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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베르사유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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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준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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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봇의 포도밭(3)

DUMMY

-프랑스, 파리 ‘로베스피에르’ 본점-


‘켈뤼스 백작.’ 그는 지난 1년간 비록 바지사장의 신세였지만, 베르사유의 위대한 프랑스 국왕 폐하의 명을 수행하여 ‘로베스피에르’를 키워왔다.


비누의 혁신을 넘어 혁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모든 프랑스 인민들의 필수 품목이 된 ‘대혁명’과 ‘8월 혁명’을 팔며, 프랑스에 있는 모든 리브르를 쓸어 담기 시작했고, 영국을 제외한 이웃 국가에 지사를 내어 이젠 유럽의 경제를 탐닉하는 중이었다.


비록 국왕의 용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바지사장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다른 귀족들의 시샘을 받는 귀족으로서, 그는 오늘도 열심히 국왕 폐하가 바라시는 ‘전열함 64척과 호위함 45척'의 함대를 운영할 막대한 자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고, 그것이 재무장관의 진정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오늘 찾아온 손님은 참으로 기묘한 존재였다.


“켈뤼스 백작, 이런 입장에서 만나게 되니 참으로 기분이 미묘합니다.”


잘 가꾸어진 갈색 가발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는 20대 남짓의 귀족, 그는 3대 오를레앙의 작위를 받은 오를레앙 공작 루이였다.


“오를레앙 공작,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3대 오를레앙 공작 루이’


방계 왕족 오를레앙 가문의 3대 당주이자, 작년까지 사르트르 공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던 자로, 귀족들에게 그는 복잡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를레앙 가문이라는 프랑스에서 가장 든든한 귀족 가문을 방패삼아 숨는 겁쟁이라는 평가와, ‘창’을 만들기 위해 야심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야심가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물론 지금 그를 마주하고 있는 켈뤼스 백작의 생각은 후자에 가까웠다.


“켈뤼스 백작, 이제 우리는 한 식구가 되지 않았습니까?”


오를레앙 공작 루이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것은 결코 가볍게 들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저희 가문의 재산 일부를 로베스피에르 본점에 바치러 온 것입니다.”

“오를레앙,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하지만 오를레앙 공작 루이는, 백작의 말에도 아무런 가감 없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켈뤼스 백작, 나는 이제 폐하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 오를레앙 공작의 말에 아직도 의문이 가시지 않은 켈뤼스 백작은, 자신의 앞에 있는 포도주를 한 모금 삼키더니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오를레앙 공작, 당신은 정말 폐하께 충성을 바치려는 것이 맞습니까?”


프랑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를레앙 가문과 부르봉 가문의 애증을 잘 알고 있다. 죽은 1대 오를레앙 공작 ‘필리프 1세’는 죽기 전까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하여 나를 동생으로 만드신 겁니까? 프랑스는 루이 14세가 아니라 필리프 7세를 군주로 섬겼어야 했습니다.”


물론 그의 형인 루이 14세는 그의 친동생을 위해 많은 관용을 베풀었지만, 1대 오를레앙 공작의 말과 같이, ‘오를레앙 가문’은 부르봉 직계혈통의 후사가 없을 경우에, 왕위를 차지할 ‘왕족’에 가장 가까운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켈뤼스 가문의 단상을 끝낸 건 젊은 귀족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켈뤼스 백작, 당신이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내가 오를레앙 가문이기 때문입니까?”


켈뤼스 백작은 오를레앙 공작의 말에도 쉽게 신뢰감이 생기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은 오를레앙 가문에 의지하는 그런 애송이가 아니야.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 작자지!’


켈뤼스 백작은 이런 속내와는 다르게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를레앙 공작이 워낙 뛰어나서 나의 자리가 위험할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은 그에 말이 어이가 없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저 운이 좋아 오를레앙 가문에서 태어난 제가, 어찌 켈뤼스 백작의 자리를 위협하겠습니까?”


하지만 켈뤼스 백작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책이나 좀 읽은 장사꾼일 뿐인데, 오를레앙 공작께서 너무 띄워주시니 부끄러워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듯하자, 오를레앙 공작은 자신의 품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어 켈뤼스 백작에게 전해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백작의 물음에 오를레앙 공작은


“폐하께서 백작에게 이것을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이 서류를 받아든 백작은 의구심을 가졌다. 그동안 늘 비서 장관 부이용 공작을 통해 지시하던 국왕 폐하가, 서류를 건네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잠자코 서류를 읽던 켈뤼스 백작은 감탄하듯 탄성을 내질렀다.


“폐하께서는 이 일의 파장을 알고 있습니까?”


작년, 한낱 비누에 불과한 대혁명이 만든 파장은 31개의 주(Généralités)들을 경악시켰고, 지금도 혁명은 모든 인민의 삶의 윤택함을 만들어주었다. 친정을 선포한 지 1년 남짓한 루이 15세를 환호하는 인민들은 그를 대왕(Grand Roi)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류의 내용을 다 살펴 본 후 깨달았다.


‘정말로 무서운 분이시군! 이 정도면 그 영악하고 악명 높은 필리프 2세를 넘어섰어!’


이런 켈뤼스 백작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오를레앙 공작 루이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켈뤼스 백작도 눈치를 채셨나 봅니다. 우리의 주군이 평범한 국왕이 아니신걸.”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동의 했기에 켈리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부터 켈뤼스 백작은어린 왕에게 발탁 되어, 더 이상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가 아닌 로베스피에르의 사장이자, 프랑스의 재무장관이 된 터였다.


더 이상의 방종은 국왕을 향한 불충이라 여긴 켈뤼스 백작은, 정신을 가다듬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 말했다.


“폐하에 대해 찬사를 하는 것은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어서 빨리 폐하의 명을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켈뤼스 백작의 말에, 오를레앙 공작은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켈뤼스 백작, 뒤보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뒤보스’


심상치 않은 이름이 나오자, 켈뤼스 백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를 폐하의 ‘세 번째 계단’의 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파리’의 펜촉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가 과연 계획대로 제안을 수락할지 말이다.


켈뤼스 백작의 염려하는 기색을 본 오를레앙 공작이, 그의 염려를 아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위대하신 국왕 루이 15께서는 이미 뒤보스의 대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이젠 놀랄 것도 없는지 켈뤼스 백작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기에 ‘인민의 벗(L`ami du peuple)’을 창간하신다 하셨겠지.”


그들이 말한 계획의 일부인 인민의 벗(L`ami du peuple)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으로, 프랑스에 유례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도 국왕의 왕실기업을 통해 만들어진다니, 그 잘난 체 하는 영국 사람들조차도 ‘프랑스 만세’를 외칠 정도의 놀라운 파문이 일 것이다.


물론 뒤보스가 편집장으로 합류해야 이후의 문제가 해결 될 것이지만 말이다. 오를레앙 공작은 아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직접 무슈 뒤보스를 만난다고 하셨으니, 지금쯤 뒤보스는 폐하와 독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켈뤼스 백작은 기겁하며 말했다.


“아니 콧대 높은 뒤보스가 어떻게 베르사유에 갔다는 말입니까?”


그런 켈뤼스 백작을 보며 오를레앙 공작 루이는 아무런 감흥 없이 말했다.


“이런! 켈뤼스 백작, 아직도 우리가 섬기는 폐하를 모르십니까?”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된 켈뤼스 백작은, 가슴 언저리에 성호를 긋고 말했다.


“대왕(Grand Roi)에게는 불가능이란 것이라는 없다는 것을 또 의심하고 말았군요. 어서 본분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나봇의 포도밭을 지키는 파수꾼들은, 충실한 집사로서 자신들의 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


-베르사유, 왕의 집무실-


“무슈, 뒤보스! 그대의 모습을 보니 여한이 없구려.”


내가 과장된 몸짓으로 뒤보스를 격하게 환영하자, 뒤보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필부에 불과한 저를 베르사유에 부르셨습니까?”


뒤보스는 귀찮은 내색을 숨기지 않고 나에게 불평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탈리아는 ‘마페이(유명한 평론가)’, 프랑스는 ‘뒤보스’라고 했소. 프랑스의 국보와 같은 그대를 직접 면전에서 보니 너무나도 영광이구려.”


하지만 뒤보스는 나의 칭찬에도 현혹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입에 담았다.


“폐하께서 직접 소설을 집필 하셨다는 것도 경이로운데, 폐하의 작품을 비평하라고 하시다니! 미천한 제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렇다. 나는 클로를 만나기 전, 갈리아의 수탉으로 봉인된 편지를 뒤보스에게 보냈다. 그는 나에게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뒤보스’


이후, 후대에서는 뒤보스가 후손인 샤를 뒤보스(Charles Du Bos, 1882~1939)보다 존재감이 낮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으나, 1720년대인 루이 15세의 시대에서는 뛰어난 평론 하나만으로, 비평가의 전설로 남은 유명한 인물이다.


“무엇을 염려하오, 비평가는 그저 비평만 하면 된다오. 그것이 설령 왕이 직접 집필한 작품이라도 말이오.”


나의 말을 들은 뒤보스는 무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폐하께서 그것만 지시 하시려고 저를 부르셨다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 대체 폐하의 진짜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나는 그대가 편집장이 되어 주길 원하오!”


그렇게 내가 말하자,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폐하의 작품을 신나게 비평하라면서, 편집장까지 되어달라고 하시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뒤보스의 말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답했다.


“뒤보스, 프랑스에는 변화가 필요하오.”


짧은 한마디였으나, 매서운 말이었다. 그렇게 내가 자신을 공격하듯 ‘변화’를 거론하자 뒤보스는 바로 반박했다.


“폐하, 한낮 비평가는 작품을 보지 역사를 보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완고한 그의 저항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다.


“그럼, 그대는 짐이 인민의 벗(L`ami du peuple)을 그저 재미로 창간했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러자 그는 몹시 억울한 듯 곤혹스럽게 답했다.


“폐하께서 어떤 생각으로 ‘인민의 벗’을 활용하시던 저는 개의치 않고 싶습니다. 다만 보잘것없는 저를 광대극에 이용하지 마소서.”


내 소설 속 등장인물을 직접 만나는 것은, 역시 이런 재미를 더해 준다. 나는 상상보다도 더 까칠하게 나오는 뒤보스를 바라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뒤보스! 짐이 고작 인민들을 현혹하고자 ‘인민의 벗’을 이용하려 했다면, 그대를 이곳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렀겠소?”


물론 ‘장 폴 마라(혁명가)‘의 경우처럼 ‘인민의 벗(L`ami du peuple)’의 이용가치는 무궁무진 했지만, 지금 나의 목적은 정적들을 숙청하는 선동이 아닌, 엘랑(élan)을 위한 여론몰이에 가까웠기에 뒤보스의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히 편집장을 맡기 싫은지, 뒤보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차라리 처형될지언정, 베르사유의 개가 되기는 싫습니다.”


다른 군주들 같으면 총사대원에 명령해 바로 처형을 시킬 일이였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하고 성급한 군주는 아니었다.


“그대가 이렇게 나올 것을 짐이 몰랐다고 생각하오?”


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국왕이 엄지를 들었다는 의미는 실로 간단하지 않았다. 바로 왕권의 정당성을 걸고 하는 ‘진심’이 담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치켜둔 엄지를 나의 입술에 갖다 댄 후, 준비했던 ‘카드’를 내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가 ‘보방(Sébastien Le Prestre, Seigneur de Vauban)’의 학문적인 후계자임을 알고 있소!”


‘보방장군’


프랑스역사에서는 줄곧 요새 방비를 강화한 장군으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실상은 다르다. 사령관으로서 생산성이 빠진 전쟁이 얼마나 프랑스에 악재가 되는지 절실히 깨달은 보방장군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그렇게 지식인들과 교류하는 과정 중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1707년 ‘왕국의 십일조[la dîme royale]’를 펴내고 국왕 루이 14세에게 세금개혁을 건의했다. 하지만 세금의 확대로 귀족과의 척을 지기 꺼렸던 루이 14세는 그의 사상을 단호히 거절했고, 보방장군은 그 일로 문책당한 후 화병에 걸려 죽게 되었지만, 그의 사상을 추종하는 속칭 ‘보방주의자’들은 프랑스 곳곳에 퍼져나갔고, 뒤보스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의 입에서 자신이 가진 최고의 비밀이 언급되자, 뒤보스는 부들거리는 손을 겨우 부여잡고 내게 반박했다.


“폐하께서 저의 비밀을 아신다 한들, 저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고 침착한 어조로 뒤보스에게 말했다.


“뒤보스, 그대가 나의 말을 오해하는 것 같소. 나 역시 ‘보방주의자’라오.”

“.........”


그리고 나는 침묵에 빠진 그에게 거절하지 못할 말을 건넸다.


“인민의 벗[L`ami du peuple]! 참 잘 만들어진 말이지. 그렇소. 짐은 인민의 벗이 될 것이라오. 잘 생각해보시오. 보방의 뜻을 기리기 위해 그대가 해야 할 일을!”


작가의말

무슈, 바얀티무르 후원감사합니다.


남은 휴일 푹쉬시면서 주말 잘 보내세요. 독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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