


“폐하께서 소신을 불경하게 생각하시는 것을 잘 알지만, 폐하도 저도 결국 프랑스의 뿌리이십니다. 소신이 어찌 폐하께 손해가 되는 말을 하겠습니까? 비록 섭정 공작의 자리를 지킬 수 없었으나, 소신은 언제든 프랑스에 헌신할 귀족들과 함께, 항상 폐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18세기 사람들에게는 반박하지 못할 완벽한 정론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 때문에 그의 뜻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입술을 씰룩이며, 검지를 탁자에 세 번 두드리는 국왕만의 완곡한 거절의 뜻을 내보이며 오를레앙 공작에게 말했다.


“오히려 그런 연고로 짐은 뒤부아 추기경을 원하오! 그 작자는 적어도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 일 처리 하나는 잘하지 않소! 그대의 명을 받고 ‘사국동맹 전쟁’을 일으킨 것이 뒤부아의 솜씨인 것을 짐이 모를 것 같소?”


나의 말을 들은 오를레앙 공작 필리프의 안색이 몹시 불편해졌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 기색을 숨기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국 동맹 전쟁은 오를레앙 공작의 외교공작으로 일어난 전쟁이고, 이것으로 인해 프랑스 정계에서 오를레앙 파벌의 입지는 강화되었다.’


왕상준 이었던 시절에 이 사건은, 프랑스 역사를 흠모하던 이들 중 몇 명이, 20세기까지 주장하던 철 지난 음모론 중 하나였지만, 오를레앙 공작의 표정을 보니 나의 상상이 결코 음모론에 불과하지 않는 것임을 느꼈다. 이후에, 갑작스레 내가 죽고 난 뒤의 후계 구도로 일어난 에스파냐와의 전쟁이, 오를레앙 공작의 작품이라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대를 떠나서 위정자들의 심계가 이리 악랄하다니! 나는 침을 삼키며 오를레앙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들 결국 자기 아들인 ‘샤르트르 공작’을, 아들을 얻지 못한 나의 후계자로 임명하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릴 것이 틀림없었다.


과연 오를레앙 공작은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정당성과 명분을 다 가진 나에게 반항할 것인가? 아니면 순순히 나의 말을 들어줄 것인가? 물론 그가 전자의 경우를 들어 나에게 반기를 들 확률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선왕이 죽은 이후, 고등법원과의 협약으로 찬탈을 감행하여 내전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말을 끝낸 후 대답을 요구하듯 찬찬히 오를레앙 공작을 바라보았고,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폐하, 이제 프랑스 왕국의 모든 것은 폐하의 것입니다. 굳이 신에게 부탁하실 것도 없습니다. 폐하는 명령만 내리시면 되십니다.”


선왕 루이 14세가 절대왕정을 이루었다지만, 그것은 일종의 휴전과 같았다. 베르사유의 궁전은, 국왕의 절대왕정을 상징함과 동시에 휴전의 의미를 상징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를레앙 공작의 말에 흥분하지 않고 뒷말을 기다렸다.


“계속 말해보시오!”


나는 재촉과 함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폐하께서는 영문을 모르고 있는 귀족들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나는 그의 말에 전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짐이 그대의 눈치를 본 것은, 어디까지나 그대가 지금까지 섭정을 이끈 실무자이기 때문이오. 하지만 짐이 다른 귀족들을 의식할 필요가 있겠소?”


이미 대관식과 성유식, 그리고 오늘 있었던 친정을 통해, 근위대를 포함한 베르사유와 파리 군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병권은 나에게 귀속되었다. 귀족이라는 것들이 기어코 나에게 반항을 하겠다면, 끔찍한 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베르사유의 귀족들이 이것을 감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노골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그것은 로베스피에르가 루이 16세의 복위를 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었다.


나의 말을 들은 오를레앙 공작은 아무런 감흥 없이 나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귀족들을 불신하시는 것을 알겠습니다만, 귀족들의 도움 없이 베르사유에서 정무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를레앙 공작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명 내가 이전의 루이 15세였다면 충분히 수긍하여, 귀족들의 행패(기만)를 외면할 수 없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물론 프랑스 혁명의 원죄가 귀족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귀족들의 행태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 물론 지금 오를레앙 공작 앞에서는 다른 설득이 필요했다.


“나는 충분히 귀족들을 이해시킬 방법이 있소. 설마 짐이 그것도 없이 뒤부아 추기경의 연임을 제안한 것이겠소?”


내가 어느새 감정을 감추고 진지하게 말하자, 오를레앙 공작은 흥미롭게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귀족들을 충분히 이해시킬 방법이라면 혹시 ‘대연회’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보통 연회로는 감당 못 할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드는 연회! 이것은 국왕이 직접 귀족들과의 친선을 위해 여는 큰 잔치이다. 특히 연회의 막바지에서 핵심 귀족들에게 건네는 비버가죽으로 만든 모자는, 그 비싼 값만큼 친밀도를 올리는데 제법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 아무 상관 없었다. 나는 해이해진 귀족들의 눈치를 볼 만큼 급한 상황도 아니지만, 그런 이득도 없는 일을 위해 없는 살림에서 사치를 부릴 생각도 없었다. 요행은 어디까지나 요행에 불과했다. 결국,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만일 ‘프롱드의 난(루이 14세 초기의 반란)’ 이전의 귀족들이었으면, 나는 경의 말처럼 그들과 합의를 하겠소. 하지만 경께서도 잘 알지 않소? 지금의 귀족들은 그대 같은 고명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저 세금을 내지 못하는 바리새파 인들이오. 그런데 내가 그들과 무엇을 합의할 것 같소?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은 깨끗하게 면도 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 생각을 정리한 후 나에게 물었다.


“그럼 폐하께서는 어떻게 뒤부아 추기경의 연임을 이루어내시겠습니까?”


물론 묻지도 따지지 않고 명령하면 된다. 아직 인민들의 인기가 솟고 있는 나에게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다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는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귀족들이 다 포도주를 먹고 취하는 것은 아니다. 야심 있는 귀족들의 예를 들자면, 사생아 파벌의 수장 메인 공작, 방계 파벌의 오를레앙 공작, 콩데 파벌의 부르봉 공작같이 야심에 불타는 사람들이 베르사유 궁전에 있다.


게다가 ‘외무장관’ 같은 직책의 연임은, 국왕의 명령과 함께 파리 고등법원이 어느 정도 그 의견을 수용해야 했다. 파리법원을 이끄는 것은, 루이 14세 시대부터 중용되고 있는 부르주아 출신의 법복귀족이다.


결론적으로, 베르사유와 파리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만족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모두 귀족의 범위에 있으니 본질을 생각하면 일은 쉽지 않다. 물론 미래의 역사를 아는 나에게 18세기의 문제는 해결하기 쉬웠다.


“짐은 ‘왕의 의회(Conseil Du Roi)’를 열고자 하오.”


“폐하 지금 말씀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그들의 말에 이번엔 내가 웃기 시작했다. 천하의 오를레앙 공작도 내가 설마 왕의 의회를 거론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흐뭇한 순간이다. 교활하기 그지없는 이 시대의 귀족들을 엿 먹이는 것만큼 짜릿한 쾌감은 없으리라. 그렇게 무안할 정도의 폭소를 터뜨린 나는, 겨우 웃음을 멈춘 후 막대 종을 흔들어 비서 장관을 불렀다.


“비서 장관, 그를 이리로 들이시오.”


나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부이용은 근위대에게 눈짓을 주었고, 이윽고 한 사람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사정을 모르던 오를레앙 공작의,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눈빛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손님은 나를 향해 예를 표하며 말했다.


“폐하 소신 프랑수아 다게소, 위대하신 프랑스의 태양께 인사드리옵니다.”


그는 프랑스의 행정장관 앙리 ‘프랑수아 다게소(Henri François d`Aguesseau)’였고 나는 그의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짐은 이 자리에서 왕의 의회(Conseil du Roi)를 소집하겠소!


순간 국무장관과 행정장관, 그리고 곁에 있는 비서장관 또한, 경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지금 자신들이 무언인가 잘못 들었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러게 얼마간의 침묵 이후 행정장관 다게소는 입을 열었다.


“폐하,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은 외무장관 뒤부아 추기경의 연임이 아니셨습니까?”


믿어지지 않는지 다게소의 말투는 격앙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나와 다게소, 오를레앙, 부이용을 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자리에는 비서장관(수석 시종장), 행정장관, 국무장관 그리고 짐이 있소? 아니 될 게 무엇이 있소?”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유쾌하게 외통수를 날렸고, 나의 몸은 아드레날린으로 짜릿했다.


작가의말

엘랑= 비상하다라는 뜻입니다.


저는 엘랑 엘랑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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