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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베르사유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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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준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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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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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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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엘랑, 비상을 뜻하는 단어(2)

DUMMY

-에스파냐, 마드리드 궁전-


‘에스파냐의 군주 펠리페 5세’


필리프 왕자로 살던 그가, 할아버지 루이 14세의 도움으로 에스파냐의 왕좌에 오른 지 벌써 23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열심히 노력해, 주걱턱을 가진 자를 섬겼던 이들을 자신의 신하로 만들고, 에스파냐의 인민들을 자신의 인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이들이 그를 에스파냐의 적합하고 합당한 군주, ‘펠리페 5세’로 불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진정한 이름은 ‘필리프 드 부르봉’ 이였다.


펠리페 5세가 아니라 필리프 7세가 되고 싶은 야심이 가득했던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를 병약한 조카 루이 15세의 임시 후계자가 샤르트르 공작 루이가 아닌 자신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왕위계승을 포기한다는 조약을 깨고 사국 동맹 전쟁을 일으켰지만, 결국 패배하여 그의 야심은 실패하고 유약해졌다. ‘유럽’과의 전쟁에서 패전하여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그는 마치 한 쪽 날개를 잃은 새처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았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았으리라! 그의 아들 ‘루이스’가 에스파냐 인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든든한 후계자가 되었음에도, 그는 억지로 음식을 먹듯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삼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의 국왕이자 루이 15세의 행보가 달라지자, 펠리페는 마치 명약이라도 먹은 듯 우울증에서 헤어 나옴과 동시에 활달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루이 15세의 친정 선포식이 에스파냐 왕국에 전해진 이후로, 그는 병석에서 일어나 국정을 살피고 있었다.


“폐하, 프랑스 국왕과의 면담 후, 켈뤼스 백작이 다시 파리로 돌아갔다는 보고입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베르사유의 파랑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루이 15세의, 예상치 못한 친정 선포와 그의 행보는 펠리페를 설레게 했다. 친정하기 전 8년 동안, 루이 15세가 그의 야심을 숨겨왔든, 계속 야심을 키우는 중이든, 그는 이미 에스파냐 왕국에 중대한 의미가 되었다.


펠리페는 초조하고 짜릿함이 공존하는 오묘한 기분을 애써 참아내며 말했다.


“그래서 켈뤼스 백작이, 아직 루이와 접촉하고 있단 말이지?”


그 말에 추기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왕의 물음에 답했다.


“폐하께서,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인 프랑스의 국왕을 경계하시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국왕이 켈뤼스 백작과 접촉한 것은, 프랑스 국왕이 마치 ‘프랑수아1세’처럼, 예술의 후원자가 되시기로 한 것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알베르로니’는, 자신의 국왕이 겨우 프랑스 국왕의 친정 선포 하나 때문에 프랑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좋진 않았지만, 재상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군주에게 말했다. 하지만 펠리페는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건 왕의 정당성을 걸고 진실을 말할 때, 부르봉의 국왕이 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알베르로니. 처음에 그대는 짐에게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했으나, 이제는 그대에게 짐이 감추었던 진실을 말할 때가 온 것 같소.”


국왕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알베르로니 추기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왕에게 고했다.


“소신이 알기에 켈뤼스 그자는,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학문을 공부했던 작자가 아닙니까?”


그 말에 펠리페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켈뤼스 백작은, 인문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이며, 고고학까지 섭렵한 매우 지적인 인물이요. 그는 베르사유의 궁전에 있는 어떤 귀족의 파벌에도 들어가지 않는 노련한 인물이라오.”


다음에 할 말이 생각보다 긴지, 펠리페 5세는 생각을 정리하더니 잠시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는 영민한 재상이지만, 베르사유 궁전은 외부 사람이 판가름할 수 없는 무서운 곳이라오. 탐욕과 쾌락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숨기지만, 그 경박하고 천박한 와중에도 소리 없이 적들의 영향력을 죽이는 전쟁터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파벌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의 할아버지가 제안하신 연회를 거절한 그를, 루이가 끊임없이 만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기경은 아실 것이오!”


국왕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추기경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리 펠리페가 조카를 경계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 폐하께서는 프랑스 국왕이 에스파냐를 노릴 것이라 보시는 겁니까?”


그의 말에 펠리페는, 그 사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것은 잘 모르겠소. 지금의 루이를 직접 만나지 않는 이상, 나는 아직 내 조카 녀석의 그릇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뿐이지. 하지만 그가 굳이 에스파냐로 군사를 돌려 전 유럽의 질시를 받는 어리석은 군주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신하오.”


하지만 펠리페 5세가 말한 ‘진실’로 인해, 프랑스 국왕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알베르로니 추기경은 생각이 달랐다.


“하지만 프랑스 국왕은 이제 겨우 13살입니다.”


그 말을 들은 펠리페는 추기경은, 그의 간곡한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짐이 왜 그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린 공주 빅토리아를 조카의 약혼녀로 보냈는지 아시겠소?”


그 말을 들은 추기경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폐하이십니다. 한동안 프랑스는 에스파냐를 쳐다보지 못하겠군요.”


그러나 재상의 말에도 펠리페는 표정을 풀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미봉책이요.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우리의 앞길을 준비해야 할 것이오.”

“폐하를 위해 저의 모든 힘을 다 바치겠나이다.”


무능한 국왕은 자신의 책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법이지만, 유능한 국왕은 큰 그림을 제시하고 세밀한 부분은 대신들에게 맡기는 법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같은 시간 헤라클레스의 살롱에서 루이 15세가 무슨 짓을 하고, 그것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는지를 말이다.


***


-베르사유, 헤라클레스의 살롱-


“그럼 오늘부터 귀족들의 연금을 23% 삭감하시오!”


“.......”


귀족들의 침묵 속에 나는 보이지 않는 기요틴(참수를 위한 사형 도구)의 끈을 당기고 말았다.


“스르륵”


“철커덕”


“쿵”


소리 없는 기요틴이 자신의 본분을 마쳤다. 사형수의 목을 치는 것이 아닌, 귀족의 연금을 깎는 짜릿하고 멋진 경험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로베스피에르 선생은 고작 광장 위에서 피를 뿌리는 원초적인 피비린내에 만족했지만, 나는 귀족들의 특권이자 왕실의 큰 부담으로 여겨진 귀족들의 연금을 23%나 날려버렸다.


“폐하. 너무 급한 결정이 아닙니까?”


예상치 못한 내 기세에 놀라 구석에서 눈치나 보고 있던, 툴루즈 백작의 형이자 또 다른 서자인 ‘메인 공작’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내게 말했다. 아마도 자기의 밥그릇에 문제가 생길 것이 염려된 모양이다. 나는 그의 말에 차가운 미소를 짓고 답했다.


“고명하신 그대들의 눈에는, 루이 14세께서 이전에 정하신 연금이 합당해 보였나 보오. 능력 없이 작위만 누리던, 귀족이라는 작자들의 연금을 신경 쓰신 선왕의 선정에 눈이 멀어, 지금 눈앞에 있는 짐을 무시하는 것이오?”


전에 쓰던 ‘베르사유의 이방인’에서는 메인 공작을, 추후의 전개에 아무 필요가 없는 귀족이라 암살시켜 버렸는데 이곳에서 다시 보니 반가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렇게 메인 공작에게 엄하게 말했다.


“폐하! 고정하소서.”


여러 귀족은, 메인 공작의 실언에 가슴을 졸이며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방금 내가 했던 말에 어떤 의중에 숨겨져 있는지 파악한, 눈치 빠른 귀족들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나는 아까처럼 다시 발걸음은 옮겨 가발과 구두를 다시 몸에 둘렀다. 고작 치장했던 물건들을 다시 입은 모양새가 약간 어색했지만,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눈을 번뜩인 뒤 귀족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당신들의 특혜인 연금을 빼앗겨 기분이 나쁘오?”


나는 다시 신은 루이 힐로, 홀을 뚜벅뚜벅 걸으며 중앙에 섰다. 연설이 아닌 선포를 앞둔 나에게, 거추장스러운 왕의 ‘예’와 ‘품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의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오늘 보였던 나의 과감한 행보와 언행에, 귀족들은 눈 뜨고 당한 모양새다. 만일 내가 손자 루이 16세 같은 국왕이었다면, 그들은 당장에라도 자신들의 루이 힐을 부러뜨리고 나의 말을 무시했겠지만, 지금의 귀족들은 과감한 나의 행보에 기가 꺾인 지 오래였다.


“각 시대에는 시대에 맞는 방침이 필요한 것이오. 그대들이 위대한 시대라고 칭송하면서 동시에 강박의 시대였다고 경멸하는 짐의 선왕 루이 14세께서, 동생인 선대 오를레앙 공작과 함께 베르사유 궁전을 만드신 것은, 50년 전의 프랑스가 요구하는 시대의 숙명이었소.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다른 숙명을 바라봐야 하오.”


이렇게 내가 열변을 토하자 잠시 침묵했던 오를레앙 공작 필리프가 내게 물었다.


“그럼 ‘로베스피에르’는, 폐하의 치세를 상징하는 숙명의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까?”


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 사람의 지적은 날카로운 것이지만, 시대의 한계와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니! 짐의 치세의 시작은 엘랑비탈(élan vital)이 될 것이오!”


그 순간 나의 말을 듣던 모든 이들은, 눈뜨고 연금의 23%를 빼앗길 때보다 더 경악한 듯, 동그랗게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들어보지도 않는 철학적 이념! 그것을 13살의 내가 안다는 것은 한 가지를 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태동과 변화’


나는 1907년, 이점을 역설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의 말을 곱씹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신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이래, 인간은 부족을 세웠고 그 부족은 왕국이 되었소. 우리 프랑스도 결국 족장이 세운 천막에서 왕궁으로 바뀌는 시간을 겪었지. 그렇게 탄생한 부르봉 왕가 역시 하나의 생명체라 볼 수 있는 것이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부이용 공작에게 말했다.


“짐의 목이 마르니, 물을 가져다주시오.”


부이용 공작이 가져온 도자기 잔에 담긴 미적지근한 물로 갈증을 채운 나는, 내가 아까 한 말을 곱씹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피 같은 연금이 23%나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에게 던진 새로운 화두가 그들에게 새로운 논쟁거리를 가져다준 셈이다. 모든 것이 나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샹들리에의 은은한 등불은 점점 밝아지고, 유리창으로 보이는 밖은 점차 어둑해지고 있었다. 나는 벽걸이 시계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한 후, 그들에게 약간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결국, 짐이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 부르봉 역시 발루아와 카페의 왕가들처럼 수명이 짧다는 것이오.”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든 그들이 국왕과의 공생을 목적으로 베르사유의 궁전으로 온 것임을 알기에, 그들을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멸시했었다. 그러나 그들을 직접 만나보니, 한계는 있지만 제법 유능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런 귀족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 무대가 너무나도 짜릿했다.


그들이 내가 던진 물음에 번뇌하고 있을 때, 나는 아카데미 회원인 ‘에티엔’에게 다가가 말했다.


“에티엔. 지금쯤이면 그들이 문 앞에 도착했겠지?”


그러자 에티엔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폐하. 지금쯤이면 그들이 도착할 것입니다."


그렇게 에티엔이 말은 마치자, 대문 앞을 지키던 근위대장 노아유 공작이 헤라클레스 살롱에 들어와 나에게 고했다.


“폐하.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노아유 공작에게 답했다.


“어서 그들을 들이시오.”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노아유 공작이 다시 문 앞을 나서자, 상자를 들고 있는 일꾼들을 대동한 한 명의 귀족이, 헤라클레스의 살롱 안으로 들어왔다. 이 귀족과 시선이 마주친 귀족들은, 아까 폴뢰리 추기경과 에티엔을 마주한 것과 다른 의미로 감탄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 사람은 켈뤼스 백작 아니야?”


“역시 저 사람도 폐하께서 부르셨겠지.”


‘켈뤼스 백작’


그는 일개 인민들과 귀족들에게 유명한 지성인으로,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학술회’를 제외하고 모든 모임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루이 14세의 연회 초대를 거부한 이력으로도 제법 유명한 인물이, 연회에 찾아왔기에 모두의 놀람은 더욱 컸을 것이다.


“폐하! 소신 켈뤼스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흐뭇하게 답했다.


“솔직히 그대가 이렇게 빨리, 나의 명을 완수할 줄은 몰랐소.”


나의 말에 켈뤼스 백작은 겸허히 말했다.


“아닙니다. 신은 폐하께서 포크에 꽂아주신 고기를 떠먹기만 했습니다.”


나는 그의 겸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연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제아무리 르블랑 공법을 알고 있다 한들, 완성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임을 생각할 때, 그의 가치는 단지 일개 학자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만족하듯 웃고 또 웃었다. 켈뤼스 백작이 천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넘어선 그의 한계는 나에게 기분 좋은 소름을 안겨주었다.


“아니오, 모두 켈뤼스 백작이 뛰어나기 때문이라오.”


나는 그렇게 켈뤼스 백작을 치하한 후, 상자에 다가가 그것을 꺼낸 후 귀족들 앞에 내보였다. 켈뤼스 백작의 등장과 내가 거론한 ‘로베스피에르’에 때문에 호기심을 가졌던 귀족들은, 막상 내가 보인 물건을 보고 긴장감이 사라졌는지 실망하는 표정을 보였고, 그중 한 명인 ‘생시몽 공작’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 이것은 에스파냐의 비누가 아닙니까?”


생시몽 공작의 말에 다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대의 비누는 사치품으로 평가되었지만, 그렇게 생소한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에스파냐의 고급 비누를 좋아하여 왕족과 귀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실망감을 보이는 것도 이해 못 할 바 아니었다. 나는 잠시 생시몽 공작을 향해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은 뒤, 켈뤼스 백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켈뤼스 백작. 만약 이 비누가 판매된다면, 최소 단가가 얼마나 할 것 같소?”


나의 말에 켈뤼스 백작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답했다.


“5리브르입니다, 폐하!”


그러자 귀족들 사이로 일대의 혼란이 더 퍼졌다.


‘5리브르 [10만원]’


프랑스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던 비누는,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철폐로 인해 신앙의 자유를 잃은 위그노들의 망명으로 인해 생산이 멈추었고, 결국 에스파냐의 비누를 수입하는 형편이었다. 그렇기에 비싼 비누 값은, 에스파냐 놈들이 바가지를 씌워 더 비싸졌다. ‘에스파냐 비누’의 최소 가격은 무려 ‘500리브르’였다.


그런 이유로, 세력이 약한 귀족은 비누가 비싼 사치품이기에 구매를 꺼렸고, 일부 귀족은 에스파냐 비누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귀한 선물용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 비누는, 짐의 왕립 회사 ‘로베스피에르’에서 개발한 프랑스의 비누라오.”


“........”


100배는 낮아진 비누의 가격! 이것으로 나의 목적은 더욱 확실해졌다. 나는 들뜬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부이용 공작에게 말했다.


“물이 든 대야를 가지고 오시오.”


이윽고 대야가 내 앞에 오자, 나는 물로 손을 씻은 다음 켈뤼스 백작이 가져온 비누로 거품을 냈다. 그러자 여태껏 ‘에스파냐의 비누’가 내지 못한 진한 거품이 국왕의 손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한 거품을 보며, 신기해하는 귀족들을 향해 말했다.


“잘 보시오. 짐이 만든 프랑스의 비누 ‘레불루숑(révolution)’의 거품이오!”


귀족들이 거품을 보고 경악한 것을 본 뒤, 나는 거품이 묻은 손을 씻고, 깨끗한 나의 손을 그들에게 보이며 말했다.


“비누를 들어라, 귀족들이여. 마음껏 목욕할 수 있는 날이 왔도다!”


그러자 일제히 모든 귀족이 환호하며 소리쳤다.


“와!”


“국왕 폐하 만세!”


“프랑스 왕국 만세!”


“합당하신 프랑스의 군주 루이 15세의 치세는 영원하리라!”


“프랑스는 이제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레블루숑!"


1723년에 쓰인 레볼루숑 (révolution)은, 라틴어로 태양계의 공전을 뜻함과 동시에, 영국의 찰스 2세의 왕정복고를 프랑스에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단어일 뿐이었다. 다시 말하면 역사가 생기기 전의 단어이므로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될 수 있었다.


1723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66년 전 오늘! 내가 만든 왕립회사인 로베스피에르가 혁명의 생산을 시작하고, 혁명은 ‘비누’가 되었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이지만 항상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25 문맥 오탈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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